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전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명상을 처음 접했던 때가 생각난다. 살면서 한 번도 마음에 관심을 가진 적도,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본 적도 없었다. 마음을 바라보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 나는 너무 놀라 금방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무작위로 올라오는 많은 생각을 마주하니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머리가 터지지 않고 지금까지 제정신으로 살아온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우리의 마음은 찰나 찰나 무상하게 변한다. 저절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생각 중에 내가 좋아하
불교윤리에서 ‘업과 업보’의 관계는 서양윤리학에서 말하는 ‘행위와 결과’의 관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내용상의 차이점에 앞서 우선 형식상의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일부 불교학자들이 불교윤리를 결과주의적 사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물음을 되던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원래 옳고 좋은 행위였기 때문에 그 결과도 옳고 좋은 것이 되는가, 아니면 결국 옳고 좋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그 행위가 옳고 좋은 것으로 판명되는가?” 전자는 의무론적 입장이고 후자는 결과론적 접근으로
불교에서는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수없이 강조한다. 나에게는 선무도가 그렇다. 한창 쑥쑥 자라나는 아들이 어떤 운동을 해야 건강하고 강인한 사람으로 자랄지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태권도, 합기도, 유도, 검도, 특공무술 등 무술이란 무술은 다 할 수 있는 전직 청와대 경호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그는 “어린이가 하기에 다른 운동은 많이 다치지만, 선무도는 다칠 위험이 적을뿐더러 마음을 함께 수련할 수 있어 좋다”며 선무도를 강력 추천했다. 그렇게 아들이 먼저 선무도와 인연을 맺었다. 집에서 도장까지 모자가 즐겁게 다니
사부대중의 한 축인 비구니 승가를 4년간 이끌 제13대 전국비구니회장 선거일이 9월18일로 확정됐다.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8월8일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2층 회의실에서 ‘제13대 비구니회장 선출위원회(이하 선출위원회)’를 열었다. 이번 선출위원회에선 선출위원 11명을 임명하고 선거일정 및 선거 세부 사항 등을 확정했다.제13대 비구니회장 선거일은 9월18일이며 후보등록은 8월25~27일이다. 선거운동 기간은 8월25일부터 9월17일까지 24일 동안 진행되며 후보자 자격 심사·확정은 8월31일 완료할 예정이다.이번 선출위원회
‘여주 혜목산 추정 취암사지(鷲巖寺址)’를 비롯한 매장유산 발굴현장 33개소가 긴급 점검에 들어간다.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오랜 장마로 토사붕괴 등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고위험 매장유산 발굴현장 33개소에 대해 8월11일까지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이중 불교관련 유적 ‘여주 혜목산 추정 취암사지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여주 혜목산 추정 취암사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를 저술한 백운화상 경한(白雲 景閑·1299~1374)선사가 입적하고, 그의 제자들
조계종 핵심 종책사업 중 하나인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방안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회가 열렸다. 기존 ‘입불’ 방식 외에도 ‘현상유지’ ‘와불’ 방안이 제시됐으며, 마애부처님이 전도된 이유를 지질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경주시(시장 주낙영)와 (사)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 한동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이 7월2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보존관리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었다.이번 보고회는 2022년 5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이루어진 ‘마애불상 보존관리 방안 연구
아주 오래전 충무로 전철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청년이 나를 붙잡고는 “내 조상들이 나를 씨종자로 삼아 안타까운 원을 실현하려 한다”고 간절히 호소하였다. 나도 모르는 나의 운명적 의무 같은 것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그를 따라갔다가 결국 엉뚱한 이야기만 듣게 되었다. 그는 나의 전생과 현생에 걸친 거창한 목표, 이 우주의 놀라운 미래를 이야기했고, 또 종말과 구원의 필연성을 믿게끔 의도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나의 관심사는 내 인생에 과연 어떠한 의무가 지워져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근현대 한국불교의 대표 선지식 경봉 대선사의 원적 41주기를 맞아 스님의 가르침의 새기고 인재 불사를 실천하는 법석이 마련됐다.경봉문도회는 7월14일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감원 관행 스님) 무량수각에서 ‘경봉 대선사 제41주기 추모다례 및 경봉장학회 장학금 수여식’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전 영축총림 방장이며 경봉장학회 이사장 원명 대종사를 비롯해 경봉문도회장 원산,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 등 문도 스님들과 통도사 주지 현덕, 수좌 명신 스님 등 산중 및 제방 대덕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참석했다. 전
“현재에 늘 깨어있고 매순간 알아차림을 하라”는 혜연 스님의 가르침은 지금도 수행지침서가 되어 준다. 당시 한 달에 700명, 1년에 8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에게 명상을 지도하고 봉사자들과 함께 봉은사 영어 홈페이지 제작과 영문 책자를 만들며 무한한 보람을 가졌다.또 헝가리 부통령과 리투아니아 국회 의장단, 인도 상공부장관 등 외국 인사들이 찾아온 국제 템플라이프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이 한국 사찰에서 평화를 체험하고 좋은 인상과 감정으로 국가적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불심으로 봉사에 나서는 많은 사찰 봉사자들
지난 연재에 이어 ‘화엄경’의 성기(性起) 사상을 살펴보자. ‘여래성기품’에서 말하는 성기란 원래 여래의 지혜인 여래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인데, 불성현기(佛性現起)가 줄여진 말로서 성(性)의 기(起), 혹은 성의 현현(顯現)이다. 즉 번뇌가 전혀 없는 부처가 중생에 현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법계가 여래로 되어 출현하는 것, 중생의 마음 가운데 지금 바로 일어나고 있는[現起] 그대로가 바로 여래의 성기이다. 이는 수행에 의해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부처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생이 이 점을 모
수보리 여래소득법 차법무실 무허(須菩提 如來所得法 此法無實 無虛)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바, 이 법은 진실하지도 않고 허망하지도 않느니라.부처님께서는 수보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얻은 이 법은 진실한 법도 아니요, 허망하지도 않다. 여래가 증득하신 이 경계는 집착을 내는 생각으로나 느낌 감정으로는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 법을 법이라고 하면 이미 법이 아니게 된다. 왜냐하면 법이라고 하면 법이 아닌 인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망하다고 하면 허망하지 않는 것 또한 생기는 것이니, 또 다시 허망한 인과가 생기기 때문
전 세계의 비구니 승가공동체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비구니계맥의 전통이 없었던 티베트불교계와 비구니계맥이 단절됐던 남방 상좌부불교계 비구니 계맥 전래와 복원 움직임이 매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부대중이라는 불교 본연의 평등공동체가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다.이 같은 사실은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가 6월23~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에서 발표된 25편의 논문과 51개 주제의 워크숍에서 드러났다. 특히 열악한 수행·생활 여건 속에서도 비구니계맥 전래와 복원을 위해 꾸준히 펼쳐온 노
6월18일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 캄보디아 시엠립에 위치한 BWC(Beautiful World Cambodia)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이사장 김희수)이 6월18~23일 4년만에 의료봉사를 재개한다는 소식에 캄보디아 전역에서 센터를 찾아온 것. 현장은 일찍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해 늘어선 인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김성주 원장은 오랜만에 봉사가 재개된 터라 주민들이 전처럼 많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2007년부터 1년에 많게는 3회, 평균 2회 정도 꾸준히 전개하며 자비의
‘개인주의’를 서구의 특정한 불교도 집단과 연관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웬디 캐지(Wendy Cadge)는 유럽과 아시아 조상을 둔 미국 테라바다 불교단체들을 비교, 연구한 바 있는데, 그것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민족지학적 원형들(ethnographic archetypes)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녀에 따르면 유럽·아메리칸 불교도들은 아시아·아메리칸 불교도들 못지않게 자신들의 집단 내·외부에서 활발한 인간적 유대관계를 맺으며, 사회문제의 개입과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아시아·아메리칸 불교도들보다 더 개인주의적
국제참여불교연대(사무총장 솜분 청프람프리‧이하 INEB)에 동참하고 있는 10개국 19명의 불교활동가들이 한국불교계 NGO단체 및 불교언론 종사자들과 만났다. 각국의 불교활동가들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전법 방법’ ‘챗GPT의 부상이 전법에 방해가 될 것인가’ 등 전세계 불교도의 공통된 고민거리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조언과 경험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6월18일 오후2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 9층에서 열린 '한국불교활동가와의 만남' 간담회는 ‘INEB 스터디 트립’ 활동의 일환이다.‘INEB 스터디 트립’은 INEB에 참
법상 스님이 조계종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를 연임한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6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에 법상 스님을 임명했다. 이날 법상 스님은 ‘천년을 세우다’ 종책 불사 기금 5000만원도 기부했다.진우 스님은 “지난 4년간 본사와 교구를 여법하게 이끈 공덕으로 소임을 이어가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어려운 가운데 종단의 주요 종책 불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법상 스님은 “소임을 보면서 매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다”며 “대흥사 조실스님을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불교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똑같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사상이지만, 중국의 불교는 자국의 문화가 가미된 중국화 된 불교이다. 선 또한 중국화 된 선이 발전되었다. 이 중국화 된 선은 곧 우리나라 선이기도 하다. 인도불교가 중관학·유식학·인명학 등 학파불교라면, 중국은 종파불교이다. 선이 중국에 유입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그 이전 노자의 무위사상이나 청담 사상 등에 맞게 선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선 수행자들의 삶 또한 은둔·자유·낙도(樂道)적인 도교적인 성향이 있다. 마조의 문하에 은둔 수행자들도 있다. 스승[마
삼사순례를 가는 사찰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벌써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 되었다. 앙상한 가지로 매서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 끝자락에도 초록빛 새 생명이 싹트며 따스한 봄의 향기 속에 활기를 찾고 있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습 하나하나에도 위없이 높고 깊은 부처님의 법이 담겨 있으리라 짐작해보며 마음 한켠에 묻어두었던 2013년 4월의 봄을 떠올려 본다.당시 나는 다른 직장인들처럼 평일에는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소확행(小確幸)이 있다면 일주일에 4
개인 중심 수행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가 비사회적인 ‘개인주의(individualism)’로 비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지적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개인주의’란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구에서 유통되던 ‘개인주의’란 용어는 다양한 지적 배경과 의미의 편차를 가지고 있었다. 불교사상을 ‘개인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담론이기도 하다. 때마침 도나 린 브라운(Donna Lynn Brown)의 “불교는 개인주의적인가:용어상의 혼란(Is Bud
하늘은 물망초처럼 파랬고 드넓은 광야엔 짙푸른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중해의 햇빛을 가득 머금은 싱그러운 잎사귀들의 향연이 서서히 옅어지자 날카롭게 튀어나온 철근과 붕괴된 건물의 시멘트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이 살았음을 알리는 흔적은 벽돌에 깔린 주황빛 양탄자뿐. 시내로 들어설수록 점차 늘어나는 무너진 잔해들이 도시를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조계종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진우·상임이사 일화 스님)이 5월말 완공을 앞둔 한국마을(Korean Village)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5월4일 튀르키예 하타이주를 방문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