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似而非)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가짜”라는 의미다. 그러나 사이비의 의미가 ‘가짜’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속여 정신을 홀리고 어지럽게 한다는 의미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따라붙는다. 특히 사이비 종교에 의한 피해는 엽기적이다. 신을 앞세워 재산을 강탈하고 목숨을 빼앗는 경우는 약과에 속한다. 역사적으로 마녀나 이교도라는 낙인을 찍어 무수하게 많은 살해를 사주하기도 했다.이제는 미신과 사이비를 구분할 만큼 지성은 성숙해지고, 과학은 발전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유령은 끈질기게 우리 곁을 배회하
고향 천변에는 박쥐가 많았다. 저녁이 되면 박쥐들이 떼로 날았다. 아이들은 어두워지면 장대를 흔들었다. 장대에 부딪친 박쥐가 땅에 떨어지면 한약방에 팔았다. 한약방 할아버지는 약으로 쓴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박쥐를 본적이 없다.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마찬가지다.기억 속 박쥐가 소환된 것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후베이성은 전염을 막기 위해 원천 봉쇄됐고,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문제는 진원지로 박쥐가 의심되면서 중국인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생명을 함께 공유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새라는 뜻이다. 경전에는 두 머리 중 한 머리에 샘을 낸 다른 머리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가 함께 죽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배려와 협력을 통해 공존의 삶을 살지 않으면 결국 공멸한다는 가르침이다.오는 4월20일 총선이 있다. 여와 야로 갈린 정치권은 피 튀기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삭발과 단식, 농성, 거리 시위 등 대화와 협치는 사라지고 험한 말과 물리적 충돌로 포연이 자욱하다.이런 살풍경에 근심을
호주 산불이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은 무서운 기세로 호주의 숲을 태우고 있다. 한국국토 크기의 숲이 재로 변했다. 화재로 타 죽은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이 무려 5억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호주의 참상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숲과 마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동물들의 참혹한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불을 피해 도망치다 가로 막힌 철조망을 부여잡고 선채로 타죽은 캥거루의 비참한 사진은 호주 산불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호주
2019년 한해가 진다. 지나가는 해의 끝은 스산하다. 바람에 휩쓸린 길거리 마른 잎사귀처럼 잘한 일보다는 못한 일이, 기쁨보다는 후회가 먼저 떠오른다. 이럴 때 떠오르는 선구가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선사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보름날 운문선사가 대중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그대들에게 지나간 15일 전의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서 한마디씩 해 보라.” 그리고는 대중들의 대답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벽암록’이라는 불멸의 선어
촛불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들어선 정부가 현 문재인 정부다. 그래서 ‘촛불정부’라 부르는 이들도 많다. 이런 국민적인 열망에 화답하듯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평등과 분배를 우선순위에 두고 인권과 노동, 복지를 유독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출범 2년6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2억5000만원이 상승했고, 전국의 땅값은 2000조원이 올랐다. 정부를 믿고 주택구입을 미뤘던 서민들에게는 악몽이 됐다.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 값에
정치와 종교를 구분 못하는 덜 떨어진 정치인들이 많다. 김진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치를 선교의 도구로 전락시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인물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미 ‘반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2017년 11월, 종교인 과세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자 김 의원은 느닷없이 이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입법예고 된 시행령마저도 조세형평성에 크게 미달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김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
단식(斷食)이 유행이다. 과거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단식을 했지만, 지금은 너무 먹어 단식을 한다. 간헐적 단식, 정기적 단식이니 하는 단식 프로그램도 많고, 여기저기 단식원이 갈수록 성업 중이다.단식하면 떠오르는 3명의 인물이 있다. 부처님과 구한말 최익현, 자연주의적인 삶과 존엄한 죽음으로 유명한 스콧니어링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루기 전 6년간 고행했다. 음식을 최소화하다 나중에는 아예 곡기를 끊어버리는 혹독한 수행이었다. 당시의 부처님 모습을 조각한 것이 고행상이다.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의 고행상은 앙상한 갈비뼈와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 당일 전날보다 기온이 무려 6℃가 떨어져, 서울 기준 영하 3℃를 기록했다. 수능한파의 속설이 증명됐다. 대입학력고사든 수능이든 포근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수능을 생각하면 시험장 들어간 자식을 기다리며 혹한에 꽁꽁 언 손을 모으고, 교문 앞에서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그래서 수능한파는 매년 변함없이 되풀이 되는 하나의 절기처럼 인식되기도 한다.그러나 수능한파는 사실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입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대체된 1993년부터 올해까지 총 26회의 수
찬바람이 인다. 가을이 끝을 향해 달린다. 산천을 물들였던 찬란한 계절은 곧 낙엽으로 떨어져 흙바닥을 뒹굴게 될 것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성어가 있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다. 풀이하면 온몸으로 가을바람을 맞게 된다는 의미인데, 속뜻은 본래 자신, 즉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깨우침이다.벽암록 27칙에 나오는 화두로, 한 스님이 묻는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 스님이 답한다. “체로금풍이다.” 나무를 가렸던 무성했던 잎과 꽃들이 가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나면 나무의 몸통이 드러난다. 몸통이 드러나는 것으로
기도가 없는 종교는 없다. 종교마다 기도에 대한 개념은 다르더라도 기도는 그 종교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천이다. 특히 유일신을 따르는 종교일수록 기도는 가장 소중한 종교적 행위이다. 기도는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기도를 통해 신의 은총을 구하거나, 뜻한 바가 이뤄지기를 갈구한다.기도는 불교에서도 중요하다. 관음기도, 지장기도, 참회, 축원, 발원문 등 수많은 기도들이 존재한다. 특히 아미타불을 따르는 정토신앙에서 기도는 수행의 시작과 끝이다. 모든 기도가 자신의 정화로부터 시작되듯이 참회와 발원,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
우리말 가운데 불교에서 온 용어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 하나가 아수라장(阿修羅場)이다. 악신인 아수라가 하늘의 신인 제석천(帝釋天)과 싸운 마당이라는 뜻인데 난장판이라는 의미다.요즘 개신교의 상황을 보면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정치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사랑의교회가 일반도로를 점용해 예배당을 지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취소 판결했다. 담임목사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교회바닥에 휘발유까지 뿌려가며 극한분쟁을 겪었던 사랑의교회는 2010년 서초구청의 비호아래 공
일본인이 노벨과학상 수상자에 포함되면서 일본은 역대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5위의 업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24명 중 18명이 지방대 출신이다. 수도권 대학의 3배나 많은 수치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듯이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의 특성이 발현됐다는 주장과 함께 각 지역 중심의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대학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계절은 가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데 여름 손님인 태풍이 연달아 우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태풍은 횟수도 횟수지만 강한 바람과 폭우로 물적 피해는 물론 사망자까지 속출해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올해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은 모두 7개. 태풍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태풍의 영향을 받은 1959년과 같은 수치다. 그런데 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니, 이제 신기록 수립만이 남게 됐다.한반도에 태풍이 잦은 것은 온난화 때문이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필리핀 해상의 온도가 가을이 되면 낮아져야 하는데, 온난화로 수온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프랑스는 독일나치를 몰아내자 국가반역자 청산에 착수했다. 4년에 불과한 침탈이었지만 청산은 6년간 이어졌다. 200만명을 조사했고 6766명을 사형 선고했다. 이외에도 30만명에 이르는 부역자들에게 죄를 물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은 대상은 부역언론인과 지식인들이었다. 민족의 혼과 정신을 팔아 국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온건했다. 노르웨이는 10만명당 1656명, 네덜란드는 10만명당 1250명을 처벌했다. 100명중 1명 이상이 처벌을 받을 만큼 유럽의
정치권에 삭발(制饔)열풍이 불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소위 보수정치인들의 삭발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삭발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면서 삭발의 의미가 희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삭발하면 국민들은 불교를 떠올린다. 불교는 삭발의 종교다. 삭발은 출가정신의 상징이다. 출가수행자가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모두 깎는 것은 번뇌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단호한 결기의 표현이다. 불가에서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삭발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딸의 신상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어고와 명문대 입학,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까지 서민들에겐 꿈같은 배움의 과정이 비판의 핵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아버지가 장관 후보라고 20대 젊은이의 삶을 이토록 망가뜨려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인다.조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있는 집 자식들에겐 꽃길을 열어주는 대신 서민의 자식들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현 교육제도이다. 있는 집 아이들만이 가능한 스펙을 요구하고 이를
대학시절 수행이 깊은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폭설이 쏟아지던 한겨울, 텐트와 침낭을 들고 소백산에 들어가 49일 만에 깨달음을 얻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시절이었다. 수행에 조금 진척이 있어 대학을 완전히 접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말씀이 돌아왔다. “수행은 호구지책이 될 수는 없다. 먹고사는 것은 노동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날로 대학에 복귀했다. 수행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환상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됐다.그러나 이런 환상은 여전히 한국불교를 휩쓸고 있다. 깨달음만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라는 황당한 기대감
한‧일간의 경제전쟁 와중에 주목받는 종교단체가 있다. 한국SGI(창가학회)이다. 일본 스님인 니치렌(日蓮)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단체로 1975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350개의 문화원을 설립하고 150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흔히 ‘나무묘법연화경’의 일본식 발음인 ‘남묘호렌겟교’를 주문처럼 염송해 ‘남묘호렌겟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SGI는 니치렌 스님을 신성시하고 만다라 안에 일본의 시조신과 장수가 함께 들어있다는 이유로 대표적 왜색불교로 비판받아왔다.이런 한국SGI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아베 내각과 연정을 꾸리고
명성교회의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교단 재판국이 교회 부자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보편적 상식이 통하는 곳이었다면 세습이라는 유령이 21세기 대한민국을 활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명성교회 사태로 한국교회의 세습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143곳에서 교회 대물림과 세습이 이뤄졌다. 특히 이들 교회 중 79%인 113곳이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교회였다. 시골의 가난한 교회에서의 세습은 0%였다.교회세습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