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불교사의 전성기인 중대(654~780)에는 다양한 불교학파들이 발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불교인 화엄종의 학승들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특히 후반기인 750년을 전후하여 황룡사의 승적을 가졌거나, 황룡사를 무대로 활동하던 화엄학승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음을 앞에서 지적하였다. 이러한 학승들 가운데 특히 부석사를 중심으로 활약한 의상 계통의 법손들과 별개로, 화엄사를 중심으로 호남에서 화엄종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학승으로 연기(緣起)가 있었다. 종래 화엄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이 있었고, 화엄사의 창건주로
1988년 창간한 법보신문이 올해로 창간 35주년을 맞이했다. 불국사 월산대종사의 원력으로 새로운 불교,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사명감을 안고 일성을 울린 법보신문은 지난 35년 동안 수많은 불자들의 성원과 관심 속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침을 겪기도 하고 독립언론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 앞에서 35살을 맞이하는 법보신문은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1980년대 한국은 처절한 봄의 계절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옛말에 ‘한 마을에 강사는 둘이 못 살아도 도인은 둘이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학문하는 강사끼리는 서로 시기 질투하면서 싸우지만, 도인들은 마음이 관용적이며 너그러워 함께 한다는 뜻이다. 물론 불교계만이 아니라 유교·도교 등을 포괄한다고 본다. 당대(唐代)는 중국 불교[특히 선종] 최고의 르네상스 시대였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시대의 선지식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제자일지라도 자신과 연(緣)이 맞지 않으면 다른 선사에게 제자들을 보내었다. 곧 파벌 싸움이 아니라 제자를 지도해 법을 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한편
하안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문경 사불산 자락엔 납자들의 성성적적(惺惺寂寂)한 기운이 여전했다. 고려시대 나옹 스님이 출가하고 원효, 의상, 성철, 청담 스님이 수행한 대승사 묘적암은 지금도 고승들의 선기(禪氣)가 곳곳에 서려있었다. 도반들과 함께하지 않았으면 선승들에게만 허락되는 이 금단의 구역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환희로움에 가득 찬 순례자들의 눈빛은 어느새 샛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매달 전국의 기도‧수행도량을 찾아가는 33기도순례단(지도법사 석중 스님)이 9월9일 문경 사불산 대승사(주지 일균 스님)에서 제5차 기도정
신라불교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의상과 원효 스님에 대한 연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두 스님의 사상과 행적이 남긴 영향은 신라의 사회와 종교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 전반을 두루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적 접근’ 즉 불교시에 대한 연구는 그리 흔한 시도가 아니다. 불교시 연구는 문학사와 사상사가 접목하는 매우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그나마 사상사의 용어와 개념 설명에 치우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학으로서 불교시의 가치, 더 섬세하게는 서정시의 출발점으로서평가한 시도는 더욱 드물다.이 책은 의상 스님과 원효 스님
입체화에 대한 선호나 그걸 표현하는 기법이 ‘동양’이나 불교의 회화에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중당(中唐)기 작품인 돈황 막고굴 제220굴의 설법도나 오대십국 시대 작품으로 보살과 팔부신중을 그린 제6굴의 벽화는 스푸마토 기법을 이용하여 얼굴이나 신체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아주 때 이른 시도를 보여준다. 북주시대의 작품인 290굴의 ‘비천도’는 명도를 달리하는 두꺼운 선을 이용해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가령 돈황석굴의 그 많은 벽화 가운데에서도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스푸마토를 이용한 입체화의 기법이 이처럼
기상하고 괴이하게 말하면 선지식이라 하고해박하게 많이 알면 성인(聖人)에다 견준다.비록 경전을 잘 알고 시부(글)에 능하다 해도마음자리가 밝지 않으면 모두 다 헛일이다.奇談恠語稱知識(기담괴어칭지식)愽覽多聞擬聖流(박람다문의성류)雖善經書詩賦筆(수선경서시부필)未明心地盡虛頭(미명심지진허두)-월봉무주(月峯無住, 1623-?)단어풀이부터 하고 가자. 기담괴어(奇談恠語)는 기이한 얘기와 괴상한 말을 말한다. 지식(知識)은 선지식(善知識)의 줄인 말이다. 다시 말하면 큰 지혜를 지닌 사람을 뜻한다. 박람다문(愽覽多聞)은 널리 보아 많이 앎을 의미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가 9월2일 경내 화엄원에서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한국스카우트 불교연맹 연맹장)을 초청해 9월 화엄법회를 봉행했다.법회에는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비롯해 부주지 우석 스님(사성암 주지), 종회의원 연규 스님(향일암 주지), 빛고을포교원 주지 연수 스님 등 스님들과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동참했다.한국스카우트 불교연맹 연맹장 성행 스님은 “이 화엄 도량은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대방광불화엄경’”이라며 “이것을 어떻게 펼치냐에 따라서 화엄의 세계
올 하반기 25명의 새로운 불교박사가 탄생했다.법보신문이 2023년도 하반기에 새로 나온 논문을 조사한 결과 불교 관련 주제 박사학위 취득자가 8월31일까지 2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별로는 동국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강대·동방문화대학원대·고려대가 2명씩, 강원대·남서울대·이화여대·조선대·충북대·한국교원대가 각각 1명씩 배출했다.이번 불교 논문은 분야별로 골고루 나왔다. 불교인물 관련 논문 5편, 수행·신행 5편, 순수교학 4편, 불교사 3편, 불교예술 3편, 불교의례 2편, 법률·교육·심리 등 응용 분야에서 3편이 나
하동 쌍계사 불교조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10월7일 오후1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교육관 제1강의실에서 ‘천년선찰 하동 쌍계사의 불교조각’ 학술대회를 개최한다.13교구본사 쌍계사 주지 영담 스님의 축사와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기조발표 ‘쌍계사 불상의 성격과 대웅전 삼세불상 및 고려 건칠아미타불상의 종합적 연구’로 시작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쌍계사 나한전 십육나한상의 연구(손영문, 문화재청 문화재상임전문위원) △쌍계사 명부전의 지장시왕상 연구(심주완,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행정관) △쌍계
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강좌가 개설된다.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불교의 성행과 통일신라 전반기의 찬란한 미술’ 주제로 ‘제56회 2023년도 2학기 박물관 대학’을 종로 한국미술사연구소에서 10월2일 개강한다.10월2일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세계최고의 걸작, 석굴암 석굴의 불상조각 그리고 불화’를 시작으로 △삼국통일과 연기지방 비상(주수완, 우석대 교수) △삼국통일전쟁과 사천왕사 감은사와 신인종의 불교미술(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세계 최고의 불교 성지 경주 남산의 불상과 석탑(강삼혜, 경
매일 연습했음에도 다리, 허리, 손목, 뱃속 장기들까지 아팠다. 또래 불자와 노보살님들이 아니었으면 몇 번을 그만뒀을 것이다. 삼천배를 하고 난 뒤 며칠은 힘들었지만, 마음 속에는 수행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아비라기도’를 알고 나서는 두 달 뒤 오직 아비라기도를 위해 매일 절을 했다. 한 곳에 모여 앉아 4일 동안 기도하려고 회사 휴가까지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수행에 심취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음이 맞는 도반들과 함께했기에 더욱 힘이 되고 즐거웠던 기억이다.‘108배 예불대참회문’과
앞에서 의상(625~702)의 10대 제자와 화엄 10찰의 문제를 중심으로 의상 법손들이 번성하였고, 화엄종이 신라 불교계의 주류로 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당시 불교계에서 화엄학을 연구하고 대승보살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의상의 법손들 이외에도 상당수 발견된다. 이른바 ‘비의상계’ 인물들은 의상계 법손들과 달리 종파를 형성하고 조직적인 교단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화엄학 연구가 후계자들에게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의상계 화엄종에 흡수되면서 점차 잊혀 갔다. 그런데 ‘비의상계’라는 표현은 의상계를 주류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적 가치관을 전하는 자리가 마련된다.수원 권선구 갤러리선경은 8월24일부터 9월19일까지 특별기획전 ‘부처님 향기되어 세상을 보다’를 개최한다. 전문작가 27명이 참여한 이 자리는 불교적 형상과 의미가 담긴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품은 서양화, 동양화, 판화, 조각, 설치 등 10호 미만 소품부터 100호 이상 대형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이번 특별기획전은 예술적으로 승화된 부처님의 형상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적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경남 고성 옥천사가 ‘우리지역 문화재 바로알기’의 일환으로 옥천사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하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옥천사(주지 마가 스님)는 8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 ‘2030 연화옥천 문화유산 콘서트’를 연다. 옥천사가 기획하고 경상남도, 고성군이 후원한 이 행사는 서부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인 옥천사에서 전문가들의 특강을 통해 사찰이 간직한 역사와 전통문화를 고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고취, 관광객들에게는 문화유산의 감동을 전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8월20일 개막식으로 시작을 알린 문화유산 콘서트
‘불정존승다라니경'은 한 권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매우 짧은 분량의 경전이다. 그러나 이 경전이 중국에 전파된 이후 세간에 미친 영향은 매우 깊다. 불타파리가 이 경전을 중국에 들여온 이후(676), 본 경은 두행의, 불타파리, 지파하라, 일조, 의정, 선무외, 불공 등 당대의 고승들에 의해 두루 한역되었다. 776년 당 대종은 특별히 칙령을 내려 “천하의 승려들은 한 달간 매일 경을 외우되, 스물한 번씩 독송”하도록 명하였다. 당송 시대에는 각지에서 이 경의 다라니를 돌에 새긴 경당(經幢)이 유행하였다. 당 무종이 폐불을 단
1592년(선조 25) 4월13일(양력 5월23일) 부산 앞바다가 갑자기 이국의 배들로 가득 찼다. 새벽 안개를 틈타 바다를 건너온 일본 함선이었다. 처음 보고된 400여 척의 숫자를 근거로 상부에서는 그것이 함대의 전부라고 여겼으나, 당일 사냥을 나갔던 첨사(僉使·종3품 무관) 정발(鄭撥)은 급히 돌아와 군사와 백성을 거느리고 성을 지켰다. 이튿날 새벽 일본군이 성을 침공했다. 정발은 한참 동안 대항하여 싸웠으나 화살이 다 떨어지자 적의 탄환에 맞아 전사하였고, 성은 이내 함락됐다. 이렇게 임진왜란이 시작됐다.(‘선조실록’ 26권
불교사원 내 아픈 승려를 치료하는 공간을 의미하던 ‘병원’은 중국과 한국 및 일본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함께 소개되었다. 인도는 7세기 불교가 쇠퇴하기 시작해 현재 인도 내에 불교사원의 병원 유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뒤늦게 불교를 수용했던 스리랑카는 아직까지 불교가 융성하며, 불교사원에서 운영하던 병원유적들도 찾아볼 수 있다. 스리랑카에는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 미힌탈레(Mihintale), 메디리디기리야(Medirigiriya), 폴로나루와(Polonnaruwa) 등에 불교사원이 운영하던 병원유적지들이 남아있
의상(625~702)은 문무왕 10년(670) 당에서 귀국한 이후 효소왕 원년(702) 입적할 때까지 32년 동안 제자 양성과 교단 조직에 전념하였다. 귀국 초기에는 출가본사인 왕경의 황복사(皇福寺)에서 소수 제자들을 대상으로 ‘일승법계도’를 중심으로 화엄교학을 강의했다. ‘일승법계도’에 대한 의상 법손들의 주석을 집성한 ‘법계도총수록’(권상1)에 의하면, 문무왕 14년(674) 표훈과 진정 등 10여 인에게 ‘일승법계도’를 강의했다는 기록에서 제자 양성에 대한 열의와 사제 사이의 진지한 면학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삼국유사’
“고(故) 김상현 교수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분석해 다방면에 걸쳐 한국불교사를 다채롭게 조명하고 정리했다. 특히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치열하게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았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철저한 자세로 한국불교사를 정립했다.”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동국대 동국역사문화연구소가 7월14일 동국대 만해관에서 개최한 고 김상현 동국대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대회에서 김 교수의 연구 성과를 분석하고 그의 역사관과 불교 연구의 의의를 구명했다.정병삼 명예교수는 ‘김상현의 한국불교사 연구와 학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