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회 익 서울대 명예교수 이미 꽤 여러 해 전이다. 당시 대학에 근무하던 나는 남보다 몇 시간 일찍이 출근하여 학교 뒷산을 다녀오는 버릇이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암자를 거쳐 큰 바위까지 다녀오곤 했는데, 이른 새벽인지라 도중에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 중년 부인을 오며 가며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그 분은 암자까지만 다녔는데, 자주 스치게 되면서 가볍게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왜 그 이른 시간에 그렇게 암자를 드나드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그 분의 발길이 딱 끊어졌다. 그런데 가만히 미루어보니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학 입학시험이 끝난 날과 일치했다. 그제야 “아하, 그랬구나. 그분 아드님 혹은 따님이 이
박 승 원 전 불교포럼 대표 한비자에 ‘귀매최이(鬼魅最易)’의 비유가 등장한다. 즉 귀신과 도깨비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리기가 쉽다는 의미이다. 개나 고양이의 그림은 실체적 기준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지만, 귀신과 도깨비는 아무도 본 바가 없으니 어떤 형상으로 그려낸들 개의할 바가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반기업정서’란 용어가 등장했다. IMF 이후 생경한 말이다 했더니, 이제는 완전한 경제용어가 되어 버렸다. 정치인이 부패 등에 연루되어 정치생명이 끝날 때쯤이면 흔히 ‘음모론’을 들먹이듯이, 이는 재계가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꺼내든 말이다. 그들은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내밀며 부에 대한 편견과 질시 등 국민의 후진적 경제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매도하면서 어려서부터 올바른 자본주의 원
전 재 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인터넷의 보급으로 공적인 공간이 확대되는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이메일이나 휴대전화가 사적 공간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공간을 중개하는 것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진부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대화의 논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2500년 전의 부처님은 일찍이 대화에서의 문제점을 깨닫고 진리를 수호하는 다섯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바라드와자여, 만약 사람이 상태를 분석한다면, ‘이와 같이 나는 상태를 분석한다’라고 말하고, ‘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20조 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우리나라는 모든 종교가 허용되며, 특정 종교를 억압하거나 혹은 지원하는 행위를 헌법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들이 채택하는 자세이며, 현대사회에서는 국가권력과 종교의 관계에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로 다양한 종교들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다종교 국가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종교 갈등 없이 종교 상호간 평화롭게 공존 공생해 왔다. 그러나 최근
장 회 익 서울대 명예교수 작년 12월 13일 새벽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윌리암스(Stanley Tookie Williams, 51)라는 한 사형수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형수는 2001년 이래 해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던 사람이다. 노벨평화상 후보가 사형에 처해지다니? 사정은 이렇다. 그는 일찍이 흑인 조직폭력단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사람을 네 명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자신에 행위에 대해 철저히 참회하고 옥중에서 저술과 오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폭력을 없애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온힘을 기울여왔다. 그는 특히 흑인 청소년들에게 갱단에 가입하지 말라고 하는 내용의 동화책을 8권이나 저술했고, 그의 이런 활동은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많은 이
박승원 전 불교포럼 대표 십수년 전 미국의 한 대학에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시절에 겪은 일이다. 하루는 기숙사에 경찰관이 나타나서 사감과 함께 뭔가를 조사하고 있었다. 궁금해 물어본 즉, 이 기숙사의 학생이 인근 술가게에서 술을 사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의아스러웠지만, 그 대학의 교수로부터 미국의 음주관련 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각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술은 반드시 주류전문점에서만 팔며 20세미만의 청소년이 술을 사거나 마시면 본인은 물론 술을 판 가게도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길거리에 술집이 넘쳐나고 심지어 대낮에 식당에서조차 술을 마시는 우리와는 달리 그곳에선 술을 마시려 해도 주류전문점이나 술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미성년자
전 재 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며칠 전, 오랜 만에 거지 성자 아나가리카 페터 선생으로부터 반가운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여전히 이 추운 북유럽의 겨울을 집 없이 나무 밑에서 지내는 선생으로부터의 편지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자그마치 선생과의 첫 만남이 있은 지 만 25년이 지났다. 선생의 집 없는 수행자의 삶도 25년이 지난 셈이다. 그 동안 필자는 부질없이 선생을 두세 번 한국에 초대했다. 열악한 환경에 제대로 대접을 못해주면서 그나마 두세 평짜리라도 따스한 방에서 지낼 수만 있다면, 선생의 나이로 보나 건강으로 보나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맛지마니까야 출판법회를 기회로 한국에 모신 것이 3년 전이었다. 선생이 한국에서 살아주길 바랐던 필자는 원주에 산수가 좋은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 사람들은 정신과나 정신과 의사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애국정신’, ‘화랑정신’처럼 정신이 뒤에 들어가면 괜찮은데, ‘정신과’ 처럼 정신이 앞에 나오고 그것도 ‘정신’ 뒤에 ‘과’가 붙으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 일반인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정신과를 선택했어요?” 정신과를 택한 나의 탁월함과 위대함을 기대하거나, ‘오죽하면 정신과를 택했을까’ 하는 위로와 동정심이 내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가지는 정신과의사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가, 정신과 의사는 매일 정신과 환자들만 상대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정신상태도 올바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정신과 의사 역시 ‘정신질환자’일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직업병처럼….
장 회 익 서울대 명예교수 내게는 아주 좋은 침상(寢牀)이 하나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침상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내 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이십분쯤 걸어 올라가는 산 중턱에 있다. 사실 이것은 본래 침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다. 벤치라고 부르는 각목 네 개로 만들어진 등 없는 의자이다. 그런데 그 길이가 내 키와 꼭 같아서 내가 여기에 누우면 머리와 다리를 전부 올려놓을 수 있다. 폭 또한 내 어깨 넓이와 같아서 몸체를 올려놓기에 딱 맞는다. 양 쪽 팔까지 올리기는 좀 궁색하여 보통 아래로 드리우고 눕는다. 헌데 이 의자에 드러누워 보면 세상에 이것처럼 편한 것이 없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와 잠시 이 의자에 앉았다가 가만히 몸을 눕혀보면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려나는
박 승 원 전 불교포럼 대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 한국.’ 현재 외국언론사의 특파원들이 서울에 주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다. 상당히 완곡한 표현인데 구체적으로 말해 기사거리 즉 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전 식민국가를 경험한 수많은 나라 가운데,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모범국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혼돈과 격동 그 자체이다. 도대체 어느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의 심연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는 것일까? 평상심이 존중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세상은 분명히 우리가 지어 만든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수천만이 동시에 열병을 앓는다.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일에까지 입에 거품을
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불교의 첫걸음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것이 그 본분자리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여 율법대로 생활하기를 원하고 계시다. 더욱이 습관이 깊어지면 그 악습을 버리기가 참으로 어렵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 또한 담배를 피우게 되기도 한다. 이 술과 담배에 인이 붙으면 여간 끊으려 해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결심에 비례하해 중복된 습벽에 의해 더 심하게 빠져버리는 경우가 된다. 왜인지 모르지만 한국 사람들은 폭음·폭주를 하려는 경우가 많다. 무엇에 시달리는지 마치 쫓겨 가는 사람처럼 마심에 있어 조급하고 화급한 음주법을 개발해 그 작태가 가관이다.
정통 비판 언론을 지향하는 인터넷 대안 언론인 ‘불교닷컴’(대표 효림, 성전 스님, www.bulkyo21.com)이 1월 20일 공식 개통됐다. 종책 모임인 미래를 여는 승가회 소속 효림 스님과 조계종 전 기획국장 성전 스님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불교닷컴은 20일 개통에 관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성역 없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 종단이 지향해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는 비판을 통해 종단이 건강해질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언론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회의원 효림 스님은 개통에 관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일반 교계 언론과 같이 속보나 특종 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바른 방향을 제시하겠다”면서 “말사 주지 스님 등 2
오 진 모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최근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고 있는 부동산 투기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토지가 유한한 자원으로서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구가 조밀한 국가중의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토지수급상 야기되는 중요한 문제점은 도시화, 공업화에 따른 대지, 공공용지 및 공업단지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토지가 자산증식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격증하고 있으며 토지소유가 일부 계층에 편중되어있어 해마다 누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근래 사학법 문제로 각 종교별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사립학교 숫자가 지상에 나온 것을 보니 기독교 계통이 349개, 천주교 82개, 불교가 24개다. 이 수치는 기독교가 어떻게 해서 이 땅에 이렇게 번창하게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주지하다시피 선교사들은 근대식 학교를 세워 교육봉사와 사회봉사의 실천을 통해 기독교 선교에 성공했다. 물론 이밖에도 여러 배경과 요인이 있으나 이 점을 제일 먼저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와 한때는 거의 전 국민이 불자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고 상당히 오랫동안 그러한 상태가 이어진 바가 있다. 그리고 그 불교는 인도와 서역의 포교승들이 신명을 아까워하지 아니하고 험난한 역경을 거치면서 중국에 전한 것이었다.
지 안 스님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한국불교 대표본부라 할 수 있는 총무원 조계사 앞에 축하 현수막이 걸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불교에서 기독교의 성탄절을 축하해 주며 종교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원화 된 사회다. 모든 문화현상이 그렇고 종교도 다종교화 되어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다. 중동에서 전해온 이스람교 사원이 생긴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한 나라 안에 종교가 많다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갖겠지만 종교적 태도를 반영하는데 있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한 시대의 사회적 문화양상
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성도하셨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다. 깨침이란 우주의 본원적 진리를 하나 남김없이 환하게 밝히신 것이다. 참으로 광명 그 자체를 우리 앞에 나투시어 누가 언제 어디서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환한 밝음이요, 여여히 드러내신 우주 본연 그것인 것이다. 시간이 지났거나 공간이 바뀌더라도 그 깨침은 항상 원융하게 나를 앞세우지 아니하고 모든 남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시는 자애심을 품고 계신 거룩한 미소이시다. 왜 이러한 경지에 이르시게 된 것일까. 그것은 다름없는 연기의 이법을 확철명연하게 깨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십이연기법을 깨친 부처님은 이 십이연기법이 참으로 진리인가를 증명하시기 위하여 오랫동안 명상에 잠기시어 순관과 역관으로 명정하셨다
오 진 모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바쁘고 힘든 사회생할을 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안식을 주는 생명의 샘이 바로 선(禪)이다. 필자가 21년 전 국토연구원에 국불회(國佛會)를 조직하고 초대회장을 맡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에서 도반(道伴)들과 좌선을 시작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전국불교신도회 중앙이사, 군불교진흥회 중앙이사, 정목회 회장, 사찰 탐방 등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국토연구원 국불회를 통해 월 1회 정기법회를 갖고 지관, 무진장, 암도, 법산 스님을 비롯해 채인환, 이기영, 정병조 교수 등의 설법을 들으며 불심이란 곧 선과 염불 등 수행발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줄 원동력이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주지하다시피 한국불교의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은 모두 선종을 계승한 종파다. 즉 선종이 현금의 한국 불교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 조계종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은 간화선에 있다는 전제아래 정체성 확립과 간화선 현창운동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업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일 뿐 아니라 필요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불교의 정체성이란 것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한국불교의 역사는 본래 인도불교의 대소승과 중국불교의 전부를 수용하며 발전해왔다. 시기적으로 어느 종파가 우세한 바는 있었지만 대체로 보아 여러 불법이 다양하게 펼쳐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불교란 다양하게 펼쳐
지 안 스님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오늘날 세태의 특징 중의 하나가 자본주의에 의한 물질 만능과 상업주의에 편승한 상품화 우선주의다.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지 않고는 우선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상품가치의 우열로 승패가 갈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비단 물질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전승해 내려온 문화적 가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숨어 있는 전통이 있어도 사람에게 유용한 실용적 이용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대중에 외면 받는 신세가 되고 만다. 물론 이러한 시대 풍조에 따라 때로는 종교계 일각에서도 허장성세의 전시효과를 노리는 외형적 치장에 열중하는 사례가 많다. 필요 이상으로 교회나 사찰 건물이 대형화되고 있으며 신도 수를 통해 세를
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담스런 것은 무엇인가. 칠보보물을 가지는 것이 귀하고 소담한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재물인 보석 갖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것이 보물이라 하더라도 그보다 더 귀중하고 값어치가 몇 십만배 더 나가는 보배가 있으니 그것은 발보리심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발보리심의 믿음은 유행의 칠보구슬보다 신비하기 그지없다. 저 험한 길 봉정암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탑에 친견예참하려 가는 불자님의 행열을 보라. 염천 한 여름 땀에 목욕을 한 듯 그 뜨거운 날에도 쉬지 않고 앞다투어 오르는 깔딱고개의 숨막힘, 발걸음도 되지 않는 그 고통 속에서도 한걸음 두걸음 옮기는 고행의 순례. 장엄함과 엄숙함이 자신의 의지력과 싸우며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