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익∼허허벌판을 휘몰아친 살찬 삭풍이 천막으로 둘러처진 상월선원(霜月禪院)을 흔들었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며 천막결사에 임한 스님들이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천명한 아홉 선객이다. 하루 14시간 정진 속 공양은 하루 한 끼. 90일 묵언정진 기간 동안 옷은 한 벌만 허용됐고, 삭발목욕·외부인 접촉도 금했다. 어떤 이유로든 수행 중 천막을 벗어난다는 건 정진을 포기했음이다. 스스로를 가둔 청규에서 혹한의 겨울 기운보다 매서운 불퇴전(不退轉)의 결기가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등산 봉정사(주지 도륜 스님)가 최근 단행본 ‘봉정사 가치와 기록’을 발간했다.경상북도와 안동시 지원으로 발간된 단행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지난해 7월 개최된 학술대회 성과를 종합하고 추가 원고를 수록해 제작됐다. 봉정사 관련 연구성과 점검과 향후 활용방안 모색 등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됐다.박순 전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센터 박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 안동과 봉정사’에서는 건축사 위주로 진행됐던 봉정사와 관련된 기존 연구의 외연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불교문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첫 영문 학술지 ‘East Asian Buddhist Literature’(EABL)가 창간됐다.동국대 불교학술원 한문불전번역학과가 최근 ‘EABL’을 창간하고 첫 호를 발간했다. 김종욱 한문불전번역학과 학과장과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가 공동편집장을 맡았으며, 김천학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를 비롯한 한국·미국·중국·일본 불교문헌 전문가 10명이 편집위원으로 참가했다.매년 1회 발간될 ‘EABL’은 한국 불교문헌을 포함한 동아시아 불교 사본 및 간본 등을 비판적으로 해
현대한국사에서 1987년은 커다란 변곡점이었다. 군사독재권력에 맞선 ‘6·10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고, 한국사회 전반에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갖춰졌다. 불교계 내부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불교의 자주화와 불교관계악법철폐’를 촉구한 1986년 9월7일 해인사 승려대회를 계기로 불교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정권에 유착했던 기존 불교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통해 국가권력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요구하는 자성과 쇄신의 바람이 불교계 내부에서 확산됐다. ‘민중불교론’을 토대로 성장한
조계종 제12교구본사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가 코로나19로 2월부터 진행해 온 산문폐쇄를 철회하고 3월22일부터 산문을 개방해 개별적인 참배와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지친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기도공간이자 쉼터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해인사는 3월2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월21일부터 선제적으로 진행해 온 지역봉쇄・산문통제・이동중지를 풀고 자체적인 예방과 방역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인사는 지난 한 달간 지속된 산문폐쇄를 해제하고 개방하기로 결정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7월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으로 강제수용 위기에 놓여 있는 서울 참나선원(주지 성범 스님)의 민원을 수용해 서울시와 관악구청에 “참나선원이 위치한 부지를 도시공원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의 재검토 권고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도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해당사찰과 지역불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던 서울시와 관악구청의 ‘참나선원 강제수용’ 강행방침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24일 제3소위원회를 열어 참나선원 주지 성범 스님 외
여여선원(선원장 정여 스님)은 2월13일 부산 양정동에 소재한 선원 내 큰법당에서 ‘동안거 회향 특별법회’를 봉행했다. 여여선원장 정여 스님이 지난 기해년 동안거 회향을 맞아 선원 불자들을 위해 해제의 소회와 감사의 뜻을 나눈 법석으로, 스님은 ‘늘 깨어서 자신을 보라’는 주제로 법문을 펼치며 불자들의 정성과 기다림에 고마움을 전했다.정여 스님은 법문에서 “순수하고 소박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이 있을 때는 그 자리 그대로 행복이었는데 언제부터 욕심이 생기고 비교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일상을 점검해보라”며 “하루 단 30분이라도 이탈된
조계종 제18교구본사 장성 백양사 새 주지후보에 현 선원장 무공 스님이 사실상 추대됐다.백양사 후보추대위원회(위원장 미산 스님)는 2월16일 오후 경내 종무소에서 회의를 열어 백양사 선원장 무공 스님을 차기 주지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무공 스님은 3월3일 백양사 차기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단독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 미산 스님을 비롯해 현 주지 토진 스님과 진우(조계종 교육원장), 만당·원명(중앙종회의원), 무공, 진공, 원일, 법공, 법일 스님이 참석했다.이날 회의에 참석한 복수
한국불교 중흥과 온 세상 평화를 발원하며 위례신도시 황량한 뜨락에서 진행된 90여일 천막결사가 마침내 회향됐다. 엄동설한 온기 없는 천막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결사 대중들은 매일 14~16시간씩 화두 하나 붙들고 정진했다. 엄격한 청규대로 동안거 기간 내내 하루 한끼 식사에 일체 말을 않는 긴 침묵의 시간을 이어갔다. 삭발과 목욕조차 않겠다고 결기를 세웠던 것처럼 촌음을 아껴가며 수행에 일로매진했다. 아파트 공사장 온갖 소음과 불자들 절절한 기도소리가 어우러져 천막 안 시간은 소 걸음마냥 우직이 흘렀다.그 90일 천막 안에서 지냈
천안 각원사(주지 대원 스님)는 2월9일 경내 연화지에서 동안거 결제기도 및 정초 신중 칠일기도, 영가천도 사십구일, 지장기도를 회향하며 방생법회를 봉행했다.방생법회에는 주지 대원 스님과 이영철 신도회장 등 사부대중 400여명이 참석해 연화지에 미꾸라지를 방생했다. 대원 스님은 “방생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시작된다”며 “오늘 법회와 방생을 계기로 생명의 존중함과 귀함을 마음에 새겨 업장을 소멸하고 그 기운으로 한해 소원성취 및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축원했다.충청지사=강태희 지사장[1525호 / 2020년 2월 19일
오늘 벌써 삼동 결제를 하고 마지막 해제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선문에 들어와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 마음먹고 결제날 시작해서 오늘까지 벌써 석달이 지나갔습니다. 석 달이 지난 오늘 지금 이 시각에 나의 몸과 마음이 석 달 전 결제 때와 비교해 볼 때, 석 달 전에는 몸도 형편없었고 마음도 그랬던 것이 용심을 잘하고 몸도 잘 쓰고 하면서 건강하지 못하고 좋지 못했던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편치 못하고 괴롭던 것이 괴로움이 없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면 아마 성취했다고 봐야 하겠지요.우리는 ‘공부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
위례 상월선원 동안거 해제를 맞아 9명의 정진 대중들이 지난 3개월간 상월선원에 모인 사부대중의 정성을 종단에 회향했다.상월선원에서 정진한 9명 스님들은 2월11일 서울 한국역사문화기념관 접견실에서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백만원력결집불사에 1억원, 선원수좌복지기금으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3개월간 상월선원에서 진행된 9명 스님들의 용맹정진에 대한 사부대중의 공양비와 해제비 등을 모은 금액이다.이날 전달식에는 정진 대중인 호산, 진각 스님과 외호 대중인 혜일, 일감 스님이 참석했다. 상월선원 동안거는 혹한 속에서 하루 1끼
마조도일 선사가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원주스님이 와서 물었습니다.”화상이시여. 요즈음 법체가 어떠하십니까?”이에 선사께서 대답했습니다.“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 이니라.”옛 어른들은 병을 앓으면서도 사람 키우는 불사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마조선사는 병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을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분의 일을 망각하지 않고 공부 인을 제접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면불 월면불’ 문답은 알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서의 납승(衲僧)과 남북의 선객들이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분별 심으로 여러 가지 대꾸를 하
日出日沒 催老相(일출일몰 최노상) 이요 念起念滅歸寂靜(염기염멸귀적정) 이로다.幻化之中 不變相(환화지중 불변상)은 諸人各自 眞如佛(제인각자 진여불) 이로다.又(우)修行之人不息行(수행지인 불식행) 하야 念念反照本自心(염염반조본자심) 하라省省反照一念中(성성반조일념중) 에 便得大悟成正覺(편득대오성정각) 하리라一 定時諸行(일 정시제행). 二 無相布施(이 무상보시)三 念念自覺(삼 염염자각). 四 言行操心(사 언행조심)慾得免解脫(욕득면해탈) 인댄 萬事悉休息(만사실휴식)하라端坐一念觀(단좌일념관)하면 卽得無生忍(즉득무생인) 하리라子年 鼠有三能(자년
동안거 마치고 문을 여니 산천이 봄이로다. 설레는 봄, 물 오르는 산천, 야! 이 물건이여, 마하반야바라밀!“위없는 보리가 이것으로 쫓아나니 만길 언덕위에 외발로 섰도다. 동과 서, 남과 북을 묻지 마라. 달마가 조계의 길을 알지 못하도다. 한 비결이 있으니 주장자를 세워 법상을 친다.”(만공 스님 법어)분별 전, 이름 붙이기전, 새벽의 별무리 시원함이 세상을 덮어 한 없이 편안하다. 생명의 심장이 둥글둥글 친절하다. 지심인가 삼계대사요 사생자부로다. 시동이 걸려 절실해지니 백억부처님이 무심해졌네. 여름이면 북쪽으로 겨울이면 남쪽으
걸음걸음 별유천지를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야 철세에 풍년이 든다는데, 지난 삼동안거를 지내면서 우리 조계산에는 눈을 구경하지 못하고, 겨울비가 장마처럼 내리기도 했습니다.그런 이상한 기후변화 속에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감기가 유행하며, 이상한 흉흉한 소문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지금 바깥세상에는 경제마저도 어렵고, 이번 봄에 4.15총선 등의 많은 일들이 있어 올 한해는 상당히 파란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예전에는 눈이 안 오면 세상에 풍년이 들고 삼재팔난이 없기를 바라면서 눈이 많이 내리기를 바라는 기설제(祈雪祭)를
9명 스님들이 위례천막결사를 회향까지는 숱한 난관과 마주해야 했다. 난방시설이 일체 없는 천막법당에서 매서운 추위와 맞서야 하는 열악한 수행환경에다 하루 한 끼에 14시간 이상 정진해야 하는 엄격한 청규까지…. ‘어떤 안락함도 구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기로 시작된 결사라지만 지난 3개월은 하루하루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고된 여정이었다.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 스님을 통해 위례천막결사 3개월의 과정을 돌아봤다. 편집자“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
素食生計長時富요伴雲行裝萬事閒이라千里古園今日返하니鷲山靈界闢禪關이로다산나물 먹고 사는 살림 언제나 넉넉하고구름 벗 삼아 살아가니 늘 한가롭네천 리 옛고향 오늘에 돌아왔으니영축산 신령스런 경치 선관을 열어주네.총림대중이 결계를 하고 삼동안거를 원만하게 성만하게 되었습니다.素食과 藥石으로 살아가니 번다함이 없어지고 六和로 화합하니 솔바람 물소리가 무진법문이 되었습니다.영축산 선풍에 총림대중이 모두 옛고향에 돌아오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일을 마친 한가한 도인이라 할 만합니다.오늘 해재를 하고 산문을 나서는 대중이여!만나
위례 상월선원 천막 결사를 회향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포함한 6명 스님들이 헌혈을 통한 첫 자비행을 실천했다. 3개월간의 동안거 정진을 끝내고 하루 만이다.2월8일 봉은사를 방문한 헌혈차에서 6명의 스님들은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을 돕고자 헌혈에 동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헌혈 참여자가 줄어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는 소식을 접한 스님들은 위급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뜻을 모았다.천막결사에 동참했던 9명의 스님 중 건강상의 문제로 헌혈이 어려운 3명의 스님을 제외한 6명의 스님들은 이날 헌혈에 앞서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하며 목숨 건 정진을 진행했던 9명 스님들의 위례천막결사가 2월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11일 동안거 입제에 든 지 90여일 만이다.이날 오후 1시30분 상월선원 주지 원명 스님과 총도감 혜일 스님이 굳게 닫힌 문을 열었다. 11월11일 철문이 닫힌 후 90일 만에 열리는 순간이었다.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천막법당 안으로 들어가자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종정스님과 총무원장스님에게 천막법당 내부를 소개했다. 이어 종정스님은 천막법당 내부에서 정진 대중을 향한 법문을 통해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