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안녕하세요.태풍 소식이 들려옵니다. 태풍의 길목에 자리한 제주는 이번에도 큰 비를 맞았다고 하는데 스님 계시는 약천사는 피해가 없었는지요. 지난 번 경주 지진도 그렇고, 재해를 당할 때면 인간이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낍니다. 자연재해뿐이겠습니까?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빚어내는 인재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지하철 불꺼지고 잠시 섰는데도바로앞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두려움으로 인해 우왕좌왕 소란상호 믿음 회복해야 안심도 복원며칠 전,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일이랍니다. 파업이라고
쌀쌀하던 날씨가 오늘은 무덥기까지 하였습니다. 경 읽는 아침의 생생한 모습 너무나 잘 전해 받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재가 불자들의 신심나는 아름다운 전경을 곁에서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전하는 말미에 승가를 바라보는 아픈 마음을 적어 두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스스로 교양의 옷 벗어던진 채적나라한 몰골 드러냈으니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진실 아니면 스스로 무너질 것근일 언론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계절의 이야기랑 아련한 감성의 그림을 그려 전하기만 한다면 편지를 보내고 더욱 혼자서 아파오는 마음을 추스려야 할 것
스님,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답장을 씁니다.진리 앞에 간절한 스님 모습계율 두려워하는 스님 모습재물 보지않는 결연한 모습이런 모습에 불자들 감명받아제게는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니까야를 함께 읽는 벗님들이 있답니다. 이 모임도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첫차를 타려고 일찍부터 서두르는 분도 있습니다.월요일 새벽마다 집을 나서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에 결석도 지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까지 써야 할 많은 글들이 늘 있었고, 또 매주 월요일 저녁에는 책읽기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새벽에 도량석 소리에 앞서 잠을 깼습니다. 간밤에 창을 열어놓고 잠들었는데 창문 너머로 넘치게 밀려들어온 가을 찬 기운이 잔뜩 오만한 기세를 띄우며 잠을 깨웠습니다. 창을 닿으며 바라보니 어둠 사이로 가을 기운이 가득 밀려옵니다.전도된 생각으로 힘든 상황에도우리는 스스로 극복하지 못해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간 곳에서자꾸 무언가 찾고 있는건 아닌지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의 무더운 추억들을 채 접지도 못했는데 추분이 지났다고 가을 기운이 주인인 양 너무 활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언젠가 어느 글에서 본적이 있었는데 ‘스님들이 불자들을 염려하
스님, 안녕하세요.하루 사이에 여름에서 늦가을로 쑥 빨려 들어간 것 같은데 이 편지를 받으실 때면 다시 늦더위가 찾아오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수행하는 이들이 오고싶은 곳중생들이 가르침 구한다는 것그런 뜻에 부응해 뜻 내는 것얼마나 흥미롭고 좋은 일인가지난 번 편지에서 제가 현각 스님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 기억나시나요, 스님? 현각 스님은 현재 한국을 떠나고 있는 지성인들의 심정에 100% 공감한다면서, 자신 역시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 한동안 돌아
부럽습니다. 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북단 노천카페에서 강한 아라비아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손에 잡힐 듯 생생히 전해 옵니다.불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지침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않기에누구나 쉽게 불자다움 외면해일상적 오계실천이 불자의 삶예전에 보았던 영화 카사블랑카의 여주인공 역을 맞은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아름다운 여인들과 검정색 히잡을 둘러쓴 아랍 여인들의 사무치는듯한 갈망의 깊은 눈빛, 그들이 속삭이는 알아듣지 못할 이방인들의 언어 속에서 서로 불필요한 감정들을 드러낼 필요도 없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여정 잘 즐
스님! 한국보다 더 뜨거운 모로코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인지라 더위가 한국보다 더했고, 게다가 사하라 사막의 짧은 투어는 뜨거운 모래바람 때문에 극도의 인내심을 내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밤에는 사막 열기가 내려간다고 해서 그것 하나 믿고 버텼지만 웬걸요, 자정이 지나도록 사막은 계속 뜨거웠고, 새벽녘이 되어야 아주 조금 선듯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해가 뜨기 무섭게 열기가, 열기가….현각 스님의 비판에 대해공감과 반감 엉클어졌다는성원 스님의 표현에 공감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되길‘8월에
여름이 한창입니다. 어는 봄에 봄꽃에 관한 글을 보고서야 봄이 한창인 것을 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는 이렇게 계절의 흐름도 인지하지 못하며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은 늘 우리들을 감성의 아름다움에 젖어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은사 스님의 입적으로 인해 일상이 조금 바쁜 것은 사실입니다. 현각 스님, 여름 더 무덥게 해자신은 참으로 아팠을까 궁금우리 종단에 대한 애정은 믿어아팠다면 모두와 함께 했어야하지만 계절을 잊어버린 것은 결국 나 스스로의 삶의 모습
누군가가 저 하늘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본다면, 푸하하 웃음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고, 한쪽에서는 슬픔에 겨워 깊이 탄식하고, 한쪽에서는 죽이겠다며 총을 쏘고, 한쪽에서는 살려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한쪽에서는 집으로 돌아가고, 한쪽에서는 집을 떠나고 있습니다.여행 주제 원고 청탁하니죽음과 연관짓는 글 많아모로코 여행 앞두고 설레여행지에선 모두가 이방인새처럼 자유롭게 다녀올 것스님, 휴가철입니다.처음에는 휴가의 ‘가’라는 글자가 집 가(家)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쉰다’는 뜻으로 생각
혜인 스님 전화로 하루시작생전에 자신의 영단 당부해“가사만 덮은 운구 참 좋아화려한 꽃장식도 하지마라”지루한 장맛비가 멈추어선 곳에는 벌써 파아란 하늘이 자리 잡았습니다.먼 남쪽나라 제주에서 장마소식이 끊어지면 곧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강산에도 비가 멈추어지고 생기발랄한 여름이 활기치기 시작하겠지요.장마가 물러난 자리에는 사색가득 묻어나는 만해 스님의 시구가 마음에 머물며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루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
이른 아침입니다. 다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습기를 머금은 대지에는 새벽 기운이 서늘합니다. 새들이 지저귀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자동차를 몰고 일터로 향합니다. 이 이른 아침.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이더 어렵다 생각한 적 있지만이른 새벽 찬 기운 속 허전함은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일 수도2600여년 전, 인도 마가다국의 아자타삿투왕은 보름달이 두둥실 뜨는 서늘한 저녁에 신하들을 불러 놓고 “지금 무엇을 하면 가장 좋을까?”를 물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저는 지금 파란 새벽기운이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이 시각에 눈
장맛비가 멈출 줄 모르는 기세로 쏟아집니다. 제주에는 물이 고여 냇물이 되도록 흐르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오늘따라 자꾸 거칠게 내리는 빗줄기가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수십 년을 보아온 장마이지만 오늘 마음의 정점이 흐트러지고 나니 속절없이 내리고 있는 비가 자꾸만 쓸쓸하게 느껴집니다.병환 중에도 매일 108배 수행스스로에게 게으름 용납 안해선방 안거 스님들에 대중공양 평소 원력대로 텅빈 통장 남겨 2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사스님께 갑자기 간암이 발견되어 절제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평소 워낙 책임감이 강하신 분인지라 수술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