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진 사람에게 길을 열고(山開仁者路)/ 물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씻어준다.(水洗智人心)/ 맑은 경쇠소리 어디서 들려오는가(淸磬從何處)/ 작은 암자는 숲속에 가려 있겠지.(小庵隱樹林)’(설담 스님의 시 ‘방부용암·訪芙蓉庵’ 전문)부용암을 찾아가는 설담(雪潭·1741∼1804) 스님의 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만행(萬行) 길에서 체득한 깨달음이 있었기에 산과 물이 내어놓은 길을 따라 무심히 걷고 있을 터다.선어록에서 보듯 오도기연(悟道機緣)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난다. 밥을 짓다가도, 기왓장 깨지는 소리에도, 날아가는 들
5주간에 걸쳐 선가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활발발한 선기와 대기대용(大機大用)을 언급했다. 앞 원고에서 언급했듯 선기의 획기적인 연출은 당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면 선사들의 활기찬 언행이 현시대에도 활용되는지를 보자.현재 중국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체로 선종 사찰에서는 객당에 두 개의 향판을 세워놓는다. 향판 하나는 보편적인 청규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그 사찰만의 청규를 말한다. 그 향판에 ‘청규(淸規)’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선가의 엄격한 규율을 상징한다.청대 이후로는 방(棒)보다 향판(香版)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학생 인성교육을 고민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선 명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12월1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진우 스님은 올해 7월 주호민 웹툰작가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불거진 논란에 관해 언급하며 “이 사안에서 역할을 해 교사들에게 찬사 받았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임 교육감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며 직
‘생사가 없다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 구나.’(자승 스님 열반송)12월3일, 겨울바람 시린 서울 조계사 마당에서 봉행된 자승 스님의 영결식장엔 안타까움과 무거운 혼란이 교차했다. 자승 스님의 마지막 모습이 던진 충격이 세간과 출세간 모두에 컸기 때문이다. 11월29일 늦은 밤, 원적 소식이 알려지고 조계사에 분향소가 차려지는 동안 스님의 행적이 하나둘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성 칠장사 CCTV에는 입적 당일 자승 스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손수 차량을 운전해 오후 3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인연과 함께 사라져간 자승 대종사의 임종게를 접하고 오랜 시간 먹먹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점에서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동안 남의 말하기 좋아하던 사람들이 스님의 삶을 험담했지만 정말 이제는 자신들의 험담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살아계실 때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누구보다 수많은 인연을 맺어 오셨다가 홀연히 일체를 놓아버렸다. 우리 사회에 스님의 임종을 두고 너
해봉당(海峰堂) 자승(慈乘) 대종사(大宗師)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을 접한 심정은 고통스럽고 비통하다. 사부대중의 크나큰 의지처이자 이 시대의 큰 스승이 한순간에 떠났으니 그 슬픔과 허전함은 말할 수 없이 깊고 크다. 자승 대종사가 걸어온 여정에서 우리는 스님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그 고뇌가 한국불교의 위상을 격상시켰음을 또한 새삼 알 수 있다. 제33·34대 총무원장(2009∼2017)에 취임하며 내 건 두 개의 슬로건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중흥’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였는데 과감한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목적
조계종이 12월1일 오후 3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초구 은정불교문화재단에서 발견한 자승 스님 자필 유언장 3점을 공개했다.자승 스님은 유언장에서 "상월선원과 함께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하다"며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이 한 점을 반성한다. 결제 때 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한다. 해제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한다"고 남겼다.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겐 미안함을 전했다. 자
11월29일 홀연 세연을 접은 해봉당 자승 대종사는 소신 이틀 전인 11월27일 서울 봉은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스스로도 “내 평생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허심탄회하게 질문하라. 솔직하게 표현하겠다”고 말문을 연 자승 스님은 1시간10분 동안 종횡무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답했다. 결국 이날의 기자회견은 자승 스님이 세간을 향해 남긴 마지막 당부가 되었다. 이날 스님은 “미래 불교는 사부대중이 차별 없이 서로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간곡
팔공총림 동화사가 11월 27일 통일기원대전에서 봉행했다. 결제법회에는 금당선원(15명)을 비롯해 내원암(5명), 양진암(5명), 부도암(5명), 흥륜사(20명) 등의 선원에 방부를 들인 스님들이 참석했다.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의현 스님은 법어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석달 동안 용맹정진할 것”을 스님들에게 당부하며 “정진 잘하셔서 해제 때 모두 조금이라도 지견이 열리고, 또 한 소식 얻는 그런 동안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날 입제식에는 정진대중들을 외호할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을 비롯해 전 주지 성문, 전국선원수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생 전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생 전법기금’으로 조성된 151억에 대해서도 “후원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불교동아리 출범과정부터 청년불자수 증가율, 후원금 지급절차를 일일이 점검하고 직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종교편향’ '불교 홀대' 등 현안에 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자승 스님이 11월27일 오전 11시 서울 봉은사 구생원에서 교계 언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법보신문을 비롯해 불교신문·현
조계종 종정 중봉당 성파 대종사가 계묘년 동안거 결제를 앞두고 법어를 내려 대중을 격려했다.성파 대종사는 11월23일 발표한 결제 법어에서 "본래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더니 오늘 도리어 더욱 밝구나 대천세계가 모두 다 없어져도 이 물건은 언제나 신령스럽네"라는 게송을 밝혔다.이어 사부대중에게 "결제와 해제가 있는 미지근한 공부로는 살아서는 시주의 은혜를 저버리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결제했다는 견해를 가지지 말고 목숨을 걸고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또 "티끌 한 점이 눈에 들어가면 헛꽃이 휘날리느니라"라고
지도무난 至道無難이요. 유혐간택 唯嫌揀擇이니단막증애 但莫憎愛하면통연명백 洞然明白이로다.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오직 간택함을 꺼 릴 뿐이니미워하고 사랑함을 여의면통연히 명백하리라.신심명은 삼조 승찬 스님이 지은 글입니다. 승찬 대사는 수나라 양제 대업2년에 입적했습니다. 승찬 대사는 대풍질大風疾 이라는 큰 병에 걸려 있었는데 오늘날의 문둥병입니다. 스님은 문둥병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다가 二祖慧可大師를 찾아가 물었습니다.“저는 문둥병을 앓고 있습니다. 화상께서는 저의 죄를 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