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달마간경과 참선을 더불어 주장전설의 달마와는 큰 차이 혹암 스님은 화두를 통해달마에 대한 집착 없애려고폭풍우처럼 우리를 몰아쳐 혹암(或庵) 화상이 말했다. “서쪽에서 온 달마는 무슨 이유로 수염이 없는가?” 무문관(無門關) 4칙 / 호자무수(胡子無鬚) ▲그림=김승연 화백 1. 달마는 새로운 기풍 도입한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를 아시나요.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혁명가입니다. 냉전 시대에도 체 게바라는 영원한 혁명과 영원한 젊음의 아이콘으로 동구권이나 서구권의 대중들에게 군림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지요
깨달음 읊조리는 것과 실제 깨닫는 것 사이엄청난 간극이 존재 석가모니 부처님 옆서당당히 선정에 든 여인임제의 수처작주 체득 옛날 문수(文殊) 보살이 여러 부처들이 모인 곳에 이르렀을 때, 마침 여러 부처들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직 한 명의 여인만이 석가모니 자리 가까이에서 삼매(三昧)에 들어 있었다. 그러자 문수는 세존에게 물어보았다. “어찌해서 저 여인은 부처님 자리에 가까이 할 수가 있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입니까?” 세존은 문수에게 말했다. “이 여자를 깨워 삼매의 경지에서 나오게 한 다음에, 네가 직접 물어보도록 하라!” 문수는 여인의 주변을 세 번 돌고서 손가락을 한 번 탁 튕기고는 여인을 범천(梵天)에게 맡겨 그의 신통력을 다하여 깨우려고 했으니 깨우지
타인의 평판에 신경쓰면스스로 주인공 될 수없어 부처와 같은 깨달은 이는말과 침묵 어떤 수단에도결단코 동요되지 않는다 오조(五祖) 법연(法然) 화상이 말했다. “길에서 도(道)에 이른 사람을 만나면, 말로도 침묵으로도 대응해서는 안 된다. 자, 말해보라. 그렇다면 무엇으로 대응하겠는가!” 무문관(無門關) 36칙 / 노봉달도(路逢達道) ▲그림=김승연 화백 1. 태양을 가리니 비켜주시오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것, 혹은 부처가 되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주인으로 사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당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
시는 자기니까 쓸 수 있는 글깨달은 사람의 말은 시가 돼 물은 그 자체로 형태 없지만그릇 따라 여러 모습 드러내 말과 침묵 문자 메이지 말고자기 말을 하는 것이 깨달음 어느 스님이 물었다. “말과 침묵은 각각 ‘이(離)’와 ‘미(微)’를 침해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와 미에 통하여 어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풍혈(風穴) 화상이 말했다. “오랫동안 강남 춘삼월의 일을 추억하였네. 자고새가 우는 그곳에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 향기로웠네.” 무문관(無門關) 24칙 / 이각어언(離却語言) ▲그림=김승연 화백 1. 깨달은 사람의 말은 시가 된다 오도송(悟道頌)을 아시나요
방편은 눈높이 가르침깨달음 이룬 사람에겐중생을 이끌어야 하는막중한 책무 남아있어 어느 날 덕산(德山) 화상이 발우를 들고 방장실을 내려갔다. 이때 설봉(雪峰) 스님이 “노스님!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도 북도 울리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시나요?”라고 묻자, 덕산 화상은 바로 방장실로 되돌아갔다. 설봉 스님은 암두(巖頭) 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암두 스님은 말했다. “위대한 덕산 스님이 아직 ‘궁극적인 한 마디의 말[末後句]’을 알지 못하는구나!” 덕산 화상은 이 이야기를 듣고 시자(侍者)를 시켜 암두 스님을 불러오라고 했다. 덕산 화상은 암두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암두 스님은 아무도 안 들리게 자신의 뜻을 알려주자, 덕산 스님은 더 이상 아
스님이 스님에 머무르면결코 부처는 될 수 없어 마 삼근 화두의 핵심은고정된 관념 틀 깨는 것 어느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그러자 동산(洞山) 스님이 말했다. “마 삼근이다.” 무문관(無門關) 15칙 / 동산삼근(洞山三斤) ▲그림=김승연 화백 1. 화두, 주인으로 살아야 풀 수 있어 선불교의 매력은 화두(話頭)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화두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리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모든 풀기 어려운 문제, 그러니까 수학적 문제, 물리학적 문제, 혹은 경제적 문제 등이 모두 화두는 아닙니다. 왜냐고요. 화두는 노예로
스님들의 묵언 수행은좋은 업을 짓기 위한치열한 자기노력 과정말에 대한 부정 아니라제대로 말하기 위한 수행 향엄(香嚴) 화상이 말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나무에 올랐는데, 입으로는 나뭇가지를 물고 있지만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붙잡지도 않고 발로도 나무를 밟지도 않고 있다고 하자. 나무 아래에는 달마가 서쪽에서부터 온 의도를 묻는 사람이 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가 질문한 것을 외면하는 것이고, 만일 대답한다면 나무에서 떨어져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무문관(無門關) 35/ 향엄상수(香嚴上樹) ▲그림=김승연 화백 1. 제대로 말하려면 침묵해야 묵언수행
상근기 부처되는 것 아니라부처 향한 치열함이 상근기 스승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결코 부처가 될 수는 없다 ▲그림=김승연 화백 어느 스님이 노파에게 “오대산으로 가는 길은 어느 쪽으로 가면 되나요?”라고 묻자, 노파는 “똑바로 가세요.” 스님이 세 발짝이나 다섯 발짝인지 걸어갔을 때, 노파는 말했다. “훌륭한 스님이 또 이렇게 가는구나!” 뒤에 그 스님은 이 일을 조주(趙州)에게 말하자, 조주는 “그래, 내가 가서 너희들을 위해 그 노파의 경지를 간파하도록 하마”라고 이야기했다. 다음 날 바로 노파가 있는 곳에 가서 조주는 그 스님이 물었던 대로 묻자, 노파도 또한 대답했던 대로 대답했다. 조주는 돌아와 여러 스
부처가 부처 안되는 이유는이미 완벽한 부처이기 때문 대통지승불의 10겁의 참선부처가 되려는 참선 아니다 ▲그림=김승연 화백 흥양(興陽)의 청양(淸讓) 화상에게 어느 스님이 물었다.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은 십겁(十劫) 동안이나 도량에서 좌선했지만, 불법이 드러나지 않았고 불도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청양 화상은 대답했다. “그 질문은 매우 합당하다.” 그러자 그 스님은 다시 물었다. “이미 그렇게나 도량에서 좌선했는데, 무엇 때문에 불도를 이룰 수 없었던 것일까요?” 청양 화상이 말했다. “그것은 그가 부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문관(無門關) 9칙 / 대통지승(大通智勝) 20
부처마음 중생마음은마음의 두 가지 모습본질은 하나로 같아 물·얼음·수증기도본질은 H2O로 동일 한 스님이 “세계의 모든 부처들은 ‘하나의 길[一路]’로 열반문에 이른다고 하지만, 도대체 그 ‘하나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묻자, 건봉(乾峰) 화상은 주장자를 들어 공중에 하나의 선을 긋고 말했다. “여기에 있다.” 뒤에 그 스님은 운문(雲門)에게 이 문답에 대해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운문은 부채를 들고 말했다. “이 부채가 뛰어올라 33천(天)에까지 올라가 제석천(帝釋天)의 콧구멍을 찌르고, 동해의 잉어를 한 방 먹이면 물동이가 기울어지는 것처럼 비가 엄청나게 올 것이다.” 무문관(無門關) 48 / 건봉일로(乾峰一路)
불교에서 깨달음 과정은스승의 스타일 부정하고자기화하는 단독화 과정 들판에 핀 다양한 꽃처럼스스로의 색깔 갖는 것이참된 주인공으로 사는 삶 위산(潙山) 화상이 백장(百丈) 문하에서 공양주[典座]의 일을 맡고 있을 때였다. 백장은 대위산(大潙山)의 주인을 선출하려고 위산에게 수좌(首座)와 함께 여러 스님들에게 자신의 경지를 말하도록 했다. “빼어난 사람이 대위산의 주인으로 가는 것이다.” 백장은 물병을 들어 바닥에 놓고 말했다. “물병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너희 둘은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수좌가 먼저 말했다. “나무토막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백장은 이어 위산에게 물었다. 그러자 위산은 물병을 걷어차 넘어뜨리고 나가버렸다. “수좌는 위산에게 졌구나
등산로가 여럿이지만 지금 걷는 등산로만이 실제 존재하는 등산로 머릿속 생각을 비우고 한걸음한걸음 이어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운문(雲門) 화상이 말했다. “세계는 이처럼 넓은데, 무엇 때문에 종이 울리면 칠조(七條)의 가사를 입는 것인가?” 무문관(無門關)16 / 종성칠조(種聲七條) ▲그림=김승연 화백 1. 그때그때의 일보만이 진보다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인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벤야민의 탁월함은 그의 영향력만을 살펴보아도 분명해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