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수·보현수·지식수·관음송 등 불교적으로 승화된 나무 등장 지통은 나무 밑에서 계를 받고 원효 기리는 소나무 관음송으로 불려 ▲800년 수령의 포항 보경사 회화나무. ‘삼국유사’에는 신성한 나무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보양(寶壤)과 배나무, 그리고 낭지승운(朗智乘雲) 보현수(普賢樹)는 제목에까지 나무가 강조된 경우다. 이외에도 신단수, 관음송, 지식수, 사라수 등 신성한 나무들이 있었고, 여러 나무들이 이룬 숲이 신성한 장소로 된 경우도 있었다. 문잉림(文仍林) 신유림(神遊林) 천경림(天鏡林) 등이 그렇다. 먼 옛날 태백산 꼭대기에는 신단수(神檀樹)라는 나무가 있었다. 하늘에서 환웅(桓雄)이 처음 이 세상으
계집종 욱면 염불하다가하늘소리 듣고 서방정토 추위 속 산모 구한 스님하늘서 왕사 책봉 명령 ▲ 자장 스님은 이곳 평창 월정사에서 “자기 홀로 착하기보다 바다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두루 구제함이 낫다”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고 ‘오대산월정사사적’에 기록돼 있다. 월정사 제공 신라 사람들은 가끔 천창(天唱)을 들었다고 한다. 천창은 하늘의 외침이고 하늘이 일깨워 주는 소리다. 또한 가끔 천악(天樂)이 들렸다고 한다. 천악은 하늘의 음악이다. 하늘의 소리와 하늘의 음악, 그것은 하늘을 향해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의 뜻을 눈치 채지 않고는 하늘의 소리를 듣
출가를 권유하는 지혜로운 까치·까마귀 등장탑돌이 하다 호랑이 처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신중탱화 속 우두나찰. ‘삼국유사’에는 흥덕왕과 앵무새, 그리고 김현감호(金現感虎) 등의 항목이 있다. 이처럼 ‘삼국유사’에는 제목에까지 동물이 등장한다. 신라 42대 흥덕왕은 826년 10월에 왕위에 올랐다. 그 무렵 당나라에 갔던 사신이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왔다. 얼마 안 되어 암컷이 죽자 수컷이 슬프게 울었다. 왕은 앵무새 앞에 거울을 갖다 놓게 했다. 앵무새는 거울에 비친 그림자를 짝인 줄 알고 거울을 쪼다가 그림자임을 알고는 슬프게 울다가 죽었다. 이에 왕은 노래를 지었지만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흥덕왕이 즉위한
정법에 의한 통치로 이상국가 구현역사상 인도의 아쇼카왕이 대표적 고구려·백제·신라 불교식 왕호 사용성왕·흥륜사도 전륜성왕서 따온 말 ▲불교사에서 전륜성왕으로 부각된 인물이 아쇼카왕이다. 사진은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의 아쇼카 석주. 불교를 수용한 삼국은 불교의 종교적 신성을 빌려서 국왕의 권위를 더욱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정치이념인 전륜성왕사상을 각각 받아들여 각국의 정치에 적용하고 있었다. 전륜성왕(轉輪聖王)은 정법(正法)에 의한 통치로 이 세상에 이상국가를 실현한다는 제왕이다. 전륜성왕은 세간적인 존재로 출세간의 붓다와 상대적 위치에 있다. 전륜성왕은 32상(相)을 갖추고, 칠보(七寶)를 지니고 있으며
견당사소식 기다리는 왕에게죽은 신하 혼령 함께 나타나당나라 백제 정벌 계획 알려 ▲무월랑은 잉어를 통해 사랑했던 처녀의 소식을 전해들었고, 경주 선도산 성모 사서는 중국 황제인 아버지에게 소리개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사진은 선도산 마애삼존불. 현대 문명의 여러 발전 중에서도 통신의 발전은 혁명적이라고 하겠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통화는 물론이고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발전 아닌가. 옛날 사람들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할 필요는 있었고, 이 때문에 어떻게 빨리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신라의 무열왕은 6년(659) 4월에 백제를 공
신령한 돌 이야기 모아독립된 항목으로 기록 사찰의 창건 설화부터법문 듣는 불제자까지 돌은 아무 말이 없다. 밟히고 차여도 말이 없다. 그래도 돌은 굳고 단단하며 변함이 없다. 돌도 의미가 있다. 물론 돌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사람이다. ‘삼국유사’에는 돌과 관련된 여러 설화가 전한다. 돌 이야기를 하나의 독립된 항목으로 기록한 경우도 있는데, 가섭불연좌석(迦葉佛宴座石)조의 경우다. 무심한 돌이라도 그 돌에 불상을 새기면, 그 돌은 부처님으로 변한다. 불상이 새겨진 돌은 이미 돌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귀의와 숭배를 받는 부처님인 것이다. 죽령(竹嶺) 동쪽 백 리 가량 되는 상주에 사불산(四佛山)이 있다. 이 산에 진평왕 9년(587)에 갑자기 큰 돌이 하나 나타났는데 사면이 한 길이나 되었다.
가람이 들어 선 자리는동·식물이 예견한 성소 신묘한 예시 강조해사찰에 신성성 부여 ▲낙산사 홍련암은 의상 스님의 꿈에 현신한 관음보살이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난 자리에 정사를 세우라”고 알려 주어 창건되었다. 성스러운 공간은 세속적인 공간과는 구분된다. 가람은 성소(聖所)다. 가람에는 금당이 건립되고 금당에는 불상을 봉안한다. 그리고 금당 앞에는 탑을 세우고 탑 속에는 불사리를 봉안한다. 이 밖에도 가람에는 강당 등 여러 건물을 세운다. 이렇게 건립되는 가람은 주변의 세속적인 공간과는 달리 성스러운 장소가 되는 것이다. 원래는 세속적인 장소였지만 가람이 건립됨으로서 그 장소는 성스러
‘유사’에 등장한 고승들은초인적 도력 갖춘 영웅들 미래에 닥칠 일 예견부터자신의 방 날려 옮기기도 ▲7세기 전반 백제 무왕 때의 지명법사는 신통한 도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었고, 이곳에 미륵사를 창건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사진은 미륵사지 전경. 문화재청 제공 출가 수행한 고승에게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도력(道力)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생각을 했고, 또 그렇게 믿었다. 고승들은 미래에 닥쳐올 일을 미리 예견할 수도 있고, 구름을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고, 자신의 방을 날려서 옮기고, 하룻밤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울 수도 있으며, 같은 시
자장은 가시덤불 속에서맨몸으로 견뎌가며 정진 혜통은 제자 되기 위해불화로 머리 위에 올려 ▲부처님께서 과거세에 보살행을 실천할 때 제석천으로부터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게송 반 구절을 듣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제석천에게 공양했다고 경전은 전한다. 그림은 단양 구인사 설법보전 벽화. 구도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래도 구도자는 그 길을 갔다. 그리고 오늘도 간다. ‘삼국유사’에는 구도자의 이야기가 유난히 돋보인다. 온몸으로 불법을 구하던 고승들의 이야기는 천년 세월을 넘어 여전히 감동으로 와 닿는다. 자장(慈藏)은 7세기 전반 신라의 고승이다. 그의 젊은 날은 치열했다. 일찍이 두 부모를 여의고 속세의 시끄러움을 싫어한 그
민족 수난기에 기록된역사와 희망의 서사시 나라 스승 일연 스님이집념과 정진으로 완성 ▲인생은 역사적이면서도 신화적이고, 종교적이면서도 세속적이다. 우리들 인생은 때때로 꿈꿀 필요가 있고, 현실과 세속을 초월할 필요가 있다. ‘삼국유사’는 우리를 꿈꾸게 하고 초월로 이끈다. 사진은 ‘삼국유사’가 집필된 경북 군위군 인각사. 법보신문 자료사진.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책이 있다. ‘삼국유사’가 그런 책이다. 재미있다고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삼국유사’는 쉬운 듯 하지만 사실은 어렵다. 전문 학자들이 오랜 세월 연구해 오지만, 그 비밀이 다 풀린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다 밝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