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마음은 대상을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 역으로, 대상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 안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인식을 하거나 하지 않는 과정을 반복한다. 인식하지 않을 때의 마음을 바왕가(bhavaṅga)라 한다. 단지 존재를 지속시켜주는 수동적 마음인 존재지속심(存在持續心)이다. 바왕가의 마음으로 있다가 인식대상이 나타나면 바왕가에서 깨어나 인식과정을 거치고 다시 바왕가로 돌아간다.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이 결정된다. 그만큼 인식은 마음의 괴로움, 즐거움, 평온함을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관
연령별로 가장 선호하는 세계문학작품 조사 결과 30대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1위를 차지했다. 인간의 욕망과 그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이 30대들의 ‘최애’라는 결과는 그들의 관심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옛사람들은 ‘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 불렀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이립’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마음에 확고하게 도덕을 세우기에는 마음 자체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학생이라는 안전한 신분의 보호막이 사라진 나이, 친절하지 않은
기독교의 암흑기였던 중세가 이슬람은 르네상스 시기였다. 수 세기 동안 정복전쟁과 교세 확장을 해 오던 이슬람이 10세기와 11세기 사이에 일시적으로 정치적 무질서와 혼란도 겪었지만 문화적으로는 학문과 예술의 황금기였다. 이슬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꼽히는 이란의 아부 알 가잘리(Abū al-Ghazālī, 1058~1111)는 철학과 과학으로, 이라크에서 태어나 이집트 등지에서 활동한 이븐 알 하이삼(Ibn al-Haytham, 965~1040)은 물리학‧수학‧천문학을 통섭하며 빛과 인간의 눈 구조에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
龍吟枯木猶生喜 髑髏生光識轉幽용음고목유생희 촉루생광식전유磊落一聲空粉碎 月波千里放孤舟뇌락일성공분쇄 월파천리방고주(용이 고목에서 우니 오히려 환희가 솟아나고/ 해골에서 광채가 빛나니 알음알이 깊어지네./ 한 자락 벼락같은 큰 소리는 허공을 부수고/ 달빛 파도치는 천 리에 홀로 배 띄우네!)조선 후기 고승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 스님은 동진 출가해 청허휴정 스님의 문하에서 수학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사명유정 스님과 함께 의승장으로 3년간 참전했다. 부안 월명사, 구례 연곡사에서 수행한 뒤 76세로 입적했다. 이후 문도들이
조선후기 시인 한계현일 스님(寒溪玄一, 1630~1716)의 시 세계를 조명한 첫 논문이 나왔다. 한평생 불교 시가송(詩歌頌)에 천착한 원로학자 이종찬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동악어문학’ 제87집에 ‘한계집과 현일의 시세계’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논문 어귀에서 “시를 주고 받은 이들의 신분으로 보아 현일 스님은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고 사회에서도 인정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승인명록인 ‘동사열전’이나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근현대 한국불교사전류에서는 스님의 법명을 찾아볼 수 없다. 한계현일
수보리 비여유인 신여수미산왕 어의운하 시신위대부(須菩提 譬如有人 身如須彌山王 於意云何 是身爲大不)“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만일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만 하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몸을 크다 하겠느냐?”수미산왕(須彌山王)이라 함은 산의 높기와 넓기는 3백3십6만 리나 된다고 한다. 지금의 계산법으로는 8십4만Km. 지구를 157바퀴 반을 도는 높이와 넓이이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물론 상징적으로 크다는 표현을 하기 위함이다. 수미는 묘(妙)히 높다는 뜻이요, 산왕(山王)이라 함은 뭇 산 가운데 가장 크다는 뜻이나, 마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한파도 조계사 불자들의 빨간 고무장갑 물결에 무릎 꿇었다. 200여명의 사부대중은 조계사 마당에 모여 4000포기의 배추를 불꽃같이 따뜻한 붉은 빛깔로 물들이며 맛깔스런 김장김치로 재탄생 시켰다.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 밥상을 책임지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조계사 김장나눔전’이 12월2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렸다. 전날부터 몰아친 추위에도 두 팔 걷어 붙이고 모여든 불자들은 김장 나눔 행사에 힘을 보탰다.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배추 약 8000kg, 4000포기에 달한다. 조계사신도회(회장 김의정)가 주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학생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학생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행동을 취하지 않습니다.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성인들은 자신들의 기준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죠.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바꾸려고만 하고 질책하기만 하니 서로 마찰이 생기고 오해가 쌓여 더 어긋나는 것입니다.”(성진 스님)#아이가 친구에게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동생은 저와 달리 내향성이에요. 친구들한테 맞고 오는 날도 비일비재했죠. 부모님께 말하면 오히려 동생을 다그치고 화내시니 저에게
“장님이 광명을 얻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광명은 새로 만들어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눈을 뜨면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처님은 경전에서 ‘연화장세계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처의 눈을 뜨면서 나타나는 세계’라고 강조합니다. 부처의 눈을 뜨면 모든 이가 부처로 보입니다. 재밌는 점은 장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겁니다.”정용선 박사가 11월15일 오후7시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한구) 3층 다보원에서 열린 화요열린강좌에서 ‘장자를 통해 붓다를 만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박사는 이날 “살고 죽는 도리를 깨달아
팬데믹, 경제 불황, 질병, 예기치 않은 사고, 불평등, 이별, 배신 등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힘겨움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고비 넘겼구나 하는 순간 또 다른 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불자로서 우리는 삶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불교전통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사바란 범어를 음역한 말로 그 뜻을 풀이하면 감인토(堪忍土) 즉,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나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말입니다. 지옥 중생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반대로 천상의 중생들은 너무나 편해
수보리 어의운하 사다함 능작시념 아득사다함과부(須菩提 於意云何 斯陀含 能作是念 我得斯陀含果不) 수보리언 불야세존 하이고 사다함 명일왕래 이실무왕래 시명사다함(須菩提言 不也世尊 何以故 斯陀含 名一往來 而實無往來 是名斯陀含)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다함이 스스로 ‘내가 사다함과를 얻었다' 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기를,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한 번 왔다 간다고 하나, 실은 왕래한다는 생각이 없으므로 그 이름을 사다함이라 하나이다.”사다함은 아라한 4과 가운데 제2과의 이름이다. 한번 왕래한다
오늘 이 지리산 대화엄사에서 대덕스님들과 불자님들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지난 봄 네팔에 일이 있어 갔을 때 히말라야의 눈이 많이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 쪽 빙하들도 녹아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북극의 얼음도 녹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도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연환경의 변화로 지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구를 혹사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긴 세월 아름다웠던 지구별을 감싸고 있던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강물이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부처님 가르침을 알리고자 진력한 수행자 용성 스님이 용맹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은 날을 기념하는 법석이 평택 명법사에서 마련됐다.용성조사대원명법사실천회(이사장 화정 스님)는 9월24일 평택 명법사 불교회관 대법당에서 ‘용성조사 오도 136주년 봉찬대재’를 봉행했다. 승가니르바나젬베공연단의 축하공연과 명법사합창단의 교성곡 ‘용성’ 합창을 시작으로 봉행된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불심도문 스님과 용성조사대원명법사실천회 이사장 화정,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을 비롯해 지역 스님과 불자 등 2
“제가 ‘화합!’ 하면 여러분은 ‘상생!’이라 외치며 줄을 당겨주시면 됩니다. 하나, 둘, 셋, 화합!”“상생!”사회를 맡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줄을 힘껏 당기자 하얀 천에 가려져있던 법당 현판이 드러났다. 설악무산 스님의 필체로 제작된 ‘서원보전’. 법당 안에는 불상과 함께 무산 스님의 초상화가 한 켠에 걸려 있다. 이날 자리에 모인 예술인들은 그림·시 등 문화예술을 아끼던 무산 스님의 뜻을 기리며 따뜻한 글과 그림, 감동을 주는 음악으로 삶에 지친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도업을 이루신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보리를 이루는 일을 도업이라 하고, 일체제불은 모두 도업을 이룬 분이며 일체중생은 생업을 이루었습니다. 생업은 살아가는 일입니다.그러면 도업의 내용이 무엇일까요. ‘대방광불화엄경’의 ‘세주묘엄품’에서 첫 번째 말씀하시는 것이 도업을 이룬 내용입니다. 모든 지혜를 이룬 분을 일체제불이라고 하며, 일체제불은 일체종지요, 일체종지는 일체제불이라는 가르침입니다.석가모니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는 순간 지혜가 생겼습니다. 중생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반면 일체제불이 도업을 이룬 순간에는 생
유수임아사자좌(有誰任我師子座)자괴금일야간명(自愧今日野干鳴)수연아유변신술(雖然我有變身術)번호화사우일생(飜狐化獅又一生)“누가 있어 나에게 사자좌를 맡겼는데/ 참으로 부끄럽구나, 오늘 여우의 소리를 하고 있으니/ 비록 그러하나 나에게 변신술이 있으니/ 여우의 몸을 바꿔 사자로 일생을 살아보자.”이 시는 조계종의 통합종단 첫 종정을 지내신 효봉 큰스님의 게송입니다. 후학들을 격려하는 이 시는 언제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유수임아사자좌(有誰任我師子座), ‘누가 있어서 나에게 사자의 자리를 맡겼는데’, 사자의 자리는 말하자면 부처님의 자리
‘천안대비로도 뚫어볼 수 없는 것이 바람을 따라 비가 되어 앞산을 지나간다. 졸지마라! 조는 것이 법문이라면 재상 딸이 백정 집에 시집가는 꼴이다. 천년 죽(竹) 만년 송(松)이여! 가지마다 잎새마다 지지엽엽이 모두 다 한가지로 같구나. 참선을 아는 사해현학자(四海玄學者)에게 말한다. 동수무비촉조옹(動手無非觸祖翁) 손발 움직임이 무한청풍 맑은 바람 조사가풍 아닌 것이 없네!’ 만공 스님 법문입니다. 보고 듣고 알 수 없다. 이 뭘까? 화두가 제자리니 지수화풍이 제자리다. 신심이 골라져 무장해제라, 바람이 부드럽다. 만고에 바다를 걸
유가행파의 문헌들은 보살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서 종성과 발심을 특히 중요시해서 이를 앞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4세기경에 편찬된 ‘보살지’의 제1장은 종성품(種姓品)이고 제2장은 발심품(發心品)으로서 양자는 보살행의 토대라고 설명되고 있다. 지난 번 설명에서 보았듯이 종성이란 불교수행자들이 어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적합한지를 성향의 측면에서 구별한 일종의 교육학적 범주이다. 이렇게 수행자들을 종성 등에 따라 구분한 후에 그들이 대승의 보살도를 선택한 경우 반드시 권장되는 것이 바로 발심이다. 발심이란 발보리심의 줄임말로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大衆)에게 보이시고,)順水使船猶自可(순수사선유자가)어니와逆風把柁世間稀(역풍파타세간희)라.雖然好箇擔板漢(수연호개담판한)이나到頭未免落便宜(도두미면낙편의)로다.什麽人 恁麽來(십마인 임마래)오?흐르는 물에 배를 띄움은 오히려 쉬움이나바람을 거슬러 키[柁]를 잡음은 세간에 드묾이라.비록 이 좋은 담판한(擔板漢)이나마침내 편의(便宜)에 떨어짐을 면치 못함이로다.어떤 분이 이렇게 옴인고?금일은 임인년 하안거 해제일입니다.산문을 폐쇄하고 삼복의 무더위 속에서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석 달 동안 앉아
중국음악의 역사를 크게 보면, 서기 전 20세기부터 서기 후 4세기까지의 고대음악 형성시기, 서기 후 4세기부터 10세기까지 서역음악 수용시기, 11세기부터 19세기의 민족음악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에서 호악(胡樂)이라 불리는 서역음악의 전래는 한대부터 위진남북조 시대까지 지속적인 확대과정을 거쳐 수·당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았다. 진나라 최표(崔豹)의 ‘고금악론(古今樂論)’, 당나라 오경(吳競)의 ‘악부고제요해(樂府古題要解)’에 의하면 장건에 의해 서역길이 개통된 후 호각(胡角)이 전래되었고, 이연년(李延年)이 서역 호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