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나 기도회 등 불교모임이 끝나면 불자들끼리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정말 성불하겠다는 결심과 서원을 지니고 하는 소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불교신행의 목표가 성불에 있다고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인사법이다. 성불이라는 말은 상좌부불교에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이다. 상좌부의 목적은 금생의 신행공덕으로 내생에 인간계나 천상계에 태어나 복락을 누리든지 부지런히 정진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해탈의 과를 얻는 데 있다. 상좌부에서 부처님은 한 시대, 한 국토, 한 분의 부처님만 출현한다고 보기에 평범한 중생이 성불한다는 교리를 찾기
어느 곳의 절을 가든지 천불을 모신 절이 많다. 고양시 금륜사도 천불이 모셔진 절이다. 그런데 금륜사의 천불은 좀 다르다. 수어(手語)하는 천불만다라다. ‘법구경’을 수어로 전하고 있는 천불만다라는 부처님를 같은 자세와 채색 및 구성으로 똑같이 표현하는 기존의 불화와 달리 1000점의 부처님이 각기 다른 손 모양을 하고 있다. 닥종이에 수묵과 채색으로 된 부처님 그림 10점을 한 묶음으로, 한 불화 100개가 모여 총 1000점의 부처 불화로 구성된 천불만다라가 1층에 모셔져 있다. 예를 들면 “자기가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2020년말 해인사 성보박물관은 대대적인 내부공사를 진행하며 전시실의 가벽을 제거했는데, 안에서 뜻밖에 고 백남준(1932~2006) 선생의 비디오 설치 작품 ‘해인사 판타지’가 발견됐다. 이 작품은 1998년 성보박물관 건립 당시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김석철(1943~2016)의 의뢰로 백남준 선생과 프레스코화 전문가인 진영선 교수가 함께 제작했으며, 2001년 완성됐다. 이후 대략 2010년까지 전시됐으나 ‘해인아트프로젝트’ 특별전을 위해 작품 앞에 가벽이 설치된 후 그만 잊혀진 존재가 됐다. 결국 10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법당 둘레 활짝 핀 접시꽃이 가득하다. 육지에서는 한여름을 장엄해 주는 꽃이지만 제주는 계절이 빠르다. 수국도 다 져버리는 시기, 한 켠에서 나리꽃 망울이 가득 부풀어 올라 내일이라도 툭 터져 나올 듯하다. ‘이러다 모든 꽃들이 다 터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바라보니 늦게 파종한 봉선화가 꽃밭 가득 힘껏 솟구치고 있다. 계절의 아름다움이 도량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가을 생각에 국화도 넉넉히 기르다 보니 늘 새 계절의 설렘이 가득하다.꽃이 좋다. 무채색 무기질의 토양에서 푸른 잎을 피우며 자라나 형형색색의 빛깔을 뿜어내는 일이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1951년 초에 개신교와 가톨릭, 범(凡)기독교계에만 군종제도 시행을 하면서 10여년 사이에 전체 인구,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기독교 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던 사실은 여러 차례 지적하였다. 그런데 전국의 형무소와 경찰서 유치장 등의 진입은 민족 해방의 기쁨이 다 가라앉기도 전인 1945년 12월부터 가톨릭도 배제한 채 현직 목사에게 전국의 형무소와 소년원의 ‘교무과장’ 직책을 독점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오직 개신교에게만 허락하였다. 그리고 법무부 안에 이 형목 제도를 지원하는 ‘형정과(
요즈음 불교계에서 쓰는 ‘소의경전(所依經典)’이라는 용어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종단을 설립 운영하려면 반드시 해당관청에 등록을 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경우 필수 구비서류로 단체의 정관이나 규약을 문서로 제출했다. 이런 역사 배경 속에서 불교단체 이름으로 ‘한국불교00종’이나, 또는 ‘대한불교00종’을 내걸었고, 그와 연동해서 본 종의 소의경전은 00경으로 한다는 식으로 종단의 헌법을 만들었다.‘00종’의 성립과 ‘소의경전’과의 관계적 발상이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학문적으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
불교의 최고선인 열반에 이르는 과정에서 ‘감수작용’[受]에 대한 통제는 필수적입니다. 이 ‘통제’란 궁극적으로, 고·락·불고불락 모든 감수작용을 버리는데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경전에서는 “눈 등의 감각기관과 더불어 촉으로 일어나는 쾌·불쾌 혹은 중성적 감각 모두를 버려야 한다”고 하며 그런 감각들을 버리고 포기하는 한 방법은 명상을 통해 지각의 과정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수(受)의 본질에 대해 수행하는 한 명상법이 ‘대념처경’에 잘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호흡에 전심으로 집중할 수 있고 그런 수행
신라는 삼국통일을 전후 중앙집권적 지배체제의 새로운 운영원리로서 유교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관료의 인사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관서인 위화부의 조직을 강화하여 1급관서로서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관료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국학을 설치하여 유교를 교육하게 됨으로서 유학자나 문장가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인들이 배출되어 ‘중고’ 시기 불교승려들이 전담하여 왔던 지식인의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유교는 불교와 구분되어 독립된 사상으로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신라의 교육기관 설치와 유교경전 교육은 고구려나 백제에 비하
아재와 꼰대들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제1야당 대표로 36살의 이준석씨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듯 스쳐 지나간 생각이다. 기성세대가 타성에 젖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2030 혹은 MZ세대들이 저만큼 훌쩍 커버렸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거침없는 직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은 이준석과 그 또래들의 치명적인 무기다. 못마땅하면 진다. 영리하게도 그들은 ‘공정’한 ‘공존’을 내세운다. 아무것이나 녹이는 용광로가 아니라 색깔 있는 고명들이 제각각 고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을 외친다. 무슨 말인지 금방
대한민국의 단일민족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고인류에 대한 DNA 추적 기술 발달로 한반도에 처음 국가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남방과 북방의 민족 혼성이 이루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문헌상의 기록을 통해서도 해상과 육로를 통해 ‘바깥’의 사람들이 우리의 ‘안’에 스며들어와 지금의 한반도인을 형성해 왔음이 확인되고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19세기 유럽에서 형성된 것이며, ‘민족주의’ 또한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자민족의 우월성과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을 내포하게 된 이념이므로 코스모폴리탄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Q. 90세인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시기로 결정한 후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오로지 저희 형제들만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억척스럽게 사신 분입니다.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형제들이 합심해어머니를 보살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족들이 돌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저도 올해부터 손주를 돌봐야만 하기에 오랜 고민 끝에 좋은 요양시설에 모시자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겁니다. 하지만 갈수록 죄송하고 괴로운 마음만 듭니다. A. 고령의 어머니를 집이 아닌 시설로 모시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승이 상람초화상에게 물었다. “선재가 문수를 친견한 이후에 어째서 남방으로 행각을 떠난 것입니까.” 상람이 말했다. “수행을 하려면 입실(入室)에 의거해야 지해가 통방(通方)하게 된다.” 승이 말했다. “소마성(蘇摩城)에 도착했을 때 미륵은 어째서 도리어 문수에게 친견하라고 돌려보낸 것입니까.” 상람이 말했다. “깨침을 얻는 것에는 끝이 없고, 사람을 만나는 데는 다함이 없다.”상람초는 홍주의 상람영초(上籃令超) 선사로서 그 계보는 약산유엄-선자덕성-협산선회-상람영초-남평왕종으로 계승된다. 본 문답에는 조사선의 수증관(修證觀)이 잘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인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간 존재의 한계란 다름 아닌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왔다. 그 방법들은 종교와 철학, 과학 등이다. 이 가운데 종교는 유일하게 죽음 문제를 직접 다룬다. 그리고 각 종교는 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해결책의 대부분은 절대자 신의 구원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거나, 사후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불교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비판하며, ‘늙음, 질병, 죽
현대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과거에 비해 인류의 역사가 발전되어 왔음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크다. 우매한 대중들이 먹고살기에 바쁜 와중에 몇몇 천재들이 나타나 한 단계씩 끌어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류의 에너지가 거대하고 역동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몇몇 천재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천재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위인전’들은 천재의 업적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 용문사길 91 용문사(龍門寺) 관음전에 봉안되었던 목조관음보살좌상 1구가 1993년 12월 15일에 도난되었다(사진 1). 이 보살상은 어떤 방식으로 도난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16년 10월 서울 경찰청과 문화재청이 공조수사하던 중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되어 회수된 것이다.여수 용문사에 관한 기록은 1914년에 적은 ‘용문암중수서(龍門庵重修序)’에 유일하게 나온다. 이 현판에 의하면, 용문사는 조계산에 있는 오래된 암자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 절의 연혁이나 유래에
我人忘處超三界 大悟眞空證法身아인망처초삼계 대오진공증법신 無影樹頭花爛漫 靑山依舊劫前春무영수두화난만 청산의구겁전춘아(我)와 인(人)을 몰록 잊은 자리는 삼계를 초월하여/ 진공의 이치를 크게 깨달아 법신을 증득하였으니/ 그림자 없는 나뭇가지마다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고/ 청산은 여전히 겁전(劫前)의 봄이로구나!이 게송은 소백두타(小白頭陀)라고 칭송을 받았던 진호석연(震湖錫淵) 스님이 엮은 ‘석문의범-대예참례’ 가운데 29번째 ‘여러 조사에게 정례하고 공양 올리는 예문’ 가운데 찬탄으로 나오는 게송이다.아인(我人)은 아(我)와 인(人)에 대
우리는 ‘전체(whole)는 부분의 합 이상’이고 ‘세계 또한 구성요소의 합 이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한 사람이 못 드는 물건도 여럿이 모이면 들 수 있고, 생명 없는 분자들이 많이 모이면 생명체가 탄생한다. 들을 때마다 신기하고 근사하다. 그런데 진리는 이처럼 멋지지 않다. 무미건조하고 따뜻하지 않으며 때론 냉담하다. 불교의 가르침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는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이 아니라고 할 뿐만 아니라 전체의 실재(實在) 자체를 부정한다.현재 한국 불교계 일각에서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의 속성을 창출한다는 창발론(創發
시골에 가서 보면 느끼는 일이다. 고향을 지키는 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시골에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 시골에는 소가 없다. 집집마다 엄마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던 외양간이 있었다. 오늘의 시골에는 소와 외양간이 없어졌다. 소가 하던 논밭갈이는 경운기가 맡고 있다. “툴툴툴툴….” 경운기 소리가 송아지 울음을 대신하고 있다. 나이가 젊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도시로 나가 공장을 차리거나 공장주를 도와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아니면 다른 건설업에 땀을 흘린다. 젊은이가 없으니, 시골에는 어린이가 없다. 아빠 엄마를 따라서 도시로 간
부처님 전에 공양물을 올릴 때, 최고의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가장 깨끗하고, 가장 좋은 것으로 올리기를 염원하지요. 쌀, 과일, 차, 향, 등, 꽃을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은 이렇게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을 표현한 의식입니다. 그 모습만 보아도 환희로울 정도입니다. 모든 공양물은 자연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비싼 값을 주고 산다 하더라도, 자연이 내어 준 것입니다. 평범한 것들이지만, 우리들의 정성에 의해 비로소 부처님 전 고귀한 공양물이 되는 것이지요. 요즘 우리절 마당에는 익어가는 과실로 가득합니다. 먼저 앵두가 탐스럽게
오늘은 ‘포교사의 자세와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가 출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릴까 합니다. 저는 11살 때 통도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당시 자운 큰스님께서 계셨습니다. 자운 큰스님은 성철, 향곡 큰스님과 법으로 한 몸입니다. 불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운허, 영암 큰스님과 한 몸입니다. 이분들이 한국불교를 일으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큰스님께서는 43세셨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절에 오자마자 저에게 3000배를 시키셨습니다. 참회하라고 하십니다. 무슨 죄를 지어 참회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