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에 의하면 부정관(不淨觀)명상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32가지 몸의 부위에 대한 관찰로서, 살아있는 자신의 몸에서 부정함을 보는 수행이다. 또 하나는 시체의 부패 과정을 보면서 몸의 부정함을 관찰하는 공동묘지 관찰명상이다. 이 두 종류의 부정관명상은 초기경전 곳곳에 등장한다. 초기불교수행의 소의경전으로 알려진 ‘대념처경(D22)’에서도 이 두 가지는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수행에 네 번째와 여섯 번째 명상법으로 제시된다. 부정관명상은 본질적으로 몸이 청정하지 않고 더럽다는 것을 인식하고자 하는 명상법이다. 사마타명상과 위빠
불교는 이단(異端)의 역사에서 자유롭다. 상좌부불교에서 티베트불교와 동북아불교의 정토와 선에 이르기까지 일불제자(一佛弟子)라는 믿음은 전승의 형태와 경전의 내용, 수행의 모습이 다르더라도 불교라는 큰 틀에서 하나가 된다. 물론 불교를 표방하는 사이비(似而非)가 있기는 하지만 정통적인 불교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에서 보듯이 서로를 사탄(악마)이라 비난하며 원수가 돼 싸우는 경우를 불교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그럼에도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승불교(大乘佛敎)에서는 상좌부불
언젠가부터 까시나명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그동안 위빠사나 명상에 중심을 두고 살았기에 까시나명상을 익힐 수 있는 기회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 그저 ‘개인적으로라도 한 번 시도해봐야지’ 하고 마음 안에 담아두고 있을 뿐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황색이나 청색 까시나를 가지고 말이다. 지난번에 얘기했듯이 초기경전에는 까시나명상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색계 초선정에서부터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을 성취했다는 문맥은 많이 그리고 자주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종종 궁금증을 느껴왔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불교국가와 인접한 필리핀은 가톨릭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로 이주하는 필리핀 이민자들 사이에 불교가 각광받고 있다. 해외 불교매체 라이온스로어(Lion’s Roar)는 10월13일 “미국은 10월 한달 동안 ‘필리핀계 미국인 역사의 달’을 기념한다”며 “염불, 위빠사나, 묵조선 등 다양한 불교가 필리핀계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봤다.젠 라초(Jen Racho)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불자다. 가톨릭 신자인 부모님에 의해 가톨릭 미션스쿨에서 공부한 젠은 기도와 미사 등을 항
‘초기불교명상’이란 주제의 전체 구성 내용에서 초반부 서론을 마쳤다. 지금부터는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법들을 하나하나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에는 ‘깜마타나(kammatthāna, 명상주제)’라는 수행 전문 용어의 어원적인 의미와 해석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필자가 글을 계속 써나가는 데 있어서 자주 언급할 중요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팔리어로 ‘깜마타나(kammatthā na)’는 ‘깜마’와 ‘타나’의 복합명사이다. ‘깜마(kamma)’는 행위나 일(業) 등을 의미하고, 타나(thāna)는 장소(處)
안산 도심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달하는 보문선원이 개원 23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은 보문선원이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을 행복의 길로 이끄는 도량이 되길 기원했다.안산 보문선원(회주 보림 스님)은 10월3일 보문선원 법당에서 ‘보문선원 개원 23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기념법회에는 보문선원을 개원한 회주 보림 스님을 비롯해 덕주사 주지 정진, 보문선원 주지 정암, 김포 연운사 부주지 원지 스님이 자리했다. 또 불교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구담 스님과 보문선원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강의하며 인연 맺
명상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은 무엇일까? 어떤 마음이 명상의 마음이며, 수행하는 마음일까? ‘수행하고 있는가?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를 판단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근거와 잣대는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사띠(sati, 마음챙김 알아차림, 念)’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행자에게 사띠가 있으면 수행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반듯하게 앉아있어도 사띠가 없다면 수행한다고 말할 수 없다. 사실 수행자에게 사띠가 없으면 명상수행 자체가 시작되지를 않는다. 사띠가 있어야만 집중(삼매)도 일어날 수 있고, 사띠가 있어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8월29일 뉴욕 맨하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오이지미에서의 사찰음식 팝업 레스토랑을 끝으로 올해 한국불교 세계화 해외 홍보행사를 회향했다.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 팬데믹의 굳은 빗장이 2년 만에 완화되자 문화사업단은 5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8월 미국 뉴욕까지 현지를 찾아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등 한국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박차를 가했다.재개된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의 발판이 된 파리 행사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과 협업해 ‘한국의 맛’을 주제로 진행됐다. 문화사업단은 사찰
요즘 필자는 초기불교명상의 두 범주인 사마타 위빠사나명상을 매주 4시간 30분씩 강의하고 있다. 동국대에서 ‘위빠사나 이해와 실습’을, 대원아카데미에서는 ‘사마타 이론과 실습’을 강의한다. 이런 강의를 위해 필자가 준비하는 시간은 수업 시간보다 훨씬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명상원에서도 온라인 명상강의를 늘 두 개씩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뾰족지붕에서 서까래가 위를 향해 하나로 모아지듯이, 필자의 모든 시간은 명상이란 주제로 모아진다. 지난 글에서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의 순서를 네 가지로 나열했다. 여기서 3번째가 사마타와
동국대 2학기 강의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2년 내내 온라인 원격강의만 하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려니 새삼 긴장되고 설레기도 한다. 이번에 맡은 과목은 불교학부 전공인 ‘위빠사나 이해와 실습’이다. 사마타 명상 일부와 위빠사나 명상을 다루는, 몇 년간 반복해 온 명상실습 과목이다. 이번 학기도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재미있게 명상 공부를 해보고자 한다.지난주에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이 각각의 고유한 몫과 역할이 있다고 했다. 특히 사마타 명상은 마음(삼매)이 계발되고 탐욕이 제거되는 반면, 위빠사나 명상은 지혜가 계발되고 무명이
심리치료전문가 양성 전문 기업이자 온라인 ‘스마트 심리치료’를 선도하는 한국스마트치료협회(대표 허정문)가 자기조절 명상프로그램인 ‘온라인 마인드 다이어트’를 개강한다. 아주대 심리학 명예교수인 김완석 한국명상학회 이사장이 직접 지도할 예정이다.프로그램은 평온한 마음·깨어있는 마음·따뜻한 마음의 건강한 삶을 위한 3가지 모듈로 구성됐다. △평온한 마음은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평온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 이끌어주는 집중·지혜명상 △깨어있는 마음은 감각, 느낌, 생각을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는 통찰명상 △따뜻한 마음
위빠사나 수행을 접한 지 7년이 지난 뒤 사마타 수행을 위해 미얀마 파욱센터를 찾았다. 3개월 동안의 우안거에 동참하려는 마음을 먹고 갔는데, 도착한 날부터 눈물을 흘렸다. 또 1달을 머무는 동안 고생을 많이 해 그곳을 나오던 날에도 비행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행한다고 숲속 센터에 간 스님이 눈물을 흘릴 일이 무엇일지 싶겠지만, 수행 결과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여러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1997년 파욱센터에서 겪었던 찐 고생담을 조금 언급하고, 더불어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은지,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하는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간략히 말하자면 계정혜 삼학의 수행과정과 해탈, 해탈지견의 증득과정을 말한다. 즉 계를 기반으로 삼매와 선정을 성취하는 사마타 수행을 닦고, 계와 선정을 기반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닦아서 최종 목표를 이루는 것. 이것이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의 전체이자 전부이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마타 수행보다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접했다. 마하시 전통의 위빠사나 수행을 몇 년 간 수행하다가 고엔카 전통의 수행법을 만난 이후로는 고엔카 위빠사나를 위주로 수행했다. 오랫동안 사마타
초기불교수행은 점진적인 단계를 표방한다. 1층 없이 7층을 짓지 못하고, 마라톤 선수가 단 한 발자국으로 마지막 지점에 골인하지 못하듯이, 마음공부를 하는 수행자의 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즉 한 생각이 바뀐다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마음이 정화되고 향상돼 지혜의 정점에서 깨달음의 완성에 이른다는 것이다. 붓다는 그런 점진적인 수행 과정을 계정혜 삼학으로 제시했다. 삼학(三學)이라는 말에서 ‘학’은 팔리어로 ‘식카(Sikkhā)’이다. 이 ‘식카’는 경전이나 이론을 배운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마음을 지속적으
가파른 산봉우리 가득한 곡운구곡(谷雲九曲)의 고장 강원도 화천. 용화산의 굽이진 길을 돌아 올라가자 탁 트인 풍광을 뒤로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부들과 큼직한 명상센터가 나타났다. 1만8000㎡에 달하는 부지에는 명상가와 예술가들이 머물 명상마을이 조성 중이다. 이곳에 위치한 사마타·위빠사나 수행처 ‘나봄명상예술원’은 2015년부터 명상캠프, 심리상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불자뿐 아니라 개신교·가톨릭 신자 등 명상을 배우러 오는 참가자는 매번 30여명이 넘는다.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인도·미얀마·한
“정각을 성취하기 전 사문 고따마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을 할 때, 그때 수행했었던 명상법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시나요?”붓다의 생애에서 6년 고행을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졌지만, 정작 어떤 수행법으로 선정과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붓다는 어떤 수행법을 하셨을까? 그 구체적인 명상법이 무엇이었지? 그 방법을 알아야 우리도 수행하여 깨달음을 기약할 것이 아닌가? 운문사 강원시절부터 초기불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인간으로서의 붓다를 알고 싶어서였다. 붓다가 인간이어야 인간인 나 자신도 괴로움으로부터의
1990년 스리랑카에 도착한 지 두 달쯤 됐을 무렵부터 위빠사나 명상을 시작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위빠사나 명상에 관심이 있었기에 명상센터를 찾아갔다. 콜롬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쯤 가면, 넓은 숲속에 칸두보다 국제명상센터가 있었다. 1956년 불기 2500년 붓다자얀띠 기념으로 개원했는데, 마하시 사야도 전통을 따르는 위빠사나 명상센터였다. 이번 글에서는 초기불교명상을 논하기 전에 먼저 필자가 스리랑카에서 처음 경험했던 위빠사나 명상센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방사를 배정받고 난 후, 지도스님께 명상주제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
1990년 6월2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32년 전 운문사 강원을 졸업한 후 나는 스리랑카행 비행기를 탔다. 빠알리(Pāli)어로 쓰여진 초기경전을 공부하고 싶었다. 인간 붓다께서 가르치신 명상수행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고, 바로 그 명상수행을 내 몸으로 직접 익히고 싶어서였다. 오전에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에 스리랑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불가마에 들어선 것처럼 습기 가득한 열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깊은 밤이어서 그랬을까? 주변은 너무나 고요했고 길가의 집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처럼 보
서울 서초동 반지하에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살고 있었다. 쌀을 살 돈이 없어 옆집 사는 친구에게 빌리러 다녔던 2015년 겨울, 온갖 괴로움이 나를 스멀스멀 감쌀 때 처음으로 절에 찾아갔다.힘든 집안 사정에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에 다니던 보살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의 목적은 ‘살려주세요’였다. 보살님의 소개로 엄마를 따라 하남 검단산 중턱에 올라 주지스님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 피골이 상접한 나를 보시곤 “지리산에 잠시 다녀 오거라” 하셨다.질풍노도의 시기, 힙합·랩 음악에 빠져있던 나는 불교에 전혀 관심이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한 많은 수행법,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라 부르는 수행법들이 알려지고 있다. 서구에도 큰 열풍이 불 정도로 그 수행법은 현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한 수행법들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한 비판 또한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가 현대적 마음챙김 명상이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며 신자본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