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의 신분으로는 분명 군일임을 알지만 고인들께서도 이미 이르시기를 ‘실제이지(實際理地)에는 불수일진(不受一塵)이나 불사문중(佛事門中)에는 불사일법(不捨一法)이라’ 하셨으니, 출가사문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갚아야 할 은혜는 잊지 말자’는 정도로 마음에 간직하고 정리하기 위해 겪은 일들의 편린(片鱗)을 생각나는 대로 이렇게 정리해둔다.”‘역경보살’로 찬사를 받으며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매진해온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스님이 자필 회고담 ‘못다 갚을 은혜; 월운당 도종사’를 남긴
지난 호에서는 ‘아승기품 제30’을 소개하여 고대 인도인들의 수(數)에 관련한 발상을 볼 수 있게 했다. ‘화엄경’ 구성 작가는 제7회(총 11품) 모임을 보광명전에서 펼치는데, 이 모임에서 작가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①첫째; 전반부 총 6품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등불(等佛; 부처 되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한데, 그런 수행을 이론적으로 소개한다. 그 이론이란, 하나는 선정[定] 관련 이론, 둘은 신통[通] 관련 이론, 셋은 지혜[忍] 관련 이론이다. ②둘째; 후반부 총 5품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수행의 결과로 성취하게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아승기품 제30’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곳에서는 심왕 보살이 부처님이 알고 계시는 수량이 어떠하신지를 여쭈는 질문에, 부처님께서 직접 대답하신다. 문답의 주제는 수(數)의 단위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화엄경’ 본문에서 부처님의 친설 형식의 법문은 앞의 ‘십정품 제27’과 이곳의 ‘아승기품 제30’ 그리고 뒤에 나오는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 뿐이다. 상례에 따라, 왜 이 품이 순서상 이곳에 배치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앞의 세 품은 질문에 따른 개별적 대답이지만, 이곳 ‘아승기품’
‘화엄경’ 본문 속으로 편집된 당시 3세기까지 인도와 중앙아시아지역 불교계에 유행하는 ‘이론’ 중에서, 수행과 관련한 ‘이론’의 주제가 여섯이라는 설명, 나아가 그 여섯 중에서도 특히 깨달음이라는 수행에 특정하여 ‘이론’을 다루는 품(品)이 ‘십정품’ ‘십통품’ ‘십인품’ ‘아승기품’ ‘수량품’ ‘제보살주처품’이라는 소개도 했다. 제71회에서 소개한 ‘십통품 제28’을 이어 오늘은 ‘십인품 제29’를 주제로 올린다.설법 장소는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보리수 근처 보광명전으로, 설주(說主) 보현보살이다. ‘화엄경’ 구성 작가가 당시
필자의 경우 이미 오랜 습관이 되었는데, ‘화엄경’ 본문을 읽으면서도 항상 ‘잡아함’(1,362개의 경)의 어느 대화를 ‘변주(變奏)’하는가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대승경전을 대상으로 하는 논서 읽을 때도 초기경전을 대상으로 하는 아비달마 논사(論師)의 논증을 염두에 둔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유기적으로 읽어야 불교 전체가 보인다는 필자 나름의 철학이다. 한편, 초기 경전 주석에 빠진 논사들의 논의가 ‘소승’이라 비난받듯이, 대승 경전의 주석에 빠진 논사들의 논의도 ‘소승’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둘 다 하는 ‘짓’이 책장이나 넘
‘화엄경 십정품 제27’에 10종의 큰 삼매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는 제65회 연재에서 이미 했다. 지면의 제한도 있으니, 10종의 삼매 중에서 첫째의 ‘너른 광명의 큰 삼매’는 제65호에서 했으니 되었고, 중간은 생략하고, 이제 마지막의 ‘무애륜 큰 삼매’를 소개하며 ‘십정품 제27’ 전체를 마치려 한다. ‘무애륜 대 삼매’는 제43권 한 권 전체에 할당된다. 역시 문단을 쪼개서 읽는 독서가 효과적이다. ①첫째 대목은 무애륜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이고, ②둘째 대목은 들어가고 나서 실천하는 지혜의 작용을 나열하는 부분
지난 2023년 6월19일(월) 자 ‘법보신문’ 1685호에 ‘신규탁의 화엄경학 제68호’가 게재되었다. 대승 경전 중 ‘반야부’와 ‘화엄부’의 내용이 긴 이유를 설명하다가, 공부에 있어 스승의 역할과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쪽으로 흘러 ‘공자-안연’과 ‘운허-월운’ 이야기로 빠졌다. 그 원고를 다 쓰고 신문사에 이메일로 보낸 날은 15일(목) 오후 1시경이었지만, 독자들은 SNS를 통해서는 19일(월), 종이 신문으로는 21일(수) 정도에 읽으셨을 것이다. 이 사이에 월운 스님께서 6월16일(금) 오후 10시36분에 시적(示寂)하셨다
팔만대장경을 포함,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며 '화엄종주’로 찬탄 받은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조실 월운당 해룡 대강백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남양주 봉선사에서 엄수됐다.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대강백 봉선문도회 장의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는 6월21일 봉선사 청풍루에서 영결식을 봉행했다. 스님의 원적을 슬퍼하는 사부대중의 마음 어루만지듯 안개처럼 보슬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엄수된 영결식장은 시작 전부터 월운 대강백의 향훈을 그리워하는 사부대중으로 가득 차 스님의 덕화를 가늠케 했다.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환한 미소
‘화엄경’ 구성작가는 제40권에서 ‘십정품 제27’을 시작하여 제43권 끝까지 10가지 선정을 ‘늘어지게’ 모아놓았다. 아무리 ‘화엄경’의 별명이 ‘대경(大經)’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중국에서는 간결함[乾淨]을 좋아하고 인도에서는 늘어짐[蔓衍]을 좋아하는가?‘대반야경’ 6백 권만 해도 그렇다. 앞에서 한 말을 또 반복하고, 그렇게 반복한 것을 받아 다시 반복하고. 필자가 처음 불경을 손에 든 때가 스무 살 초반인데, 그동안 여러 번 재도전했지만 이 경은 여태 완독하지 못했다. 서너 해가 지나면 칠순인데 엄두를 다시 낼 수 있을런지
‘역경보살’로 찬사를 받으며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매진해온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스님이 6월16일 오후 10시36분 봉선사 다경실에서 입적했다. 세납 95세, 법랍 74세다.빈소는 남양주 봉선사 청풍루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6월21일 오전 11시 봉선사 문도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1929년 11월 경기도 장단군 진동면 용산리에서 태어난 스님은 1949년 남해 화방사에서 대강백 운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어릴 때부터 한학을 배웠던 스님은 교학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고, 1956
‘화엄경’ 구성작가는 드물지만, 부처님을 등장시켜 직접 말씀하시게 하는 서술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십정품 제27’에도 그런 방식이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십정품’의 이 대목을 훈고학자들은 ‘본분(本分)’이라고 과목명을 붙였다. ‘본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열 가지 큰 삼매를 설하면 어떤 공덕을 얻는지를 말씀해주신다. 둘째는 구체적으로 열 가지 삼매의 이름을 나열하신다. 셋째는 선정의 뛰어난 덕을 찬탄하신다. 넷째는 대중들이 법문 듣기를 원하니 보현 그대는 어서 법문을 설하라고 권하면서 마무리
‘십정품 제27’의 핵심 주제는 인도말로는 삼마디(samādhi, 三摩地, 三昧)인데 번역하자면 ‘명상’쯤 된다. 대승의 경전 작가는 저 먼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 때부터 전승되어 당시까지 전해지는 인도의 갖가지 명상을 재구성한다. 재구성의 기준은 ‘무상(無相)’이다. 역사 속에 축적된 다양한 명상법을 ‘열 가지의 선정(十定定)’으로 정리하고 설명해간다.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전통 경학에서는 ‘십정품’의 종취(宗趣)를 ‘무상(無相)’으로 잡았는데, 통찰력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십정품’의 요지는 “수행자라면 모든 걸 관찰하되,
“저희 수계 제자들은 이 계를 받들어 이 몸이 다 할 때까지 잘 지키겠습니다.”운악산 너른 품에 안긴 봉선사가 비좁다는 듯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청풍루를 너머 산문까지 진동했다. 걷어 올린 굳센 팔뚝에 수계를 증명하며 받은 삼보인은 불자로 거듭난 청소년들의 팔뚝에서 꽃처럼 붉게 빛났다. “이제 오계를 받고 그것을 굳게 지키겠다 다짐했으니 지혜를 향한 씨앗을 잘 가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계사 초격 스님 얼굴에서도 미소가 피어올랐다.학교법인 광동학원(이사장 초격 스님) 산하 남양주 광동중·고와 의정부 광동고 재학생 1548명을 포함
운허역사자료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가 ‘운허역사자료관’ 건립을 위해 관련 자료를 기증 받는다.학교법인광동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운허 스님과 학교법인광동학원 관련 저서와 글, 유품, 물품, 사진 및 영상 자료 등을 기증 받는다”며 “우편으로 수령하며 필요한 경우 학원이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기증 받은 자료는 향후 건립될 ‘운허역사자료관’에 전시·보관될 예정이다.근현대 한국불교 대강백인 운허 스님(1892~1980)은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교육자로 손꼽힌다. 1946년 학교법인광동학원을 설립해
‘십지품 제26’의 ‘제10 법운지’에서는 법신(法身, dharma-kāya)을 목전에서 체험하게 된다. 10지의 이름에 구름 운(雲) 자가 들어간 것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구름은 만물을 적시고 길러내는 물[水]을 머금듯, 10지 가르침은 중생을 부처로 길러내는 작용을 갖추고 있다. 둘째,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게 비 내린다는 평등의 뜻도 들어 있다. 셋째는 구름이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 시원하게 하듯, 중생의 번뇌를 식혀준다.제10지의 구성도 역시 찬청분(讚請分)-정설분(定說分)-중송분(重頌分)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이
제8 부동지 다음에 제9 선혜지를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화엄경’ 구성작가의 구성 의도를 역으로 추정하려는 것이다. ‘청량소초’(夜 자권)에서는 이 문제를 소위 ‘내의(來意)’라는 과목을 설치하여 해명하고 있다. 답은 이렇다. 제8 부동지에서는 무공용(無功用)이니 무상(無相)이니 하는 용어로 표현되듯, ‘티 없는’ 보살행은 완성했다. 그러나 중생제도에 필요한 최적의 설법 기법을 습득하지는 못했다.이에, 다음 단계로 ‘제9 선혜지’를 배치하여 ‘훌륭한 지혜’ 즉 ‘선혜(善慧)’를 활용한 설법의 양상을 보여준다. ‘티 없는
경기북부지역 사찰을 중심으로 비구니스님들이 불교인재 양성의 원력을 모아 설립한 재단법인 자비장학회(이사장 능인 스님)가 중·고등학생 불자 2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서 자비장학회 스님들은 청소년들이 불교인재로 성장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자비장학회는 의정부 석림사장학회와 함께 4월18일 남양주 광동중학교 법당 환희원에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이날 수여식에서는 광동중 학생 20명과 광동고 학생 2명에게 장학금 700만원이 전달됐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평소
‘화엄경’ 구성작가는 경의 곳곳에서 이타적 보살행을 강조해왔는데, 이곳 ‘제8 부동지’에는 특히 ‘공용 없는[無功用]’ 보살행을 권한다. 불교에서 무심(無心) 또는 무공용(無功用)이니 하는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금강경’도 그렇다. 수보리를 등장시켜 부처님과 문답 형식으로 구성작가는 이야기를 이렇게 꾸며간다. 대승을 주장하는 불교도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또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잘못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대답하시기를, 보시 등 여섯 가지 바라밀 수행을 하되 ①모든 중생에게 ②최상의 깨달음을 얻도록 ③변함없이 ④‘나노라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남양주 봉선사(주지 초격 스님)가 3월28일 ‘운악산문’ 낙성식을 봉행했다. 운악산문은 교종본찰 봉선사로 들어가는 정문에 해당, 산문 낙성으로 봉선사의 사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낙성식에는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을 비롯해 능엄승가대학원장 정원, 대종사 수월, 전 주지 철안·인묵, 부주지 도일 스님 등과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주광덕 남양주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백경현 구리시장, 김한정·윤호중·오영환 국회의원 등 사부대중 300여명이 참석했다. 삼귀의례를 시작으로 현판 제막식, 테
대승 구성작가가 이야기를 꾸며감에는 당연하겠지만 과거 기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본 연재에서 다루고 있는 ‘10지(地)’ 사상도 그렇다. 실존 인물 석가모니가 죽고 난 뒤, 신앙심이 돈독한 제자들은 그를 신격화시켜, 각 부파들은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담(本生談, Jātaka)’을 다투어 만들었다.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고대 인도인들의 서사문학(敍事文學) 전통과도 밀접하다. 이런 증거는 경전으로는 수나라 시대에 번역된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속에 두드러지고, 남방의 ‘쿠따카니카야; Kuddaka-Nik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