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난다. 승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툼을 ‘승가쟁사(僧伽諍事)’라고 한다. 줄여서 ‘승쟁(僧諍, saṅgha-adhikaraṇa)’이라고 부른다. 승쟁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른바 언쟁(言諍), 멱쟁(覓諍), 범쟁(犯諍), 사쟁(事諍)이 그것이다. 언쟁이란 말다툼으로 인한 쟁사이고, 멱쟁은 교계(敎誡)로 인한 쟁사이며, 범쟁은 범계(犯戒)로 인한 쟁사이고, 사쟁은 잘못된 갈마(羯磨)로 인한 쟁사이다.승가 내부에서 다툼이 일어났을 때 재가신자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그 해답을 율장 구섬미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고 한다. 창 너머로 가을 풀벌레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정말 가을이 온 것일까? 바닷가에 살면서 바닷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보내야만 했던 여름의 야속함이 못내 아쉬움을 더 한다. 여름의 무더위와 새로운 질병으로 인해 갇힌 생활을 하면서 지쳐가는 사회에 스님들의 훈훈한 미담이 들려온다. 종단에서 추진 중인 여러 사회적활동에 스님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금액을 그야말로 쾌척한다는 소식이다.얼마 전 청년불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대뜸 ‘스님은 돈이 얼마 있어요?’라고 물었다. 좀 의아해하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빈민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2018년 개봉한 영화이다. 수많은 전쟁 영화들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휴먼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가버나움’은 전쟁터에 남아 있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생지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생존자다. 여기서 생존자란 그저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겪을 수 있는 모든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자를 말한다. 자인이 법정에서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며 시작하는 영화는 기적 같은 유엔난민기구의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 일명 ‘언론징벌법'을 놓고 정국이 뜨겁다. 밀어붙이는 쪽에선 이번에 반드시 ‘가짜뉴스'를 잡아야 한다고 국회 통과를 벼르고 있고, 막는 쪽에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진짜뉴스'까지 잡을 것이라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국민 여론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언론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제약한다고 비판하고 있다.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가치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헌법 제21조에 4개항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마하판타카 존자가 그의 동생 출라판타카를 불러 “만일 계율을 지키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출라판타카는 형 마하판타카의 권유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그는 현명하고 똑똑한 형에 비하여 머리가 좋지 못해 몇 달 동안 시 한 줄 외우지 못할 정도였다. 부처님을 만나고 깨달음의 세계를 알게 된 형 마하판타카는 동생에게도 훌륭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어 그에게 출가를 권했지만, 무능함 때문에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점점 무시를 당하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다. 형
달의 외형과 표면을 탐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연구를 월면학(月面學, selenography)이라고 한다. 월면학을 통해 달의 앞면은 수많은 운석 충돌구(crater)로 덮여있고, 뒷면은 어두운 현무암과 용암대지인 넓고 편평한 지대로 이루어져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달의 뒷면은 검고 짙은 회색을 띠고 있어서 마치 얼룩무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달의 바다(lunar maria)’라고 불렀다. 우리가 보름달을 보고 토끼가 절구방아를 찧는다고 말하는 그 얼룩무늬가 바로 달의 바다
우리가 반야바라밀다로 지혜의 완성에 이르러 깨달음을 얻게 되면 온갖 괴로움을 없애게 되고(除一切苦),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게 된다(眞實不虛). 제일체고는 ‘반야심경’ 들머리의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 온갖 괴로움과 재앙을 건넘)과 같은 것이다.‘반야심경’의 두괄적 말씀을 총결적으로 재론한 것이라 하겠다. 총결분이다 보니까 하나를 더 부가하였는데, 그것이 진실불허이다. ‘진실불허’ 이 네 글자가 어느 날 큰 울림이 되어 자신에게 다가와야 지혜공부가 진척된 것이라 할 수 있다.같은 반야부 경전인 ‘금강경’의 이상적멸분과 구경무아분에는 무
대양명안 화상이 양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무상도량(無相道場)입니까.” 양산이 관음보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오처사(吳處士)가 그린 것이다.” 대양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양산이 갑자기 입막음을 하고 말했다. “저것은 형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형상이 없는 것은 어떤 것인가.” 대양이 언하에 깨쳤다. 이에 예배를 드리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거기에 서 있으니, 양산이 물었다. “어째서 일구도 말하지 않는가.” 대양이 말했다. “말씀드리는 것은 사양하지 않겠지만, 그 말이 지묵에 오를까 저어됩니다.” 양산이 껄껄 웃
보시(dāna)는 풀어보면 ‘베풂’이 된다. 불제자가 길러야 할 덕성 가운데 하나가 보시이다. 보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인데, 이는 자선(慈善)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선도 베푸는 것이고, 보시도 베푸는 것이니 같은 것이라고 해도 되지만, 보시가 갖는 의미가 더 넓고 적극적이다. 한편 보시는 수행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숫따니빠따’에서는 ‘보시는 인색함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그러니 보시는 단순히 베푸는 것이 아니다. 인색함이라고 하는 번뇌를 치료하는 구체적인 방법인 것이다.보시가 인색함
신라는 24대 진흥왕대(540~576)에 병부를 강화하고 군사조직을 정비하면서 적극적인 대외팽창정책을 추진하여 낙동강유역과 한강유역으로 영역을 크게 확장시키는 업적을 이루었다. 그런데 26대 진평왕대(579~632)에는 대외적인 확장정책보다는 대내적인 지배체제의 정비에 주력하여 왕권강화와 중앙행정관서의 설치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어 신라 국가체제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지배체제의 정비에 상응하여 골품제도라는 신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지배계층과 피지배층과의 단층이 벌어지게 되었고, 지배층 안에서도 정치권력에서 탈락되거나 소외되
誰知王舍一輪月 萬古光明長不滅 수지왕사일륜월 만고광명장불멸呵呵他日具眼者 見之當發大笑矣가가타일구안자 견지당발대소의누가 알리요. 왕사성(王舍城)의 둥근달이/ 만고에 광명이 멸하지 아니 하리라는 것을 알겠는가?/ 하! 하! 다른 날에 눈 밝은 이가 있다면/ 이것을 보고 마땅히 크게 웃을 것이다. 이 주련은 ‘금강경오가해’에서 ‘금강경오가해서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금강경오가해서설’은 함허득통(涵虛得通 1376~1433) 스님이 서설(序說)을 쓰고 이 글에 다시 본인이 설의(說誼)를 해서 붙인 글이다. 여기서 설의(說誼)라고 하는 것은 풀
지난 연재에서 광배가 불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렇다고 해서 후불탱화가 잘못된 법식이라든가, 그것을 앞으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이 법식 역시 이미 오래돼 전통으로 자리잡았고, 조선불교미술의 특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광배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런 법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조선시대의 그 아름다운 후불탱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다만 후불탱화와 광배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실상사 후불탱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실상사 약사전에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