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녹차와 은사 경봉 스님의 말씀을 통해 때로는 구수하게 또 때로는 담백하게 삶의 이치를 풀어내며 후학들을 제접한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장 명정 스님의 49재 막재가 엄수됐다.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감원 관행 스님)은 5월11일 경내 무량수전에서 ‘고원당 명정 대선사 49재’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해인총림 방장 원각, 경봉문도회 문장 원명, 경봉문도회장 무애,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봉암사 수좌 적명,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전 조계종 어산어장 동주, 통도사 주지 영배, 월정
“이와 같은 오악(五惡)·오통(五痛)·오소(五燒)는 비유컨대 큰불이 타올라 몸을 태우는 것과 같으니라(如是五惡五痛五燒 譬如大火 焚燒人身).”오악(五惡)은 바로 살생·도둑질·삿된 음행·거짓말·음주로 이 안에 탐·진·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다섯 가지 악을 지으면 당연히 한 평생 동안 즐겁다, 행복하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통(五痛)은 현세의 과보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것입니다. 오악을 저지르면 세상에 아무리 부유하고 귀한 사람일지라도 좋지 않은 나날을 보낼 것입니다. 한 나라의 통치자나 권력자도 행복하지 않고 곳곳에
나방은 왜 불에 뛰어들까? 여기에는 놀라운 수학이 숨어있다. 나방은 밤에 달빛을 나침반 삼아 날아간다. 달빛줄기 즉 월광선(月光線)에 대해 일정한 각도를 만들고 목표물로 날아간다. 사람들이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정하고 길을 가는 것과 같다. 혹은 북위 30도 하는 식으로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달은 지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구에 도달하는 달빛줄기들은 서로 거의 평행이다. 그래서 그 빛줄기들에 대해 일정한 각도를 가지고 날아가면 목표물에 이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적지점과 출발지점을 잇는 선분이 달빛줄기와 30도
이명박 정권 때 졸속하게 이루어진 4대강 보가 이제는 그 해체를 두고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참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일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누가 4대강을 맑게 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그렇게 졸속 정도를 넘어 폭력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어떠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시행된 사업이 이제는 그것의 해체를 두고 또다시 국론의 분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4대강 보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결국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 또한 틀림없다. 나라의 젖줄기라
예전 어릴 때 허름한 동네식당 미닫이문에 한문으로 ‘白飯一切’라고 써놓은 것을 두고 ‘백반일체’로 읽느냐, ‘백반일절’로 읽느냐를 동무들과 옥신각신하며 다툰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던 ‘백반’이 다시 뇌리에 등장한 것은 거의 5~6년이 지난 고등학교 중반기에 우연히 부처님의 생애를 배우면서이다. 부처님의 부왕 이름은 정반이요, 숙부의 이름이 백반이라 하였으니, 처음엔 그저 발음만 같은 것일 뿐이겠지 하였다가 나중에 한문까지 맞춰보고 동일한 글자임을 알고는 자못 신기해했었다.‘정반(淨飯)’은 ‘śuddha(깨끗한)+odan
‘국립’과 ‘관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선입견만 없다면 그는 여전히 자유로워 보인다. 트레이드마크인 모자는 여전하지만 그 흔한 넥타이는 사양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옷섶을 잡아주는 정도의 매너가 그와 세상의 타협선일지 모른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된 윤범모(69) 관장의 이력은 빼곡하다. 가천대 교수,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최근까지도 동국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 창원 조각비엔날레 총감독으로 현장을 지휘했고 한국민화센터 이사장, 가나문화재단 상임이사, 한국큐레이터협회
“손톱에 구름이 떴네. 누가 너한테 큰 선물을 주려나보다.”손톱에 갈대 모양으로 흰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 선생님은 불그스름한 손톱 밑 살 위로 비치는 흰 구름은 어디서 쓸려왔는지 몰라도 약간의 보랏빛이 돈다며 손가락에 뜬 구름은 꼭 아미타불께서 내영하실 때 타시는 자색(紫色)구름 같다고 하셨다. 나의 샤미센(비파 모양의 삼현악기)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과의 샤미센 수업이 끝나면 으레 구품사(九品寺)로 산보를 나갔다. 종문 가까이에는 죄의 무게를 달아보는 할머니와 염라대왕이 계시고, 그곳을 지나 손을 씻는 우물 뒤편의 안쪽 당에는 지
불교에서는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물론 벌레 한 마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마땅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모든 생명이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선호한다’는 불교의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또한 산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不殺生)과 나와 다른 존재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는 다른 존재의 고통을 이해하고 평안하게 해주려는 ‘공감’이라 할 수 있다.초기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는 다른 생명을 공격하거나 다치게 해서 안 되는 이유로 “내가 그렇듯이 이들도
모든 번뇌를 물리친 깨달음의 경지, 즉 열반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붓다는 자신의 깨달음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연 열반의 경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자가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붓다는 혹시 이 깨달음의 상태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하더라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험담을 하거나 다른 구업을 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붓다는 조용한 입멸을 결심했다.그때 범천(브라흐만)이 나타났다. 범천은 붓다의 결심을 눈치 채고 간절히 부탁한다. “깨달은 이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붓다께서 가르침을 주시지 않으면 사람들
“마음속 찌든 때 깨끗이 씻기고 우리의 소원을 모두 다 들으시며 언제나 우리 곁에 항상 웃고 계시는 부처님이 좋아요.” (덕신 스님 작사·최미선 작곡 ‘부처님이 좋아요’ 중)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천진불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불가 솜씨를 뽐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원행 스님)와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혜장 스님)는 4월2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제31회 전국 어린이청소년 연꽃노래잔치’를 개최했다.멀리 경북 상주 상락유치원생들은 물론 조계사, 봉은사, 국제선센터, 진관사, 금륜사 등에서 6~13
조계종단 첫 불교성전 편찬 작업이 추진위원회 출범 현판식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4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에서 ‘불교성전편찬추진위원회 현판식’을 개최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불교성전편찬의 원만 회향을 기원하며 상임위원으로 고시위원장 지안,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본각 스님,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등에게 상임위원 위촉장을 전달했다. 원행 스님은 “반세기 만에 불교성전을 편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훌륭한 성전이 만들어질 수
1920년대에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근원어 즉 맺는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자아의 본질적 차이에 관한 개념을 발표한다. ‘나와 그것’은 ‘나와 너’와 달리 상대를 물건으로 여기는 관계이다. 상대를 비인격적으로 바라보면서 소비 착취당하는 상대의 고통을 감지하지 못한다. 모든 영적 전통과 문화는 ‘나와 그것’이 아닌 ‘나와 너’에서 출발한다.‘네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베풀라’를 윤리적 근간으로 한다. 옛사람들은 콩을 심을 때 세 알을 심곤 했다. 하늘의 새가 한 알, 땅의 벌레와 사람이 한 알씩을 먹도록 배려한 것이다. 오합혜(五合鞋)
헌법재판소가 낙태에 대한 포괄적 금지 및 처벌을 명시한 현행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태아의 생명권보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무게를 둔 판결이라 볼 수 있다. 낙태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건 1961년 시행된 가족계획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가톨릭은 1973년 ‘모자보건법’에 의한 낙태금지 완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고, 45년이 지난 현재도 가톨릭은 낙태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헌법판결이 난 지금까지도 조용하다. 상좌부 율장에 낙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낙태를 야기하는 정도일지라도 인간의
“비가 그치고 구름이 물러가고, 하늘이 다시 맑게 개었네. 그대의 마음이 청결하다면, 그대 세계의 모든 것들이 순수할지니… 그때는 달과 꽃들이 그대를 참된 길로 인도하리라.”일본의 선승, 료칸 스님의 시입니다. 맑게 갠 하늘과 순수한 달 그리고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자연은 늘 맑고 다정해서 우리를 순수한 의식으로 이끌고 있는데, 그걸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심연의 상태, 투명하게 맑혀진 마음에서는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기쁨과 감동의 향연입니다. 더 바랄 게 없어요. 어수선한
“부안군 관광과 진서면 일대에 큰 피해를 주는 고령토 채굴장 개발을 반대한다.”부안 내소사 인근에 고령토 채굴계획이 추진, 내소사 등 인근 사찰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고령토개발 반대 투쟁위원회(공동 위원장 박병우, 이하 투쟁위)는 4월2일 고령토 채굴계획 예정지서 집회를 열고 “고령토 채굴계획은 석산 개발을 위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는 내소사 주지 진성 스님을 비롯해 지장암 일지 스님 등 인근 지역스님들과 문찬기·김정기 부안군의회 의원, 진서면 이장단협의회(회장 하윤기) 등 130여명이
장애인의 사찰 접근성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불교계 난제다. 사찰 진입부터 법당 참배와 법회 동참, 편의시설까지 장애인이 사찰에서 신행생활을 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일부 개선됐음에도 “장애인에게 사찰은 철벽”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하다. 문화재를 보유하거나 전통사찰이 많다는 점도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권익향상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변화에도 장애인의 사찰 접근성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외부 평가와는 별개로 당
呼呼呼入妙(호호호입묘)念念念歸眞(념념념귀진)呼念相交處(호념상교처)如來卽現身(여래즉현신)‘부르고 불러 입묘(入妙)를 부르고 외고 외워 귀진(歸眞)을 염송하나니. 호불과 염불이 서로 만나는 곳에 여래께서 곧 몸을 드러내신다네.’ 치익(致益, 1862~1942)의 ‘염불(念佛)’.당나라 시인 이백(李白, 701~762)은 가끔 한 승려와 함께 삼거(三車, ‘법화경’ 비유품에서 말하는 우거·녹거·양거)를 이야기하곤 했다. 얼마간 지내면서 보니, 그의 규범은 마치 가을 하늘의 밝은 달빛에서 얻은 듯했고, 마음은 여름날의 푸른 연꽃 빛깔을 닮
“고원 선사여, 부디 잘 가요. 도솔천에 오르면 경봉, 고봉 노사 계실 터이니 우린 또 거기서 만나요.”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은 영결사 끝에 결국 목이 메었다. 도반을 향한 그리움이 목련 꽃잎에 맺혔다가 차가운 봄바람에 툭 떨어졌다. 영결식 영단의 중앙에 놓인 사진 속 명정 스님은 씽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참석 대중의 눈물이 한가득 찻사발에 담긴 진한 녹차에 녹아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선지식 경봉 스님을 은사로 20년간 시봉하고, 은사 스님이 떠난 후에도 후학들에게 경봉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100년 전인 1919년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출범해 중일전쟁 악화에 따라 충칭(重慶) 등으로 옮겨 다니며 민족의 숨을 이어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이하에서는 백범)는 23살이던 1898년 충남 마곡사에서 하은(荷隱) 스님을 은사로 출가, 원종(圓宗) 스님이 되어 수행자 생활을 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해방 뒤 고국에 돌아와 마곡사와 여주 신륵사 등을 방문한 기념사진이 남아 있다. 1947년 9월23일에 신륵사를 찾은 것은 3‧1운동에 대중들이 적극 참여했던 데 대한 보은의 의미가 있었을
최근 뉴스를 보면 한 연예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건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다양한 사상이 공존하는 지금의 시기라도 쉽게 이해하고 납득해줄 수 없는 사건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이트, 관련사건 등등 과거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우리들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와 관련해서 정치인, 연예인, 심지어 검찰, 경찰의 이름까지도 거론되고 구속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험을 해봤고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들이 숨겨져 있으나 당연히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