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집에 있는 저에게 아들이 핸드폰이 망가졌다며 돈을 보내달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물건을 사러 왔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 의심 없이 아들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그 때 이야기를 하니 본인은 문자를 보낸 적이 없다고 하고, 확인해보니 메신저 피싱이었습니다. 평소 총명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었고, 뉴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봤던 터라 속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기가막히고 제 자신한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나마 피
승이 임제에게 물었다. “취모검이란 무엇입니까.” 임제가 말했다. “위험하다, 너무 위험하다.” 승이 예배를 드리자, 임제가 곧장 때려주었다.임제는 임제의현(?-867)으로 중국 임제종의 개조이다. 오늘날 대한불교 조계종은 조계혜능(638-713)의 법맥을 받았고, 임제의현의 사상을 이었으며, 대혜종고(1089-1163)의 수행법을 수용하고 있다. 임제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선종에 큰 족적을 남겨놓은 인물이다.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취모검(吹毛劒)이라는 용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취모검은 대단히 예리한 칼이다. 칼
불교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고통의 원어는 둑카(dukkha)이다. 그런데 둑카를 고통으로 번역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월풀라 라훌라(Walpola Rahula)스님은 서양에서 불교를 염세주의적 종교로 오해하게 된 이유로 둑카에 대한 안이한 번역과 해석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둑카는 고통이라는 것 보다는 보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부처님께서는 이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의미체계로 사용했다는 것이 라훌라 스님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편의상 둑카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를 깨달아 성불하게 된 원인은 다겁생래에 걸쳐 닦은 바라밀 결과라고 한다. ‘청정도론’에 의하면 아라한은 금생의 수행공덕으로 가능하지만 부처는 한량없는 세월에 걸친 수행공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경이 ‘본생담’이다. 여기에는 547편의 부처님 전생이 소개돼 있다. 부처님은 미래세의 성불을 위해 과거에 천인, 국왕, 방랑자, 거지와 같은 인간 모습뿐 아니라 코끼리, 사슴, 원숭이 공작 등 동물로 태어나 바라밀을 수행했다고 한다.부처님이 히말라야에서 설산동자라
인터넷상에는 정제되지 않은 험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사람의 언어가 거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심성이 거칠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의 심성이 황폐화 되어가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특히 정치인들과 시사평론가들의 막말은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반사이익을 얻고자 한다. 저질 중의 저질이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하고 절망에 빠트리기도 한다.한때 붓다는 아바야 왕자(Abhaya rājakumāra)에게 말을 해야 할 때와 말을 해서는 안 되는 때를 가릴 줄 알아
75세의 배우 윤여정씨가 영화 ‘미나리’로 4월26일(현지시간 25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년에 영화 ‘기생충’과 가수 방탄소년단의 활약에 이어서 빛나는 소식입니다. 예전에는 스포츠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문화와 사회적인 다양한 면에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놀랍습니다. 세계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보기도 합니다.특히 윤여정씨의 인터뷰를 보면, 스스로 ‘영어를 잘 못한다’며 실수를 걱정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영어를 사용합니다. 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답합니
신라는 ‘중대’에 들어와 왕권의 정치력이 크게 강화되고, 종교적 신성의 요소가 퇴색됨으로서 정치권력의 정상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왕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체제로서 율령제도와 정치제도가 정비되었는데, ‘중고’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그를 바탕으로 당의 율령체제를 받아들여 접목시킴으로써 신라의 정치를 크게 발전시켰다. 이른바 율령체제라는 것은 당나라의 법률체계, 즉 당률(唐律)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중국의 후세에 이르기까지 계승된 중앙집권적 관료조직의 기본틀을 정립한 것이다. 신라는 김춘추가 집권하면서부터 당나라
세 모녀 사건을 잊을 시간도 없이 연일 가정 안팎에서 폭력 피해로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인들이 이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스토킹 범죄는 이미 일상화가 됐다.얼마 전 국회는 22년만에 스토킹에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하는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적근거가 생기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있는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인 짝사랑도 범죄인가?” 그래서 늘 쓰고 들어왔던 “10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어디 있느냐” 등 안이한 인식 때문일 것이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붓다의 삶과 길을 생각해본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붓다처럼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붓다같이 위대한 삶을 살 수 있는가. 깨달음과 진리만 추구하며 관념적으로 사는 것이 붓다 같은 삶인가, 아니면 ‘낡은 수레바퀴’가 되어서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고 자비를 행하며 실천적으로 사는 것이 붓다 같은 삶인가.며칠 전, 훈훈한 뉴스 하나가 가슴을 적시고 지나갔다. 5월4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인하대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말기환자 4
우송 전성우(雨松, 全晟雨, 1934~2018) 화백은 ‘만다라 화가’로 불릴 만큼 만다라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다. 만다라라고 하면 티베트에서 비롯한 기하학적이고 도안적인 그림이 떠오르기 때문에 언뜻 그의 작품은 제목만 만다라일 뿐 그것이 실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교회화의 만다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만다라(Mandala)’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만달(Mandal)’은 본질을 뜻하고 ‘라(la)’는 소유를 의미해 ‘본질을 취하는 것’ ‘본질을 담아내는 것’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림으로
‘금강경’은 현대 한국 조계종의 소의경전(所衣經典)일 뿐만 아니라, 일반 불교도들 간에도 가장 애송되는 경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 경전입니다. 현대 한글 역으로 출판된 번역도 30여 종이 넘으며 학술적 번역이 아닌, 사찰이나 재가불교 단체에서 일반신도들을 위해 번역한 것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번역 등을 합치면 100종은 쉽게 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四相)에 대한 번역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어서 도대체 이러한 번역으로 사상(四相)에 대해 무엇을 이해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통렌수행(자타전환수행)의 전거(典據)로 삼을 만한 말씀이 설해져 있다. “만약 여러 중생이 나쁜 업을 쌓아 모음으로써, 불러들이는 온갖 극심한 괴로움의 과보를 내(보살)가 다 대신 받아, 그 중생이 모두 해탈을 얻고, 끝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도록 한다.”남들의 고통을 내가 다 대신 받는 아개대수(我皆代受), 그들을 모두 해탈하게 하는 실득해탈(悉得解脫), 위없는 깨달음을 끝내 이루게 하는 구경성취(究竟成就)라는 보살(수행자)의 자비수행의 대도가 명징하게 표현되어 있다. ‘화엄경’에 관한 논이라 할 ‘보행왕
일생을 살아가는 데에 교육은 중요하다. 가정에서의 교육, 학교에서의 교육, 그리고 사회활동 속에서의 교육이 그렇다. 이 셋 중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승려 사회에서도 교육은 역시 중요하다. 교육의 방향이 결국에는 수행의 방향을 결정한다. 시작에 털끝만큼의 차이가 있어도 끝에 가면 천리만큼의 차이가 난다는 말도 있다.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가야산 해인사 ‘강원’에서는 규봉 종밀 선사가 지은 ‘도서’라는 책을 빼고, 돈황본 ‘육조단경’으로 대신했다. 성철 선사께서 ‘돈오’를 선양했음은 세상이 다 안다. ‘도서’는 ‘돈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국민, 아닌 전 세계가 발이 묶이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는 유목민적인 DNA가 굵게 존재한다. 이로 인해 외부적인 속박은 가상으로의 질주를 초래했고, 여기에 4차산업의 전개와 5G의 본격화는 변화의 속도에 ‘묻고 떠블로 가’를 강하게 시전하고 있다.코로나의 족쇄로 가장 수혜를 입은 대표주자 중 하나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구글이라는 거대공룡의 버프 속에, 인터넷 취약층이던 한국의 성인들을 단기간에 매료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유튜브의 경제정책인 ‘이익공유’ 방식 역시
“눈앞의 경계가 마음의 헛된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점점 초월하라. 눈앞의 사물은 객관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혹은 자신의 견해대로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한 것이다.” ‘대승기신론’의 내용이다. 고정관념(相)을 깨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대 예술도 어떤 일반적인 편견이나 경향 등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음악 감상자는 현대음악에 대해서 주로 상식을 파괴한 파격성이나 의외성, 또는 추상성을 기대한다.실제로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은 새로운 음악 발전에 있어 진정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회복하기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따라하는 영리한 새이지만 감정과 정서도 발달하여 인간과 교감을 나누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다. 지능이 높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영묘한 동물인 앵무새는 항상 무리를 짓거나 짝을 이루어 다니는 특징이 있다. 앵무새는 소통할 대상이 없거나 혼자 오래두게 되면 자해(自害) 증상을 보이므로 반려조로 삼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불교설화에서도 앵무새는 주로 무리의 왕으로서 집단적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이야기들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효(孝)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거
불교문화로 정착된 내용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중생들을 깨닫게 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찰을 세우고 불상을 모시고 등을 켜고 향을 올리고 예배를 하고 공양을 올리고 법회를 열고 독경을 하고 법회를 여는 일들이 다 그렇다. 그뿐 아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성물들도 중생을 깨닫게 하려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목탁이 그렇고 범종, 운판, 목어가 그렇다.그런데 이런 도구나 성물들 가운데 불자들이 자주 접하지만 별반 주목 받지 못하는 성물이 있다. 바로 요령이다. 요령은 금강령이라고도 하는데 손으
先有此庵 方有世界 世界壞時 此庵不壞선유차암 방유세계 세계괴시 차암불괴庵中主人 無在不在 月照長空 風生萬籟암중주인 무재부재 월조장공 풍생만뢰(먼저 이 암자가 있고 세계가 있게 되었으니 / 세계가 무너져도 이 암자는 무너지지 않으리라. / 암자 가운데 주인이야 있고 없음이 없으니 / 먼 하늘에서 달이 비추니 만 개의 피리 소리가 바람일 듯이 하네.)봉암사는 특별선원으로 일반 불자들의 접근이 어렵다. 이에 봉암사 주련을 연이어 소개하게 됐다. 봉암사 동방장에는 두 부분의 주련이 있다. 이번에는 14회차 외 나머지 부분이다. 이 주련은 ‘태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승이 구봉근 화상에게 물었다.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도래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구봉이 말했다. 짤막한 거북이터럭의 무게가 아홉 근이다.북송시대 구봉근(九峰勤) 화상은 운문종(雲門宗) 선사로서 지문광조(智門光祚)의 법을 이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왔다는 말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가장 보편적인 공안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 만큼 수많은 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문답상량(問答商量)을 통하여 각자의 수행방편으로 삼았고 또한 인가의 수단으로 활용하였으며 설법하여 교화하는 데에 중요한 소재로 활용하였다.그런데 조사서래의를 상대하는 자세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