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장 사상은 인간 본래 마음속에 여래가 될 가능성인 여래장(如來藏), 불성을 갖추고 있기에 모든 사람은 여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마음이 진여이고 곧 여래장이다. 유식론에서처럼 마음의 작용에 관한 이론과 작용의 원리에 몰두하기 보다는 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제일 중요시한다. 여래장 3부경으로 불리는 ‘여래장경’ ‘부증불감경’ ‘승만경’의 핵심사상이며 이는 곧 대승불교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여래장경’은 ‘여래장’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선창한 경전이다. 껍질이 씌워져 있는 곡물에 비유하며 ‘번뇌
불교는 이단(異端)의 역사에서 자유롭다. 상좌부불교에서 티베트불교와 동북아불교의 정토와 선에 이르기까지 일불제자(一佛弟子)라는 믿음은 전승의 형태와 경전의 내용, 수행의 모습이 다르더라도 불교라는 큰 틀에서 하나가 된다. 물론 불교를 표방하는 사이비(似而非)가 있기는 하지만 정통적인 불교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에서 보듯이 서로를 사탄(악마)이라 비난하며 원수가 돼 싸우는 경우를 불교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그럼에도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승불교(大乘佛敎)에서는 상좌부불
원효 사상의 핵심으로 흔히 일심, 화쟁, 무애를 꼽는다. 그러나 일심은 ‘대승기신론’ 사상이지 원효의 고유사상은 아니며, 승속을 넘나들었더라도 요석공주와 결혼 후에는 속인으로 돌아갔기에 무애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판비량론’에 나타나는 원효의 학문세계와 논쟁가로서의 모습은 원효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원효가 당나라 유학을 접고 집필한 ‘판비량론’은 문자 그대로 ‘비량을 비판하는 논서’다. 비량은 삼단논법과 같은 추론으로 ‘판비량론’에서 원효의 논쟁 실력은 빛을 발한다. 그 비판 대상은 현장과 그 제
삼국사기’는 오랜 세월 승리자에 의한 ‘역사의 고의적인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누구도 그 전모를 명확하게 밝혀내거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전자회사의 일본과 중국의 주재원으로 26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의 수많은 관련 역사서와 사료 연구를 통해, 의문과 의혹투성이인 ‘삼국사기’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삼국사기’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황대용 지음, 도서출판 시화음, 1만5000원.[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전남 장흥 석대들은 정읍 황토현, 공주 우금치, 장성 황룡과 더불어 동학혁명의 4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 격전의 한가운데에서 ‘사람을 하늘같이 섬기고’, ‘있는 놈 없는 놈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꿨던 남도 사람들 얘기가 소설로 탄생했다. 장흥 출신인 저자가 8년에 걸쳐 꼼꼼한 자료 조사 및 현장답사와 고증,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탐진강 석대들의 함성을 남도 동학의 풍운아 이방언 장군의 생애를 중심으로 박진감 있게 풀어냈다. 이판식 지음, 호밀밭, 1만6000원.[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핵, 석유, 석탄, 풍력, 태양 등 5가지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통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에너지 역사를 쉽게 알려 준다. 저자는 에너지 역사는 곧 세계의 역사라고 말한다. 에너지가 문명의 토대를 이루고, 세계사의 분기점마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에너지 역사를 살펴보며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에너지를 대안으로 삼아야 좋을지, 기후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상수 지음, 철수와영희, 1만4000원.[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
수도 600년의 오랜 세월 동안 서울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져왔다. 저자는 지난 1~2권에 이어서 대도시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섬세하게 통찰하는 한편, 지금까지 서울을 만들어왔고 거기서 삶을 이어나간 사람들의 얘기로 이번 3~4권을 채웠다. 특히 근현대 격변기를 거쳐오며 오늘의 서울이 형성되기까지 내력을 보여주는 명소들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우리가 잘 몰랐던 골목골목의 이야기를 생생히 증언하고 되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 유홍준 지음, 창비, 각 2만2000원.[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가을이 깊고 단풍은 짙다. 사람들을 모질게 괴롭히던 코로나19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감염병 시대’라는 말마따나 이젠 마스크를 쓰고 지낼 날들이 더 많을 수 있다. 현대인이 맞닥뜨려야 하는 괴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음의 병은 역병보다 독하고 후유증도 크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제발, 걱정하지 마라’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다. 스님은 수년 전부터 매일 새벽 네이버 밴드 ‘오늘의 명상(https://band.us/@jinwoo)’에 글을 올리며 소통해왔다.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출가수행자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의 명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언급하면서 보편화 된 말인데,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다.듣는 귀가 없다면 좋은 음악을 들어도 소음에 불과하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이라도 보는 눈이 없다면 하찮은 낙서와 다를 바 없다. 어떤 예술이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듣는 귀와 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작품의 동기와 배경, 작가가 살았던 당시 사람
“걷기명상을 통해 생기는 지혜로 삶과 죽음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자신만만한 이 선언의 주인공은 팔공총림 동화사 율주를 역임한 자비선사 주지 지운 스님이다. 명상, 그 가운데서도 걷기명상을 통해 스님은 고요함에 이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혜를 얻으며 탐욕과 분노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과연 걷기의 어떤 작용이 이같이 엄청난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살펴보자.‘자비경선 걷기명상은 걸으면서 발바닥 감각을 알아차리는 가장 기본적인 명상입니다. 발과 땅의 접촉은 첫째, 상호
13년 전, 지리산에서 수행하는 두 비구니스님의 일상과 수행을 담은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은 종종 은사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두 스님의 수행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은사 정봉무무 스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렇게 지리산 깊숙이 자리잡은 홍서원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책은 열댓 명 둘러앉을 수 있는 홍서원 작은 공간에서의 소참법문을 엮었다. 참선을 왜 해야 하는지, 번뇌망상은 왜 일어나는지 묻는 불자들의 질문부터 담배를 끊는 방법, 어떤 사람이
죽음에 직면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 텍스트는 선사들이 남긴 열반송이다. 삶을 마감하며 살아있는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언어에는 한 인물의 삶이 압축돼 있다. 하물며 평생 수행에 매진한 선사들의 열반송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은 이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보리달마와 육조혜능 스님을 비롯해 덕산선감, 포대화상, 원오극근, 대혜종고, 임제의현, 동산양개, 대각의천, 보조지눌, 태고보우, 경허성우 등 한국과 중국의 선지식 30여명의 열반송과 함께 삶과 죽음의 일화를 해설하고 있다. ‘불교신문’에 동명으로 연재했던
30여년간 내과의사로 살아온 저자가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시기에 ‘금강경’을 만나 ‘금강경’과 함께 그 시기를 건넜다. 이후 인문학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동서양 고전과 더불어 다시 ‘금강경’을 읽었고, 이를 공부할수록 육조혜능 선사가 말한 ‘우리는 모두 부처’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의 매듭을 풀고 자유로워지는 ‘금강경’의 지혜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여민 지음, 북드라망, 1만60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제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연재 기사에 소개된 38곳의 책방 중 30곳의 책방을 추려 소개했다. 저자는 올봄 이 책을 준비하던 와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제주를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제주토박이’이기도 하다. 저자는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각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만의 구수하고 정겨운 문체로 담아냈다. 고봉선 글·사진, 담앤북스, 2만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
강릉 김씨의 시조에 대한 궁금증으로 출발해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속초의 향성사지 삼층석탑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여행. 이 속에는 한반도 최초로 통일을 주도했던 진골의 흔적이 짙게 배어있다. 외세에 맞서 싸우며 솔선수범했던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하게 된다. 곳곳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번 강원도 여행이 재미있으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1만89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모든 과학이 그렇듯 우주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우주론도 무수한 질문과 함께했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을까?”라는 질문에서 우주론이 시작됐고, “우주의 팽창이 갈수록 느려져야 하는데 왜 우주가 가속 팽창할까?”라는 질문은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낳았다. 이처럼 우주론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거기서 파생된 또 다른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이 책에 담긴 15개 질문은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과 맞닿아 있다. 토니 로스먼 지음, 한겨레출판, 1만60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경주 불국사 회주 나가성타(那伽性陀)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알리고 고통 받는 사람과 생명을 감싸 안아온 이 시대 선지식이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래 수행자, 교육자, 학자, 행정가, 활동가, 전법사의 길을 우직이 걸어왔다. 그 70년 세월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한국불교사에도 뚜렷한 족적으로 남았다.어려서 출가한 스님은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역경연수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로 재임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교육 경험과 안목은 종단으로 회향됐다. 1980
‘엿장수 중’ ‘판사 중’ ‘절구통 수좌’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더불어 살았던 효봉(1888~1966) 스님의 별칭은 여러 개다. 스님의 별칭은 스님이 견뎌냈던 삶의 단단한 옹이들을 한마디로 웅변하고 하고 있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출가했으나 구산 스님과 법정 스님을 길러내고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던 우리 곁에 가장 가깝게 머물다 간 선지식이었다. 스님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스님은 조선인 최초의 판사였다. 그러나 독립투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이후 참을 수 없는 양심의 가책으로 모든 인연을 접고 엿장수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