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정기국회가 열렸다.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문제 등 정치적 사안 때문에 정기국회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스럽다. 예산안 심의도 마찬가지이다. 예산안 심의는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지방의회들도 곧 정기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방재정이 큰 위기를 맞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재정은 지방자치의 기본요건이므로 지방재정에 위기가 닥쳤다는 건 지방자치가 위기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부자인 서울시는 영유아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지자체인 경기도는 IMF 이후 처음으로 감액추경을 했다. 대전 동구는 공무원
논리학의 오류론에 ‘사람에의 추론’이라는 오류가 있다. ‘추론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그 추론이 누구의 것이냐에 따라 추론의 타당성을 결정하는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공자가 “사람이 어떻다 하여 그 말을 버리지는 않는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오류를 피하라 한 것이겠다. 이러한 오류는 크게 보면 모두 ‘논점 부적절’ 오류에 포함되는 것이며, 우리가 감정을 지닌 인간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범하기 쉬운 오류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고, 대중들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휩쓸려 가는 것이 바로 이 ‘사람에의 추론’, 나아가 ‘논점 부적절 오류’가 아닌가 싶다. 정치판이나 그 언저리를 보면 이 오류가 난무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다. 요즈음
몽키 비즈니스.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계종 기사를 쓰며 큼직하게 단 제목이다. 종단에선 불쾌감 느낄 게 당연하다. 스님 사진과 맞물렸기에 더 그럴 터다. 영어 ‘몽키’는 원숭이 외에도 ‘말썽꾸러기’ 또는 ‘웃음거리’로 쓰인다. 몽키 비즈니스(monkey business)는 그 몽키의 ‘사업’이다. 흔히 ‘협잡’이나 ‘바보같은 짓’을 이른다. 외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는 한참 지났다. 다만, 우리를 객관화해 보는 계기는 된다. 종단 사부대중에게 익숙한 걸 새롭게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바둑판이 옆에서 잘 보이는 이치다. 더러는 몽키 비즈니스로 조계종단을 비판한 기사에 무슨 ‘협잡’이 있는지 의심할 수도 있다. 기독교인이 많은 국가 잡지이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길어 보였던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교단 내 일이라 하지만 선거는 선거이기에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하루라도 빨리 추슬러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선거 중 제기됐던 온갖 잡음이 사라지고 여법해진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 난 일을 현 시점에서 재론한다는 게 그리 내키진 않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조계종이 합의추대나 직선제로 선회하지 않고 현 방식의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 형태의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321명의 선거인단은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본사 각 10명을 포함한 240명으로 구성된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 전제가 필요하다. 선거인단이 대중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원전의 붕괴로 인한 재앙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근처에서 잡은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고 이에 항의하여 일본 정부가 사절단을 보냈다. 이 재앙은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원자력산업과 맞물려 일으킨 21세기 최대 재난의 하나로 구분되리라 생각한다. 1896년 6월 15일 일본 동북부 해안의 산리쿠(三陸)지역의 사람들은 축제일의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날 오후 인근 태평양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최대파고 33m의 쓰나미가 덮쳐 축제를 즐기던 220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고 9000채의 가옥을 파괴했다. 37년이 지난 1933년 3월 3일, 거의 같은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파고 29m의 쓰나미로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3년 식민지 조선의 불교에 날카로운 죽비소리가 울렸다. 근대적인 불교 개혁론을 주장한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이 태어난 것이다. 이 책에서 만해선사는 평등주의를 강조하면서 불교가 미래의 도덕 문명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과 행동을 끌어냈다. 이 책에서 만해선사가 불교유신의 방안으로 제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사원주직(寺院住職)의 선거제 채택’이다. 사찰의 주지를 대중의 손으로 뽑자는 것이다. 당시 조선 불교에는 의뢰주직(依賴住職), 무단주직(無斷住職)의 폐해가 만연했다. 의뢰주직은 권력자에게 부탁하거나 뇌물을 바치고 사찰 주지직을 차지하는 것이다. 무단주직은 폭력 등을 이용해 주지가 되는 것을 이른다. 만해
채 검찰총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태의 진행 과정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은 어디 가고 결국 정치만이 남는가? 검찰총장을 사퇴까지 몰아가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그 문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 줄기차게 그 문제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진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던 쪽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는 아무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끝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문제의 초점이 진실을 밝히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정치로 귀결되면 진실이란 것은 의미를 잃게 된다. 추악한 일을 벌였던
무릇 사람마다 삶의 뜻이 다르다. 많은 이들이 돈과 권력을 좇지만, 평생 그 둘에 고개 돌리고 사는 이도 적지 않다. 누군가는 대통령 자리에 앉고 싶어 민주시민 수백 여 명을 학살하고, 누군가는 대기업 회장으로 천문학적 재산을 주무르길 꿈꾸지만, 그런 무리를 파리 떼나 구더기들로 경멸하는 이들도 있다. 하물며 세속을 벗어나 해탈을 ‘일생일대의 큰일’로 삼은 스님들의 세계에선 말할 나위 없을 터다. 만일 권력과 돈을 추구하는 스님이 있다면, 기실 그야말로 언어도단 아니던가. 권력이나 돈을 좇으려면 아예 출가를 말았어야 옳다. 스님이 권력이나 돈을 중시할 때, 세간의 시선이 유독 차가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총무원장 선거가 혼탁해질 때, 스님들이 도박판을 벌일 때 중생의 눈귀가 쏠리는 까닭은 그만큼 청정 승가
며칠 전 묘허 스님이 경기도 광주 대법사 법문에서 의미 있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아미타’를 ‘미타’로 쓰는 건 잘못이라는 게 스님의 요지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는 말씀이다. ‘아미타부처님’을 제대로 살피려면 ‘아미타유스 붓다(Amitayus Buddha)’, ‘아미타바 붓다(Amitabha Buddha)’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타(mita)는 한정된, 셀 수 있는 의미를 갖는다. ‘아(A)’는 부정 접두어로 쓰였는데 이 경우 아(A)는 일반적으로 무(無. ~이 없는)나 비(非. ~이 아닌)로 해석된다. 따라서 아미타유스는 ‘수명(유스)이 한없는’ 무량수이고, 아미타바는 ‘빛(바)이 한없는’ 무량광이다. ‘아미타부처님’을 ‘무량수불(無量壽佛),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해석하는 연유가 여기
티벳 불교의 지도자의 한 분이자 영화 의 감독인 종사르 켄체 린포체가 가 8월 초에 방한하여 법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저서를 번역한 인연으로 해서 나는 린포체와 대담할 기회를 가졌다. 선종이 주종이 되는 한국불교에 속한 나로서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문제들에 대한 밀교 큰 선지식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요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선과 밀교 그리고 정토에 대한 린포체의 생각을 묻자 선은 단순하고 명료하나 밀교는 이와 정반대로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다(chaotic)고 대답했다. 혼란스러운 주된 이유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그 혼란스러움에 정연한 질서가 있다고 했다. 린포체는 정토는 잘 모르겠으나 매우 심오하다고 말했다.
음력 7월 보름은 백중이자 우란분절이다. 백중은 온갖 것이 풍부해 음식을 백 가지나 마련할 수 있다 하여 백종(百種)이라고도 한다. 백중날 밤 술과 안주, 밥, 떡, 과일 등을 차려놓고 돌아가신 분의 넋을 불러들여 재를 지내므로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이날은 부처님과 대중에게도 공양하는 우란분재를 지낸다. 우란분은 부처님 10대 제자의 한 분인 목련존자가 죄를 짓고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큰 잔치를 벌인데서 유래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련존자를 본받아 조상의 성불을 기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분(盆)에 음식을 가득 차렸다고 해서 우란분이라 불렀다. 백중날은 석 달 동안 진행된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도 100개 가까운 사찰에서 2000명이 넘는 스
개성 공단 문제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담해 하였다. 남북한 교류의 중요한 교두보이며, 남과 북이 각각 윈-윈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눈에 보이는 손실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앞으로는 영구히 폐쇄 조치 같은 것은 없도록 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그 때의 참담했던 느낌이 좀 가라앉는 듯하다. 또 광복절을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무장 지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포함하여 전향적인 제안을 내 놓았기에, 그 동안 경색 일변도로 치닫던 남북한 관계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하여는 이미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