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9월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 입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의료계 파업 해결 단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중환자들마저 방치한 14일간의 의료계 파업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은 분명하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醫)’가 중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불교에서도 의술은 대단히 중시됐다. 부처님의 여러 호칭 중 하나가 대의왕(大醫王)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잡아함경’에는 부처님이 4가지 법을 성취했기에 가장 위대한 최고의 의사인 대의왕으로 불린다고 설명한다. 첫째 어떤 병인지 잘 아는 것
불교에서 절은 하심(下心)이다. 몸과 마음을 한없이 낮춤으로써 교만한 마음을 조복시키는 수행법이다. 절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지극히 공경하는 행위임은 불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법화경’에 등장하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대표적이다. 비구였던 그는 길거리를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항상 절하며 찬탄했다. “저는 당신을 깊이 공경합니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평등사상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도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지만, ‘법화경’이 편찬된 시기가 2000여년 전이라는
호남지역에 폭우가 잇따르던 8월8일 소떼가 섬진강 범람을 피해 구례 사성암을 찾았다. 15마리가량의 소들이 침수된 축사를 탈출해 해발 531m의 사성암까지 피신해왔다. 축사와 사성암과의 거리는 약 1km.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오려면 1시간은 됨직한 거리였다. 물난리를 피해 뚜벅뚜벅 걸어 올라온 소들이 마애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 유리광전 앞마당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폭우를 뚫고 사찰을 찾은 이색 참배객들.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연신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에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기세고, 바닥에
“불교는 어렵지 않고 어렵게 말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에요. 쉬운 말을 난해하게 얘기해서 그런 것이지 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불교계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런저런 불교계 얘기로 시작해 출판과 포교 얘기로 이어졌다. 한 분이 “쉬운 불교를 지나치게 어렵게 얘기하는 게 우리 불교계 풍토”라고 토로했다. 불교 강연이나 법문할 때 생소한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책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이 이해 못한 부분은 얼렁뚱땅 넘기거나 복잡하게 쓰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했다. 쉽게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이 부처님입니다.” “당신이 부처님입니다.” 불자라면 자주 접하는 말이다. 비록 지금은 미혹에 시달리는 범부중생이지만 위없는 깨달음을 이뤄 고통을 여의고 최상의 지혜와 자비로 중생을 이끌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아기부처님이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라고 선언했듯 부처님은 신과 인간의 경계를 훌쩍 넘어섰다. 일곱 걸음을 걸었다는 것은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계·천상계라는 육도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또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구도
부처님이 인간일까. 이 질문은 소나무가 식물인지 코끼리가 동물인지를 묻는 것처럼 너무 당연해 오히려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처님이 인도에서 왕자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출가해 깨달음을 얻고, 전법 활동을 펼치다 입적했음을 안다. 최근 출간되는 불서에서도 부처님을 인간적으로 서술한 서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듯 불교계에서도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하지만 ‘부처님=인간’이라는 명제가 역사를 넘어 불교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쉽게 규정 내리기 어렵다.불교의 오랜 전통에서 부처님을 ‘인간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70년 전 한반도는 현생에 펼쳐진 지옥도였다. 일제강점기 35년의 모진 세월을 건너자 강대국들 이해관계에 휘말려 남과 북은 전쟁으로 치달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국군과 경찰 14만1000명, 미국·터키·프랑스·네덜란드·콜롬비아·타이 등 16개국 유엔 참전군 3만8000명, 북한군 52만명, 중국군 14만9000명, 남북한 민간인 52만명 등 모두 138만명이 무참히 죽어갔다. 그 희생자 한명 한명이 누군가의 부모였고 자식이었다. 6·25전쟁이 끝나고 한국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잘사는 나라’에 편입됐지만 수습되지 못한 숱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2010년 5월31일, 낙동강 둑에서 세납 47세의 문수 스님이 스스로를 불살랐다. 소신공양을 위한 장엄한 의식 절차도 없었고,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글을 남긴 것도 아니었다. 휘갈겨 쓴 것 같은 유서는 70여자에 불과했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부정부패의 온상이며 생명을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을 당장 접으라는 준엄한 질책이었다.당시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 대운하가
불교에서 동자(童子)는 특별한 존재다. 나이어린 스님을 일컫기도 하지만 열렬한 구도자나 보살로도 표현된다. ‘열반경’의 사구게 중 ‘나고 죽는 그 일마저 사라져 버려야 거기에 고요한 즐거움이 있네’라는 후반부 게송을 듣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린 설산동자가 대표적이다. 문수보살 가르침을 받고 선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순례를 떠난 선재동자도 숭고한 구도의지를 상징한다.경전에는 동자가 불보살의 화현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향가를 지어 두 해가 뜨는 괴변이 사라지게 했던 신라 월명 스님에 나타난 청의동자와 금산사 진표 스님이 부사의방에서 온몸
통계는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지식을 만드는 도구다. 숫자로 나타내는 통계의 특성은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융합과 통섭 시대의 대표 학문이 통계학이라고 할 정도로 데이터와 그 해석 방법이 새로운 학문과 산업의 영역으로 부각된 지 오래다.세상이 통계와 빅데이터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불교계 통계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지던 불교계 여론조사 기관의 활동이 멈추고 통계를 활용한 자료들도 현격히 줄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가 실시한
‘논란제조기’라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부처님 모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했다는 유튜브채널 가세연 쇼핑몰에는 부처님이 그려진 하얀 티셔츠가 2만원에 팔리고 있다. 원형 안에 가부좌한 부처님을 디자인하고 그 밑에 ‘VARSACE’라는 뜻 모를 영문이 새겨져있다. 하지만 그 옆의 티셔츠를 보면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원형 안에 부처님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사일이 그려져 있다. 이 티셔츠에도 ‘VARSACE’라는 동일한 글자가 있다.티셔츠는 북한이 지난해
불교는 정성이다. 지극한 정성이 있어야 기도가 이뤄지고, 화두를 깨치며, 극락왕생 길도 열린다. 부처님 말씀을 옮겨 쓰는 사경(寫經)은 지극한 정성과 신심의 결정체다. 오랜 세월 사경은 전법 수단이었으며, 구도 과정이었고, 법신사리를 모시는 불사로 여겨졌다.‘부처님께서는 살갗을 벗겨 종이로 삼고, 뼈를 쪼개 붓으로 삼고, 피를 뽑아 먹물로 삼아 경전 쓰기를 수미산만큼 했다’(화엄경 보현행원품) ‘만약 이 경을 수지·독송해 바르게 기억하며 익히고 베껴 쓰는 중생이 있다면 이 사람은 나를 만나 직접 내 입에서 이 경전을 들은 것과 같으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최근 공식 출범하면서 꼼수 정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비례정당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을 비판했던 당대표가 “의석을 도둑맞게 생겼다”며 총대를 멨다. 민주당 파견 후보와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해 애초 명분으로 삼았던 ‘양당제 폐해를 줄이고 소수 정당 목소리를 존중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졸속 심사에 따른 일부 인사들 자격 논란과 내부 갈등 및 탈퇴, 특히 투표용지상 유리한 번호를 차지하려고
1960년대 스님, 재가법사, 불자교수들의 원력에 힘입어 사찰에 청년회가 속속 생겨나고 대학에도 불교학생회가 만들어졌다. 이들 젊은 불자는 신행, 봉사, 포교에 앞장섰고, 민주화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청년 불자의 증가는 자연스레 직장 내 불자모임으로도 이어졌다.청년 불교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2000년대를 지나며 한때 200여곳에 이르던 대학 불교학생회가 60여곳으로 줄었고, 그마저 명맥만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청년회도 마찬가지였다. 저성장, 취업난, 양극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에 청년들의
코로나19는 불교계에도 큰 시련이다. 절을 찾는 불자가 줄고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겼다. 사찰들이 법회, 교육, 순례, 방생 등 행사를 사실상 중단하다 보니 재정난이 깊어지고 있다. 개신교계가 신천지를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맹비난하지만 정작 많은 교회들이 일요예배를 강행하는 아이러니가 경제적인 이유에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각 종단과 사찰, 불교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스크를 나누고, 성금을 모으고, 생수와 사찰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뉴스도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라는 오명과 더불어 신천지가 연일 포털사이트 순위에 오르내린다. 2월18일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대구 교회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많은 신천지 교인들 감염이 밝혀지면서 코로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신천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가장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종교로 꼽힌다. 조계종은 2월20일, 23일, 두 차례의 긴급지침을 통해 전국 사찰에 법회, 성지순례, 모임 등을 취소
인류에게 전염병의 두려움은 전쟁을 능가했다. 고대부터 맹위를 떨쳤던 천연두는 치사율이 20~60%에 이르렀고 국가의 흥망을 좌우했다. 전염성이 높고 합병증도 심한 홍역과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을 생사의 기로에 직면케 했다.전염병 피해는 부처님 당시의 인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의왕(大醫王), 약사여래(藥師如來) 등 불보살님 명호와 불경에 ‘약(藥)’과 ‘의(醫)’가 많이 들어간 것은 부처님 위신력으로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간절함과 무관하지 않다.팔리어 율장인 ‘마하박가’에는 마가다
나태주 시인은 ‘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고 했다. 사람도 그렇다. 우리 곁을 떠나고서야 더욱 소중해지는 이가 있다. 2011년 5월 세상을 떠난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겸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이 그렇다.김 소장은 사찰생태의 수호자였으며 편파 왜곡 방송을 저지하는 호법신장이었다. 1949년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부터 교사로 재직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불자가 된 사연도 독특하다. 학생들과 처음 소풍갔던 안성 칠장사에서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법문을 들으면서부터다. 여러 달을 고민하
최근 사찰넷에 파격적인 부전스님 구인광고가 올랐다. 천일기도를 사분정근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만하면 1억원을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매월 보시금을 따로 준다는 조건이었다. 부전은 사찰에서 예불이나 기도 등 의식을 집전하는 역할을 맡은 스님이고, 사분정근은 새벽, 사시, 오후, 저녁의 하루 4번에 걸친 정진 기도를 말한다.구인광고를 올린 것은 울산 시내 포교사찰인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이다. 스님들 사이에서야 참선하는 스님을 제일로 치고, 다음으로 강의 잘하는 스님, 그 다음이 절 운영 잘하는 스님, 마지막이 법당에서 기도하
북한산의 한 작은 사찰 주지스님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지난 12월이었다.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으면 늘 ‘북한산 무명승’이라고 말씀하는 스님은 산중에 머무르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절 살림에도 등산객들에게 정기적으로 점심을 공양하는가 하면 세간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자비행을 소리 없이 펼치고 있다.전화통화에서 스님이 한 얘기는 이랬다. 스님은 몇 해 전부터 영월교도소로 법문을 나갔더란다. 언제부터인가 법문할 때 맨 앞자리에 앉은 노인에게 스님의 눈길이 머물렀다. 머리가 하얀데다가 법문을 경청해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