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상한 존재라서 ‘뜻’과 ‘말’이 따로 놀 때가 적지 않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무뚝뚝하게 군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웃으며 칭찬을 하는 일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말만으로는 상대방의 뜻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더구나 여러 가지 정황이 한꺼번에 작용하면 더 복잡해진다. 있는 그대로 보고, 거듭거듭 봐야 비로소 보일까 말까 한 것이 사람의 속내이고 ‘뜻’이다. 얼마 전 당황스러운 판결이 나왔다. 그날 처음 만난 여성을 차에서 강간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법원의 해석이 더 당황스럽다. 식사를 하면서 상대
며칠 전 어느 문중의 시제에서 참석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사상자를 낸 사건이 있었다. 문중 재산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었다. 이는 극단의 문제이지만, 시제 철을 지내면서 어떻게 시제의 전통을 유지해 가야 할지 고민한 문중이 많을 것이다. 선대부터 대대로 이어오던 풍속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간단치 않다.그간 문중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시제와 족보 편찬이었다. 상강이 지나 입동이 가까워 오면 웬만한 집안에서는 정해진 날에 시제를 모신다. 4대조까지는 집안에서 기제사를 모시고 5대조부터는 묘소에
매월 50만원씩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면만일 당신에게 매월 50만원의 돈이 통장이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 2019년 1인 최저생계비는 102만4205원인데 50만원이라면 약 반에 해당되며 적은 액수가 아니다. 만일 가족 한사람들에게 각각 지불되기 때문에 5인 가족이면 250만원이다. 그렇게 되면 비루하게 아등바등하게 살지 않게 되고 하고 당당히 싶은 일을 하며 가족 중 누군가 직업을 잃는다 해도 크게 두렵지 않고 소비도 늘어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일을 한 대가
얼마 전 서울 광화문을 지나다 시위대와 마주쳤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도 국민이다.” 여기서의 우리란 누구일까. 그것은 한눈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시위대 사람들은 ‘우리’를 만난 기쁨에 한껏 들떠 있었으니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이만큼이나 많다는 기쁨. ‘우리’는 좋은 말이다. 자아가 비대할 만큼 비대해져 오직 나, 나, 나 밖에 없는 시대에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신언서판이란 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인물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외모, 말, 글씨, 판단력 등이다. 여기서 말은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삼가고 신중한 태도, 배려를 통한 정서적 유대, 언행일치 등 말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말은 의사 소통의 도구이지만 그 전달 과정에서 심성과 교양이 드러나 결국 인품과 직결된다.말은 일상생활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왔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불가에서는 구업(口業)을 짓지 말아야 함을 가르쳤다. 구업은 신‧구‧
지난 5월1일 영국은 ‘기후변화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어서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기후위기는 현재 기대한 것보다도 너무도 심각해 지금의 정상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위급한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기후위기에 관한한 우리는 한참 뒤쳐져 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의 국가이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4번째 ‘기후악당’ 국가로 선정될 정도이니 말이다. 현재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가 상승했다. 여기서 0.5도
얼마 전 거리에서 전단지를 받았다. 서툰 디자인의 전단에는 낯선 종교 이름과 함께 앞뒤로 빼곡하게 “지도 말씀”과 계율이 적혀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직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자” “탐내는 마음을 버리자, 인색한 마음을 버리자, 편애하는 마음을 버리자….” 무척 소박한 계율이라 웃음이 나왔다. 부처나 예수의 말씀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말. 계율은 함께 살기 위해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리로 여겨지고 있고, 그런 면에서 어느 종교나 대동소이하다. 계율이 없는 종교는 없다. 특히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음을 강조하는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도서관을 비롯하여 학교,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논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독서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책은 스마트폰이나 영상매체에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독서는 음미와 해석, 지적 긴장을 수반할 때, 그 효용성은 커진다. 오늘날의 독서는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실용정보나 오락용 독서가 주가 되고 있다. 정신적 이완 상태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 하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필자의 은사스님이 생전에 많이 쓰시던 말이다. 내방객들이 은사스님을 찾아와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이러하고’라며 여러 얘기들을 늘어놓으면 은사스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너나 잘해라”라고 하시면서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셨다.그래서 한 번은 ‘까치 뱃바닥 같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여쭈어 보았다. 은사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까치가 등은 시커멓지만 배는 하얗지 않느냐. 마음 속에 흑심을 가지고
부탄은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이며, 물질적 성장을 위해 자원을 파괴해온 서구의 GNP지표 대신 GNH라는 국민총행복을 지표로 하는 나라다. 서구식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고 전통의상과 전통건물 등 문화를 소중히 하는 나라이자,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국왕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지하자원을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며 삼림비율을 75%를 유지하는 나라다. 또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걸 원하지 않고 엄격히 제안하고 있다. 교육비가 전액 무료이고 병원비도 완전 무료인데다 세계 최초로 전 국토가 금연구역이며, 노숙자가
한동안 인터넷에 끔찍한 동영상이 떠돌았다. 한 남자가 카페 앞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이었다. 며칠 뒤 범인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잔인성에 있어서나 동기의 사소함에 있어서나 여러 사람들의 큰 공분을 샀던 엽기적인 사건이었지만 “구속감”은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끔찍한 영상도 수없이 공유되며 분노를 샀다. 전자가 사고현장을 찍은 CCTV였다면, 후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영상이었다. 개인 유튜버가 생방송 중에 자신의 개를 학대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전통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작용하게 될 때 전통의 가치는 존재한다. 사유의 체계에 녹아들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전통이다. 이것은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향유 계층의 지속적 공감에서 이루어진다. 공감은 다시 계승으로 이어져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게 된다.스님들의 수행과 포교의 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사찰은 유무형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가람의 배치와 전각의 구성 요소 등 외형적인 것은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주석한 스님과 사찰을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의 사유 양식과 추구했던 가치가 역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