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율(아루눗다)은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큰 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던 청년이었다. 부처님의 명성이 고향 카필라성까지 전해지자 석가족의 많은 명문가 청년들이 부처님의 뒤를 잇겠다는 열망으로 서로 출가를 논의하기도 했다. 아나율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밧디야, 아난다, 바구, 캄필라, 데와닷다, 우팔리와 함께 출가를 결심했다.‘금수저’로 태어나 항상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해 왔던 아나율에게 수행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탁발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던 그는 출가하기 전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원숭이가 많이 언급된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영악하고 간사한 특성 때문에 인간과 더 닮아있다. 인도에서 원숭이는 거리에서 자주 볼 정도로 흔하며 경전에도 자주 나타난다.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인도 원숭이(Macaca mulatta)이다. 히말라야 주변에 서식했기 때문에 ‘히말라야원숭이’, 얼굴과 어깨 주변에 붉은 털이 있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혈액형 결정인자인 Rh인자를 갖고 있어 ‘레서스(Rhesus)원숭이’라고도 불린다. 원숭이는 인간과 93%의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승이 대수에게 물었다. 실중(室中)의 등불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수가 말했다. 세 사람이 증명하면 거북이도 자라가 된다.대수는 대수법진(大隨法眞, 834~919)이다. 그리고 실중(室中)이란 스승이 주석하는 방으로 조실(祖室)이다. 여기에서 실중의 등불이란 부처님의 정법안장의 소식을 비유한다. 스승이 지니고 있는 정법안장의 핵심적인 이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승의 질문은 한편으로는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스승과 맞장을 뜨는 자세로 문답상량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승은 하필 실중의 등불에 대하여 질문을 하고
성자를 뜻하는 말로 ‘무니(muni)’란 단어가 있다. 무니는 ‘현명한 자, 성자, 현인, 침묵의 성자’ 등으로 뜻이 설명되고 있다. 그래서 석가모니(Sākiyamuni)란 ‘석가족 출신의 성자’란 의미가 된다. 구루(Guru)란 단어도 있는데, 이는 보통 ‘스승, 선생’ 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흔히 빤디뜨(Pandit)로 알려진 빤디따(Paṇḍita)의 경우는 ‘학식있는 자, 현인, 선생’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불교 전통에서만 국한한다면 붓다, 아라한, 보살 등은 모두 성자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성
큰 절 옆에서 소를 몰면서 밭에 쟁기질하는 농부가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내려쬐는 땡볕 아래서 일을 하자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소도 지쳤는지 농부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덥고 힘든데 소까지 말썽이니 농부는 이래저래 짜증이 났다. 그런데 여기에 부아를 더 돋우는 일은 절 안 스님들의 행동이었다.매미 소리 들리는 선방에 문을 활짝 열고 눈감고 편히 앉아있는 스님들의 모습이 농부의 눈에 거슬렸다. 농부는 자신의 심사를 스님들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푸념했다.“어떤 놈은 팔자가 사나워 이런 더위에 아침부터 하루 종일 소 새끼와 씨름
누구나 살면서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인연으로 다른 좋은 인연을 만나 평생의 벗이 되기도 한다. 5월이 되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더 생각나면서 사는 일이 고맙고 복됨을 느낀다. 영주 부석사 근처에는 복지단체 홍보담당자와 기자로 만난 벗이 산다. 흔치 않은 만남이기도 하다. 현재 기자 생활을 접고 귀향해 살고 있다. 올해 사과 꽃을 보러 간다는 이유로 약속을 잡았다. 사실 번잡한 4월을 보내면서 벗이 보고 싶기도 했다.부석사를 오르는 길은 일주문 보행로 공사가 한창이었고 양옆 사과밭의 사과꽃은 지고 있었으나 시 한
가상화폐 열풍이 대단하다. 정부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이 가상화폐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이버 공간에서 곤욕을 치르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가상화폐로 불리는 암호화폐는 진정 실체성이 없는 신기루일까? 단순히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고 해서 그 가치성까지 폄하하기에는 지금 우리들 세상이 너무나도 깊이 실재적으로 파고들어 와 있다.불교에서는 우리들이 다섯 가지 감각에 의존해 직접 느끼는 이 세상조차 환(幻)과 같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불교의 교리를 참되게 이해하고 믿는 사람이라면
경기도 광주시와 여주시 경계에 있는 앵자봉의 동쪽 여주 산북면에는 한국 가톨릭에서 ‘최초 강학지’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성지로 조성하려 애쓰고 있는 주어사 터가 있다. 서쪽 광주 퇴촌면에는 이미 골짜기를 메워 주요 시설을 세우고 그 입구에 ‘한국천주교발상지 천진암 성지’라고 새긴 집채만 한 돌을 세워놓았으며 2079년 완공을 목표로 1979년에 ‘100년 계획 천진암 대성당’ 건립공사를 추진하고 있다.20여년 전 청소년단체 책임을 맡고 있을 때, 경기도립 청소년야영장 수탁 운영자 모집공고가 나와서 수련원 입지 조건을 알아보려고 현지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전통적으로 한국불교는 중국 지역으로부터 수입되었다. 경전도 한문으로 번역된 책을 사용했다. 그리고 각종 제도도 소위 ‘중국화’된 불교였다.물론 우리가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제도이지만, 일제가 이 땅을 식민지하여 ‘일본화’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 시대가 열렸으니, 지난 역사 전통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제도의 수립도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교구’ 제도 운영이다.이하에
지난 연재에 이어 오늘은 ‘나’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온[五蘊]의 두 번째 수온(受蘊)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대부분의 불교 개론서에서는 수(受)온에 대해 ‘느낌’(feeling)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각과 판단’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할 때 수(受)는 느낌이 아니라 ‘감수(感受) 작용’을 뜻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감수(感受, sensation)란 “외부 세계의 자극을 6근(根)이 받아들이는 일”을 뜻하는 말로서 통상적 의미의 ‘느낌’과는 다릅니다. 느낌이란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
삼국통일전쟁은 고구려・백제・신라 3국 사이의 항쟁으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동아시아의 중심세력인 당나라를 비롯하여 북방의 유목민족인 돌궐・거란・말갈, 그리고 바다 건너의 왜 등 주위의 다양한 세력들이 가담한 국제전쟁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이러한 여러 세력 사이에는 이른바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외교전이 전개되었는데, 그 중심축은 당과 신라의 동서동맹(연형)과 고구려・백제・왜의 남북연합(합종)의 2대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였다. 신라의 외교정책은 28대 진덕여왕 2년(648) 김춘추와 당 태종 사이의 군사동맹 체결을 분기점으로 하
‘불교성전’ 법공양 불사의 시작은 참으로 이 땅에 새로운 전법의 바퀴를 굴리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을 시작하기로 한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원력에 찬탄을 보낸다. 또한 뒤늦게나마 새로운 ‘불교성전’ 편찬이라는 거룩한 불사를 원만하게 성취한 조계종에도 찬탄을 보내며, 이 어려운 일을 추진한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이미 있는 경전을 발췌하여 한 권으로 묶어내는 것이 무슨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로 조계종단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나아가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 땅의 불교가 어디로 나가야
지난 몇 주 우리 사회는 한강에서 사망한 한 전도유망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이들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애도와 함께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시기에 보도되었으나 이내 포털 대문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또 한 명의 젊은 죽음은 크게 기억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이의 빈소에 대통령이 몸소 방문해 조문을 했음에도 이 또한 단발의 기사로만 보도되었던 그 죽음은.기사에 공개되었으니 여기에서도 그이의 이름과 신상을 밝히겠다. 이선호씨. 1998년생 올해 나이 23살. 대학 3학년. 등록금 마련을 위해 평택항 부두 야적
오월이면 무엇보다 초파일의 연등 축제를 생각하게 된다.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장엄한 등의 축제는 봄의 꽃잔치와 어우러져 생명의 약동을 축복한다. 온갖 생명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며 법계를 장엄하지 않는가? 모든 생명은 행복하라, 모든 생명은 자유로워라. 어떤 것이든 생명 그 자체는 경이롭고 존엄하지 않은가? 연등을 꾸미는 오방색이란 온 우주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오방색에 나의 주체적 색깔을 더하면 시방세계를 상징하는 색깔이 된다.하지만 금년의 초파일 연등 행사도 간단하게 치러야 한다고 한다. 오방색으로 서울의 밤하늘을 축복하는 일도
아주 오래전 5월 중하순의 어느날 석굴암을 거쳐 토함산을 넘어 함월산 기림사까지 무작정 걸었던 적이 있다. 아침에는 해를 토해내는 토함산(吐含山)과 씨름하고 저녁에는 달을 품은 함월산(含月山)에서 쉬고 싶었던가 보다. 불국사역에서 출발한 산행은 불국사에서 석굴암에 이르는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오르다가 일찌감치 포기할 뻔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가쁜 숨소리는 내 귀에도 거슬렸다. 기림사는커녕 석굴암에서 일정을 포기하고 싶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석굴암을 우회해서 통과했다.
문법에서 명사화(名詞化, nominaliza tion)란 형용사나 동사를 명사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명사화된 단어는 셀 수 없이 많다. ‘달리기’라는 명사는 ‘달리다’라는 동사로부터 생겨났고, ‘빨강’은 ‘빨갛다’라는 형용사로부터 나왔다. ‘앉기’ ‘숨쉬기’ ‘멈춤’ 그리고 ‘깨달음’ 같은 명사도 모두 동사로부터 시작됐다.이렇게 형용사나 부사 또는 동사가 명사화하면서 마치 그런 명사에 상응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빨강’ ‘숨쉬기’ ‘깨달음’에 해당하는 어떤
부처님이 지구촌 인류의 스승으로 오신 뜻은 ‘인연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부처님이 설하신 바다 같은 법문, 팔만대장경은 인연법을 가르치신 것이다. 이를 쉬운 말로 줄이면 “착한 일을 하라.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라는 한 말씀이다. 이 말씀 속에는 “나쁜 짓을 말라, 나쁜 짓하면 벌을 받는다!”하는 말뜻이 곁들여 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참뜻을 가르치려고, 부처님은 싯다르타라는 왕자 이름을 가지고 룸비니 동산에 오신 것이다. 그리고 사방으로 일곱 자국씩 걸으신 거다.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하늘 위, 하늘
海底泥牛含月走 巖前石虎抱兒眠해저니우함월주 암전석호포아면鐵蛇鑽入金剛眼 崑崙騎象鷺鶿牽철사찬입금강안 곤륜기상노자견(바다 밑의 진흙 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 바위 앞의 돌 호랑이는 새끼를 안고 졸고 있다. / 쇠 뱀은 금강의 눈을 뚫고 들어가고 / 흑인(崐崙)이 코끼리를 타고 해오라기가 이끌어 줌이로다.)주련의 출처는 중국 원나라 임제종의 선승 고봉원묘(高峰原妙 1238~1295) 선사가 밝힌 간화선의 요체를 제자 지정이 기록하고 홍교조(洪喬祖) 거사가 엮은 ‘고봉화상선요’에 있다. 제목을 줄여 ‘선요’라 부른다. ‘선요’에서는 진흙
1993년 12월4일 오후 7시경 경북 군위군 법주사(法住寺) 옛 보광명전(普光明殿)에 봉안됐던 아미타삼존불상 좌우 협시인 목조 관음보살좌상과 대세지보살좌상이 도난됐다(사진 1, 2). 이 불상들이 어떻게 도난됐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불상을 훔치는 수법은 단순한 절도행위부터 전문가 솜씨, 기상천외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보살상 2구는 2016년 10월에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돼 무사히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군위 법주사는 493년 신라 때 심지왕사 또는 은점조사가 창건한 사찰로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것은 나의 이야기. ‘나’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나는 산 아래 골짜기에서 산다. 자라는 동안 나는 산꼭대기의 신비로운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마을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 마을을 찾아 올라가지만,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는 안개로 덮이거나 바위에 가려져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 신비로운 마을을 찾기 위해 나는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러다 문득 길을 잃었구나 싶었을 때,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한다. 그 돌은 신비로운 마을에 사는 이들의 신호다. 그들은 나를 데리고 자신의 마을에 간다. 그 마을에서 함께 지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