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무산(1932~ 2018) 스님은 시대와 고락을 함께한 선사다. 젊은 시절 금오산 토굴에서 6년 고행했던 스님은 훗날 설악산문을 재건했으며, 만년에는 백담사 무문관에서 4년 동안 폐관정진하다 입적했다. 이 책은 스님이 백담사 무금선원, 신흥사 향성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는 수좌들에게 설한 결제·해제 법어들과 대중들을 상대로 설한 내용을 육성 그대로 집록했다. 각종 저서에 남긴 서문, 기고문, 서한 등도 수록돼 있다. 김병무·홍사성 엮음, 인북스, 2만2000원.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
구마라집이 번역한 한문본 ‘금강경’을 저본으로 다양한 판본을 참고해 문맥상·의미상 가장 적절한 한자와 어휘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정본 금강경’을 만들었다. 대강백 무비 스님과 조현춘 교수가 오랫동안 작업해오고 있는 ‘가사체 경전’ 작업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쉬우면서도 정확한 현대어로 전달하려는 번역 과정에서 싹튼 문제의식이 ‘정본 금강경’으로 재탄생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확한 ‘한문 금강경’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무비 스님·조현춘 공역, 운주사, 1만2000원.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
필자는 최근 특별한 책을 만났다. 그 책은 비구니스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열적인 활동을 한 효탄 스님(서울 심택사 주지)이 당신의 수행, 학문, 불사 등을 총 정리한 책인 ‘풍향집’(2권, 집옥재, 비매품)이다. 필자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연구하면서 수많은 스님들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고, 증언 자료집을 내고, 논문과 책을 펴냈다. 때문에 스님들이 펴낸 책(회고록, 일대기, 법문집, 수필)이 나오면 만사를 제쳐 놓고, 그 책을 구해서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효탄 스님의 ‘풍향집’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보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연을 맺도록 이끌어주고 신심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부처님성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도반HC가 출간한 ‘가자, 부처님 나라로’는 현직 군승이 군포교일선에서 장병들을 접하며 전법의 방편으로 삼을 만한 ‘책 한 권’을 고민한 결실이다.‘가자, 부처님 나라로’는 네팔에 자리한 룸비니부터 전정각산, 보드가야, 녹야원, 우루벨라마을, 영취산, 기원정사, 상카시아, 바이샬리, 날라다사원, 쿠시나가르까지 부처님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불교성지에 대한 소개를 담은 기행문이자 현장에서 띄우는 편지다. 편지라는 형식을 빌어
중국불교사상사의 출발점으로 손꼽히는 ‘조론’은 후진시대(384~417)를 살았던 승조 스님이 집필한 이래로 명나라 말기인 17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중국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승들과 현인들에 의해 시대를 달리하며 수십 편의 주석서가 쓰여졌다. 이는 ‘조론’이라는 한 권의 논서가 중국불교 역사와 사상, 철학 등에 두루 미친 방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동시에 후학들로서는 한 권의 논서를 향한 1300여년에 걸친 주석서들을 통해 각 시대별 불교의 변천과 함께 사회 전반의 사상과 철학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Dhamma, 法)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불교사에 있어 가장 유명한 재가불자를 손꼽으라면, 그 안에는 반드시 아쇼카대왕이 포함된다. 부처님 입멸 240여년 후인 기원전 304년 인도 마우리아 제국의 왕자로 태어난 아쇼카는 숱한 피바람을 일으키며 왕좌에 즉위했다. 이어 인도 전역을 최초로 통일하며 마우리아 제국의 전성기를 연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조론’은 ‘희대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승조 스님(僧肇, 384~414)의 저술이다. 승조 스님은 현장 스님(玄奘, 602~664)과 더불어 중국불교 역경사의 양대 산맥인 구마라집 법사의 역장에 참여하며 격의불교의 한계에 갇혀 있던 중국불교에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연 인물이다. 승조 스님은 ‘조론’을 통해 남북조시대 중국인들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도불교 공(空) 사상과 반야, 열반, 연기, 중도 등 불교의 핵심 개념들을 중국의 언어로 정의,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의 토대를 닦았다. ‘노자’ ‘장자’ ‘논어’ 등 중국인들에게
근현대 한국불교에서 잡지 ‘불교’가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했다. 1924년 7월 창간돼 1933년 7월까지 9년간 통권 108호가 발간된 ‘불교’는 일제강점기 간행된 대표적인 불교종합 잡지였다. 교리와 신앙 문제뿐만 아니라 불교 부흥 및 근대화 방안, 역경(譯經) 결과물, 불교문학 등 당대 불교계 동향과 인식을 보여준다. 만해 스님을 비롯해 권상로, 김태흡, 백성욱, 허영호, 장도환, 안진호 등 당대 불교지식인들의 활동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불교’지가 근대불교사 및 문화재 연구에 필수이고,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적인 이유도
사실인 팩트와 허구인 픽션을 합쳐 ‘팩션’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이 있다. 사실에 기반한 소설. 작가 유응오는 자신의 소설이 ‘팩션’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작품은 근대기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까지를 오가며 방대한 사실들을 취합하고 있다. 그 광활한 시공간 속에 등장하고 사라졌던 실존 인물들을 한 권의 책 속에 불러 모으기 위해 작가는 몇몇의 문고리들을 만들어 주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리는 제법 단단하고 정교해 ‘그 고리를 붙잡고 닫힌 문을 열어보라’고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소설 ‘
저자는 근현대 한일관계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교수 출신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제주 출신으로 17·18·19·20대 국회의원과 주일본대사를 역임한 강창일 동국대 석좌교수가 그동안 발표했던 연구 논문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어냈다.논문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본 대륙낭인의 한반도 침략 △근대 한일 간의 상호 인식 △일본의 조선 침략과 지배의 원리 △일제의 조선지배 정책 △중일 전쟁 이후 일제의 조선인 군사동원 △친일파의 형성과 해방 이후 재등장 △일본의 망언은 왜 계속되는가 등 모두 8
프랑스 르꼬르동블루에서 사찰음식 특강을 하는 등 사찰음식 전문가인 홍승 스님의 비건 레시피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환경을 위해 채식을 결심했지만 비싼 재료와 복잡한 조리법 때문에 실천이 어려웠던 이들을 위해 스님이 냉장고 속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비건 요리 149가지를 선보인다. 가지와 감자, 버섯, 두부 등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비건 요리와 김치, 장아찌, 국, 죽은 물론 수삼냉채와 연꽃구절판 등 특별한 손님을 위한 레시피도 소개한다. 재료 준비부터 요리하는 법, 요리할 때의 주의사항, 다양한 양념의 쓰임새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1991년 3월 정엄 스님은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동국대 선학과에 재학하면서 화엄학을 보다 깊이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스님은 화엄사상에 매료됐다. 돌이켜보면 1981년 해인사로 출가하면서부터인지도 몰랐다. 해인사는 신라시대 세워진 대표적인 화엄사찰의 하나였고, 은사 보광 스님과 선학과 교수였던 인환 스님도 자신을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었다.선학과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향한 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그해 9월 도쿄대학 대학원에 연구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운명의 스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엄학
사찰에서 기도는 일상적이다. ‘초하루기도’ ‘삼칠일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 ‘철야기도’ ‘관음기도’ ‘지장기도’ ‘다라니기도’ ‘방생기도’ 등 숱한 기도들이 있다. 그럼에도 기도는 종종 부정되거나 평가절하된다. 일부 스님과 불교학자들조차 “불교는 자력종교이고 수행의 종교이므로 빌고 바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라거나 “기도는 하근기 중생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낮잡아 말한다. 이러다 보니 불교 안에서 기도의 위상은 대단히 낮다. 그러면 기도는 불교가 아닌 걸까. 물론 그렇게 볼 수는 없다.“기도는 실천이지 이론이 아니다.
승가의 학인은 이제 막 불교에 입문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이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구도 원력과 신심이 있다. ‘초발심시 변정각’이라는 ‘화엄경’ 법성게의 말씀이 불가에서 널리 회자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초발심의 열기와 향기가 가득 스며들어 있는 학인스님들의 글을 엮은 이 책에서 느껴지는 밝고 당당한 에너지는 어쩌면 깨달음의 또 다른 이면일지 모른다. 해인사승가대학 작문 수업 시간에 과제로 제출한 원고를 정리해서 다시 엮은 것이다. “나는 왜 하필 스님이 되고 싶었을까.” 투박한듯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