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奈良) 호류지의 태자당. 이곳에는 쇼토쿠 태자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 장년기의 상이 차례로 조성돼 있다. 일본인들의 상상 속에서 쇼토쿠 태자(聖德太子)는 어떤 인물일까. 어쩌면 그는 큰 새가 날개짓으로 그늘을 거두어 새벽을 불러오던 시대, 내일의 고을(飛鳥) 일본에 찬란한 문화를 이루어낸 전설 속의 왕자님일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기틀이 쇼토쿠 태자에 의해 세워졌다고들 이야기한다. 쇼토쿠 태자에 관한 수많은 전설 속에는 일본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신들의 원류를 찾으려는 열망이 가득하다. 신라에서 화랑이 미래의 불국토를 이룩해줄 미륵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다면, 고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미륵은 바로 쇼토쿠 태자였고, 이는 태자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1500여 년간 일
독일 실존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완성된 인간의 이상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격찬한 일본 국보 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 주위의 사물을 모조리 침묵시키는 무한한 고요함과 한없는 고독, 그리고 깊은 슬픔과 사랑이 묘하게 드러난 존재. 그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고류지(廣隆寺)에서 일본의 국보 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만났을 때의 첫 느낌은 경외감이었다. 그 외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기품 있었으며,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어쩌면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었던 순간 그의 얼굴에서는 저런 고요함이 깃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엄마에게서 그 표정을 본 듯도 하고, 나의 모습 또한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 뒤에 저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들
나라현 도다이지(東大寺)의 사슴공원.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사슴을 '사슴신'으로 보호해 현재 도다이지 사슴공원에는 1200여 마리의 사슴이 뛰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전 어느날 연오랑이라는 신라 사나이가 바다에 나가 해조를 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올라탄 바위가 스스로 바다를 헤엄쳐 연오랑을 일본 땅에 내려놓았다. 바위에 올라탄 채 바다를 건너 온 연오랑을 ‘하늘이 보낸 사람’이라 생각한 일본인들은 그를 국왕으로 추대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바닷가로 나선 연오랑의 아내 세오녀. 그런데 황량한 동해 바닷가 바위 위에는 남편의 신발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바위로 올라서는 순간 바위는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그의 남편이 있는 일본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