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식용유통을 재활용 바구니에 넣으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식용유통도 식용유를 담으려고 만들어졌으니 포장재다. 재활용이 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분리배출하고 나면 식용유통과 나와의 인연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비자로서 자원이 순환하는데 작은 역할이나마 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직 식용유통 속에는 기름기가 남아 있고 식용유통 둘레에는 종이 상표가 붙어있다. 이 상태로 분리배출하게 되면 재활용이 가능할 수가 없다는데 생각이 이르렀다. 되가져와 식용유통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제거하려다 뚜껑이 분리
내가 불교에 귀의하도록 이끌어준 첫 존재는 나무와 숲이었다. 나무를 공부하느라 숲에 드나들며 자연이 들려주는 설법에 감동하던 어느 날 우연히 ‘금강경’을 선물 받았다. 그 인연으로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워가는 동안 오래도록 궁금했던 글귀 하나가 스르르 풀려버렸다. 대학 졸업식 때 기념품으로 받은 돌에는 선교사가 세운 학교라 그런지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좋은 말이니 적혀있을 거라 짐작하면서도 도무지 진리가 어째서
알고 지내는 비구니 스님은 겨울이면 재미난 바지를 입으신다. 은사스님의 은사스님께서 입으시던 바지를 은사스님께서 물려 입으시다가 이제 본인에게로 왔다며 자랑을 하시는 그 바지는 깁고 덧댄 바지다. 같은 회색이지만 밝고 어두운 천조각들이 조화를 이루어 의도하지 않은 멋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여러 번 덧대다 보니 천이 두툼해져서 한결 따뜻하다고 했다. 조각난 천들을 모아뒀다가 깁고 덧대며 입었던 게 오래지 않은 과거인데 이제 옷은 지천으로 흔해진 세상이 됐다. 흔해진 게 옷뿐일까? 물건이 흔해진 만큼 자원고갈 속도와 늘어가는 쓰레기문제가
인류는 지질시대마저 바꿀 만큼 지구 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표현하기 시작한 지는 좀 됐다. 이 용어는 네덜란드 화학자이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질시대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몇 가지를 꼽자면 닭 뼈, 방사능 핵종, 시멘트, 그리고 플라스틱이다. 하나같이 소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들이다. 조류독감·살충제 계란 등 닭 수난평생 알 낳다 폐기처분되는 산란계진드기 제거위해 뿌려진 살충제가결국 밥상으로 올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벽면에 있어야할 모든 콘센트가 사라졌다. 이런 일이 막상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요새 흔히 하는 말로 ‘멘붕’ 상태가 되지 않을까. 24시간 전기 소비하는 현대인한국 소비량 30년간 6배 증가핵발전폐기물 1만6000톤 쌓여개개인 행동 변화 따라야 해결우리 삶이 전기와 점점 밀접해질수록 이런 상상을 자주하게 된다. 도시에서라면 물을 쓰는 일도 용변을 보는 일도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24시간 전기를 소비하게 되었다. 길을 걸어갈 때도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
며칠 전 광주에 다녀왔다. 송정역에 기차가 정차하고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했다. 서울도 가마솥이었지만 광주는 조금 더 남쪽이었던 때문인지 37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냉방 중인 대합실로 들어가니 그제야 정신이 좀 맑아졌다. 여름이면 으레 30도가 넘게 마련인데도 이렇듯 숨쉬기조차 곤란한 지경에 이른 건 기온이 불과 몇 도 더 올라간 때문이다. 사실 생명활동만이 아니라 기후를 변화시키는 일도 큰 숫자까지 필요하지도 않다. 산업 혁명 이전보다 현재 지구 기온이 고작 0.85도 올
새벽에 재난 문자를 받은 게 올 여름 들어서만 서너 번은 족히 된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챙겨준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에선 이제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솔직히 있다. 폭염, 폭우를 알리는 문자 알림소리에 새벽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드는 생각이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한 기후현상이나 도시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은 좀 다르다. 전철이나 버스 안의 냉방은 추위를 잘 타는 내게는 과하다. 오한을 느낄 정도로 오들오들 떨다 차에서 내리고 나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더위조차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냉방이
삼복더위 가운데 초복과 중복이 지났다. 어느 덧 여름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연일 쏟아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날씨 탓에 습도가 높아 무덥다. 푹푹 찌는 더위에 몸은 자꾸 쳐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이때다. 오랜 비가 그치고 나면 남은 여름 동안은 불볕더위로 한껏 달궈질 것을 안다. 더우니 여름이지만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면 어서 여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든다. 그러나 충분한 볕은 단연코 필요하다. 볕이 내리 쬐어야 곡식이 영글고 과일은 단맛이 풍부해질 테니까. 여름을 나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그래서 여름인 것이다.
한참을 가물다가 결국 기다리던 비님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시간의 길이만큼이나 반가웠다. 밤이면 우렁차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릴 들으며 녀석들도 비를 몹시 기다렸겠구나 싶었다. 흩뿌리던 비는 빗방울을 키우더니 자연의 위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퍼부어댔다. 며칠 동안 쉼 없이 내린 비로 온통 눅눅해진 공기는 둔탁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며칠 만에 비가 멈추고 구름 사이로 언뜻 해가 비치던 날 낮은 담장에서 능소화를 만났다. 어느새 능소화가 한창인 한여름이다. 주홍 꽃과 초록 잎이 어우러지니 참 아름답다. 요 며칠 쏟아진 비로 나무들은
호주는 2017년 글로벌 풍력시장에서 가장 핫한 나라다. 메가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확인매장량의 8.6%인 764억 톤의 석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풍력 불모지일 뿐만 아니라 석탄 가채매장량 세계 2위인 러시아도 원전국영업체가 풍력단지 건설에 뛰어들었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전무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풍력단지건설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에 있다. 화석연료가 풍부한 이런 나라들이 재생에너지로 돌아서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단연 재생에너지다.
요 근래 우리는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기를 자주 맞이하는 것 같다. 올해 역시 비가 귀하다는 생각을 하며 봄이 지나고 초여름을 맞이했다. 찬찬히 과거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나라의 봄은 본래 가물기는 했다. 그런데 가문 정도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좀 지나쳤다. 가물어 도시의 가로수로 심어진 떨기나무 잎사귀가 종잇장처럼 바싹 말랐다. 꽃봉오리를 안은 채 시들어버린 나무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모습을 들여다보며 가뭄의 심각성을 느끼는 도시 인구는 얼마나 될까? 전체 인구의 91% 이상이 도시에서 살다보니 가뭄으로
6월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독일 전환 사례는 우리 미래태양, 대체 넘어 주에너지원일자리 창출·미세먼지 감소지난 6월19일은 우리 역사에 아주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을 공식선언한 날이면서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된 날이기 때문이다. 고리1호기는 1978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핵발전소이다.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넘기고 한 차례 수명연장을 해서 40년을 꽉 채웠다. 이날 대통령이 발표한 탈핵선언의 요지는 신규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고, 노후핵발전소는 수명연장을 금지하며, 신고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선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해의 움직임과 더불어 살던 삶전기·화석 사용하면서 망가져태양광 충전기 워크숍 진행 후삶 속에 있던 에너지원 찾아내이원수 선생의 시 ‘햇볕’이다. 아이들 어릴 적 이 시에 곡이 붙은 동요를 참 많이도 함께 불렀다. 노랠 부르다가 햇볕의 존재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다. 햇볕이 나뭇잎을 봉오
올해 부쩍 부탄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부탄은 중국과 인도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산악국가로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사진 속 부탄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해맑아 바라보기만 해도 그들의 행복이 전염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부탄에 가고 싶다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뭔가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탄을 여행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단지 여행을 위해 먹고 자고 탈 것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하루65달러의 여행세를 걷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늦은 저녁에 띠링 띠링 소리가 나더니 김치냉장고가 작동을 멈춰버렸다. 따져보니 십년 조금 넘게 썼다. 마지막 신호음과 함께 전원이 나가고 안에 끼었던 성에가 다 녹아내렸다. 기온은 5월 예년 평균을 훨씬 웃돌며 일찍 더위가 찾아왔고 며칠 전 담근 김치는 두 통이나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상황이라 난감했다. 게다가 다음날은 일박이일 출장까지 잡혀 있어 수리를 부탁하기에도 일정이 맞질 않았다. 전자제품을 수리해서 최대한 오래 쓰겠다던 애당초 내 다짐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것저것 따지고 잴 형편이 안 되었다. 출장을 가는 차 안에
평균 수심 5미터, 면적 325 제곱킬로미터, 서울의 절반 크기에 가까운 거대한 호수가 사라졌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호수와 그 주변 생태계에는 생명들로 북적이던 풍경이 펼쳐졌고 지도에는 여전히 파란 물빛이 찰랑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몽골의 울란 호수 얘기다. 5년 만에 호수를 찾은 일행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호수가 있어야 할 곳이라 생각한 주변을 몇 바퀴째 헤매다 GPS로 위치를 확인한 후에야 호수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몽골은 지난 20년 동안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5년만에 사라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늘 다니던 길을 두고 그날따라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걷고 있었다. 흰색 개가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그 개에게 다가가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가 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둘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다가가자 경비 아저씨는 나를 개 주인이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 개는 목줄이나 이름표가 없었다. 털이 더럽진 않았으나 군데군데 빠져있었고 뒷다리엔 상처도 있었다. 한눈에도 개가 어딘가 아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많이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미세먼지가 뭐예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묻는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한때 우리나라 공기를 뒤덮어서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외출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다. 뿌옇던 예전 서울 하늘사진을 찾아 보여줬지만 아이는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저런 공기 속에서 살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내게, ‘할머니는 전에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얘기도 지어내시더니, 정말 이야기 박사예요.’ 라고 했다. 흐린 날을 빼고 하늘은 늘 파랗다. 사람들은 창을 맘껏 활짝 열고 지낸다. 밤이면 서울 하늘에도 별이 쏟아져 내
참으로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계절, 사월이다. 바닥에도 사월은 알록달록 어여쁘다. 사월 끝자락에 벚꽃은 초록에게 자리를 넘겨주느라 꽃비를 흩뿌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은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봐도, 봐도 감동이다. 그런데 이 화창한 봄날이 오는지 지난겨울은 갔는지조차 제대로 느끼지도, 느낄 겨를도 없었던 이들이 있다. 사드 배치로 찢기는 지역 민심원불교 제2성지 포함돼 반발로히니강 중재하신 부처님은사드에 어떤 말씀 들려주실까‘주권 침해’, ‘평화 위협’, ‘행동 중단’, ‘강력 규탄’, 글자 하나하나가 이토록이나 시릴 수 있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해마다 지구의 날이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행사가 열린다. 올해 지구의 날에는 이날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짐작해보고 싶다. 그때 그들은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지구 환경이 개선되어 건강한 지구가 되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해마다 지구의 날 행사는 치러지는데 과연 지구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을까?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과 달리 지구의 날은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날이다. 196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몇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