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을 하다 보면 가끔 명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 순간에는 온전히 나와 종이 위에 글씨밖에 없다. 천천히 획을 그으며 움직이는 붓펜 잡은 손과 눈앞에 보이는 글자들에 집중하면, 마치 달마대사가 벽을 보고 마음을 통찰하는 ‘벽관수행’을 하는 것처럼 글자로 향하던 시선이 종이에 반사돼 내 마음 상태를 비추는 효과를 경험한다. 사경에 집중하다가도 잡다한 망념들이 올라오면 그 망념의 에너지를 피하지 않고, 글자를 쓰면서 그대로 보고 느낀다. 그렇게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속으로 ‘내가 혼자 공부한다고 힘들었구나’ ‘그동안
필자에게는 생년월일도 같고 스무 살 적부터 동문수학한 방외지우(方外之友)가 있다. 암도 스님의 인연으로 지학(志學)의 나이에 남쪽 백양사 대중이 되어 진원(眞圓) 학인이라 불렸고, 약관(弱冠)이 되자 ‘운허-월운’이라는 출세의 도대강백(都大講伯)을 마음에 모셔 운악산으로 깃들었다. 사부님께서는 향암당(香庵堂)이라 당호를 내려 강(講)을 전수하시며 게문(偈文)을 이렇게 지으셨다. “시(示) 향암당진원좌주(香庵堂眞圓座主). 당지시인(當知是人) 하담여래(荷擔如來)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좌주’는 경·율·론 3장을 강론
‘분황 원효와 불교사상가들의 만남과 대화’를 주제로 △태고 보우의 만남과 대화(김방룡) △청허 휴정의 만남과 대화(오용석) △영호 정호의 만남과 대화(이인석) △분황 원효의 중도일심과 퇴옹성철의 중도무심(고영섭) △탄허 택성의 만남과 대화(상묵)의 기획논문이 수록됐다. 기조발제로 ‘중현과 세친, 반목과 조우’(권오민)가, 연구논문으로 △남악 혜사의 사념처관과 일승의 실천행(오지현) △‘법화경약찬게’ 수록 문헌과 그 특징(이기운)도 담겼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2만원.[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제하고 생명을 빼앗지 않은 재료를 손질한다. 또 공양을 올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다. 기실 우리는 대부분 요리할 때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타인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만든다. 자비명상의 게송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가까이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지키듯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한량없는 자비심을 발하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정신이 ‘요리하는
나경미 한국선천적성평가원 대표가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7년째 법보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나경미 대표는 법보시캠페인 동참 권유에 흔쾌히 서명했다. 캠페인의 취지가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 불제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나 대표는 “대학 재학시절 ‘법화경’, ‘반야심경’ 등을 종종 찾아 읽었다.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아니었지만 주위에 불자도 많았고 동생이 불교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귀동냥으로 자연스럽게 익혔다”며 “계속 책을 읽고 이야기 하다보니 흥미가
서하(西夏)는 하서지역에서 활동하던 탕구트족이 건립한 국가로 1038년부터 1227년 몽고에 함락되기까지 근 200년간 돈황을 포함한 서북지역을 장악하였다. 서하 역시 불교를 신봉하였고, 일찍부터 토번과 한족과의 교류가 잦았기 때문에 불교사상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돈황석굴에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조성된 서하 특유의 석굴이 다수 남아있다. 유림석굴 제3굴은 현교와 밀교, 그리고 한전불교와 장전(티베트)불교가 원융된 서하불교의 면모가 잘 드러난 대표굴이다. 주실에 들어서면 중앙에 팔각으로 형성된 단(壇)이 자리하고 4면의 벽과
참으로 오묘한 것이 중생과 부처가 똑같은 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한 명은 이곳을 사바세계로 보고 고통을 받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이곳을 열반지로 느끼면서 그 어떤 걸림도 없이 아주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를 가만히 보면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데, 바로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망상 속에 갇혀 그 망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끼면서 사는가, 아니면 망상 속에 살아도 망상인 줄 알고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가 하는 차이이다. ‘묘법연화경’의 ‘약초유품’을 보면 중생이 모든 망상으로부터 해탈한 상태는 오직 하나의 모양으로 귀결된다
2023년 2~3월, 43일간 진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으로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부처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인도와 네팔 불교성지 1167km를 오직 도보로 순례한 것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침체된 한국불교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2019년 수행가풍 진작과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동안거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진행한 자승 스님이 부처님이 태어나고 전법하
도심포교를 기치로 광주 광산구에 개원한 화엄사 빛고을포교원이 개원 2주년을 맞아 기념법회를 열고 자축했다. 조계종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광주 빛고을포교원(주지 연성 스님)은 11월18일 개원 2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법회에는 빛고을포교원 주지 연성 스님을 비롯해 화엄사 부주지 우석 스님, 중앙종회의원 연규 스님, 화엄사 석경박물관장 우견 스님, 광주불교연합회 고문 도계(소원정사 주지) 스님 등 스님들과 김대원 광주불교연합회신도회장(광주BBS 사장), 서재현 화엄회장, 호남대불교학생회 전현진 지도교수, 전 청와대 정재혁 선임행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둠의 터널에 갇힌 채 일상을 잃었던 지구촌이 서서히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와 빛을 마주하며 생동감을 찾아가고 있다. 혹한의 겨울 추위에 한껏 움츠러들어 빛을 잃었던 만물이 따뜻한 봄 기운에 싹을 틔우듯, 이제 세상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활발해진 세상의 움직임과 함께 멈췄던 성지순례 발길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처님의 향훈을 흠뻑 느끼며 홀로 담금질했던 신심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인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43일간 11
“오랜 구독자로서 법보신문은 다른 언론에 비해 다정다감하면서도 불교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일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특히 창간 후 35년간 불교언론이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보시 동참으로 불교 언론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포교의 원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사단법인 광주전통불교영산재보존회장 월인 스님(광주 법륜사 주지)이 법보신문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광주시 무형문화재인 광주전통불교영산재보존회장이며 작법분야 어장인 월인 스님은 1981년부터 매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과 꽹과리, 뿔피리 소리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흰 천을 손목에 두른 스님들이 비껴 오가며 나긋하고도 애절한 몸짓을 보였고, 범패에 맞춰 “쨍…쨍…”울리는 바라 소리는 대중들에게 환희심을 불러일으켰다.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길 기원하는 ‘제2회 태고종영산재’가 10월30일 성대하게 봉행됐다. 봉원사 관음합창단과 백련사 불음합창단, 청련사 심향합창단, 용궁사 해조음합창단, 충북교구 연꽃합창단의 합동 음성공양으로 막을 올린 행사는 내빈 축사에 이어 영산재보존회 스님들의 신중작법, 상주
해가 한창인 맑은 대낮에 태양을 보지 않고 햇빛을 보려고 한다면 우리는 어디를 봐야할까? 도대체 어느 쪽을 봐야 빛을 볼 수가 있을까? 어디에다 시선을 두어야 여기에 지금 빛이 환히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그건 당연히 눈앞에 보이는 일체의 대상에서 그 빛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이 나무이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강아지든, 음식이든, 커피든, 자동차든, 그 대상이 보인다면, 바로 거기에 빛이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칠흑 같이 어두운 암흑 속에 있다면 빛이 없으므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게 된
대웅전에 들어서면 부처님 양옆으로 두 분의 보살님이 모셔져 있는 곳이 많다. 부처님을 양옆에서 모시는 보살이라고 해서 협시보살(脇侍菩薩)이라고도 부르는데, 협시보살의 역할을 문수보살님과 보현보살님에게 맡긴 곳이 많다. 아마도 대승경전들 가운데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법화경’과 ‘화엄경’에서 이 두 보살님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수보살님은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님은 중생을 보호하고 제도하는 실천력을 보여 주시는 행원으로 유명하다. 이 두 분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과
조계종 제19교구본사 지리산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가 10월6일부터 29일까지 2023년 국제수묵비엔날레를 기념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41호 김경호 사경장의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지리산화엄사 성보박물관 상설전시실과 초대전시실에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감지금니 ‘아미타경’(31.2/346cm), 감지금니일불일자 ‘법화경약찬게’(25.7/270cm), 감지금니 ‘반야심경’(20.0/44.0cm), 순금박지적묵 ‘관세음보살보문품’(16.8/177.6 × 2cm), ‘묘법연화경 권제1’(30/1253.2cm), ‘묘법연화경 권 제4’
불교문예연구소가 10월20일 오후 1시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호운관에서 추계 세미나를 개최한다.‘법화사상과 사회적 융합’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차차석 불교문예연구소장의 기조발표에 이어 4부로 나눠 진행된다. 제1부는 △관음의 눈에 대한 심리치유적 이해(김선화/ 중앙승가대) △대행선사의 오공의식에 대한 상담심리학적 이해(이광숙 /동방문화대학원대 평생교육원)가, 제2부는 △조선 초기 법화사상과 불교의례(심일종/서울대·인묵 스님/ 동방문화콘텐츠연구원) △‘능엄경’과 ‘법화경’의 관음사상 비교(명조 스님, 동방문화대학원대 평생교육원)가
대구 정토사 회주 수성 대종사가 평생 원력으로 가꿔온 백송 묘목을 거동이 불편한 노스님이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 공간을 조성할 때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조계종에 보시하기로 했다. 수성 대종사는 9월19일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 성운 대종사와 함께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을 찾아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천년을 세우다’ 불사기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백송 묘목 210그루를 기증하겠다고 했다.수성 대종사는 “백송은 성장하면 풍치가 좋고, 일반 소나무와 달리 특유의 향기가 있어 건강에도 탁월하다”며 “안성
길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좋은 시설에 좋은 학교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그 모든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갈수록 커졌고, 시련은 디자이너 지망생 심효빈(혜경)을 나락으로 밀어냈다.만화, 잡지 보는게 좋았고, 포토샵 툴을 다루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시각디자이너라는 꿈을 잠시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빨리 취업이 가능한 특성화고 조리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적성에 맞지
“한량없는 중생이 마땅히 열반에 들 것이로되, 결핍된 것이 있어서 그 마음을 방해하고 어지럽히기 때문에 얻지 못한다.”(‘대반열반경’)부처님께서는 온갖 필요한 물건을 요구하는 비구의 청을 들어주면서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마침내 아라한의 도를 깨달았다.당 대력11년(776)에 조성된 막고굴 제148굴은 서벽에 주존으로 열반상을 모셨다. 그리고 남벽과 북벽에도 감실을 열고 각각 여의륜관음보살상과 불공견색보살상을 안치하였다. 이와 같은 구성은 돈황석굴에서 최초로 밀교사상을 주제로 한 석굴이 등장하였음을 알리는 것이자, 돈황의
송광사 구산 스님께서 일반 신도들이 오시면 종종 하셨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혹자는 자기 집이나 돈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금 하는 일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본인 건강이나 자기가 믿는 신념이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종류의 답이 나오면 구산 스님께서는 아무리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도, 우리의 마음이 일단 없다면 그 존재가 귀한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에 사실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소중한 것은 먼저 마음이지 않겠냐고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