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로 우울하고 분노스럽던 11월4일 밤, 경북 봉화의 아연광산 지하갱도에 갇혔던 광부 2명의 무사생환 소식이 속보 자막으로 나왔다.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그들의 생환 소식을 몇 번이고 들었다. 어둡고 두려운 공간에서 9일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는 뉴스는 핼러윈 참사로 인한 우울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 사건 일지를 보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동체대비’의 마음이 바로 이런 가르침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어두운 갱도에 갇혀 생사를 다툴 동료들을 위해 밤낮을 쉬지 않고 탄광을 파들어간 동료 광
명상심리상담기법 발전을 도모해온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불교 명상과 심리상담에 기반한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이사장 인경 스님, 회장 이필원)는 11월26일 오후 1~6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명상과 심리상담의 만남’ 주제 추계학술대회를 연다. 2002년 이사장 인경 스님이 명상심리상담학의 기반을 다진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김정호 덕성여대 교수·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 등 저명한 명상심리상담학자들의 논문 발표 및 논평이 이뤄질 예정이다.학
오늘은 임인년 동안거 결제일입니다.안거는 본래 석가세존의 재세시(在世時)에도 행해진 불교의 오랜 수행전통입니다. 각처에서 정진하던 수행자들이 우기(雨期)를 피해 일정기간 한 곳에 정주(定住)하며 함께 수행함으로써 서로의 공부를 점검하고 더욱 진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왔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안거로 인해 불교에서 사원이 만들어지게 되고, 계율이나 의례 등의 체계화되었음도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안거의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오늘 구순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께는 ‘용맹정진’을, 그리고 이 법석에 모이신 총림의 사부대
세존 불설아득무쟁삼매 인중최위제일 시제일이욕아라한 세존 아부작시념 아시이욕아라한 세존 아약작시념 아득아라한도 세존 즉불설수보리 시요아란나행자 이수보리 실무소행 이명수보리 시요아란나행(世尊 佛說我得無爭三昧 人中最爲第一 是第一離欲阿羅漢 世尊 我不作是念 我是離欲阿羅漢 世尊 我若作是念 我得阿羅漢道 世尊 卽不說須菩提 是樂阿蘭那行者 以須菩提 實無所行 而名須菩提 是樂阿蘭那行) “세존께서 수보리 저를 ‘다툼 없는 삼매를 얻은 이 가운데 제일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첫째가는 욕심을 여읜 아라한이오나, 세존이시여, 저는 욕심을 여읜 아라한
“이번 동안거를 앞두고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생명보다 존귀한 가치는 없습니다. 저희의 수행 공덕을 가족과 이웃, 공동체 그리고 모든 존재에 남김없이 회향하오니, 부처님의 가피와 자비의 손길로 삼계의 고통받는 중생들이 아픔에서 벗어나길 발원합니다.”조계종부산연합회가 임인년 재가 동안거 입재 법회를 봉행하며 여일한 정진을 발원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했다.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원허 스님)는 11월4일 부산 혜원정사 대웅보전에서 ‘임인년 재가 동안거 입재 및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위령법회’를 봉
천진암·주어사 가톨릭 성지화가 남상철(1891~1978)이라는 인물로부터 비롯됐으며 한국 가톨릭 성지화 사업이 일제강점기 신사건립 추진과 닮아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가 11월1일 전국비구니회관 메따강당에서 열린 전문가 초대 특강에서 논문 '일제강점기 성지참배와 성지 조성 출현 그 지속에 대한 생각'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천진암·주어사 성지 개발에 불씨가 된 인물로 남상철을 꼽았다. 그의 할아버지인 남종삼(1817~1866)은 1968년 가톨릭 복자(福者)로 인정돼 1984년 여의도 시성식에서 성인
홀로 앉은 깊은 산속 온갖 일들 가벼워 온 종일 사립 닫고 나고 없어짐도 없음을 배운다.생애를 낱낱이 검사해보니 남은 물건은 없고새 차 한 주발에 한 권의 경전뿐이다.獨坐深山萬事輕(독좌심산만사경)掩關終日學無生(엄관종일학무생)生涯點檢無餘物(생애점검무여물)一椀新茶一卷經(일완신차일권경)-부휴선수(浮休善修, 1543∼1615)무생(無生). 무생(無生). 무생(無生). 차마, 필자가, 아직은, ‘무생’을 논할 나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가을, 부휴 선사의 이 선시가 가슴 시리게 저며 드는 까닭은? 마음 아리게 스며드는 까닭은? 부처님의,
사평(沙平)과 판교(板橋). 서울과 경기 남부에 위치한 이 두 지역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일단 방향은 맞다. 지금이야 수도권의 확장과 개발로 핫플레이스(Hot Place)가 되었다지만, 사실 과거에도 이곳은 외부인의 드나듦이 많은 지역이었다. 한양에서 삼남(三南)으로 통하는 대로(大路)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부고속도로가 이 두 지역을 경유하는 것도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과거 사평과 판교에는 원우(院宇), 즉 원(院) 건물이 있었다. 원이란 지방을 여행하는 공
붓다의 식사법을 둘러싼 논란은 그의 마지막 공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핵심은 붓다가 돼지고기를 공양 받았는가 아니면 실제로는 버섯과 같은 다른 음식을 공양 받았는가 하는 것이다. 왈시(Arthur Walshe)에 따르면 경전의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밤이 끝나갈 무렵 춘다(Cunda)는 풍부한 ‘돼지’의 기쁨(pig’s delight)과 함께 딱딱한 음식 및 부드러운 음식으로 이루어진 청정한 음식을 준비했고, 음식 준비가 끝나자 춘다는 붓다에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DN 16.4.17
중당(中唐, 766~825) 이후 돈황석굴에서 열반경변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중당 시대의 종결은 토번의 점령기를 마치고 한족 세력인 귀의군(歸義軍)이 하서지역을 수복하게 된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정황에서 ‘죽음’을 소재로 한 열반경변은 그리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아무리 회피해도 일상을 형성하는 한 축으로 우리 주위를 맴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비록 돈황석굴에서 열반경변은 쇠락했지만, 그 도상은 다른 자리, 즉 고승의 상을 모신 영당(影堂)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열반의 의미를 끊임없이
자신들의 선대인 ‘천주학쟁이’들이 쫓겨 다닐 때 스님들이 숨겨주고, ‘강학’ 장소를 제공했던 절터를 ‘천진암 한국천주교 성지’를 만들고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불교 수행의 상징체계의 하나인 ‘법계도’ 문양을 무단 도용하여 나전칠화를 제작해 바티칸 성당에 헌납하고도,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어쩌고 하며 억지를 부리는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얼치기 먹물들도 혀를 찰 ‘곡학아성曲學阿聖’(학문 지식을 비틀어서 천주님의 환심을 삼)의 꼼수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불가 수행의 중요한 방편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전국비구니회관 건립 2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해 환경콘서트와 불교역사 바로 세우기 특강, 샤카디타 세계대회 등 예정돼 있는 향후 행사 추진을 위해 각 지회의 긴밀한 협조를 요청했다.전국비구니회는 10월7일 오전 10시 경기남부지회 소속 사찰인 수원 봉녕사에서 제9차 지회장 회의를 갖고 각 지회별 활동 보고와 함께 향후 예정돼 있는 행사들에 대한 일정을 공유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을 비롯해 운영위원장 상덕, 서울지회장 해성, 경기남부지회장 법정, 경기북부지회장 성진, 인천지회장 일지
지난 9월24일 서울 광화문. 행진을 하던 수만 명의 시민이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갑자기 도로 위에 드러눕는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어르신까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마치 죽은 듯 누워있다. “더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는 기후 재난에 대한 항의이자 비폭력 시위다. 지금 세계는 기후 비상사태다. 역대급 폭염과 가뭄으로 주요 강이 마르고 열대우림이 도처에서 불타며 빙하는 3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매일 전 세계에서 약 1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150여종의 동식물종이 전멸하고 있다. 매일 5만톤의 비옥한 토양이 사리지고
생활습관과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는 과거에 비해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이른바 동안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동안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주름이다. 아무리 어려보이는 동안일지라도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이테처럼 주름이 생기기 마련인데, 주름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조금 더 어려보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따라서 동안을 추구하는 이들은 리프팅과 같은 시술을 계획하게 된다. 현존하는 리프팅 시술은 매우 다양하지만 실리프팅의 경우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실을 피부에 삽입
세종 2년(1420) 7월 “대비(大妃)가 별전(別殿)에서 훙(薨)하였다.”(‘세종실록』’8권, 2년 7월10일.) 임금의 모후인 원경왕후 민씨의 죽음이었다. ‘훙(薨)’이란 제후(諸侯)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천자(天子) 즉 황제가 죽었을 때는 ‘붕(崩)’이라고 한다. 조선은 명목상 중국의 황제에게 사대(事大)를 취하며 스스로 제후국임을 표방했기에 왕과 왕비의 죽음을 ‘훙’으로 적었다.원경왕후가 세상을 떴을 때 남편인 태종 이방원은 여전히 생존해 있었다. 임금으로 18년간 나라를 다스린 뒤 셋째 아들인 세종에게 왕위를 선양하고
‘서울 가톨릭 성지화’는 일반 상식의 선을 넘었다. ‘광화문‧서소문 가톨릭 성지화’ ‘서울 일대 가톨릭 성지 명명 간판 설치’ ‘광화문 역사물길 왜곡’ 등 일련의 사업들은 특정 종교편향을 넘어 기존의 문화와 역사까지도 비틀고 묻어 버리는 ‘역사‧문화 왜곡’이기 때문이다.가톨릭과 지자체의 ‘긴밀한 연대’ 속 성지화 사업은 2014년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이 내한했을 때부터 노골적으로 추진됐다.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은 서울 서소문과 서산 해미읍성을 찾아 그곳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서울시가 국비‧시비‧구비 596억원을
위빠사나 수행을 접한 지 7년이 지난 뒤 사마타 수행을 위해 미얀마 파욱센터를 찾았다. 3개월 동안의 우안거에 동참하려는 마음을 먹고 갔는데, 도착한 날부터 눈물을 흘렸다. 또 1달을 머무는 동안 고생을 많이 해 그곳을 나오던 날에도 비행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행한다고 숲속 센터에 간 스님이 눈물을 흘릴 일이 무엇일지 싶겠지만, 수행 결과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여러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1997년 파욱센터에서 겪었던 찐 고생담을 조금 언급하고, 더불어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은지,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하는
붓다는 과연 전지자(全知者)일까? 많은 불교도들이 붓다를 일체지자(一切智者) 혹은 전지자로 이해한다. 일체지자 혹은 전지자란 ‘모든 것을 다 아는 자(The Omniscient One)’란 뜻이다. 만일 붓다를 전지자로 이해하게 되면 전지전능한 신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붓다는 스스로를 전지자로 말한 적이 없다. 붓다는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진리의 길을 발견하여 그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붓다는 오로지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가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대다수 불자들에게, 특히
반클라이번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한 이후 쇼팽콩쿠르 조성진의 연주를 번갈아 듣느라 불면증이 도졌다. 동일 곡, 두 사람의 연주를 듣다 엄마도 아빠도 선택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 연주 후기를 달았더니 폴란드, 유럽, 미국에서 동조하는 댓글이 메일로 날아온다. 그러면 다시금 밤새 그 연주를 들으며 21세기 디지털 삶을 실감하고 있다. 때는 정조 시절, 노론 명문가 박사유의 막내 박지원이 홍국영의 세도에 휘둘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영조의 부마이자 연암의 8촌 형 박명원이 건륭황제 만수절 축하사절로 간다기에 먹과 붓을 챙겨 따라나섰다
상호 평등의 인정은 권리의 승인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붓다는 어떤 사람의 가치가 그의 태생과 일치한다는 관념을 버렸으며 계급제도는 기껏해야 사회적 관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젠더의 문제에 대해서도 붓다는 직접 비구니 교단을 창설함으로써 성별의 차이가 더욱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붓다의 업설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며 각자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인격적인 존재다. 이처럼 붓다의 가르침에서 도덕성은 행위자의 의도에 달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karma)은 곧 의도를 포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