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군주가 지배하던 고대 로마의 격언 가운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도 악법을 따라 기꺼이 독배를 마셨다. 그런데 정말 악법도 법일까?인도의 간디는 ‘악법은 악법’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야 할 법이 아니라 고쳐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다. 1928년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수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금세’를 신설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되며 영국에서 판매하는 소금만 유통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인도인이 ‘인도산 소금’을 만지기만 해도 엄하게 처벌했다. 이에 맞서 간디는 70여명의 인도인과 바닷가로 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조계종에 교육원, 포교원처럼 문화원이 필요하다. 작은 부서로 현 문화정책을 펼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문화부의 사업 규모에 비해 예산도 적고 인력도 부족하다. 문화부의 독립이 필요하다.”조계종 문화부의 중장기 핵심과제를 수립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부(部)에서 원(院)으로의 독립이 종법개정을 통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한국 불교문화 정책을 수립‧점검‧전개하는 수장의 주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4명의 문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신 냉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민주주의 동맹과 옛 공산세력인 중국·러시아라는 두 대척점이 형성되고 있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군사적 힘에 의지하며 전자의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세계는 군비를 확충하며 끝없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강대국들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리는 한반도는 이럴수록 중도와 중립의 외교정책으로 오히려 힘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주위에서는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된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 선에 대한 인간
장맛비가 참으로 괴팍하게 내리는 것 같다.장마철이 시작되면 물난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제비가 추녀 밑에서 날갯짓을 잠시 쉬었다가 언뜻 다시 펼쳐지는 파아란 하늘로 비행하는 풍경을 상상하기도 하고, 만해 스님의 시 ‘알 수 없어요’를 통해 그려지는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라는 서정을 기대해 보지만, 올해 장맛비는 다른 것 같다. 마치 숨 쉴 틈 없는 돌발 변수들이 돌출하는 현재 우리 정치판의 한 장면처럼 이번 장마는 근년과는 너무 다른 것
조계종 전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PD수첩 제작진과 출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법보신문이 최근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이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현응 스님 유흥주점 출입’과 관련한 2018년 PD수첩 방송내용은 침소봉대를 넘어 사실까지 왜곡했음을 알 수 있다. 편파‧왜곡 방송을 내보내고도 현응 스님의 주장을 한 번도 보도하지 않은 MBC에 대한 불교계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승호, 박성제 전현직 MBC 사장의 사과와 함께 당시 PD수첩 제작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져야 마땅한 중대한 사
6월8일 JTBC 수목 드라마 ‘인사이더’가 법당을 도박판으로, 스님을 도박꾼으로 묘사하며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불교계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JTBC와 제작사의 공개 참회, 해당 영상 삭제, 재방송 송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6월13일 드라마 관계자들이 조계종을 방문해 사과했고 방송을 통해 사과문을 송출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불교계의 체계적이고 발 빠른 대처에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돌아보면 영화와 TV드라마 등에서 불교는 자주 등장했다. ‘달마야 놀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도깨비’ ‘나의 아저씨’
JTBC가 지난 6월8일 새 드라마 ‘인사이더’를 선보이면서 사찰 법당에서 스님과 여러 도박꾼들이 거액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장면을 길게 방영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TV방송 드라마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십수 년 전부터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면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겨울연가 촬영지에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라오스·캄보디아 오지에서 TV로 이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2017년 이란 여행 때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년여 간 코로나로 겪은 어려움이 이제는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 급격한 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 등 힘든 시기를 예고하는 뉴스뿐이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겨하는 짜장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실감하며, 경유값이 부담돼 출항을 포기했다는 고등어선단의 이야기는 우리의 친척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불안한 것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준 풍경소리의 ‘포교 게시판’이 전면 교체된다. 올해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년에 걸쳐 서울 수도권을 비롯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780곳 역사의 2547개 ‘포교 게시판’의 액자와 내용을 새롭게 바꾼다. 1999년 시작했으니 23년 만에 새 단장 하는 불사인데 어떤 글과 말씀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 기대된다.지하철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무료함을 견디다 글 판을 발견하고 무심코 읽던 시민들은 한 발 더 다가가 지긋이 바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한 많은 수행법,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라 부르는 수행법들이 알려지고 있다. 서구에도 큰 열풍이 불 정도로 그 수행법은 현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한 수행법들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한 비판 또한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가 현대적 마음챙김 명상이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며 신자본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학 졸업 뒤 1990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였다. 그 시절 종단은 직원의 수도 적었고, 사업 종류와 규모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종법과 제도가 미비했다. 그렇다 보니 이웃 종교들이 복지 시설 운영과 여러 복지사업으로 지역 단위의 종교 활동을 펼칠 때, 불교가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사찰의 담벼락은 그야말로 높아 보였다. ‘종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역할은 무엇일
2012년 8월27일 출범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가 한 달 후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최대 성과는 무엇일까? 10년 동안 보여준 진정성에서 꽃피운 신뢰라고 본다. 사회 시민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사노위가 축적해 온 신뢰는 지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불교 위상 격상에 한정된 게 아니라 사회변화를 도모하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노사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건 이명박 정부 때다. 계층 간 분열에 비정규직 차별까지 더해지며 사회는 크게 요동쳤다. 이명박 정부 4년 차와 맞
거실 탁자 위에 낯선 봉투 두 개가 놓여 있다. 발송인은 동부경찰서이고 수취인은 내 이름이다. 놀라서 뜯어보니 제목이 길었다. ‘위반 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같은 장소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한꺼번에 통보한 일종의 내용증명서였다.서너 달 사이에 벌써 대여섯 번째다. 위반 장소와 시간이 무미한 건조체로 적혀 있고, 아래 칸에는 벌금 액수가 볼썽사납게 박혀 있었다. 원인 제공의 현장은 바로 그때 그 자리였다. 남산 2호 터널을 나오자마자 녹사평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하차도 입구까지
우리는 흔히 ‘이상적 세상’ 또는 ‘이상향’을 표현하는 말로 ‘유토피아’를 자주 사용한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는 1516년 토마스 모어의 공상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였다. 고전 그리스어 ‘아니다/없다’라는 뜻의 ‘not’과 장소를 뜻하는 ‘place’를 조합하여 ‘없는 곳’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이다. 이런 뜻의 단어가 이상적 세상을 상징하는 말로 되는 데에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로 ‘유토피아 섬’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소설인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율도국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 ‘종교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6.3%가 불교에 호감이 있다고 답했다. 천주교(65.4%)와 개신교(25.3%)가 뒤를 이었다. 각 종교를 상징하는 이미지 단어 분석도 진행했는데 불교는 ‘포용’ ‘상생’이, 천주교는 ‘도덕’ ‘헌신’이 핵심 단어로 꼽혔다. 반면 개신교를 대표하는 핵심 단어는 ‘배타’였고 주변 단어로는 ‘물질적인’ ‘이기적인’ ‘위선적인’ ‘세속적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로 나타났다.
불교문화 전반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가 2020년 5월28일 밤 세연을 마쳤다. 그리고 홍 교수의 2주기였던 지난 달 추모집 ‘연사회상의 인연 그 참다운 동행’(집옥재)이 비매품으로 발간됐다. 고인이 생전에 쓴 글과 인연 있는 이들의 추모글을 엮어낸 책이다. 서문은 간행위원장을 맡은 제자 한상길 동국대 교수가 썼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추모집 간행을 발의했고 처음엔 제자들 모임인 연사회(蓮史會) 회원들 글만 실으려 했지만 선생님은 우리들 만의 선생님이 아니었다.”추모집에 실린 글은 모두 86편. 분량은 50
코로나에 걸릴까봐 오는 것도 가는 것도 꺼려지던 시절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났다. 지나는 길에 사찰에 들려 예불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특별함으로 오는 여행이었다. 무작정 들렸던 주지스님의 방에 ‘休(휴), 억지로라도 쉬어가소’라는 글귀가 마음에 훅하니 들어왔다. 진심을 다해 객을 맞아주었던 스님의 환대에 오래 전 소임 시절 객들을 귀찮아하던 속 좁은 마음을 반성했다. 옛 기억 속에 쥐꼬리 같기도, 뱀이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했던 미시령 옛길을 새벽에 트래킹 했다. 미시령에서 바라본 울산바위가 여명을 받아 깨어나고 있었다. 이
12시간 동안 벌어진 추격과 역전의 드라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 모두를 꼬박 밤새우게 했다. 결국 6월2일 오전 7시 경기도지사 경선 결과를 끝으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우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려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사의 말을, 당선인에게는 축하의 말은 전한다.대승불교에서는 수행과 정치를 통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목적은 ‘요익중생(饒益衆生)’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고, 정치인의 목표가 되야 한다는 의미다. 당선인들께서는 선거에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지
‘청와대 불상 훼손’ 사건과 관련해 개신교 보수성향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회의 류영모 대표회장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했다. 책임의 무게가 실린 ‘사과’와는 다소 결이 다른 ‘유감’이지만 개신교 단체의 대표가 불교계 대표에게 직접 표명한 것이기에 의미 있다. 더욱이 대통령과 함께 각 종교계의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언급한 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다만 편협한 종교관을 가진 개신교인들의 ‘불상 훼손’ ‘사찰방화’ 등을 근절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을 제시하거나 약속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불교계를 향한 개신교계의 혐오범죄가 심각한 지경에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가 최근 문화재 지정 번호 폐지 전까지 국보 제83호(1962-2)로 불린 반가사유상의 휜 엄지발가락이 불상의 모델이 된 승려가 맨발로 걸어 다닌 결과 실제로 발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반가사유상 엄지발가락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규항 전 KBS 아나운서실장(83)이 5월30일 법보신문에 보내온 기고를 통해 83호 반가사유상의 ‘반가부좌 자세’와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중도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1년 KBS에 입사해 35년간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씨름·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