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선암사를 찾았을 때, 깊숙한 선원 뒷마당에 수조들이 올망졸망 키 높이대로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맨 위 사각형의 수조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둥근 돌확들이 자아내는 시각과 청각의 리드미컬한 음악성. 어느 분의 격조 높은 손길과 천연스런 마음씨가 고스라니 전해졌습니다. 시공을 뛰어넘어 마음이 통할 때, 기쁨 또한 넘칩니다. 저는 문화유적을 볼 때, 그곳에 ‘스며있는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광전 기둥에 낡은 목탁은 그대로 걸렸습니다만, 소문에 듣던 목탁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그 새 날아갔을까, 그새?” 이 말은 저에게 법문으로 들렸습니다. 덩치가 더 커져서 작은 목탁 구멍으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지기 전에, 얼른 이 몸 목탁에서 나가야 되겠지요. 그동안 내가 이만큼 클 때까지 집이 되어주어 고맙지만, 영원한 감옥이 되면 곤란하겠지요. - 가평 현등사에서
"참여정부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즉각 허용하라." 한나라당 국민참여위원장이자 불자 의원들의 모임인 정각회 회원인 이계진(59 법명 향적) 의원이 7월 14일 “제9회 만해 평화상 수상을 위한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이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한 허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직전인 2003년 12월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라마와 직접 대담을 나누기도 했던 이계진 의원은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우리 정부의 거부로 무산돼 결국 티베트 망명정부의 동북아 대표인 초펠라 대사가 만해 평화상을 대리 수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니, 실망을 넘어 허탈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방한 무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
불교계가 수경사 언론보도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선다. 참여불교운동본부, 동국대석림동문회, 중앙승가대동문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전국 29개 교계단체는 7월 12일 수경사 불교대책위원회(상임대표 혜총 스님)를 구성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보도 내용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에 들어갔다. 수경사 불교대책위는 아동학대와 인신매매에 관한 진실 규명과 은평아동학대예방센터의 위장 자원봉사 투입, 종교편향에 대한 문제를 조사할 방침이다. 수경사 대책위는 13일 조계사에서 갖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경사 문제에 대해 어떤 것이 진실인지가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며 “해당 사찰의 위법이 발견되면 법적 조취를 취할 것이며 만약 보도내용 중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SBS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나무 애인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아슬아슬한 암벽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가, 절벽가에 서있는 평범한 떡갈나무 한 그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습니다. 존재를 견디고 있는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은밀한 소통 같은 것. 가끔 마음속에 바람이 불면, 내 나무 애인을 떠올립니다. 마음은 그의 곁으로 달려가 기대어 아득한 허공을 바라봅니다.- 봉화 청량산 응진전에서
햇살이 수면을 뚫고 바닥에 가 닿습니다. 햇살이 아롱대는 돌마다 미소 꽃이 피어납니다. 그 무늬가 우리 마음에도 어리는 것 같습니다. 생각의 빛이 마음바닥에도 가 닿은 것일까요?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살며시 깨어납니다. 우리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이 순간, 아니 우주의 일생에서도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지금 이 찰나가 살아 움직입니다. 모든 순간은 ‘난생 처음’입니다. - 내설악 백담계곡에서김홍근 박사는? 성천문화재단 연구실장. 문학평론가. 저서로는 『참선일기』, 역서로는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활과 리라 - 옥타비오 파스의 시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