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숟가락 하나놋젓가락 둘그 불빛 속딸그락거리는 소리그릇 씻어 엎다 보니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엎었다뒤집을 수 있을까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방금 깨진 접시 하나요즘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 가운데 취업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밥 먹는 게 삶에서 중요한 일혼자 먹는 청년·노인 모습 고통운문, ‘부처님 깨달음 보다중요한 일’ 묻자 ‘호떡’ 답해세계 경제 10대국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남산 위에 올라가 지는 해 바라보았더니/ 서울은 검붉은 물거품이 부걱부걱거리는 늪/ 이 내 몸 그 늪의 개구리밥 한 잎에 붙은 좀거머리더라.’출가자로서 자신 겸허히 성찰구체적인 생물체를 통해 묘사우주는 하숙집 인간은 나그네무아 깨달으면 부처의 삶 시작불교에서 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아(無我)이다. 중생은 나에 대한 아상(我相)과 아집(我執)으로 산다. 나에 대한 집착과 나라고 하는 생각 때문에 욕심과 성질을 부리며 산다. 그래서 고통이 생긴다.본래 나는 없다. 오온(五蘊)이 공(空)하다. 나를 이루고 있는 색(色: 몸)과 수상
부처님의 나심은온 누리의 빛이요뭇 삶의 목숨이라.빛이 있어서 밖이 없고목숨은 때를 넘나니이곳과 저 땅에 밝고 어둠이 없고너와 나에 살고죽음이 없어라거룩한 부처님나신 날이 왔도다.향을 태워 받들고기(旗)를 들어 외치세.꽃 머리와 풀 위에부처님 계셔라.공경하여 공양하니산 높고 물 푸르더라.부처님은 누구신가?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시는 지혜를 깨달으셔서 중생을 구원해주시는 구세불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중생을 구원하시는가? 그것은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깨달음의 지혜다. ‘아함경’에 담겨있는 사성제의 가르침이다. 팔만대장경 말씀이다. 온 세
어쩌면 이렇게도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깨끗이 비워놨을까요볕 좋은 절집 뜨락에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고요히 반짝입니다.단단하게 박힌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앞발로 굴리고 밟고으르렁 그르렁 물어뜯다가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어느 경지에 이르면 그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테두리에잘근잘근 씹어 외운이빨경전이 시리게 촘촘히박혀있는, 그 정신꼼꼼히 읽어내려 가다보면어느 대목에선가할 일 없으면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시의 제목이 ‘밥그릇 경전’이다. 가을날 눈부시게 노란 은행 단
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홀로 있음은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흘러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있음의 이 막막함이여.홀로 있으므로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세월호 희생된 어린 학생들이유족슬픔 대신해 쓴 조시 느낌불교철학 접목시킬 방식 고민바람직한 삶이 무엇인가 탐구석가모니가 6년 고행 끝에 깨달은 오도송이라고 하는 연기송(緣起頌)의 내용이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
1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갇혀 있다.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매여 있다.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묶여 있다.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굴레에서 벗어났을 때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2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번뇌와 보리 인과관계로 구성지옥·극락 같은방 있음 밝혀내가 바로 세상의 주인공이요내 주변에 있는 모든이가 보살‘우음 2장’은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정안(正眼)과 정견(正見)이 열려서 그 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도리
쥐와 고양이의 죽어 썩은 물뒷간 물흘러 와서 고이고카인과 아벨의 싸움이 한창인누항(陋巷)의 시궁창에뿌리내린하얀 달빛 옷을 입은 여신의생각도 헤아림도 없는 그윽한 향기 어린아, 얼음 지치듯이화엄(華嚴)을 지치는사랑과 보시의 몸짓이여.관념빠질 수 있는 연꽃이미지사실적 모습으로 구체적 표현하얀 연꽃의 흔들리는 모습을가장아름다운 사랑·보시 묘사한승원(1939~현재)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원효’ ‘초의’ ‘연꽃바다’ 등 불교소설로 이름이 있는 소설가다. 시집도 6권이나 된다. 그는 소설도 잘 쓰면서 시도 잘 쓴 양수겹장의 작가이다. ‘그
삶은 돼지대가리그 웃음 앞에 서서부디부디 이렇게만 너그러워라‘삶은 계란’서 시상 얻은 선시미소는 사람들 얼굴에 핀 꽃중생들 얼굴에 미소 있으면그곳이 바로 부처님의 세상설날 고향 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홍익회 판매원이 “삶은 계란이요. 삶은 계란이요”하고 리드미컬하게 외치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긴 여행을 하면서 간식이라고는 삶은 계란 밖에 없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우리의 삶이 계란 같다고도 생각했다. 계란처럼 알을 까는 인생은 대박이 난다. 실수하여 땅에 떨어뜨리면 끝장이다. 배가 출출할 때는 ‘삶은 계란’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
한글 선시 개척한 최초 시인출정은 선정삼매서 나오는 것깨달음은 무지 벗어나는 지혜경칩(驚蟄) 개구리한 마리가 그 울음으로방안에 들앉아 있는 나를 불러 쌓더니산과 들얼붙은 푸나무들어혈 다 풀었다 한다‘출정(出定)’은 선정삼매에서 나오는 것을 뜻한다. 참선 수행승들은 동안거가 끝나고 출정할 때 제각기 한 소식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깨달음은 무지와 오해에서 벗어나는 지혜이다.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을 풀고 해방이 된다. 얼어붙었던 나와의 모든 관계들이 모두가 잘 풀린 것이다. 본래 갈등과 원한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과의 관계, 자연
새해새 아침은산 너머에서도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금가루 흩뿌리는새 아침은우리들의 대화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보라발밑에 널려진 골짜기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빛나는눈부신 태양새해엔한반도 허리에서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새해엔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오지 않는다.금가루 흩뿌리는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眼窓)영원으로 가는 수도자(修道者)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신동엽(1930~1969)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참여시와
안개 뚫고남해 금산사에 오른다안내인은경치가 보이지 않는다고애석해 했지만내 허약한 몸에정수리를 쪼개는햇볕이었다면비가 쏟아졌다면어찌 이곳에 올랐으리벼랑에 선 금산사거룩한 신심이여오르내리며 절을 지은그 넋들은 지금 어디에수미산에 안좌해 계시는가소망 여쭙고내려오는 중생수많은 중생싸구려 흰 블라우스에해맑은 얼굴들하루 벌어 하루 사는 백성들참으로 그들이 희망이로구나남해 금산사(金山寺)는 정확한 절 이름이 남해 금산사 보리암(菩提庵)이다.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錦山)에 있는 절이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성지로 유명하다. 남해
시인 자신의 모진 운명 읊은 시비유로 인간 취약한 모습 표현개인·국가 공동체 화두이기도눈물로 된 몸을 가진 새가 있다주둥이가 없어 먹이를 물 수 없는 새가 있다발이 없어 지상에 내려오면 죽는 새가 있다온몸이 가시로 된 나무가 있다그늘에서만 사는 나무가 있다햇빛을 받으면 죽는 나무가 있다운명이란 누가 쓴잔인한 자서전일까인생은 고해다. 가혹하고 억울한 사람이 있다. 삶의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고 찬란한 면이 있어 보여도 속내는 말 못할 아픔과 슬픔이 내재해 있다.죽지 못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울고 싶어도 울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처럼 산
‘무엇이 우리를 맺어주고 있나요/ 전생 어느 낯선 모퉁이에서/ 우리 단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적 있나요/ 윤회의 뜨락 서성이다가/ 눈빛이라도 마주친 적 있나요/ 이슬과 햇살이 만나 꽃을 피우고/ 하늘과 땅 사이/ 두 줄기 강물 되어/ 흐르다가 멈추었나요/ 유성처럼 끝도 없이 떠돌다가/ 구름 딛고 떠내려왔나요/ 피안의 깊은 골짜기/ 억겁을 돌고 돌아/ 먹구름으로 맴돌다가/ 비바람 되어 내려왔나요/ 어느새 날이 저물었는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그대와 내가 꽃과 구름으로 만났다면/ 그대 아침에 이슬로 맺힐 수 있겠지요/ 이
한글판 ‘화엄경’(동국역경원, 서울, 1985)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몇 줄 위에모기 한 마리, 너 이 높은 곳을어케 올라왓뇨, 앉아 있었다주저주저하다가손끝으로 눌러 밀어버렸다언더라인이 된 붉은 순교자그로부터 몇 년 뒤이곳으로 이사와서책짐을 푸는데 다른 잡서(雜書)들 밑에납작하게 깔려 있는 화엄경,다시 그곳을 펴보았으나그곳, 참된 이치에 의지하지 않고 세상 구원하는 이를 본다면, 이 사람은 모양만 집착하여어리석은 의심 그물만 더하고 나고 죽는 감옥에얽매이리라이 밥통, 벌써수미산 상봉(上峰)을 날고 있는그 모기를 잡아오겠느냐황
‘사슴’에 수록된 백석 대표작신경림 등 후대 시인들 극찬여승은 누이와 어머니 모습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취나물)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금광)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은 나이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섶벌(일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산 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 절의 마당귀(마당 귀퉁이)에 여인의 머리오리(머리카락)가 눈물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강물 없는 강물’은 사바세계‘범람’은 불법이 확산된 모습석가모니도 떠내려가는 ‘뗏목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강물에 물결을 일으킴이다(佛祖出世 無風起浪)”고 하였다.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은 명료하게 말하면 고통 받는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제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그러나 선가의 조사스님은 거기에 자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을 담아서 표현했다.깨달음을 얻고 보니 “
현재(現在)는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나만 변해서과거(過去)가 되어 가네.시간이 귀하고 아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철이 든 사람이라고 한다. 인생은 시간 싸움이고 시간문제이다. 인생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시간인 생사(生死)를 뜻한다.시간은 마음이 만들어낸 관념인식 불가능한 억겁의 무량수시인은 26자로 압축해 읊어우리는 오직 현재만을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아침이 지나고 밤이 오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몰골이 변화하고 마음도 변화한다. 이것이 인생무상이다. 임제선사는 ‘임제록’에서 “지금 이 자리일 뿐 다른 시간이 없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어서 나오세요!화火-중中-생生-연蓮불꽃 속에서 연꽃이 피어난다법정 스님이 떠나는 날 대나무 평상 위에서 평상시 입던 승복을 입고, ‘비구 법정 본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였다.“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대중 외침으로 다비식 시작다비 거쳐 구도자 삶 완성큰스님의 장례식 다비식은 장엄하다. 사람은 죽으면 관(棺) 속에 들어간 후에 평가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구도자인 스님은 다비식에서 평소에 스님을 따르던 제자와 신도들이 밤사이 흐르는 눈물의 양이 스님의 법력이요 자애(慈愛)이다. 불꽃이 활활 타올라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중놈 소리 들을라면취모검 날 끝에서그 몇 번은 죽어야그 물론 손발톱 눈썹도짓물러 다 빠져야수행은 매일 되풀이 하는 훈련백천 번 죽었다가 살아나봐야대중을 향해 설법할 수 있어아들 김문수가 행정고시 3차 면접시험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깊은 회의와 불안 속에서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당했다. 탈모증상이 생기고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 오현 큰스님의 ‘취모검 날 끝에서’이란 시를 추천해 주었다.우리 부자는 수많은 밤을 자신과 싸워서 넘어지고 찢기고 문드러져서 아픔과 기쁨에서 더 이상 마음에 동요가 없는 경지가 되어야
행여 이 산중에당신이올까 해서석등(石燈)에 불 밝히어어둠을 쓸어내고막 돋은보름달 하나솔가지에 걸어 뒀소.보름달 뜬 밤중에 수도승이절 마당에 나와 서성이면서간절히 기다리는 모습 그려윤지원(1943~현재) 스님은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장명등’이 있다. 그의 대표시 ‘만월(滿月)’은 출가 수행자로서 깊은 산중에서 수행을 마치고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전해주기 위하여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법당 앞에 장명등(長明燈)까지 켜놓고 불자를 기다리는 시이다. 장명등은 사찰뿐만 아니라 묘역 앞에 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