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경남의 중심지 ‘진주’는 단연 불교도시다. 청담 큰스님의 고향이고, 전통사찰이 곳곳에서 위용을 뽐낸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감로수 삼아 뜻있는 불교도들은 크고 작은 모임을 결성했고 법등(法燈)을 밝혀 왔다. 재가불자들을 위한 수행처로 손꼽히는 ‘선우선방(禪友禪房)’도 진주에 있다. 선우선방은 청화 큰스님 유지를 이어온 재단법인 성륜불교문화재단 소속의 재가 참선도량이다. 매일 30여명이 가부좌를 튼다. 정회원 100여명이 함께하는 이곳의 선원장은 여여화(如如華) 유동숙 보살(76). 선원장이라고 하면 잿빛 법복을 입은 스님을
‘대념처경’에서 제시하는 4념처명상의 첫 번째는 입출식념(入出息念)이다. 즉 들숨과 날숨에 마음챙기는 호흡명상이다. 호흡명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흡명상을 사마타로 수행하여 삼매 선정을 얻을 수 있고, 위빠사나로 수행하여 통찰 지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계정혜 3학의 수행체계에서 정(定, samādhi)과 혜(慧, paññā)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호흡명상은 다른 수행법들에 비해 장점이 많고 완전한 수행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남방불교 대부분의 수행전통에서도 호흡명
동국대가 ‘제4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를 역대 최대 체험 중심의 명상축제로 개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교내 실습·강연 위주로 진행된 2·3회와 달리 올해는 오대산 명상마을·홍천 행복공장·경주 황룡원·통도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연달아 열고 있어 기대감을 자아낸다.‘제4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는 본격 개막에 앞서 타이틀 ‘2023 명상, 일상으로의 초대’에 걸맞는 다채로운 시민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7월11~15일 오대산 명상마을에서 ‘수불 스님과 함께하는 간화선 집중수행’을 시작으로 7월25
“수행은 삶의 도구이다. 수행은 삶의 오아시스이다. 수행은 마음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수행은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이다. 그리고 수행은 기술이다.”부처님이 완성한 팔정도(八正道)의 수행체계를 ‘니까야’에 기초해 설명하고 풀어낸 수행의 지침서이자 길잡이가 출간됐다. 경남 김해와 인도 부다가야에서 수행자 양성에 진력해 온 인도 분황사 주지며 인도 국제수행학교장 붓다빠라 스님이 최근 발간한 책 ‘8정도 수행체계’다. 스님의 동국대 박사학위 논문(2023년)을 재구성한 이 책은 수행의 기초부터 최고단계를 성취하는 이론과 기
‘대념처경’은 사념처(四念處)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위빠사나명상의 소의경전이다. 4념처란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身念處), 느낌을 관찰하는 수념처(受念處), 마음을 관찰하는 심념처(心念處), 법을 관찰하는 법념처(法念處)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념처’라고 쓰지만, 경전의 문맥에서 보면 ‘염처’보다는 ‘수관(隨觀)’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 즉 신수관(身隨觀), 수수관(受隨觀), 심수관(心隨觀), 법수관(法隨觀)이다. 수관이라는 말은 ‘따라서, 쫓아서 보고 관찰함’이란 뜻이다. 즉 신수심법이라는 4가지 마음챙김의 대상에서 어떤 현상이 일
4념처명상은 열반으로 가는 길이자 실천방법이고 성취 수단이다.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통찰 지혜가 일어나게 하고, 그 통찰 지혜로써 열반을 증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근본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하고 깨달음을 성취하게 된다. 그래서 4념처명상은 열반도(涅槃道)이고 해탈도(解脫道)이며 청정도(淸淨道)이다. 그럼 4념처명상, 위빠사나명상은 어떻게 닦는 것일까? 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관찰하는 명상법인가? 식물이나 동물을 관찰하는 방법인가? 아니다. 4념처명상은 바로 ‘나(I, 我)’라고 불리는 몸과 마음, 물질과 정신을 관찰하는 수행법이다. 나를
위빠사나명상은 통찰명상, 지혜명상, 관찰명상이다. 즉 찰라생·찰라멸하는 몸과 마음의 모든 현상을 예리한 마음챙김으로 관찰하여 통찰과 지혜를 얻는 명상이기 때문이다. 사마타명상이 현재 의식에서 작용하는 탐진치 번뇌들을 다루고 제거한다면, 위빠사나명상은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된 미세번뇌와 무명을 다루고 제거한다. 그래서 위빠사나명상은 지혜로써 무명을 밝히고 열반과 깨달음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지난번에는 ‘대념처경’ 제목의 의미를 짚어보았는데, 이번에는 ‘대념처경’ 서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처님은 대념처경 서문에서 법의 핵심 메시지를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이 인물 가운데 몇몇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곤 비구니 법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았던 비구 스님들의 연구가 어느정도 진척된 것과 달리 비구니 스님들 역사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원장 혜선 스님)이 6월17일 오전 9시30분 동국대 혜화관 2층 고순청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사상’ 주제 학술대회는 근현대 격동기에 출가수행자의 위의를 지키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한 비구니 6명의 삶과 사상이 근현대 불교를 지탱한 하나의 축이
부처님이 직계 제자들과 후대의 제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가르침, 물려주고 싶었던 법의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무명과 갈애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생로병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증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명상수행을 통해서 부처님도 자유롭고 청정하게 뭇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몸소 체현하여 보여주셨고, 수많은 제자들이 그 뒤를 이어왔다. 그래서 불교를 명상수행의 종교, 자기성찰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불
사마타 명상법(samatha meditation)을 40회에 걸쳐서 연재해왔다. 이번에는 사마타 명상법을 총정리하고, 다음부터는 위빠사나 명상법을 차근 차근 다루고자 한다. 사마타 명상은 삼매명상, 선정명상이라고 할 수 있고, 집중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사마타 명상에서 ‘사마타(samatha)’는 ‘고요, 평온, 멈춤’의 뜻이 있다. 즉 번뇌나 망상 같은 다섯 가지 거친 장애 번뇌들이 강한 집중력에 의해서 가라앉았기 때문에, 마음이 고요하고 맑고 평온하며 고도로 집중된 상태를 ‘사마타’라 한다. 이것은 삼매나 선정의 상태라고도 할
10만 연등이 강물처럼 흘렀다. 무명의 강에서 깨달음의 바다로 향하는 고결한 물길이다. 그 곁에 서 있던 시민과 외국인도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깃들기를 염원했다. 올해 봉축표어는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이다.‘평화의 원천은 어디에서 솟는가?’라는 물음에 경전은 ‘마음’이라고 명료하게 답하고 있다.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 (법구경 제1게송)’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기쁨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주인을 따르듯. (법구경 제2게송)’ 고통의
40가지 사마타 명상주제 중에서 맨 마지막 명상법은 바로 4대(四大)를 구분하는 명상법이다. 4대를 구분하는 명상(catu-dhātu-vavatthāna–bhāvanā)은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물질 요소(四大)들을 구분하는 명상’이다. 여기서 ‘구분(vavatthāna)’한다는 의미는 물질의 고유 성질이나 특성에 따라 4대를 분명하게 구별하며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대 분석명상’이라고도 하고 ‘4계(四界) 차별’이라고도 한다. 이 명상법은 사마타나 위빠사나 두 가지 방법으로 다 수행할 수 있다. 그럼 이번에는 초기경전
반갑습니다. 세존사를 개원하기 위해서 걸망을 메고 온 지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0년이면 두 번이나 강산이 변했을 기간입니다. 그래도 저의 마음이나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들의 마음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제자고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배우고 정진하며 살아가는 덕분인 것 같습니다.오늘 이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 축하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불자님들의 공덕입니다. 여러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도 여기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고,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세존사를 이끌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존사를 지
4범주, 사무량심 수행에서 마지막 수행법은 평온(平穩)명상이다. ‘평온’은 빨리어로 ‘우펙카(upekkha)’라고 한다. ‘우펙카(upekkhā)’는 평정, 평온, 평등, 무덤덤한 마음, 중립의 상태 등의 여러 의미가 있고, 한문으로는 ‘버릴 사(捨)’로 번역했다. 그러니까 4범주(사무량심) 수행에서 ‘평온’은 사람이나 중생들을 대할 때, 특별하게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차별심 없이 모두 다 평등하고 평정하게 보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평온을 계발하는 명상법이 바로 평온명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기경전과 주석서에서 설명하는 평온명상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가 산불로 전소된 강릉 인월사에 산불 피해 복구지원금 3000만원을 기부했다.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제4교구 교구장)을 비롯한 강릉사암연합회장 설암 스님 등 본‧말사 스님들은 4월18일 인월사를 방문해 도량 재건지원금을 전달했다.정념 스님은 “도량 복원을 모두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더욱 여법한 도량을 만드는데 성원을 모아야 한다”며 “모범적 포교와 사회복지 활동을 해온 인월사가 조속히 복원되도록 각 말사에서도 성지순례, 사찰 방문 등 성원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인월사 주지 재범 스님은 “여러 스님들과 신도들
‘청정도론’ 9장에서는 ‘연민(憐憫)’을 이렇게 정의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선한 사람의 가슴이 동요하기 때문에 ‘연민(Karuṇā)’이라고 한다. 혹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거하고 죽이며 분쇄하기 때문에 연민”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연민은 중생에게 일어난 고통을 완화하려는 형태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자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역할을 한다. 해코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고통에 압도된 자들에 대해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를 보는 것이 (연민의) 가까운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절박한 고통에
매일 108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합장하며 1배를 할 때 내려가고 올라오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5살 시절 살던 동네의 모습부터 대학교 친구와 웃으며 먹던 음식들까지. 내가 원해서 생각한 것들과 원하지 않았던 생각들. 왜 이렇게나 많은 생각들이 찾아들어 오는지 알 수 없었다.내가 이 몸의 주인인지, 몸이 나를 지배하는 주인인지 의심이 들었다. 사실 몸은 잘못이 없다. 언제든, 어떤 장소든, 어느 상황에서든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어릴 적 나는 조용하고 말 없는 아이였다. 잘하는 것이 없고, 잘 해야 하는 것도 못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가족의 잦은 이사로 여러 초등학교를 다녔고, 주변에 친구가 적어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 찌그러진 사이다 병뚜껑을 봤다. 동시에 ‘저 병뚜껑은 왜 이름이 병뚜껑인 걸까' ‘누구의 생각으로 꼭 저렇게 생겨야만 하는 걸까' ‘그럼 난 왜 신상욱인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신상욱’이라는 이름을 가졌기에 이렇게 무능력한 건지, 그래서 이렇게 못나게 생긴건지,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
자애명상을 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자애(慈愛, mettā)를 보낼 살아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주 대상이지만 반려견이나 천신 등 다른 존재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대상을 향해서 자애를 일으킬 자애 구절이 필요하다. 어떤 대상을 떠올린다고 자애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애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조릴 때, 그것이 마중물이 되고 안내 표지판이 되어 자애가 일어난다고 우 자나카 사야도는 말한다. 셋째, 자애라는 마음을 일으키며 계속 마음챙기고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자애명
자애명상은 초기불교나 남방불교 수행전통에서 굉장히 중요한 명상법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4무량심(無量心), 4범주(梵住) 수행에서 첫 번째 자(慈) 수행법이다. 자애명상 강의를 하고 나면 필자는 종종 이런 소감을 듣는다. “자애명상을 하면 마음을 부드러워지고 둥글어지는 것 같아요”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가면서 마음이 금방 편안해져요” “명상하기 전에는 머리도 무겁고 마음도 힘들었는데, 명상을 하고 난 후에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마음이 고요하고 깨끗해요”그렇다.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자애명상은 색계 3선정을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