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이라크 폭탄테러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5월 7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을 찾은 카우서 아델 하팀(4) 양이 6월 5일 서대문 바비앙 호텔에서 밝은 표정으로 짤막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버지 아델 하팀(40)과 카우서 양은 한국종교계의 7대 종단 연합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백도웅)의 여성위원회가 이라크의 전쟁-테러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초청해 치료하는 ‘국경 없는 모성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에 방한했었다. 카우서 양은 당초 5월 8일부터 서울대병원에서 3개월 간의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수술 경과가 좋아 예상 보다 빠른 5월 31일 퇴원했다. 서울대병원은 5월 15일 카우서 양의 눈썹, 입술, 귀, 머리 부위의 수술을 한 차례 진행했으며, 현재
풍수지리는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사는 지혜를 말합니다. 실제로 명당은 드물기 때문에, 도선국사는 부족한 부분은 더하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는 ‘비보(裨補)풍수’를 가르쳤습니다. 땅에 침놓기. 서울 신림동 뒷산인 호암산은 이름 그대로 마치 호랑이가 갈기를 세우고 도심을 향해 달려들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호랑이를 제압하기 위해, 무학대사는 심장 자리에 호압사(虎壓寺)를 세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명당이 아닌 바람받이에 절이 들어서 있고, 호랑이와 대결하느라 시달려서 그런지 몰라도, 주지 스님의 얼굴이야말로 호상(虎相)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도 땅의 산물이기에, 은연중에 땅의 기를 닮나 봅니다.
아름다운 인생은 사물을 읽어내는 안목과 함께 커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인공적인 것에서 멋을 느끼다가, 성숙해 갈수록 가급적 자연 그대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山 태극 水 태극으로 휘돌아 감는 마곡사 계곡 길을 휘적휘적 걸어 올라가다가, 작은 다리 어귀에 서있는 이 나무와 마주쳤습니다. 아니, 성스러운 사찰 경내에서 너무나 탐스러운 히프를 가진 여인이 한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비와 햇볕과 바람이 빚은 이 천연 조각품! 자연 속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이미지가 숨어있습니다. 그것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대자연 발길 닿는 모든 곳이 미술관으로 변합니다.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꽃 바위 절(花巖寺)’의 이미지를 그려보았습니다. 요사체 마루에 걸터앉아 쉬는데, 부엌에서 보살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산신각으로 올라가 정성껏 생수를 떠다 바치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습니다. 화려한 극락전에 계시는 아미타 부처님은 어쩌면 너무나 높이 계신지도 모릅니다. 그 분은 스님들과 지체 높은 신도님들을 상대하기에 괜히 바쁘실 것만 같습니다. 그보다는 부엌 뒷문 바로 옆, 장독대와 나란히 서있는 이 작은 건물에 계시는 산신님이 할머니에게는 훨씬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에는 바위 위에 세워진 한 칸짜리 작은 산신각과 보살 할머니의 순박한 마음이 겹치면서 ‘꽃 바위 절’의 모습이 환히 피어났습니다.
청량사 올라가는 도중에 길가 바위에서 쉬면서 바라보니, 멀리 금탑봉 아래 작은 암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전 눈을 비비며 합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응진전 뒤에 서 있는 바위들이 장엄한 천연 삼존불의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주봉을 광배로 하고 바위 부처님이 서있고, 좌우로는 보살 바위들이 시립하고 있습니다. 영락없는 삼존불의 모습. 어쩌면 옛날 어느 눈 밝은 이가 바위 삼존불을 보고, 이곳에다 암자를 지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바위 사이로 물도 흘러나오니 암자 터로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말없이 불보살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슴속에는 기쁨이 서서히 차올라왔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엇을 닮을까요? 옛사람들의 아호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글자는 아마 뫼 산(山)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산이 되고 싶었던 게지요. 산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산을 닮게 되는 가 봅니다. 집도 산을 닮고, 무덤도 산을 닮습니다. 의성 고운사에 가보니, 뒷산의 능선과 지붕선과 하다못해 처마 선까지 묘한 평행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두 개가 아니라 모든 선들이 이렇게 어우러진 건 우연이 아닐 겝니다. 자연을 닮으려는 마음처럼 편안한 것은 없습니다. 산 밑에 살면서, 산을 닮아가다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산처럼 생긴 집에 거했던 우리 아버지들은 천상 산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하회마을 너머 병산서원에서 머슴뒷간을 보았습니다. 사릿대로 둥그렇게 얽어 놓고 안에는 땅을 파서 나무판 두 장을 걸쳐놓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야외용 변소. 까치집 같은, 최소한의 정겨운 건축. 저녁에 뒤가 마려워지자, 저는 굳이 이 머슴뒷간을 찾았습니다. 아직 바람이 서늘한 이른 봄밤에 엉덩이를 내놓고 야외에 앉으니, 사실 불편함이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앉으니 겉에서 보던 것보다는 그런대로 아늑했고, 특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쏟아지는 시골 하늘의 별들, 그 특별 보너스. 편리한 생활을 하는 만큼 반대로 신비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네 삶, 그 지나침을 돌아봅니다.
식목의 달 4월을 맞아 봉은사에서는 4월 9일 경내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일요법회에 이어 진행된 식목행사에서는 주지 원혜 스님과 사중 스님들을 비롯해 신도 500여 명이 자율적으로 동참한 가운데 봉은사 측에서 준비한 사철나무, 회향목 등 2000여 그루의 묘목을 봉은사 경내 곳곳에 심어 푸른 사찰 가꾸기에 동참했다. 주지 원혜 스님도 해수관음상 뒤로 왕벚나무 두 그루를 심으며 아름다운 도심 사찰 봉은사를 기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폐사지에 가면 왠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정지한 시간, 무상한 세월. 다 어디로 갔을까요? 지금은 쓸쓸하기 짝이 없지만, 늠름한 당간지주나 단정한 5층 석탑으로 미루어 볼 때, 한창 때는 얼마나 붐볐을까요? 특히 눈이라도 내리면, 특별한 자장을 형성하는 시간과 공간이 스며들어, 폐사지는 마법의 공간으로 변합니다. 마치 막이 내리고 모두 떠난 뒤 텅 비어 있는 연극무대 같이. 나마저도 떠나면 더욱 쓸쓸해질 이 폐사지에서 밤은 얼마나 깊은 어둠에 잠길까요? 텅 빈, 그래서 더욱 역설적으로 사무치게 아름다운 이 무대에 서서 독백해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사건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 정신적인 소식이 가시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고요.해발 1000m 수도암 대적광전 뜰 앞에 섰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대한 연꽃 봉오리가 막 벌어지고 있는 광경. 내면에서 정신이 깨어 나오는 순간이 이보다 더 잘 그려질 수는 없을 거라! 멀리 남쪽 가야산의 정상이 시절인연을 만나 막 벌어지고 있습니다.언제나 눈만 들면 흙으로 빚은 나한상이 막 기지개 펴는 저 모습과 마주칠 때, 내 맘에도 저런 개화(開花)를 피워내야겠다고 자극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광경은 두고두고 공부인의 정신적 지표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 입구에는 퇴계 선생의 친필로 쓴 경(敬)바위가 있습니다. 주자는 경을 중시하여 자신의 서재를 ‘경재(敬齋)’라고 했고, 퇴계도 제자들에게 ‘공부하는데 있어, 만병의 약은 경이다’고 가르쳤습니다. 항상 정신을 통일, 집중하여 신중하고 삼가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고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야 합니다. 고양이(마음)를 줄에만 묶어 놓을 게 아니라, 다스려서 자유롭게 풀어놓는 게 더 좋습니다. 경(敬)은 만법귀일(萬法歸一)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一)는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가슴에 담아두면 집착이 됩니다. 그저 무심입니다.
아름다움 그 자체인 존재가 있었습니다. 절대세계가 무료하여, 상대세계에 나가 자신의 미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중국의 선묘라는 아가씨로 변했습니다. 어느 날 신라에서 온 의상과 마주쳤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가 도를 이루게 돕는 것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길이라고 직감했습니다. 의상이 화엄사상을 210자의 법성게로 정리하자, 그 무형의 시를 형상화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의상이 귀국하여 태백산에 화엄종찰을 지으려고 하자, 선묘는 뜬바위(浮石)로 변해 그 자리에 있던 삿된 무리들을 쫓아냈습니다. 마침내 무량수전이 완성되자, 선묘는 자신의 분신을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묘는 석룡으로 변해 아미타불이 계신 무량수전 밑에 엎드린 채 영원의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