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릭터 상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핑크팬더가 지긋한 눈길을 보내는 이동기 작가의 2015년 작품이다. 이동기 작가의 초기 작품은 일본애니메이션 아톰과 미국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에서 시작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결합된 ‘아토마우스’의 의미는 단순히 이미지를 합성해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되었다는 것에 있기보다는 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대중문화의 보급과 발달에 따른 시대상을 그림에 담아냈다는 것에 있다.이동기 작가를 한국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로 꼽는다. 작가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암각화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단단한 바위위에 기하학적인 문양이나 물고기, 산, 사냥하는 모습 등을 음각으로 새겨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유적이다. 문자시대 이전에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태초 인류의 생각을 엿보게 한다. 유미선 작가의 암각화를 연상하게 하는 그림은 가장 단순한 선으로 간단한 도상으로 통해 단편적이나마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 기록은 서사적이라기보다 함축적이고 응축적인 시어와도 같이 느껴진다.대부분 작품과 작품을 그린 작가의 이미지나 느낌이 일치되는 측면이 있다. 유미선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주는 이미지 그대로다. 차분하고
얼마 전 TV에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메이크업 에디터로 살겠노라는 아들과 이를 걱정하는 부모가 갈등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엄마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답하는 아이가 “어차피 인생은 힘든 거야” 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맞는 말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부모의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강렬한 소신과 열정을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갈등은 아마도 진행 중일 것이다. 누구도 정답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면 그 과
올해는 격년제로 열리는 미술축제인 국내 비엔날레가 유난히 많이 열린다. 전국적으로 10개 이상이 열린다고 하니 다 보려면 전국투어를 해야 할 일이다. 현대미술 중심의 비엔날레들 사이에 올해 처음으로 수묵비엔날레가 목포에서 열리고 있다. 수묵화를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가 남천 송수남이다. 80년대 소위 수묵화운동을 통해 전통의 산수화나 사군자의 수묵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확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작가다.개인적으로 남천 송수남은 한국예술, 한국미술의 원론적인 미감과 예술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집요하게 찾아나갔던 작가이자
지루했던 여름도 지나고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돌아본다. 하던 일들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고 평소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의 안부도 물어보게 된다. 한가위라는 대명절이 있는 이 계절은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들에게 일 년의 나머지 기간을 위한 충전의 시간인 것만 같다.‘고향마을’이라는 정겨운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임태규 작가의 풍경화 한 점을 소개하려 한다. 흐릿한 수묵화 속에 어렴풋이 흐려진 풍경이 담겨져 있다. 힘을 뺀다는 일이 힘을 주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된다. 힘을 빼는 것, 덜 채우
세로로 긴 시원스러운 이 화조도(花鳥圖)는 놀랍게도 민화로 구분되는 작품이다. 비슷한 필치와 화면 구성을 보여주는 네 개의 그림 중 한 점이다. 최근엔 민화를 그리는 인구가 20만 정도 된다고 한다.민화(民畵)는 민간에서 정식으로 화법을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들에 의해 그려지고 민간에서 유통되는 그림을 의미하였다. 궁중을 장식하던 장식화도 민화의 범주에 들어가면서 화원들에 의해 그려진 그림까지 민화로 볼 것이냐라는 개념정의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요즘 민화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궁중화 풍의 장식성이 있는 민화에 많은 매력
현대의 생활중심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마치 ‘현대’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삶이 도시의 삶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수많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욕망과 갈등과 문화적 체험이 뒤엉켜 있는 도시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시점에 자신의 생각과 기분,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이 쌓여 역사가 되듯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과 환경을 그림으
만나는 사람마다 더위에 어찌 지내는지 안부부터 묻게 되는 날씨다. 체질적으로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게 차라리 낫다할 정도로 더운 날은 맥을 못 추는지라 평소 여름에 어느 지역이 38도니 39도니 하면 거기가면 나는 죽겠구나 싶었는데, 서울이 긴 기간 동안 그 정도 온도이니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도 죽지 않았고, 아프지 않았고, 그냥저냥 지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더위도 지나가고 있다. 찜통더위 속에도 이른 아침의 바람에서 희망을 찾아본다.별다른 일없이 사는 것 같아도, 크게 내가 스스로 어떤 일을 벌이지 않았는데
작가 심현지 선생은 주로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유리모자이크와 프레스코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활동을 해왔다. 한창 활발하게 작품 발표와 일을 했던 선생님은 한동안 작업을 멈추고 조카 데니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이분의 꿈은 자신이 가르친 데니스의 그림을 모아 고향 광천 오서산 자락에 미술관을 만드는 일이다. 데니스는 지적장애가 있는 청년이다. 아기 때 부모와 미국으로 건너갔고 거기서 열병을 앓았는데 뇌까지 영향을 미쳐 장애를 갖게 되었다.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하나 늦게나마 조카의 미술적 재능을 발견해 숱한 연습과 연습을 거
본격적인 장마철을 실감하게 요 며칠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언제 그칠까, 생각하고 안 오면 언제 비가 좀 오려나 걱정을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얼마 전까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못 살 것 같았고, 더 올라가면 너무 추워서 언제 봄이 올까 기다렸었다. 바쁘면 너무 일이 많아서 내 인생은 왜 이리 고달픈가 생각했다가, 좀 한가해 지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뭔가 빼 먹은 것 같다. 현장에서 은퇴하면 뭘 할지 벌써 할 일을 줄 세워 놨다. 뭔가 100% 완벽한 순간이 있을까. 그
이채영 작가의 수묵화는 기존의 수묵화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한다.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산수‘의 주제는 전통재료인 ‘수묵과 맞물려 수묵화는 곧 산수화라는 생각 때문에 현재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실감되지 않는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허나 이채영 작가는 수묵산수의 고귀함을 땅으로 끌어 내린 느낌이다. 그것은 낮은 데서 다시 시작하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접근으로 먹은 작가의 감정 표현의 수단처럼 느껴진다.평면회화에서 작가들이 끊임없이 평면 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거나 질감을 강조한다거나 하는 것에 비하면 이채영 작가의 그림은
동양회화의 오랜 역사를 지닌 산수화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산수화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작가 중 한 명이 ‘이여운’이었다. 왜 동양회화는 인물이나 역사, 신화적 기록이 아닌 산수화를 시각예술의 가장 큰 화목으로 삼았을까. 지금 우리가 접하는 옛 그림을 즐겼을 당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지성과 학문을 겸비한 사람들이 누렸던 고급 취미의 세계였을 것이다. 웅장한 자연을 그림으로 남겨 시시때때로 감상하고자 하는 마음이 산수를 즐기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연 앞에 인간은 어쩌면 한없이 나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