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세탁된 옷을 바로 잡다가 우연히 꼬리표를 보게 됐다. Made In India, 글자를 보자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인도 풍경이 그려졌다.인도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오라투팔라얌 댐이 먼저 떠오른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는 노이얄 강을 막은 오라투팔라얌 댐이 있다. 댐에 갇힌 노이얄 강물은 우리나라 4대강이 보로 물을 가둬서 생긴 녹조처럼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오염은 이 노이얄 강 서쪽으로 약 32km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 의류산업도시인 티루푸르가 있기 때문이다. 의류공장에서 쏟아져 나오
15일 대구에 강의 차 다녀왔다. 동대구역에 내리자 숨이 턱 막혀왔다. 기온이 섭씨 37도를 치닫고 있었다. 지구가 끓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얼른 폭염을 피해 시원한 곳으로 서둘러갔다. 강의가 하필 더위가 정점을 찍는 오후 2시인지라 에어컨으로 미리 실내를 식혀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은 강의실로 들어서며 시원하지 않다며 에어컨 온도를 낮춰 달라 요구했다. 사람들의 요구에 25도로 맞춰진 온도는 21도로 내려갔다. 시원함에 대해 몸이 기억하는 온도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7일 오전 11시
모두 가라앉고 겨우 한 뼘 남은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산사태로 흘러내린 황토가 덮친 철로, 도로 표지판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뉴스 화면에 비춰졌다. 큰 댐이 붕괴되어 물바다가 된 듯한 풍경이었다. 세계 최고 방재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이 물 폭탄을 맞았다. 최고 1.8미터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7월10일 오전까지 알려진 사망자만 110여명에 이른다. 실종자를 포함하면 거의 200명 가까운 인명피해를 냈다.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훨씬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침수된 가옥이며 도로 등 인프라 피해도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물건이 있다. 필요한 물건과 필요를 만드는 물건! 어떤 게 필요한 물건이고 필요를 만드는 물건이란 또 무엇일까? 요즘처럼 물건이 홍수인 시대에 이 두 종류 물건에 대한 성찰은 매우 절실하다. 안경의 발명은 단순히 밝은 세상을 선물한 것을 넘어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가능케 했다. 시력이 낮은 이들에게 안경은 심지어 또 하나의 눈이 됐다.빨랫줄과 집게 역시 매우 필요한 물건이다. 만약 이 둘이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일상은 매우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빨랫줄은 좁은 공간을 몇 배나 늘려줬다. 그 덕에 제법
요새 먼 나라 얘기만 같던 ‘난민’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자기 나라 밖에 있으며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 받을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1985년 당시 공산화된 베트남을 탈출해 망망대해를 떠돌던 수많은 보트피플이 있었다. 많은 배들은 보트피플이 의지한 목선을 그저 지나쳐갈 뿐 구원의 손길은 아쉽기만 했다. 참치 잡이를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던 광명호는 남중국해상에서 보트피플을 태운 배 한척을 발견했다. 전제용 선장은
갑자기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껴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근육의 힘을 기르지 않는다면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질 거라 했다. 결국 꾸준한 운동이라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돌아왔다. 그 무렵부터 동네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3월 중순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숨이 턱에 차도록 헉헉 거리며 올라갔다 내려오면 얼추 한 시간쯤 걸렸다.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엔 내 건강을 위해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낯설던 풍경이 익숙해지자 자연물이 하나씩 확대되어 다가왔다. 늘 같은 코스를 걷지만 어떤 날은 잎사귀가 어떤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이 모여 나무 한그루를 품었다. 그리고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이 그 뿌리를 촉촉이 적셨다.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며 두 정상이 함께 소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4월에 남북이 만난데 이어 6월12일에는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장 통일이 아니어도 일단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놨는데 북미 회담을 지켜보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오명을 벗어던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 길이 다소 험난하더라도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
늘 허약한 아이가 잠이라도 좋은 침대에서 자면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었다는 어느 부모의 사연이 안타깝다. 아이 건강에 좋을 거라는 믿음으로 비싸게 구입한 침대가 오히려 아이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 꼴이 되었으니 그 부모는 두고두고 자책을 하게 될 것 같다. 음이온이 나오고 원적외선, 항균 등의 기능이 있다는 말만 믿고 구입했던 침대에서 방사능을 내뿜는 라돈이 검출되었다. 그것도 기준치를 적어도 10배 이상이나 초과해서 말이다. 라돈은 무색·무취한 기체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세계보건기구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 이들 손에 1회용 음료수 컵이 들려있다.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뒤에도 우리 일상에서 달라진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물건의 비닐 포장도 여전하고 날이 더워지니 생수병을 휴대하고 다니는 이들을 어렵잖게 만나게 된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의식 안에 이 지구가 하나뿐인 우리의 집이라는 생각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1회용품 사용에 조금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면 지구를 혹사시켜도 이주해 갈 행성 몇 개쯤 지니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최근 1회용 플라스틱 컵뿐
우리 집에서 설탕을 마스코바도로 바꾼 지는 꽤 된다. 마스코바도는 정제하지 않은 설탕을 부르는 고유명사다. 필리핀 네그로스 섬에서 사탕수수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스코바도란 이름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졌다.필리핀서 시작된 설탕 공정무역소비하면 농민위한 후원금 적립농민자립 도움주는 선순환 투자조금 비싸지만 상생위한 최선책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내가 500g 짜리 마스코바도 한 봉지를 사면 네그로스 섬 주민을 위한 후원금 100원이 적립된다. 이 돈이 모여서 네그로스 주민들에게 낮은 이자로 소액 대출
얼마나 감동이었냐고 묻는다면 보고 또 봐도 좋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일간지는 펼친 면 전체에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사진을 꽉 차게 실었다. 적어도 그만큼의 감동이었다. 판문점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루 종일 지켜봤다. 그날은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으니까.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던 때가 바로 얼마 전 일이다.북한, 람사르협약 170번째 회원국문덕·라선 철새보호구역 승인예정식생조사 위한 국제학술교류
이른 아침 동네 산에 올랐다. 산 초입에서부터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고는 며칠 전 내린 비를 떠올렸다. 산이 성큼 다가온 것 같고 산색이 더욱 짙어진 것 같더니 봄비의 작품이었던 게다. 일 년에 고작 몇 번 그것도 여름 장마 이후에나 있음직한 풍경을 봄에 만나게 될 줄이야. 평소엔 크고 작은 바위만이 뒹굴던 계곡 군데군데에 작은 폭포를 이룬 곳이 꽤 됐다. 설악산 비룡폭포가 부럽지 않았다. 올 봄엔 예년에 비해 비 소식이 잦다. 충분치 않다 해도 어느 정도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뿌옇던 대기를
큰유리새가 도착했다.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 찾아봤더니 큰유리새였다. 여름철새가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하나보다. 이제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품고 키우느라 바쁜 새들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짙은 코발트빛이 도는 큰유리새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소리도 무척 아름답다. 갖가지 연둣빛으로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지는 봄 산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한가롭게 지저귀는 큰유리새를 보고 있자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경배의 마음이 인다. 그 경배의 마음에 이 아름다운 자연이 일곱 세대
요사이 우리 집 베란다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빨래 대신 각종 비닐봉투들이 건조대에 걸려있다. 얼마 전 비닐쓰레기 대란 이후 우리 아파트는 비닐봉지에 묻은 이물질을 깨끗이 씻고 말려서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비닐봉지에 붙어 있는 종이 스티커 등도 말끔히 떼어낸 뒤 분리배출 해야 한다.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면 버리는 입장에서야 간단하지만 종량제봉투가 물건이 가야 할 끝은 아니다.송유관 파열·유조선 침몰 등원유 유출사고 잇달아 발생해양생물 살 수 없는 지옥돼무수한 관계의 연결 인식해야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몇 백 년이
지난 주말 동네 뒷산에 다녀오며 쓰레기를 한 무더기 주워왔다. 둘레길 중간쯤에 있는 한 바위 위에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그리고 뭔가를 담았던 포장들에다 먹다 남긴 음식물들이 버려져있었다. 마치 잠깐 자리를 뜬 모양새였는데 눈살을 찌푸리다가 같이 간 아이에게 우리가 가져가서 버리자고 했다. 아이는 선뜻 줍기를 망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더럽다는 생각을 당연히 할 만큼 먹다 남긴 음식물이 비위를 상하게 했다. 말을 꺼낸 책임을 져야 했으니 내가 솔선할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이 먹어도 상관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낙엽 아래 묻어두
우리 집 식탁 위는 봄이 한창이다. 얼마 전 산행하다 들른 한 사찰에서 가지치기하느라 바닥에 흩어져있던 산수유 가지 하나를 주워왔다. 꽃눈이 살짝 벌어지며 노란 색이 언뜻언뜻 보였기 때문이다. 물 컵에 꽂아 식탁 위에 두었더니 기대했던 대로 꽃눈이 활짝 열리면서 노오란 꽃들이 쏟아져 나왔다.봄 되자 등산객들로 붐비는 산음식 관련 쓰레기도 함께 늘어산 속 생명엔 작은 양도 치명적남은 음식물 반드시 되가져와야산수유 꽃은 한 송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꽃송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꽃이 우산살이 퍼지듯 달렸다고 해서 산형화서 또는 우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한 선배는 3월 하고도 중순을 넘어섰는데도 계속되는 눈 폭풍 때문에 눈 치우느라 너무 힘들다고 했다. 봄눈이라 절로 녹지 않겠냐고 했더니 눈이 그치고 몇 시간 내로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단다. 법이란 게 때로는 정상참작 내지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지구의 기상이변은 지난 겨울 동안의 혹한에 이어 며칠 전 춘분에 내린 눈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이렇듯 날씨가 잦은 변덕을 부리니 예측이 어려워지고 하늘을 살펴야 하는 농사일은 점점 힘들 수밖에 없다.의식
며칠 전 주말 저녁이었다. 식구들이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큰 아이가 쌈을 싸려던 상추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동물 종 99%가 달팽이 크기 이하벌레는 끊임없이 지구 비옥케 해인간 출현 훨씬 전부터 지구 살아식구들 눈이 일제히 그 상추 위로 쏠렸고 거기엔 작은 민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다. 달팽이도 놀랐는지 몸을 웅크려서 몸길이가 1센티미터나 될까 싶었다. 모르고 그냥 상추를 먹었으면 어쩔 뻔 했냐며 우리는 안도했다. 작은 아이는 다른 상추 잎을 뒤적이며 또 있을지 모를 달팽이를 찾았다. 우리 눈에 띈 건 결국 한 마리였
얼마 전 양산에 있는 통도사엘 다녀왔다. 마침 정월대보름에다 동안거 해제가 있던 날이라 주차장부터 사람들로 분주했다.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옆 개울물은 돌돌거리며 흐르는데 봄볕에 반짝이는 윤슬이 아름다웠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경내로 들어서서 좀 걷다보니 사람들로 유난히 북적이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무렵 통도사의 핫스폿이라 불리는 영각 앞 홍매화나무였다. 수령이 370여 년쯤 되었다는 나무의 자태는 웅성거리는 사람들 너머로 배경처럼 보였다. 가까이에서 쳐다보니 많은 꽃봉오리 사이로 드물게 만개한 꽃이 언뜻언뜻
만물이 겨울잠을 털고 반짝 눈 뜨는 경칩이다. 이미 남녘에는 봄까치꽃이 하나 둘 꽃망울 터트리며 양지바른 들판을 쪽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따스한 기운을 따라 노랑 양지꽃이 괭이눈이 또 바닥을 점점이 채워갈 것이다. 큰 나무들이 잎을 내고 우거지기 전에 얼른 한 살이를 마치려는 야생화들의 바지런함이 반갑다. 바람결마저 가볍고 부드럽다. 창밖을 내다보니 앞산이 한결 유순하게 느껴진다. 둔탁하고 무겁던 겨울 껍질을 벗고 있는 중인가보다. 저 숲에 나무들은 지금쯤 열심히 물을 빨아올리며 꽃눈을 잎눈을 부풀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