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던 그 무렵, 혜교(慧皎·497~554)는 ‘고승전’에서 “번역가는 많으나 소리를 전한 사람이 별로 없음”을 아쉬워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멱력(覓歷), 백법교(帛法橋), 담약(曇龠), 담천(曇遷), 승변(僧辯), 혜인(慧忍), 소자량(蕭子良), 양무제(梁武帝) 등 승속을 넘나드는 인물이 한어 범패 창달에 기여하였다. 그리하여 도세(道世)는 ‘법원주림’의 ‘패찬편’에서 “조식이 범창(梵唱)을 감득했고, 백법교(帛法橋)가 서원하여 미묘한 음성을 통달하고 …(중략)… 재실(齋室)에서 몽향(夢響)이 발하였다”고 술
통찰명상협회(IMS)는 미국 동부의 바레 센터에 이어 캘리포니아에도 스피릿 록(Spirit Rock) 수행공동체를 설립하여 매년 수천 명의 미국인에게 호흡 중심의 위빠사나를 가르쳤다. 불교의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상좌부 교리의 난해한 요소는 덜 강조했다. 이와 같은 시기에 동양의 불교 국가에서 온 승려들이 미국 대중을 향해 적극적인 포교를 전개하였다. 이들 중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불교 지도자가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1926~2022) 스님이었다. 틱낫한 스님이 가진 힘의 원천은 마음챙김에 관한 가르침이었다. 스님은 미국뿐만 아니
마음 공부에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구도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누구나 거치게 되는 관문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공(空)과 색(色)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이 둘이 따로 노는 현상이다. 생각이 딱 끊어져서 마음의 고요한 맛을 보고 나니 번뇌가 없는 상태가 너무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 편안함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와 같은 텅 빈 상태를 ‘반야심경’에서 말한 공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공한 상태에 되도록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제대로 된 수행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반대로 다시 마음 안에 생각이 많아지면
‘대자은사삼장법사전’에 따르면, 몰래 국경을 넘은 현장법사가 험난한 서역으로의 여정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난에 빠졌을 때마다 오로지 관세음보살의 명호와 ‘반야심경’에 의지하여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항간에 전해졌던 현장이 어느 촌부를 구제하여 그로부터 ‘반야심경’을 얻고, 그 후로 항상 독송했다는 설화는 현장이 260자로 축약하여 새로이 번역한 ‘반야심경’의 수승함과 대중성을 방증한다.현장법사는 대안탑의 건설을 직접 기획·감독하고, 또 몸소 벽돌을 나르며 축조 현장에 참여했다. 대안탑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간으로서 시현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회사가 파는 물건의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부처님 말씀이나 복음을 전파하고 그에 대해 일종의 보상을 받는 것인데 그 기준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교회는 수익의 10%를 헌금으로 내는 십일조를 권장하고 있다. 불교도 보시를 권장하지만 그 금액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다.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이 지식을 파는 자들이라며 비판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마르셀 에나프의 ‘진리의 가격’(눌민, 2018)에 의하면 그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제13대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에 진명 스님이 선출됐다.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는 2월 29일 서울 법룡사에서 ‘제34차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운영위원장에 진명 스님을, 수석부위원장에 정관 스님을 만장일치로 선출 후 각각 임명했다.운영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다. 운영위원장은 △의결·심의 사항에 의장이 돼 운영회의를 주관할 의무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3인과 운영위원회 간사 1인 임면 △회장을 보필해 본회를 운영할 권리와 의무 △본회 종무회의에 운영위원회 간사와 함께 참석해 그 내용을 운영
조선총독부는 1911년 9월에 시행된 사찰령이 일본불교로부터 조선불교를 보호하고 쇠퇴하는 조선불교를 갱생시킴으로써 조선문화사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근대 한국불교는 처음부터 일본불교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갑오개혁이 추진되면서 승려의 도성 출입이 자유롭게 된 것도 결국 일본불교의 포교를 위한 것이었다. 1895년에 일련종(日蓮宗)의 승려 사노 젠레이(佐野前勵)의 요청으로 승려의 도성 출입 금지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1899년에 조선 정부는 조선 초기에 설립된 선종과 교종의 도회소(都會所)처럼 조선불교총무원 역할을 할 수 있
① 감로화(甘露火)대왕을 찾아서득도를 했으나 세상을 더 살피기로 한 선재동자는 다라당성(多羅幢城)으로 감로화대왕을 찾기로 했지, 출발지는 등근국(藤根國).남으로 남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짐했지, ― 깨끗이 믿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을 지니자.― 유순한 마음, 용맹한 마음을 지니자.― 한결같이,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지니자.많은 나라 많은 도시, 많은 마을을 지나고,마침내 다라당성에 이르렀지. 대왕으로부터 왕도(王道)의 길을 물으려는 것. 거리에서 한 사람 바라문을 만났는데,“동자는, 도덕과 지혜로 장엄하고 여기까지 왔군요.우리 대왕은
삶은 계란의 껍질이벗겨지듯묵은 사랑이벗겨질 때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너의 그림자가움직이듯묵은 사랑이움직일 때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젖어 있듯이묵은 사랑이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젖어 있을 때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1959년작, ‘김수영 전집’, 민음사, 1981)붉은 파밭에 푸른 싹이 올라왔다. 아마도 황토밭일 것 같은데, 시인은 푸른 새싹이 올라오는 바탕은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근자 조계종에서 ‘성불하십시오’가 아닌 ‘전법합시다’로 바꿔야 한다고 할 정도로 대중 포교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필자가 출가했을 무렵, 불교는 선이 중심이었다. 승려는 오롯이 선방에서 올곧게 사는 모습이 ‘중 답다’고 하였고, 강원이나 동국대 수업에서도 선 위주의 수업이 많았다[선학과]. 그런데 불교에 이타(利他)가 없어서 승려들이 오롯이 자신의 깨달음만을 추구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조계종도 대승불교에 해당하며, 당연히 선자들의 중생 제도가 있다. 그 대표적인 이타에는 남송 시대 등장한 십우도의 마지막 그림인 입전수수
“집 짓는 불사만 불사가 아닙니다. 청년 불자를 양성하는 것도 이 시대 꼭 필요한 불사입니다.”지난해 4월 14일, 부산 범일동 한 상가에 자리한 사단법인 미소원 법당이 후끈 달아올랐다. 상단 부처님 앞에 드리운 천 위로 ‘미소원 청년회 일일맛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여기저기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로 주문받고, 음식 옮기고, 그릇 정리하고, 말벗 역할까지 바쁜 이들은 파란색 조끼를 입은 청년회 회원들. 일 년 중 단 하루, 미소원 법당이 맛집으로 변신한 이 자리에서 청년들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고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던 장
어느새 2월도 훌쩍 지나고, 곧 개강이다. 두 달은 시작점에서 보면 긴 시간 같지만, 끝에 서서 보면 참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다. 방학 동안 동아리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유독 이번 방학은 더 빠르게 끝난 것 같다. 두 달 동안 직접 부딪혀보면서, 생각보다 지레 겁먹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수도 오히려 몇 번인가 해보니 다음엔 실수하지 않을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법우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 혼자 동아리를 이끄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올해 초보다 동아리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을
묘공당 대행(1927~2012) 선사의 한마음 사상을 치유철학의 관점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펼쳐진다.한마음선원(이사장 혜수 스님) 산하 대행선연구원(원장 혜선 스님)이 3월 16일 오후 1시 30분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3층에서 ‘제18회 계절발표회’를 개최한다.윤종갑 동아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이번 계절발표회는 △‘하나’없는 ‘한마음’의 이해(김성옥·이관수/ 동국대) △치유철학으로서의 한마음사상(지혜경/ 연세대)가 발표된다. 논평으로는 안환기(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오진영(대행선연구원) 연구원과 이병욱 보조사상연구원장·최원섭(대행선연
1990년 5월 1일 ‘깨치는 소리 나누는 기쁨’을 기치로 내세운 불교방송(BBS)이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불자들이 감격하였다. 나도 승용차를 운전할 때엔 당연히 BBS를 들었고, 교수이든 아나운서이든 가리지 않고 BBS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환호하였다. 35년이 되어 가는데 나를 비롯해 개국 초기 진행자들의 이름과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불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고 큰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는 뜻이다.방송 설립 추진은 조계종과 대한불교진흥원 양쪽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조계종은 원력과 의지가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집합 기억(collective memory)’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억이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라기보다 기억의 내용과 그 구성의 본질은 사회적 현상임을 주장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란 1퍼센트는 진짜 기억일 수 있겠지만 99퍼센트는 그 시대의 지배적 사조와 부합하는 과거 상(像)의 재구성이라고 본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 나라의 역사적 기억 역시 과거의 온전한 재생일 순 없고 집단적·정치적 특성이 가미된 기억틀을 통해 재구성될 뿐이라고 하겠다. 대통령 기념관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현공원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이하 종평위)가 2월 28일 성명을 발표하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강행할 경우 서울시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던 지난해 12월 태고종 중앙종회는 “불교계의 의견을 묵살하고 기념관 건립을 강행해 일어나는 각종 불상사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서울시에 있다”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 이보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1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불교계, 특히
긴 소매가 펄럭인다. 한 손에서 시작된 춤사위가 서서히 몸 전체로 흘러내린다. 유연하면서도 힘차게, 공간을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그의 몸짓은 노래하는 파도처럼 우아하게 변화한다. 하늘거리는 흰 천과 장삼 속에는 이철진(57·수성) 구슬주머니 대표의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이 소복이 쌓여있다.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중요무형문화재이자 불교예술의 정수인 승무를 구사하는 유일한 남성 춤꾼 이철진 대표. “춤을 배우지 않았다면 출가해 깊은 산속 바위 밑에서 참선에 빠진 도인이 됐을 것”이라는 그의 삶에는 부처님과 함께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서호노인복지관(관장 이관구)이 2월 28일 생명숲100세힐링센터 2024년 상반기 프로그램을 개강했다.생명숲100세힐링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지원하는 고령과 극복 지원사업으로 일상생활자립, 사회성증진, 건강증진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남성독거어르신의 자립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서호노인복지관은 올해 프로그램으로 일상생활자립영역(△요리 △정리수납) 사회성증진영역(△캘리그라피 △스마트폰활용), 건강증진영역(△실버체조 △코트라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개강식에 참여한 홍OO어르신은 “다양한
구립대조노인복지관(관장 이동열)이 2월 20일 정월대보름 맞이 윷놀이 대회를 개최했다.지역주민과 복지관 이용 어르신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윷놀이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부럼과 떡을 나눠주며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역주민과 복지관 이용 어르신 14개팀 총 56명이 참여한 가운데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참가한 모든 팀에게는 푸짐한 기념품을 제공해 즐거움을 선사했다.이동열 구립대조노인복지관장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여 지역 내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