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면 울긋불긋하게 아름답고 조화롭던 가을 산에 낙엽이 집니다. 그리고 모든 잎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똑같습니다. 우리도 한 생을 살다가 저물게 되면 본래 온 바 없이 왔던 그 자리로 다시 가지 않습니까? 세상의 모든 생명 존재들이 똑같습니다. 이 이치를 알아차린다면 허덕거리면서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움에 대한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알제리 태생의 피에르 나비라는 농부 철학자가 있습니다. 그분은 세상 사람들에 대
마음관찰명상, 심념처를 중심으로 위빠사나를 지도하는 명상센터가 있다. 미얀마의 쉐우민센터이다. 이곳은 우 꼬살라 사야도의 제자인 우 떼자니야 사야도가 계신 곳인데, 우리 한국 수행자들이 아주 많이 가는 곳이다. 필자도 8~9년 전에 쉐우민센터에서 2주간 머물면서 수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명상홀에서 자리를 틀고 앉으면 동일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위빠사나 수행자는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을 대상으로 알아차리고 관찰한다. 분명한 마음챙김으로 관찰하면 대부분의 생각은 멈추거나 바로 사라진다. 그런데 그때에는 같은 생각이 연거푸 계속 올라
‘추우강남(追友江南)’은 중국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의 핵심은 자신의 주관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지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주변 친구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어릴 적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면 자신도 나쁜 사람이 될 거니 좋은 친구를 만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나쁜 행동으로 학교에 왔을 때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착한데 나쁜 친구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어
지난호에서 선의 대기대용에 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곧 활발발한 선기(禪機)는 (1)언어적 표현, (2)몸의 동작·행위, (3)주변에 있는 주장자·불자·동물 등을 사용하거나 이외 집기를 사용하는 일 등이라고 언급했다. (1)∼(3)까지 선기 활용이 모두 마조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할(喝)은 스승이 제자의 그릇된 견해와 집착을 깨우쳐 주기 위해 고성으로 질타하고, 언어와 사려가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보이는 접화 수단이다. 선가에서 할을 가장 많이 활용한 사람은 임제로 알려있지만, 처음으로 활용한 사람은 임제의 증조 뻘 되는
지난 호에서는 의천의 ‘신편제종교장총록’에 의상의 저술로 수록된 ‘일승법계도1권’ ‘십문간법관(十門看法觀)1권’ ‘입법계품초기(入法界品鈔記)1권’ ‘소아미타경의기(小阿彌陀經義記)1권’ 등 4종 가운데서 특히 ‘입법계품초기’와 ‘소아미타경의기’에 대하여 약간의 의문을 제기하고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입법계품초기’는 스승 지엄의 ‘입법계품초’에 대한 주석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지엄의 저술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또한 균여의 저술 목록 가운데서도 같은 이름과 권수의 ‘입법계품초기’ 1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나비나 벌이 꿀을 찾아 꽃을 좇는 것이나 누에가 뽕잎을 먹고 비단실을 자아내는 것은 공주님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반면 지렁이가 비 갠 날 물을 찾아 벽돌 틈 사이로 몸을 욱여넣거나 날파리가 음식을 좇는 것은 처절하다고 한다. 사람은 관찰하고, 엿듣고, 기록하고 후세에 남겨두는 관성이 있는 사회적 동물인 까닭에 남이 먹이 먹는 과정도 흉하다, 아름답다 비평할 줄 안다. 그러나, 모장과 여희를 보고 물 속으로 깊이 몸을 숨기는 물고기처럼 제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식생의 미추 또한 다를 것이다. 또 사람은 식사에 고상함을 두어서
대웅전 앞에 마련된 무대. 공연이 시작되면 음악과 함께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런 상월비보이단의 모습을 관객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응답하듯 땅을 짚고 솟구치는 단원들의 팔뚝에는 힘줄이 돋아나고 발은 허공을 차고 오른다. 도량에서 펼쳐지는 상월비보이단 무대는 색다른 광경을 연출하며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스님들도 몸을 들썩이며 기립박수를 보내곤 한다.“사람들은 절이 정적이고 엄숙해 다가가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절은 수행공간이자 문화공간입니다.
“법보신문은 정론과 직설을 중시하는 불교계의 중요한 언론이지요. 그렇기에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이 났습니다. 종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부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불자들이 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지요. 1994년 개혁종단이 탄생할 때나 최근 가톨릭 교단에서 광화문 일대를 성지화하려는 계획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이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공공기관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 위원은 법보신문과의 인연도 깊다. 2006년 5월
“법보신문은 제 신행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길잡이입니다. 교계의 다양한 소식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연재들도 눈길을 끕니다. 매주 법보신문을 정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신용표 전북불교대학 부학장이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공공기관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자신을 “법보신문의 열렬한 구독자”라고 밝힌 신 부학장은 “부처님 가르침은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이 뒤따라야 참다운 의미가 있는데 법보신문에는 우리
“법보신문에는 부처님 말씀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신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법이 스며듭니다. 이것도 수행의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부처님 가르침이 담긴 법보신문이 병원법당에 전해져 모두에게 불법이 스며지길 발원합니다.”서예진 아름다운동행 홍보팀 주임은 법보신문이 병원법당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몸뿐 아니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 불법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그는 신심 깊은 부모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절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매주 청소년 법회에 참여했어요. 그러다보니 불교학교인 의정부 광동
재난이 있는 곳에 깨달음이 있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으로 자비심이 싹트게 됩니다. 자비는 보리의 어머니입니다. 깨달음은 자비심 속에서 태어나 자비심의 양분을 먹고 자라서 지혜라는 열매가 됩니다. 그래서 참다운 지혜는 자비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자비는 고난과 역경이 있는 곳에서 더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고요와 평온 속에서는 강렬한 자비심을 얻기 어렵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을 다니며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며 관음보살도 구고구난이라고 고난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십니다.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에 대한 끝없는 연민입니
요즘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묻지마 범죄, 보복 운전, 자살 등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과 대상만 다를 뿐, 같은 원인에서 기인한 것입니다.우리는 면역력과 힘을 키우고, 외부의 질병에 대응하여 튼튼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 또한 몸과 마찬가지로 운동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무엇일
필자가 30대였을 때이다. 스리랑카 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명상을 처음 접한 후 몇 년간 계속 위빠사나명상만 해왔다. 그러다가 사마타명상을 본격적으로 지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얀마 파욱센터에 갔었다. 그런데 기후와 환경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둘째치고, 호흡에 끈덕지게 일념집중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필자의 부족한 집중력도 문제였겠지만, 그동안 위빠사나명상으로 예리하게 계발시킨 마음챙김과 알아차림 때문이기도 했다. 몸과 마음에서 혹은 주변에서 조그만 현상이 일어나도 마음챙김은 너무나 기민하게 번개처럼 달려가 그 대상을 관찰하곤 했다
① 칼과 창이 땅에 붙어아질(阿質)왕은 이웃 나라를 쳐서 빼앗고 마음에 들지 않은 자는 목숨을 없애는 폭군.“저 폭군을 저대로 두었다가는 세상이 어지럽겠구나.” 하고부처님이 왕을 만나러 나서셨지.부처님 오시는 걸 알고 아질왕이 성문에 대군을 배치하고,“부처라는 자가 오거든 활을 쏘고, 창, 칼을 휘둘러라!” 했지. 그런데,부처님 신통력이, 무기를 휘두르게 할까?땅이 창과 칼과 활을 끌어안아 버린 것. “영~차, 영~차!” 당겨도 땅이 놓아주지 않네.마병은 어디로 사라지고 해가 빛을 잃고 어두워진다. “이거 웬일이야!”온 나라 사람이
어디에 앉혀놔도 등신이었지만시라는 거울 앞에 서면척추가 휘어진다초대장도 없이 잔치 구경 간 실업자같이기웃거리는 습성을 대인 관계라 착각했다사람을 넓혀야 한다고 욕심부리다가기념사진의 병풍 노릇까지 해봤다감기 걸렸다고 이불이나 탓하는 얼뜨기여서타인의 재능을 노력으로 메우려 헛발질했다비굴은 치욕을 성형한 생필품재촉하는 이 없는데 결승선 같은 것 없는데지각한다는 느낌에 시달렸다알았던 노래의 2절처럼모임마다 가벼운 낯설음으로 채워졌다웃더라도 타인들이 내 행복을 시기하지 못하도록최초의 미소를 만들고 싶다아무도 모르는 웃음소리를 내
나는 최근 들어 부쩍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몇 차례 반복해서 어떤 당혹스런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의 가까운 지인이 나의 과거에 관한 것인데 내가 처음 들어보는 사실 하나를 무심코 말한다. 다행히 내게는 판단력이 조금 남아 있기에 그 말이 진실임을 눈치챈다. 그러나 곧장 의문에 휩싸인다. 그때 그곳에 있었을 리 없는 그 지인이 어떻게 나도 모르는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의 대답은 예전에 내게서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증언으로 다시 옛 기억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낯설음 속에서 그것을 받아들인다. 말하자
지난주에 이어 조사선의 특질 넷째와 다섯 번째를 보기로 한다. 넷째, 어록(語錄)의 발생이다. 어록이 만들어지면서 선사상은 인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이 조사선의 특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선사가 법상에 올라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는데, 이를 상당설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승려들의 조참[朝參, 아침에 간단하게 법을 설하는 것]이나 만참[晩參, 저녁 시간에 간단히 법을 설함]에 제자들에게 시중(示衆)을 하거나, 문답을 통해 상대의 견지를 탐사하는 감변(勘辨) 등을 한다. 이런 상당설법·시중·감변 등
수보리 어의운하 여래 어연등불소 유법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부(須菩提 於意云何 如來 於燃燈佛所 有法 得阿縟多羅三貘三菩提不) 불야 세존 여아해불소설의 불어연등불소 무유법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不也 世尊 如我解佛所說義 佛於燃燈佛所 無有法 得阿縟多羅三貘三菩提)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연등불 회상에서 어떤 법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있겠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는 바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은 세존께서 연등불 회상에서 어떤 법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닙니다.”부처님께서 앞서서 “실로
지금껏 절 수행 등을 해오면서 겪은 가피는 매우 많다.우선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나는 종합병원 수준이었다. 비록 오진으로 판명났지만 간암을 두 번 진단받을 정도로 간장 질환이 심했다. 얼굴은 온통 기미와 흑색의 낯빛으로 간장 질환의 징후를 강하게 표출했다. 끊임없는 치주 질환, 가족력이 있는 위장 장애, 악성 폐렴으로 병원에서 포기하고 있다가 겨우 회생한 과거, 폐결핵 3기 까지 갔던 병력, 매일 지사제 복용, 항문 가려움, 심한 허리 통증, 숯덩이 같은 발톱, 고질적인 이명 현상, 고혈압 등 셀 수 없는 육체의 질병이 있었다.
“전국 사찰을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심각한 문제점이 있더군요.”11월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229회 중앙종회 정기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단상에 선 호암 스님 눈빛은 결연했다.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조계사 마당에서 문화재 발굴을 합니다. 이때 유물이 나왔습니다. 사찰 토지에서 나왔지만 그 사찰 소유가 아닙니다. 국가귀속으로 들어갑니다. 90일 공고를 하지만 연세 든 분들은 고시를 보기 쉽지 않죠. 그렇게 귀속된 문화재는 국공립 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 예경의 대상으로서 성보는 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