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고 조선의 왕위를 차지한 세조는 온 몸에 생겨난 종기 때문에 평생을 고생했다. 그 역시 죄업을 씻고자 불사에 매달렸으며 오대산 상원사는 그런 세조의 후원으로 중창됐다. 『장아함경』 「사문과경」 편을 보면 아자세왕 설화가 나온다. 중인도 마다가국의 빈비사라왕은 늙도록 아들이 없어 걱정하며 신에게 기원하였는데, 어떤 관상가가 와서 말하기를 “비부루산에 있는 선인이 죽으면 태자가 탄생한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빈비사라왕이 그때를 참지 못하고 선인을 죽이니, 곧 부인이 아기를 임신하였다. 선인의 원한이 깃들어서인가. 장성한 태자는 새 교단을 조직하려는 야심을 품은 제바닷타의 꾐에 넘어가 쿠데타를 일으켜 부왕을 죽이고 어머니를 가두는 패륜을 범하고 왕
“장애에 굴하지 않는 잣나무처럼 절의를 지켰던 기파랑의 고매한 인격과 지절의 정신을 환기함과 아울러 자신도 그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비전을 품겠다는 노래” 기파랑은 경주 남산 너머로 보이는 저 옛 신라의 들판을 누비던 화랑이었다. 지금 세상은 타락의 극에 달한 느낌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보면 수십, 수백 억 원의 뇌물을 먹은 것이 드러났는데도 반성의 빛이 전혀 없다. 예전엔 불륜 행위를 하다가 걸리면 본부인에게 끽 소리 못하고 죽기 직전까지 맞는 것이 당연한 풍속도였지만, 이제는 본부인보다 더 당당한 자들이, 외려 본부인에게 이혼하라고 협박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닌 모양이다. 돈 몇 만원에, 아니면 별 이유 없이 사람을 여럿 죽이고도 죄책감이 없다. “서울
“파리는 거미에게 잡아 먹혀 거미가 되고 거미가 된 파리가 소화되어 거미줄로 변한다. 살려고 몸부림을 치던 벌레들은 이것을 깨달은 연후에는 다리가 썩는 줄도 모르고 참선하는 스님처럼 얌전히 거미의 처분을 기다린다.” 인도의 갠지즈 강가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이 노파에게 윤회는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전략…) 거미의 뱃속에는 파리가 열 마리, 모기가 스무 마리, 개미가 서른 마리, 벌이 다섯 마리, 무당벌레도 한 마리……, 그들은 모두 이 컴컴한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꿈이어서, 한데 모여 마라톤 회의를 벌인 결과 거미줄이 되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가 막힌 묘안을 생각해냈으니, 그리하여 거미줄에는 보이지 않는 파리가 스무 마리, 보이지
윤회의 관점에서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티베트에서는 윤회를 거듭하는 세계를 만다라로 표현하곤 한다. 사진은 작가 여동완 씨의 작품 중 일부. 이제 관악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시냇물 돌 틈 새로 버들치는 기지개를 켜고 개구린 퐁당퐁당 뛰어들며 파문을 그린다. 그 파문에 버들개지는 움을 틔우고 여린 이파리 세상 구경하러 얼굴을 내미는데 개나리와 진달래는 갈색의 여백에 노랑과 분홍 점을 흐드러지게 수놓았다. 춘흥에 젖어 절로 콧노래를 부르다가 멈춘 뜻은 “꽃 잔치의 절정에서 낙화를 떠올렸기 때문. 나는 누구인가. 나는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무엇에서 그칠까. 내 아들의 아들의 아들로
지진으로 폐허가 된 파키스탄의 참사현장에 각국의 구호손길이 전해져 고통을 함께 나눴다. 사진제공 한국 JTS. 욕망을 버리지 못하여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이를 승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욕망에도 존재하려는 욕망과 연기를 깨달아 타자와 공존하려는 욕망이 있는 것처럼, 고통도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져 수모와 굶주림을 겪으며 일생을 방랑하는 커다란 고통을 겪었기에 이제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진정한 실체를 접하였고 이의 의미를 주옥처럼 엮어 시로 토해내었다. 베토벤이 귀가 멀지 않았더라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를 오선지 안에 담아 서양 음악가로서는 드물게 삶의 깊이가 절절이 밴 음
태자 싯다르타가 모든 생명의 고통을 깨닫는 계기가 된 사문유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은 자살공화국! 시민의 삶은 편하지 않다. 행복하다는 사람은 드물다. 죽지 못해 산다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자살하는 자가 교통사고로 죽는 이를 넘어섰다. 일찍이 나병 환자 시인 한하운은 고통에 대해 절절하게 노래하였다. 보리 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필ㄹ 닐니리//보리 피리 불며/꽃 청산/어릴 때 그리워/피ㄹ 늴리리//보리 피리 불며/인환(幾山)의 거리/인간사 그리워/피ㄹ 닐니리//보리 피리 불며/방랑의 기산하(幾山河)/눈물의 언덕을/피ㄹ 늴리리//-한하운의 ‘보리피리’ 전문 하늘과 인간이 모두 버린 천형의 병, 한센병. 부모도 형제도 버려 이곳저곳을 떠돌
충지 스님이 잠시 머물렀던 충남 논산의 개태사. 잦은 왜구의 침략으로 고단한 나날을 살아야했던 옛 시대의 민중들에게 개태사는 의지처이자 위안처가 됐다. 이곳에 몸담았던 충지 스님도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속세의 삶 대신 욕심을 벗어놓고 자연에 기대는 삶을 그려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열렬하고 순수하게 첫사랑을 하는 두 연인이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떨어져 있으면 왜 그리 괴롭고 안절부절 노심초사하는가? 이들은 상대방에게 120에서 200을 기대한다. 상대방이 절대적으로 사랑을 해 주어도 100이기에 이들은 항상 20에서 100의 괴리를 느낀다. 자신의 후배가 30분 이상을 지각해도 “차 막혀서 혼났지?”하고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그보다 더 사랑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 자료사진. 지금 대한민국은 ‘바람난 공화국’이다. ‘묻지마 관광’에 ‘원 나잇 스탠드’가 유행이고 저녁은 물론 아침 드라마까지 불륜 일색이다. ‘유교국가’라는 명성은 이미 사라지고 대다수 사람들이 ‘아름다운 불륜’을 꿈꾼다. 성욕만이 아니다. 모두가 더 너른 아파트, 더 높은 지위, 더 강한 권력, 더 많은 연봉을 열망한다.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할 정도로 도처에 욕망이 들끓고 있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독재정권과 억압하는 세력에 맞서 끊임없이 자유를 노래한 시인 김수영도 이에 대해 한 수 읊었다.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 번째로 여편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