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되면 미워하기가 힘듭니다. 자연을 해치는 것은 자연을 잘 몰라서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파괴한 것도 무지해서입니다. 저는 압니다. 강의 바닥을 손으로 긁으면 쉬리, 줄납자루, 피리 등이 혼비백산하게 된다는 사실을. 물고기들이 자갈과 모래에 알을 낳고 보호하고 있는데 그걸 손으로 긁으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그래서 강바닥을 굴삭기로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알아야합니다. 자연을 알고 나면 저절로 보호가 됩니다. 알고 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4
뉴스를 보면 온통 싸움뿐이다. 세상일이 대립과 투쟁, 해소의 과정이라지만 해소의 방식이 너무나 전투적이다. 상대는 없고 오직 나만을 보며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대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해묵은 지역감정도 진실을 파고들면 결국 ‘카더라’라는 집단최면의 결과다. 죽일 듯이 싸워야 될 것 같은 상당수의 일도 대화를 통해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대화에 인색하다. 어렵게 자리가 마련돼도 내 주장만 늘어놓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비극적이게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6·25
11월18일 대한노인회 주최로 서울역 광장에서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대한노인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노인단체로 경로당 6만2917개소, 노인대학 349개소 등을 운영하는 전국조직이다. 이런 단체가 개신교 목사들과 구국기도회를 연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 노인들의 대표단체라는 공적포장을 둘러 쓴 개신교 노인들의 사적단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노년층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종종 ‘노인종교’라는 비웃음도 듣는다.노인 인구 가장 많다는 불교노인을 위한 배려는 안보여임종 때 타종교 개종도 늘어실버
동국대 총동창회의 추락이 끝이 없다. 동창회장이 난립해 싸우는 바람에 동국대 차기 총장추대위원회에서 동문 몫이 배제돼 버렸다. 최근에는 상대편 동문회장의 업무를 정지시켜 달라는 소송에 대해 법원이 두 명의 동창회장 모두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엇보다 뼈아픈 건 법원이 기부를 회장 출마의 조건으로 내건 동문회칙 자체가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는 점이다. 평등하게 누려야 할 피선거권을 금권으로 제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동창회가 사회정의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회장을 선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불교유적을 둘러보면 위축감이 든다. 우리에게도 석굴암이나 불국사 등 위대한 불교유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협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유산의 품격을 규모로만 따질 수 없다. 그러나 예술적 소양이 높지 않은 일반인이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문화재, 특히 그중에서도 건축물의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그를 통해 국력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다보면 과거 우리의 역사가 참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국력이 결코 약했던 것은 아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용성 스님이 우리말로 옮긴 신역대장경이 등록문화재로 등재 예고됐다. 한암 스님의 가사 3점 또한 일괄 등재 예고됐다. 지난 8월 양산 통도사지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불상 등 21건이 한꺼번에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이후 추가로 2점이 등재가 예고돼 올해만 23건이 등록문화재가 될 전망이다.정부, 근대유산 문화재 등록보호짧은 역사 기독교, 등재에 사활불교는 근대문화재 등재에 소홀‘근대는 기독교역사’ 기록 우려 등록문화재는 바꿔 말하면 근대문화재를 뜻한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지정문화재들이 오랜 역사성을 가
2010년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한 세제지원안, 일명 스쿠크법이 국회에서 무산됐다.개신교 외교관들의 해외선교공직자 종교편향의 대표사례교황청 대사에 가톨릭신자 파견불교국에는 불자 파견 바람직법안반대에 총대를 멘 것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뒤에는 거대한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버티고 있었다. 한기총을 비롯한 개신교는 한 목소리로 스쿠크법을 반대했다.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찾아가 스쿠크법을 통과시키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동과의 경제협력과 외화유치의 다변화를 위해 반
계절이 수상하다. 봄·여름·가을·겨울 뚜렷한 4계절이 이 땅의 자랑거리였는데 언제부터인지 봄·가을이 시나브로 소멸하고 있다. 맑고 상쾌한 봄가을은 줄고 무더위와 한파를 몰고 오는 독한 계절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계절만 각박해져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심 또한 계절의 변화를 닮아가고 있다.가을 찬 서리에 홀로 피는 국화세속 달관한 수행자 풍모 담겨절마다 국화축제로 향기롭지만국화같은 스님들이 많아졌으면갈수록 엷어지는 가을이라지만 절마다 가을이 가득하다. 전국의 크고 작은 사찰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국화축제를
언제부터인가 OO사회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회적인 현상들을 한 단어에 집약해 드러내는 이런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랬던 것이 2012년 ‘피로사회’라는 책이 등장하면서 OO사회라는 조어가 사회일반에 확산됐다. 특히 올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형편없는 민낯과 함께 30년 전 울리히 백이 처음 거론했던 ‘위험사회’라는 조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회 앞에 붙는 조어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아픔이 응축돼 있다. 그래서 시대를 읽는 키워드이면서 동시대의 사람들이 함께 쌓은 공업이기도 하다. 시대를 거슬러 사회 앞에 붙
서울 도봉구에 도봉서원이 있다. 2009년 시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사업이 진행되던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뜻밖의 진실이 드러났다. 영국사라는 절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서원을 세웠음이 밝혀진 것이다. 발굴과정에서 절터임을 암시하는 각종 기와와 암각석판이 발견될 때만 해도 크게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러나 건물터 기단 아래에서 국보·보물급 불교용구 77점이 출토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특히 이들 불교용구가 파괴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것은 사찰이 건립될 당시 제의 차원에서 묻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유림이 서
산사음악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세로로 불기 시작할 즈음 추억처럼 산사음악회가 찾아온다. 산사음악회는 산사(山寺)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복잡한 도심 속 시멘트 건물의 각지고 모난 세상에 상처 입은 이들을 품어줄 성글고 둥근 자연이 그곳에 있다. 산사음악회는 단순히 음악회가 아니다. 눈을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즐기는 힐링의 장이다. 맑은 하늘과 산, 그 속에 깃든 절, 고졸한 대웅전과 이끼 낀 탑, 가을밤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선율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색다른 체험이다. 이런
출가(出家)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집과 세속을 떠나 불문에 들어 수행함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출가는 스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몸이 속세를 떠나는 것이지만 타오르는 욕망을 모두 비울 때 진정한 출가는 완성된다. 시인 ‘고은’은 세상을 향해 “무욕(無慾)만한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시인의 말처럼 출가는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은 뒤 홀연히 출가한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처럼 적지 않은 왕들이 안락한 삶을 버리고 불문에 들었다. 이 또한 출가에 담긴 역설이다. 그러나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