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래된 도반들과 함께 일본 오사카근처의 구마노고도(熊野古道)를 다녀왔다. 일본의 고승 홍법대사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고야산 주변의 순례길로 사찰과 신사, 그리고 아름다운 숲으로 이어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길이었다. 일본인들은 기이반도의 산에 신들이 살고 있다고 여겨 고대로부터 숭배해왔다. 특히 구마노 삼산(구마노혼구, 구마노나치, 구마노하야타마 대신사)과 고야산 지역을 신성하게 여기며 이곳을 지나는 구마노고도 순례길을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구마노고도 순례길을 걸으면 큰 복을
잎이 무성한 관목 사이와 좁은 바위틈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굽이굽이 길을 돌아 올라가니 시원한 남해가 왼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으로 전각의 기와지붕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환해졌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둥에서부터 문살, 처마의 석가래, 공포 모두가 금빛이었던 것이다. 그날 해가 완전히 난 것도 아닌데 나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향일암 원통보전이었다. 그 앞에서 찍힌 기념사진에서도 내 얼굴은 약간 찌푸려져 있다. 눈을 제대로 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9년 7월19일 낮 여수 남쪽의 향일암에 오른 나는 그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2016년 3월에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 2016’에 따르면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 팅가르 스벤센 교수의 저서 ‘신뢰(Tillid)’에 따르면 덴마크는 국민 78%가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정부와 기관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더 높아서 84%에 이른다. 프랑스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2%,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5%였다.정부와 기관,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2016
오홍근 전 청와대 공보수석의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는 3월10일자 프레시안 칼럼을 보면 박정희는 유신을 단행하면서 ‘사전에 유신을 단행한다는 정보를 김일성에게 세 번이나 통보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건 구실이 반공이었다’는 것.이른바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했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내려졌다. 중계 TV를 보던 어떤 사람이 “게임은 끝났다”고 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왜 게임인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게임으로 몰아간 것은 철학이 없는 이 나라 지상파
연말연시 종무소에 앉아 일하다 보면 기부금 영수증 발급에 대한 민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보통 1년 동안 비영리단체인 사찰에 시주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아 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기 위한 민원이다.사업체의 목표는 돈을 버는 데 있다. 비영리단체라는 것은 사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수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수입을 그 단체의 목적에 따라 지출하여 돈을 남기기보다는 단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수입의
얼마 전 지인 한 명이 묻었다. “불교가 종교인가요? 불교는 종교가 아니잖아요?”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더니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깨달음이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무엇을 모르다가 알게 되는 개념이니 일종의 철학이지, 종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아 그런가? 깨달음을 얻는 불교는 종교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 이것이 종교에 대한 정의란다. 다분히 기독교를 의식한 정의로 보이지만,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 최장집 교수의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이렇게 시작한다. 정치적으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번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5년 단임제 한계로 인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존의 정책은 중단되고, 정부부처 조직과 명칭도 바뀌고 3만개가 넘는 공직의 장도 바뀌는 등 5년짜리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급기야 2016년 10월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시민들의 촛불저항,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
어떤 지인이 말했다. “두고 봐라, 헌재 탄핵은 기각될 것이고, 특검도 흐지부지 끝날 것이다.” 왜 그렇게 예단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전제권력국가다. 2항 주권은 청와대에 있고, 모든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온다.” 그러고는 훌쩍 건너뛰었다. “헌법 제11조 1항 법률은 청와대에 있고, 경제적 차이는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다.”이것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정부가 보여 온 행태라고 했다. 그 뿌리는 ‘친일’에 있고, 일본군 장교, 좌익, 반공을 두루 거쳐 쿠데타로 군부독재와
“어떻게 당신들은 하늘과 땅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인가? 그 생각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만약 우리가 공기의 상쾌함과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들은 그들을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지구상에 모든 것들은 우리들에게는 신성한 것들이다. 반짝이는 모든 소나무와 모래 해안, 깊은 숲속의 안개, 초원, 그리고 노래하는 모든 벌레들은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추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 된다.”위의 두 구절의 문장은 1854년 미국 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들이 스쿼
절에 가면 예전에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선사가 했다는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곳이 많고 신도들이 서로 이 말로 축원해주기도 한다. 선불교에서는 유명한 공안인 이 말은 옛날 운문선사가 만장한 제자들에게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는데 앞으로 15일 이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무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고 다들 이에 대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이다(日日是好日)”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그런데 아주 쉬운 것 같은 이 말은 진정 무슨 뜻일까? ‘날마다 좋은 날’이
우리는 아들과 딸에게 어떤 사회, 어떤 가치를 물려주고 있는가. 많은 언론들이 우리 사회의 행복만족도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보도했다. 우리가 어떤 행복,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중산층 기준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검토해 보자.직장인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우리 사회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급 500만원 이상 3)자동차는 2000 CC급 이상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과 공동정부다.’ 지금까지의 언론보도 내용이 그렇다는 뉘앙스를 준다. 더 심하게 말하면 전제왕권이다. 박근혜는 바지대통령이고 최순실이 책사로 실권을 쥐고 흔들었다. 이 두 사람 합작정부 뒤에 감춰진 것은 검은 돈이다. 최순실이 해외로 막대한 자금을 빼돌렸고 스스로 한국 재벌 24위라고 했다는 소문이 그렇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박근혜는 재벌총수들을 불러 갈취하고 최순실은 그 돈으로 유령법인을 만들어 해외로 빼돌렸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박근혜는 뭘 하는 사람이며, 그런 박근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