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坐觀心海(독좌관심해)茫茫水接天(망망수접천)浮雲無起滅(부운무기멸)孤月照三千(고월조삼천)‘홀로 앉아 마음 바다 바라보니 한없이 아득한 물결이 하늘과 닿아있네. 뜬구름 일어나 다함이 없고 외로운 달 삼천세계 비추는구나.’ 취여(取如, 1720~1789)의 ‘마음을 보다(觀心)’.노승이 앉아 있다. 그의 뒷모습은 단정하고 말쑥하다. 마음은 회색빛 장삼처럼 흔들림 없이 침착하다. 불가의 극락에 있다고 전하는 연화대(蓮花臺)처럼 노승이 앉아 있는 자리에는 연꽃과 연잎이 만개해있다. 노승은 마치 연꽃 무리에서 피어난 듯 차분하고 단아하다.조선
情存見道還迷道(정조견도환미도)心要求安轉不安(심요구안전불안)安到無安見無見(안도무안견무견)方知此事勿多般(방지차사물다반)‘도를 보는 것에 뜻을 두면 오히려 도에 미혹되고, 마음으로 편안함을 구하면 도리어 편안하지 않게 되네. 편안함이 편안치 않음에 이르고 보는 것이 보는 것이 없음에 이르면, 바야흐로 이 일이 복잡하지 않음을 알게 되리라.’ 충지(冲止, 1226~1292)의 ‘도안 장로에게 부치다(寄道安長老)’.먼 옛날, 무진장이라는 비구니가 혜능을 찾아와 ‘대열반경’의 가르침을 구했다. 혜능은 자신이 글자를 모르니 경전을 독송하여 들려
性如鏡體心如光(성여경체심여광)性若澄淸心自彰(성여징창심자창)風掃宿雲千里盡(풍소숙운천리진)碧天孤月曉蒼蒼(벽천고월효창창)달은 마음의 거울, 달빛은 척도만법은 마음서 나오는 법이니달을 본다는 건 마음 본다는 것절벽아래 습득 달 기다리는 이유성품이 거울의 본체라면 마음은 빛과 같고 성품이 만약 맑고 깨끗하면 마음은 저절로 드러나네. 바람이 머문 구름 쓸자 천 리가 말끔하니 푸른 하늘 외로운 달이 새벽까지 푸르디푸르구나. 취여(取如, 1720~1789)의 ‘성심 노숙에게 답하다(答性心老宿)’.달은 마음의 거울이다. 차면 충만(充滿)하나 비면
摠收諸不足(총수제부족)不足還爲足(부족환위족)求足世間人(구족세간인)不知不足足(부지부족족)‘여러 가지 부족함을 모두 거둬들이면 부족함이 도리어 족하게 되는 것이라네. 만족만 추구하는 세상 사람들아 부족함이 만족함인 줄 알지 못하는구나.’ 해원(海源, 1691~1770)의 ‘만족함을 알다(知足)’.포대에 중생 번뇌·고통 담고웃음과 희망 주는 포대화상행복에 잠긴 담백한 미소엔욕심없는 고승 성정 엿보여고담(枯淡)하다. 그림은 물론 화면 속 인물이 그러하다. 묽은 먹을 적당히 머금은 붓의 흔적에서 어떠한 기교도 찾을 수 없다. 속되지 않고 아
參禪不用多言語(참선불용다언어)只在尋常黙自看(지재심상묵자간)趙州無字如忘却(조주무자여망각)雖口無言我不干(수구무언아불간)인물서 보이는 정교함의복에 표현된 조방함일품화풍 특징 보여줘‘참선에는 많은 말이 쓰이지 않고 다만 여느 때처럼 묵묵히 스스로 봄에 있다네. 조주의 ‘무’자를 잊는 것 같다면 비록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 나는 상관하지 않겠네.’ 유정(惟政, 1544~1610)의 ‘묵 산인에게 주다(贈黙山人)’ 중 4구.화가가 붓을 든다. 옅은 먹을 묵힌 붓끝이 지나간 자리에 선승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그시 감
碧澗泉水淸(벽간천수청)寒山月華白(한산월화백)黙知神自明(묵지신자명)觀空境逾寂(관공경유적)‘푸른 시내에 샘물은 맑고 차디찬 산에 달빛은 희네. 묵묵히 앎에 정신은 절로 밝아오고 공을 바라보매 경계 더욱 고요하네.’ (한산(寒山)의 ‘한산자시집(寒山子詩集)’에서)소나무 사이 텅빈 공간뒷짐 지고 바라보는 한산천진한 미소 깨달음 상징일본의 선승 가오(可翁, 14세기 전반 활동)가 그린 ‘한산도’를 보고 있노라면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듯하다. 소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 따라 기분 좋은 서늘함이 귀와 목덜미를 간지
齴齲來東十萬里(언우래동십만리)梁王不契渡江西(양왕불래도강서)九年無語成何事(구년무어성하사)空使兒孫特地迷(공사아손특지미)면벽중인 달마 표현한 작품역동적이나 무심한 눈빛엔고요한 마음 고스란히 담겨‘달마가 동쪽으로 십만 리를 와서 양왕과 맞지 않아 강 서쪽으로 건너갔네. 구년 동안 말없이 무슨 일을 이뤘는가, 부질없이 아손들만 헤매게 하는구나.’ 유정(惟政, 1544~1610)의 ‘갈댓잎으로 강을 건너다(一葦渡江)’.시선을 압도한다. 비단 시원시원하고 분방한 먹의 선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선으로 빚어낸 달마의 눈빛이
一片秋聲落井桐(일편추성낙정동)老僧驚起問西風(노승경기문서풍)朝來獨步臨溪上(조래독보임계상)七十年光在鏡中(칠십연광재경중)‘한 조각 가을 소리에 우물가 오동잎 떨어지니 늙은 중이 놀라 일어나 가을바람 묻네. 아침에 홀로 걸어 시내에 서 있으니 칠십 년 세월이 거울 속에 담겨 있구나.’ 법견(法堅, 1552~1634)의 ‘초가을에 느끼는 바가 있어(初秋有感)’.깨달음 얻은 동산양개 모습대각선 구도로 화면을 구성공간의 깊이 더해 인물 집중스님이 발걸음을 멈춘다. 시선을 떨구자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는다. 순간의 의문과 찰나의 깨달음. 생각의 교
老豊干抱虎睡(노풍간포호수)拾得寒山打作一處(한산습득타작일처)做場大夢當風流(주량대몽당풍류)依依老樹寒巖底(의의노수한암저)필요한 선만 취해 그린 신체기하학적으로 묘사한 호랑이중 원대 선종화 대표적 특징‘호랑이 감싸 잠든 늙은 풍간, 한산과 습득도 한데 모여 잠들었네. 도량(道場) 짓는 큰 꿈 꾸며 풍류에 노니는구나, 한들한들 늙은 나무 있는 한암(寒巖) 아래에서.’ 상부소밀(祥符紹密·생몰년 미상)의 ‘사수도에 찬하다(四睡圖贊)’기도 슈신(義堂周信, ?~1388)이 지은 ‘구게니츠코슈(空華日工集)’에 따르면, 모쿠안 레이엔(黙庵
翫水看山虛送日(완수간산허송일)吟風詠月謾勞神(음풍영월만로신)豁然悟得西來意(활연오득서래의)方是名爲出世人(방시명위출세인)‘물 즐기고 산 보며 나날을 헛되이 보내고 바람 읊고 달 노래하며 정신을 지치게 하네. 서쪽에서 온 뜻을 시원히 깨달으면 그제야 세상 벗어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 일선(一禪, 1533~1608), ‘시 짓는 승려에게 주다(贈詩僧)’화면에 그려진 호쾌한 필치대담하고 호방한 선화 정수분별 집착하는 중생에 일침호방한 필치가 일품이다. 단번에 휘갈긴 필선의 동세가 바람에 나부끼듯 리드미컬하다. 붓을 눌러
若以知知知(약이지지지)如以手掬空(여이수국공)知但自知己(지단자지기)無知更知知(무지경지지)‘만약 지식으로 앎을 안다고 하면 손으로 허공 움키는 것과 같지. 앎은 단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이니 앎이 없어져야 다시금 아는 것을 아네.’ 인오(印悟, 1548~1623) ‘지지편을 보다(看到知知篇)’.돈오·불립문자 의미 담긴혜능이 경전을 찢는 모습선묘 형식 감필체로 표현옛 기억이다. ‘주역(周易)’을 처음 읽었던 무렵일 것이다. 무지한 제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하니, 은사께서 매일 한 구절씩 가르침을 주셨다. 1년의 세월이 흐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