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신종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환자가 발생하여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접촉했던 사람들도 모두 격리되며 방문했던 장소는 봉쇄되는 등 전염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에서는 실시간으로 각국의 환자발생과 대응을 보도하고 있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망자와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국 위험지역에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였고 제주도 무사증 방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인들이 마스
조선회화 작품 중 눈 쌓인 풍경이나 눈 덮인 대나무를 그린 작품이 여럿있지만 그 중 가장 추운 그림은 조선후기 괴팍한 기행으로 유명한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86)의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입니다. 눈 덮인 하얀 산에 하늘이 어두운 것을 보니 시간은 밤인 모양입니다. 날카롭게 꺾인 산세와 성긴 나무들은 이곳이 아주 깊은 산속임을 알려줍니다. 험준한 산 아래 나무들이 바람에 꺾일 듯 휘어져 있고 허물어질 듯한 울타리와 그 안쪽으로 초가집이 한 채 있습니다. 사립문 앞에는 검은 개 한 마리가 짖어대는 듯 입을 벌리고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곧 설도 다가오니 진짜 새해의 시작입니다. 새해가 되면 항상 올해는 무슨 동물의 해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경자년이니 올해는 12간지 중 첫 번째 쥐띠 해입니다. 쥐띠 해이니 쥐 그림 한 점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입니다. 이 그림은 신사임당의 ‘초충도 8곡 병풍’ 중 제1폭에 있는 그림으로 색감, 구성, 묘사가 모두 훌륭한 작품입니다.‘초충도(草蟲圖)’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합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풀과 벌레만으로 구성된 예는 드물고 대개 채소·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소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옛 그림이 한 점 있습니다. 조선회화의 마지막 거장이자 근대회화의 선구자인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의 ‘탑원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입니다.어스름한 달밤에 누각 마루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술병을 앞에 두고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탁자 앞에 모여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왠지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그 중 한 인물은 누각 너머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합니다. 주변을 보니 누각 옆으로 무성한 나무가 있고 뒤쪽으로는 수풀이 스잔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 너
올 가을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단원아회(檀園雅會), 200년 만의 외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안산시 소장 진본 그림들이 공개되어 우리 옛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흔치않은 기회였기에 저도 서둘러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해서 본 작품은 김홍도의 ‘신광사 가는 길’로 작년에 옥션에 출품되어 잠깐 공개된 적이 있었지만 전시회로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기에 유독 관심있게 감상하였습니다. 이 그림은 겨울에 접어든 가을철 깊은 산속 계곡 건너편에 있는 산사 풍경과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스
며칠 전 퇴근을 하고 집에 와보니 택배로 쌀 20kg이 배달돼 있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친한 후배가 올해 수확한 햅쌀을 먹어보라고 보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쌀이 도착한 것입니다. 쌀을 선물 받으니 이 쌀이 저희 집에 도착하기까지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떠오르는 그림이 한 점 있었습니다. 바로 김홍도의 ‘타작’이란 그림으로 아마 교과서에서 보았던 낯익은 그림일 것입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너무 유명하고 익숙해서 자세히 감상하지 않고 대충 감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김홍도 그림이
55세부터 시작된 제주도 귀양살이는 63세가 되어서야 해배가 되어 드디어 뭍으로 올라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 장동 월성위궁은 이미 안동 김씨가 차지해 예산 향저에 몸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서울 한강 노량진 건너편 용산 쪽에 작은 거처를 마련하여 지냈습니다. 이 시기를 강상(江上)시절이라 부르는데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제수음식조차 타인의 도움으로 마련하는 시절이었지만 왕성한 예술적 활동으로 추사하면 떠오르는 명작들이 이 시기에 쓰고 그려집니다.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불이선란(不二禪蘭)’ 등이
가을 날씨가 맑고 청량하여 공휴일을 맞아 서울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관악산 정상 부근 깎아지른 절벽에 연주대가 있고 남쪽으로 약 300m 아래 연주암이 있어 오고가는 산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주암은 영험한 나한도량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주말 무료 점심공양으로 불자뿐 아니라 등산객에게도 아주 친숙한 인기 많은 사찰입니다. 연주암에서 꼭 빼놓지 않고 감상해야할 작품이 두 점 있는데 하나는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예술가인 위창 오세창 선생의 전서체가 돋보이는 ‘산기일석가(山氣日夕佳)’ 현판과 조선후기 최고 서예가 추사 김정희(
태풍도 지나간 주말 모처럼 운동 삼아 김포 문수산을 찾았습니다. 김포 문수산은 그리 높지 않고 등산로가 잘 구비되어 가볍게 등산하기 좋은 산입니다. 문수산에는 조선 숙종 20년(1634) 바다로 들어오는 적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문수산성이 산 전체를 감싸고 있어 성곽 위를 걷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산 아래로는 조강, 염하가 흐르며 그 건너로는 강화도, 동북쪽으로는 한강 넘어 고양시와 북한산이 시원하게 조망되어 풍광이 참 좋은 산입니다. 문수산에는 전통사찰인 문수사가 있고 이곳에 주석하셨던 조선 중기 고승 풍담대사(楓潭大師, 1592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조금 걱정스러운 뉴스를 접했습니다. 올해 동남아와 중국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 파주의 한 돼지농장에서도 확인되었다는 뉴스입니다. 이 가축전염병은 아직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어 걸리면 100% 사망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서 유입될까 공항에서 돼지고기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모든 식품은 반입을 금지하였고 심지어 무단 반입 시 1000만원 이라는 큰 금액의 벌금까지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유입될까 싶어 DMZ에서 남쪽으로 오는 멧돼지들도 전부 사살하라는
지난 백중날에 백중회향법회를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돌아가신 조부모 49일 천도기도를 인연 있는 스님에게 작은 정성이나마 부탁드렸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시여 아무런 기억이 없지만, 할아버지는 중학교 시절까지 살아계셔서 기억이 제법 남아 있습니다.백중기도는 평소 일반 법회와 다르게 여러 의식과 다라니뿐 아니라 바라춤과 반자, 북, 피리연주로 찬탄과 공양의 의미가 더욱 풍성해져 함께하는 신도들도 마음이 흡족하고 충만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의식이 진행되던 중 법당 한 켠에 마련된 용선을 발견하였습니
여름 더위가 절정은 지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더위의 기세는 맹렬합니다. 아마도 처서가 지나야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더운 바람 속에서도 시원한 기운이 꿈틀대며 여름과 작별할 채비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아무리 더워도 실내 어디에나 에어컨이 시원한 바람을 뿜어주고, 온갖 종류도 다양한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있으며, 동네마다 수영장도 있어 더위를 이겨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집집마다 작은 선풍기 한 대가 고작이었고, 음료수는 어쩌다 손님이 오시는 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꿈의 감로수였습니다
일본과의 외교갈등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난관을 타개해보겠다고 국회의원들이 방일단을 만들어 일본의 집권당 제2인자를 만나러 갔는데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고선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결국 만남을 거절당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대표단과 약속을 해놓고선 현해탄을 건너온 우리 대표단에게 바람을 맞힌 것입니다. 이런 모욕은 개인 간의 약속에서도 있을 수 없는데 나라간의 공식방문단, 그것도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들과의 약속을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거부한 것은 우리나라 전 국민에 대한 모
요즘은 연일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걸고넘어지더니 그것이 WTO 위반임을 깨달았는지 북한을 비롯한 적색국가에 전략물자를 팔아넘겼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우리 정부에서 제3국 주재 하에 공동조사를 하자고 하니 슬그머니 언론을 핑계되면서 사실은 무역시스템과 관행이 문제라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마 일본은 이러한 거짓말을 한 100개쯤 만들어 놓았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계속 말 바꾸기를 하면서 경제제제를 고수할 것입니다.우리를 더욱 분통
경상북도 봉화에는 백두대간 수목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2018년 5월 산림생물자원을 보존하고 백두대간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조성되었는데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호랑이 숲’입니다. 축구장 7개의 면적으로 안전하게 조성된 ‘호랑이 숲’은 호랑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국립포천수목원과 서울대공원에서 옮겨온 호랑이 3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동안 호랑이 숲에 추가로 호랑이를 2마리 더 방사하여 총 5마리의 호랑이가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호랑이 숲을 알게 된 것은 2마리가 추가되었다는 뉴스를 통해서였습
얼마 전 속리산 법주사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절 마당에 우뚝 서 있는 금동미륵대불의 안내문을 읽던 어떤 방문객이 “어머, 통일을 위해 건립했다네”라는 놀란 혼잣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사찰에서 나라를 위해 이렇게 커다란 불상을 세웠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해진 4세기 삼국시대부터 대한민국의 현재까지 언제나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함께 한 호국불교의 전통을 잘 알지 못했나 봅니다. 주변을 살펴봐도 우리 불교가 얼마나 이 땅의 민중들의 아픔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었는지 모르는 분들이
올해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전국의 모든 사찰들에는 수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해 연등을 켜고 관욕행사를 하면서 아기 부처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불교미술연구자인 저는 평소 사찰을 방문하고 불상과 불화를 친견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지만 왠지 부처님오신날의 사찰 방문은 특별한 감흥을 느끼곤 합니다. 수많은 연등에 담겨진 발원과 소원지에 적힌 간절한 소망들을 보면서 현대인이 이런 소망을 기원하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사찰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사찰을 방문한 수많은 민초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가족의 소박한 기원이 이뤄지도록
최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성당이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건물 일부가 불탔다는 안타까운 사건이 뉴스로 타전되었습니다. 노트르담성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상징 같은 곳으로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펼쳐진 기념비적인 곳입니다. 파리에 직접 가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성당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내부에 소장된 예술품의 문화재적 가치는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트르담성당의 첨탑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부가
봄의 가장 절정은 몇 월일까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보다는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4월이 봄의 가장 절정이 아닐까 합니다. 회색톤의 겨울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화사한 빛깔로 변화되는 4월. 그래서 강화 고려산과 대구 비슬산의 진달래축제, 진해와 여의도 벚꽃축제, 창녕과 부산의 유채꽃축제, 태안과 신안의 튤립축제도 전부 4월에 개최하니 그야말로 4월은 ‘꽃 같은 계절’입니다. 그러나 4월이 되면 마냥 기쁘게만 보낼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4월16일. 그렇습니다. 2014년 4월16일, 전 국민을 울음바
올해는 일제강점기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TV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을 다시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유관순 열사에 대한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고, 정부에서도 독립유공자와 관련한 많은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3·1운동 하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3명의 민족대표 가운데 어느 한 분 소중하지 않은 분이 없지만 동양미술작가이자 불교미술사 연구자로서 특히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님에 대해 보다 특별한 감정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창 오세창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일본제국주의 패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