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구성작가는 이전까지 내려오던 소위 ‘깨친 이의 능력’에 관한, 즉 훌륭한 사람이나 신(神)들의 설화를 모아 제7회(총 11품)의 후반부 다섯 품에 배치한다. 배치 방법으로는 ‘불부사의법품 제33’에서 총론하고, 이후에는 각론으로 들어가, ‘여래십신상해품 제34’에서는 깨친 이의 몸에 드러난 빼어난 모습 중에서 아주 두드러진 양상[相] 80가지를 소개하고, 이상의 80가지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좋은[好] 부분을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에서 소개한다.‘여래십신상해품 제34’를 먼저 소개한다. 품의 제목 속에
‘깨친 이의 능력’을 다루는 품(品)은 총 5품, 즉 ⑴‘불부사의품 제33’ ⑵‘여래십신상해품 제34’ ⑶‘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 ⑷‘보현행품 제36’ ⑸‘여래출현품 제37’인데, 첫 품은 을 총론으로, 나머지 네 품은 그 능력을 각론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순서에 따르면 ‘여래십신상해품 제34’를 소개할 순서인데, 이번 호에는 필자가 어떻게 글을 써 가는지를 독자님들께 보여드리려 한다.경전의 한 품을 읽으려면, 필자는 자동 조선 시대 묵암 최눌 스님이 만드신 ‘화엄품목’ 첩자(帖子)를 펼친다. 다음은 ‘화엄경
“… 이러한 모든 것(경전)들 가운데 여러 경전의 핵심을 하나로 꿰뚫은 것은 오직 이 기신론뿐이다.”(은정희 역주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중에서)마명(馬鳴) 스님은 “중생들이 불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릇됨이 없이 여법하게 실천수행” 하도록 이끌고자 ‘대승기신론’을 썼다. 교계에서는 ‘불교 입문서’로 알려져 있으나 ‘대승기신론’의 마지막 장까지 독파하기란 여간 녹록하지 않다. 대승불교의 반야, 공(空) 사상과 유식 철학을 통하지 않고는 이 명저의 핵심어 ‘진여일심(眞如一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망한 ‘기신론의 바
소제목을 으로 바꾸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과목을 점검하고 향후의 진도를 도모해야겠다. ‘화엄경’은 무수한 ‘문-답’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또 그 ‘문-답’들이 서로 다발을 이루어 결속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다발이 모두 넷이라는 이야기, 여러 번 반복했다. ⑴첫째(제1회) 다발에서는 부처님을 포함한 중생들의 무리와 그런 무리가 의지해서 사는 세계 설명이 핵심 주제이고, ⑵둘째(제2회~제7회) 다발에서는 다양한 수행과 그에 따른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 주제이고, ⑶셋째(제8회) 다발에서는
“사문의 신분으로는 분명 군일임을 알지만 고인들께서도 이미 이르시기를 ‘실제이지(實際理地)에는 불수일진(不受一塵)이나 불사문중(佛事門中)에는 불사일법(不捨一法)이라’ 하셨으니, 출가사문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갚아야 할 은혜는 잊지 말자’는 정도로 마음에 간직하고 정리하기 위해 겪은 일들의 편린(片鱗)을 생각나는 대로 이렇게 정리해둔다.”‘역경보살’로 찬사를 받으며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매진해온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스님이 자필 회고담 ‘못다 갚을 은혜; 월운당 도종사’를 남긴
지난 호에서는 ‘아승기품 제30’을 소개하여 고대 인도인들의 수(數)에 관련한 발상을 볼 수 있게 했다. ‘화엄경’ 구성 작가는 제7회(총 11품) 모임을 보광명전에서 펼치는데, 이 모임에서 작가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①첫째; 전반부 총 6품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등불(等佛; 부처 되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한데, 그런 수행을 이론적으로 소개한다. 그 이론이란, 하나는 선정[定] 관련 이론, 둘은 신통[通] 관련 이론, 셋은 지혜[忍] 관련 이론이다. ②둘째; 후반부 총 5품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수행의 결과로 성취하게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아승기품 제30’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곳에서는 심왕 보살이 부처님이 알고 계시는 수량이 어떠하신지를 여쭈는 질문에, 부처님께서 직접 대답하신다. 문답의 주제는 수(數)의 단위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화엄경’ 본문에서 부처님의 친설 형식의 법문은 앞의 ‘십정품 제27’과 이곳의 ‘아승기품 제30’ 그리고 뒤에 나오는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 뿐이다. 상례에 따라, 왜 이 품이 순서상 이곳에 배치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앞의 세 품은 질문에 따른 개별적 대답이지만, 이곳 ‘아승기품’
‘화엄경’ 본문 속으로 편집된 당시 3세기까지 인도와 중앙아시아지역 불교계에 유행하는 ‘이론’ 중에서, 수행과 관련한 ‘이론’의 주제가 여섯이라는 설명, 나아가 그 여섯 중에서도 특히 깨달음이라는 수행에 특정하여 ‘이론’을 다루는 품(品)이 ‘십정품’ ‘십통품’ ‘십인품’ ‘아승기품’ ‘수량품’ ‘제보살주처품’이라는 소개도 했다. 제71회에서 소개한 ‘십통품 제28’을 이어 오늘은 ‘십인품 제29’를 주제로 올린다.설법 장소는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보리수 근처 보광명전으로, 설주(說主) 보현보살이다. ‘화엄경’ 구성 작가가 당시
필자의 경우 이미 오랜 습관이 되었는데, ‘화엄경’ 본문을 읽으면서도 항상 ‘잡아함’(1,362개의 경)의 어느 대화를 ‘변주(變奏)’하는가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대승경전을 대상으로 하는 논서 읽을 때도 초기경전을 대상으로 하는 아비달마 논사(論師)의 논증을 염두에 둔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유기적으로 읽어야 불교 전체가 보인다는 필자 나름의 철학이다. 한편, 초기 경전 주석에 빠진 논사들의 논의가 ‘소승’이라 비난받듯이, 대승 경전의 주석에 빠진 논사들의 논의도 ‘소승’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둘 다 하는 ‘짓’이 책장이나 넘
‘화엄경 십정품 제27’에 10종의 큰 삼매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는 제65회 연재에서 이미 했다. 지면의 제한도 있으니, 10종의 삼매 중에서 첫째의 ‘너른 광명의 큰 삼매’는 제65호에서 했으니 되었고, 중간은 생략하고, 이제 마지막의 ‘무애륜 큰 삼매’를 소개하며 ‘십정품 제27’ 전체를 마치려 한다. ‘무애륜 대 삼매’는 제43권 한 권 전체에 할당된다. 역시 문단을 쪼개서 읽는 독서가 효과적이다. ①첫째 대목은 무애륜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이고, ②둘째 대목은 들어가고 나서 실천하는 지혜의 작용을 나열하는 부분
지난 2023년 6월19일(월) 자 ‘법보신문’ 1685호에 ‘신규탁의 화엄경학 제68호’가 게재되었다. 대승 경전 중 ‘반야부’와 ‘화엄부’의 내용이 긴 이유를 설명하다가, 공부에 있어 스승의 역할과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쪽으로 흘러 ‘공자-안연’과 ‘운허-월운’ 이야기로 빠졌다. 그 원고를 다 쓰고 신문사에 이메일로 보낸 날은 15일(목) 오후 1시경이었지만, 독자들은 SNS를 통해서는 19일(월), 종이 신문으로는 21일(수) 정도에 읽으셨을 것이다. 이 사이에 월운 스님께서 6월16일(금) 오후 10시36분에 시적(示寂)하셨다
팔만대장경을 포함,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며 '화엄종주’로 찬탄 받은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조실 월운당 해룡 대강백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남양주 봉선사에서 엄수됐다.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대강백 봉선문도회 장의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는 6월21일 봉선사 청풍루에서 영결식을 봉행했다. 스님의 원적을 슬퍼하는 사부대중의 마음 어루만지듯 안개처럼 보슬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엄수된 영결식장은 시작 전부터 월운 대강백의 향훈을 그리워하는 사부대중으로 가득 차 스님의 덕화를 가늠케 했다.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환한 미소
‘화엄경’ 구성작가는 제40권에서 ‘십정품 제27’을 시작하여 제43권 끝까지 10가지 선정을 ‘늘어지게’ 모아놓았다. 아무리 ‘화엄경’의 별명이 ‘대경(大經)’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중국에서는 간결함[乾淨]을 좋아하고 인도에서는 늘어짐[蔓衍]을 좋아하는가?‘대반야경’ 6백 권만 해도 그렇다. 앞에서 한 말을 또 반복하고, 그렇게 반복한 것을 받아 다시 반복하고. 필자가 처음 불경을 손에 든 때가 스무 살 초반인데, 그동안 여러 번 재도전했지만 이 경은 여태 완독하지 못했다. 서너 해가 지나면 칠순인데 엄두를 다시 낼 수 있을런지
‘역경보살’로 찬사를 받으며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매진해온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스님이 6월16일 오후 10시36분 봉선사 다경실에서 입적했다. 세납 95세, 법랍 74세다.빈소는 남양주 봉선사 청풍루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6월21일 오전 11시 봉선사 문도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1929년 11월 경기도 장단군 진동면 용산리에서 태어난 스님은 1949년 남해 화방사에서 대강백 운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어릴 때부터 한학을 배웠던 스님은 교학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고, 1956
‘화엄경’ 구성작가는 드물지만, 부처님을 등장시켜 직접 말씀하시게 하는 서술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십정품 제27’에도 그런 방식이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십정품’의 이 대목을 훈고학자들은 ‘본분(本分)’이라고 과목명을 붙였다. ‘본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열 가지 큰 삼매를 설하면 어떤 공덕을 얻는지를 말씀해주신다. 둘째는 구체적으로 열 가지 삼매의 이름을 나열하신다. 셋째는 선정의 뛰어난 덕을 찬탄하신다. 넷째는 대중들이 법문 듣기를 원하니 보현 그대는 어서 법문을 설하라고 권하면서 마무리
‘십정품 제27’의 핵심 주제는 인도말로는 삼마디(samādhi, 三摩地, 三昧)인데 번역하자면 ‘명상’쯤 된다. 대승의 경전 작가는 저 먼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 때부터 전승되어 당시까지 전해지는 인도의 갖가지 명상을 재구성한다. 재구성의 기준은 ‘무상(無相)’이다. 역사 속에 축적된 다양한 명상법을 ‘열 가지의 선정(十定定)’으로 정리하고 설명해간다.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전통 경학에서는 ‘십정품’의 종취(宗趣)를 ‘무상(無相)’으로 잡았는데, 통찰력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십정품’의 요지는 “수행자라면 모든 걸 관찰하되,
“저희 수계 제자들은 이 계를 받들어 이 몸이 다 할 때까지 잘 지키겠습니다.”운악산 너른 품에 안긴 봉선사가 비좁다는 듯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청풍루를 너머 산문까지 진동했다. 걷어 올린 굳센 팔뚝에 수계를 증명하며 받은 삼보인은 불자로 거듭난 청소년들의 팔뚝에서 꽃처럼 붉게 빛났다. “이제 오계를 받고 그것을 굳게 지키겠다 다짐했으니 지혜를 향한 씨앗을 잘 가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계사 초격 스님 얼굴에서도 미소가 피어올랐다.학교법인 광동학원(이사장 초격 스님) 산하 남양주 광동중·고와 의정부 광동고 재학생 1548명을 포함
운허역사자료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가 ‘운허역사자료관’ 건립을 위해 관련 자료를 기증 받는다.학교법인광동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운허 스님과 학교법인광동학원 관련 저서와 글, 유품, 물품, 사진 및 영상 자료 등을 기증 받는다”며 “우편으로 수령하며 필요한 경우 학원이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기증 받은 자료는 향후 건립될 ‘운허역사자료관’에 전시·보관될 예정이다.근현대 한국불교 대강백인 운허 스님(1892~1980)은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교육자로 손꼽힌다. 1946년 학교법인광동학원을 설립해
‘십지품 제26’의 ‘제10 법운지’에서는 법신(法身, dharma-kāya)을 목전에서 체험하게 된다. 10지의 이름에 구름 운(雲) 자가 들어간 것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구름은 만물을 적시고 길러내는 물[水]을 머금듯, 10지 가르침은 중생을 부처로 길러내는 작용을 갖추고 있다. 둘째,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게 비 내린다는 평등의 뜻도 들어 있다. 셋째는 구름이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 시원하게 하듯, 중생의 번뇌를 식혀준다.제10지의 구성도 역시 찬청분(讚請分)-정설분(定說分)-중송분(重頌分)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이
제8 부동지 다음에 제9 선혜지를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화엄경’ 구성작가의 구성 의도를 역으로 추정하려는 것이다. ‘청량소초’(夜 자권)에서는 이 문제를 소위 ‘내의(來意)’라는 과목을 설치하여 해명하고 있다. 답은 이렇다. 제8 부동지에서는 무공용(無功用)이니 무상(無相)이니 하는 용어로 표현되듯, ‘티 없는’ 보살행은 완성했다. 그러나 중생제도에 필요한 최적의 설법 기법을 습득하지는 못했다.이에, 다음 단계로 ‘제9 선혜지’를 배치하여 ‘훌륭한 지혜’ 즉 ‘선혜(善慧)’를 활용한 설법의 양상을 보여준다. ‘티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