가끔 대중 강연을 갑니다. 거기에서는 주로 ‘있는 그대로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강의를 다녀보니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수렴되었습니다. 곧, 나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세상이 날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순수하고 깊은 욕구와 동기가 이끄는 삶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부처의 성품을 깨닫고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꿈꾸고 따르는 부처님의 길, 대 자유인의 길과 다름없습니다.‘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
AI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AI시대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흥미로움과 희망보다는 미묘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며 살아왔으니 미래가 펼쳐줄 그 어떤 모습이더라도 얼마간 긴장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이 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냥 공상과학 이야기 같다는 생각들을 했다. 시간은 흘러 성큼 21세기가 도래하고 우리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자각하든 못하든 정보화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다. 지금의
장마가 끝났나 싶더니 숨 막히게 더운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센터를 찾으시는 어르신들도 더위를 피해 오랫동안 머무르신다. 익숙한 것이 편안하기도 해서 그런지 긴 공사기간 동안 어디들 계셨는지 모르지만 문을 열고나니 익숙한 어르신들이 모두 다시 오시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익숙한 것, 편하고 좋은 것 같으나 정작 이것이 습관이 되고 업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잘살아야 할 것이다. 작은 것도 습관이 되면 무거운 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어제는 오전 내내 회의를 마치고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은
템플스테이나 행사를 하면 마지막에 회향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데도 좋고 나쁨은 모두 다 다릅니다. 각자의 생각이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지요.처음으로 명상순례여행에 동참한 분이 사찰의 큰방에서 다 함께 잠자는 것이 힘들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보살님이 설악산 봉정암 가면 눕지도 못한다며, 이 정도면 호텔이라고 웃습니다. 항상 집에서 혼자 씻던 아이들은 동성(同性)이라도 여럿이서 함께 샤워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어린이법회를 다닌 아이들은 절
얼마 전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했습니다.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이야기인데요, 기다리던 영화라 개봉 첫날 가서 관람했습니다. 그전에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검색해보니 평점 테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역사왜곡’이라는 댓글도 있고 ‘1점도 주기 아깝다’라는 의견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좋고 훈훈한 댓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과 동시에 호평과 혹평이 갈리는 영화가 드문 만큼 큰 이슈가 돼있었습니다.영화 자체는 정말 괜찮았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사도 참 아름답고 통쾌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여러 언어에
1895년 10월8일이었다.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역사를 배우면서 참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가끔 있는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그중 하나였다.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시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우리들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되었다고 배웠다. 그러니 더더욱 말이 되는가? 강제병합 15년 전에 일본 낭인들이 서울을 활보하고 궁궐에서 왕비를 죽이고 유유자적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하니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시간이 참 많이 빨리도 흘렀다. 100년하고도 25년이 더 흘렀다. 말 못하는 식물도 그렇고
모처럼 맘 편히 휴가를 다녀왔다.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의 시간들이 일상의 피곤함을 녹여주는 듯했다. 여유로운 마음과 도반들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시설장 스님 및 재가 시설장들과 함께한 여정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도반들과 같은 원력으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는 시간들이다.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도란도란 마음을 나눴다. 어려운 점을 공유했고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이 귀한 추억들이 나의 일상에 더해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나아가
곧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절에서는 템플스테이가 열립니다. 기대를 갖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 곤란해합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니 자신이 절에 다닌다는 말도 잘 하지 않게 됩니다.어린이 법회 날이면 1시간 이상 일찍 오는 10살 여자 어린이가 있습니다. 절에 오는 것을 좋아해서, 법회 준비나 청소까지 모든 일을 즐겨 합니다.이번 법회에도 일찍 와서 법당 좌복과 기도책을 미리 펴 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머뭇거리다 결국 법회가 다 끝나고 나서야 말합니다. “스님,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 살아 숨 쉬면서 삶의 궤적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땐 회상을 하고, 미래를 경험해보고 싶으면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과거와 미래로 간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예전의 기억을 재생하거나 미래의 장면을 추측할 뿐이죠. 잠시 눈을 깜빡이는 찰나, 현재는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본 그것, 했던 생각, 들렸던 소리는 이미 지난 일입니다. ‘그게 뭐였더라?’하며 자꾸 뒤로 가다 보면 현재를 놓치게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질 때
제주가 시끄럽다.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뉴스를 보면 볼수록 더해지는 잔혹 행위에 보는 사람이 공포심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정말 미증유의 사건이다. 아직은 사건의 전말이 다 밝혀지지 않아서 누구라도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사람들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족보의 촌수를 공부하다 보면 참 합리적으로 짜였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부부는 무촌으로 되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1촌이고 자식과 자식 사이가 2촌이다. 부부가 무촌인
촉촉이 비가 오는 날이다. 모처럼 한가하게 업무정리를 해볼까 하고 출근을 했더니 복지관이 난리가 났다. 방수공사 중이었는데 방수가 덜된 곳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물을 퍼내고 정리하고 업체 연락하여 조치를 하고 한숨 돌리는데 건강지원팀에서 프로그램 수료가 있으니 와달란다. ‘종로 정독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바르게 걷기를 하면서 종로의 문화유적 이곳저곳을 탐방하는 것이다.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소감나누기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어르신들 각자의 소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어르신은 이 프로그램을
해가 떠오를 때쯤, 포행을 나섭니다. 매일 매일 홀로 걷는 오솔길을 나름대로 명상길이라 이름 붙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첫 소일거리로 삼은 지가 한철이 지났습니다. 털모자를 쓰고 걸었던 길이 산철쭉과 진달래가 피어나는 봄이 됐습니다. 새색시 같은 연분홍과 붉은색 꽃잎들이 햇살을 받아 빛을 내며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꽃길을 걷는 저의 발걸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마냥 가벼워집니다. 경망스러운 듯해 발길을 눌러보지만, 어림없습니다.어느덧 봄날의 꽃잎이 지면 연두색 연한 잎들이 자그마한 아기 손을 내밀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