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은 대승불교의 모든 사상을 선의 실천으로 정립한 선불교 성전이라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사상적 입장에서 말하자면 반야사상과 불성사상을 통합하여 선의 수행으로 전개하도록 새로운 선불교의 실천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선이라는 생활종교를 중국에 정착시킬 수 있는 사상적인 토대를 확실하게 제시한 선불교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선불교, 선어록 연구에 있어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본 스님이 증보판 ‘돈황본 육조단경’을 새롭게 펴냈다. 스님은 ‘육조단경’을 조사선을 중국의 대지에 정착시키고 아름다
일반인이 문화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관심만 갖추게 된다면 그것이 곧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문화재 복원과 보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소장하고 있던 ‘묘법연화경’ 보수 과정은 그러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문화재’란 선조들이 남긴 유산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문화재는 우리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문화 발전의 바탕이 되므로 원래 모습대로 잘 보존되어야 하며,
금둔사 조실이자 원로의원인 지허 스님이 태고종 제20세 종정으로 추대됐다. 만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6년 선암사에서 지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2년 전주 관음선원에서 묵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합천 해인사 용탑선원과 양산 통도사 극락선원, 통영 미래사 토굴 등에서 정진한 지허 스님은 고암, 경봉, 전강, 구산 스님 등 당대 선지식에게 법을 청하며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선암사로 돌아온 지허 스님은 도량 내에 토굴을 짓고 3년 동안 두문불출한 채 정진하며 선암사만의 독특한 선풍을 이어갔다. 태고총림 선암사
2019년 겨울에서 2020년 봄까지 위례의 아파트 건설 현장 부근에 비닐하우스 천막선원을 짓고 아홉 스님이 90일 동안 정진 수행을 감행했다. 수행의 목적은 선풍 진작과 온 세상 평화를 위한 결사였다. 다큐멘터리 ‘아홉 스님’은 90일 동안 동안거 천막 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의 수행 기록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해제된 이후 여러 스님의 인터뷰를 통해 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수행자의 소회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기록하고 복제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연출자의 고유한 시선이 피사체에 개입하고 카메라가 피사체를 통해 담
(재)선학원을 장기집권하고 여직원을 성추행한 성범죄로 오랫동안 논란의 한 가운데 섰던 법진 스님이 마침내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됐다.선학원은 7월13일 서울 부암동 하림각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20대 선학원 이사장에 송운 스님을 선출했다. 송운 스님의 임기는 9월18일부터 2024년 9월17일까지 4년이다.이사회에 앞서 올해 9월17일로 임기를 마치는 법진 스님이 선학원 이사장을 다시 맡을 것인지 큰 관심을 모았다. 법진 이사장이 4번째 연임을 강행하려 한다거나 꼭두각시 이사장을 내세워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결과적
정세균 총리가 7월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을 통한 감염사례가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해 감염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국민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종교시설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고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득력 없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방역 당국은 이미 오래 전에 ‘종교시설’이 아닌 ‘개신교 교회’를 대상으로 “국민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고위험시설로 지정”했어야 옳았다. 필요성을 인지
1999년 11월15일, 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정대 스님이 선출됐다. 이날 정대 스님은 선거인단 318명 중 307명이 참석한 가운데 166표(54%)를 획득했다. 134표(44%)를 얻은 지선 스님과는 32표차였다. 선거에 앞서 종단 안팎에서는 지선 스님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유력한 후보였던 고산 스님이 불출마한 데다 중앙종회 최대계파였던 ‘육화회(직지사단)’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중심으로 한 ‘일여회(훗날 무차회)’가 지선 스님 지지를 표명한 상태였다. 육화회와 일여회 소속 종회의원과 교구본사주지 60여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이 최근 제기된 논란과 관련해 감독기관인 경기도와 광주시청의 감사결과를 적극 수용하는 한편, 투명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 개선작업에 착수했다.나눔의집 이사회는 6월2일 서울 영화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감독기관 감사를 통해 밝혀진 운영미비와 관리부실 등에 관한 시정을 결의했다. 특히 후원금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시설과 법인의 업무를 분리하는 등 운영규정을 대폭 수정해 정상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정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무료양로시설’이라고 문구를 추가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이라는 법인
송나라 때 석상초원(石霜礎圓) 선사가 말씀했습니다.“백 척의 장대 끝에서 어떻게 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겠는가?”이런 질문을 예상한 것처럼 당나라 때 장사경잠(長沙景岑)선사는 미리 답변을 남겼습니다.“백척간두에 앉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진(眞)은 얻지 못함이라.백척간두에서 모름지기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시방세계(十方世界)에서 전신(全身)을 드러내리라.”임제종 석상초원 선사는 분양선소(汾陽善昭)의 법을 이었고 문하에 황룡혜남(黃龍慧南)과 양기방회(楊岐方會)를 배출한 대종장(大宗匠)입니다. 임제종의 황룡파와 양기파라는 두
지난 해 추석 이틀 전(9월11일)이었다. 남편은 정년퇴직 후 전원생활을 시작해 6년여를 시골생활 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올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 800여 평 농장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었다.그 날, 추석 전날 온다고 했었는데 웬일인지 전전날 오후 4시쯤 귀가해서는 소화가 안 된다며 누웠다. 동네 한의원에 가보라는 말에 선뜻 일어나 나간 지 한 시간 쯤 뒤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의원에서 집으로 오다가 쓰러졌는데 누군가 일으켜줘 벤치에 앉아있다고 했다. 마침 아들이 집에 있는 저녁시간이어서 먼저 뛰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때론 엄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기억만큼은 어디 가서 “저는 행복하게 자랐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손녀라면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순간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찾아오고 말았다. 내가 이제 막 고3 수험생이 된 3월의 봄이었다. 나는 그날 학교를 마치고 바로 할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갔고 할아버지께서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셨다. 할아버지 옆에 누워있던 나
2017년에 우리나라는 윤5월이 있었고 대만은 윤6월이 있었다. 그때 각 선방에서는 안거기간을 어떻게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대만은 그해 4개월간 안거를 했다. 올해도 윤4월이 있다. 바이러스 재난으로 변동이 생겼지만 정상적으로 한다면 하안거 중간에 윤달이 든 경우다. 부처님 당시에도 윤달이 있었다. 다만 우리처럼 몇 년에 한 번씩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국왕이 필요할 때 윤달을 만들어 공포하였다. 그러니까 코살라국은 윤달이 있고, 사위국은 윤달이 없을 수 있다. 율장에는 안거기간 중에 윤달이 포함된 경우 어떻게
2019년 11월11일, 9명의 스님들이 들어선 상월선원 철문이 굳게 닫혔다. “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며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서원한 스님들이었다. 그 누구라도 해제 전에 비상문을 박차고 나간다면 조계종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스님들이었다.위례 천막결사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그럴 만 했다. 불교증흥을 발원한 역대 선지식들이 사찰에서 결사를 결행한 적은 있었지만 도심 벌판에 천막법당을 짓고 결사를 단행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수국사 상월묵언 템플스테이를 통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함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김호준 스노보드 전 국가대표)“처음 묵언을 할 때 답답함이 앞섰지만, 말없이 명상을 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말의 소중함도 깨닫게 됐다.”(최보군,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지난겨울 9명 스님들이 위례 상월선원에서 90일간 정진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그땐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2박3일을 지내면서 스님들이 얼마나 힘든 수행을 하셨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 영광 불갑사 주지 만당, 시흥 법련사 주지 진명 스님이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위원이 됐다.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5월8일 서울 한국의집에서 무형문화재 위원을 위촉하고 위원 27명과 전문위원 37명으로 구성된 제3대 무형문화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신탁근 온양민속박물관 상임고문이 선출됐으며 부위원장은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최용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다.원명 스님은 전통예능 분야, 영광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은 전통지식 분야, 시흥 법련사 주지 진명 스님은 전통기술 분야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원명 스님은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면서 사찰 등 종교단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법보신문 보도와 관련해 “재난긴급생활비 제한 업종에서 종교단체는 빼겠다”고 밝혔다.서울시청 지역돌봄복지과 관계자는 5월7일 오후 “법보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부서 내부 논의를 통해 재난긴급생활비 사용제한 업종에서 종교단체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부논의를 거쳤고, 카드사에 통보를 할 예정”이라면서 “내주부터는 사찰 등 종교단체에서
2007년 여름, 티베트력 7월 그믐 한밤중 손전등을 켜고 데뿡사원 뒷산 언덕을 오르는데 주변은 온통 유럽 사람이었다. 여행 중 정보나 준비할 장비가 궁금하면 유럽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정답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여행에 있어서는 앞서가는 그들, 유목민의 후예다. 휴대용 손전등을 비추며 간신히 산길을 오르는 필자와 달리 그 친구들은 후레쉬 달린 모자를 쓰고 양손으로 스틱을 짚으니 달팽이가 원숭이를 보는 듯하였다. 산언덕이 무에 그리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티베트를 안 가본 사람이 하는 말이다. 해발 300~400m에서
‘대방광불화엄경’은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를 묘사하고 있어, 진리의 연꽃으로 불리는 ‘법화경’과 함께 대승경전의 쌍벽을 이루는 경전으로 불린다. 그리고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면서 도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경전의 마지막 ‘입법계품’은 ‘화엄경’의 가르침을 평이하고도 재미있게 펼쳐내고 있어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불교 경전의 꽃으로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은 이처럼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으로 꼽히고 있음에도,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일곱 곳, 아홉 차례에 걸쳐 설해진 경전의 내용이 깊고 오묘하
휘이익∼허허벌판을 휘몰아친 살찬 삭풍이 천막으로 둘러처진 상월선원(霜月禪院)을 흔들었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며 천막결사에 임한 스님들이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천명한 아홉 선객이다. 하루 14시간 정진 속 공양은 하루 한 끼. 90일 묵언정진 기간 동안 옷은 한 벌만 허용됐고, 삭발목욕·외부인 접촉도 금했다. 어떤 이유로든 수행 중 천막을 벗어난다는 건 정진을 포기했음이다. 스스로를 가둔 청규에서 혹한의 겨울 기운보다 매서운 불퇴전(不退轉)의 결기가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등산 봉정사(주지 도륜 스님)가 최근 단행본 ‘봉정사 가치와 기록’을 발간했다.경상북도와 안동시 지원으로 발간된 단행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지난해 7월 개최된 학술대회 성과를 종합하고 추가 원고를 수록해 제작됐다. 봉정사 관련 연구성과 점검과 향후 활용방안 모색 등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됐다.박순 전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센터 박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 안동과 봉정사’에서는 건축사 위주로 진행됐던 봉정사와 관련된 기존 연구의 외연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