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끝나고 이제 치유의 시간이 도래했다. 동해안 산불 이야기다. 장장 10일간 이어진 경북 울진‧삼척 등 동해안 산불은 산림청이 산불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일간에 걸쳐 213시간43분 동안 꺼지지 않았던 산불은 피해액만 1600억원에 이르고 주택 388채 등 908개 시설이 파괴됐다. 438명의 이재민이 마을회관이나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타버린 산림면적은 2만4940ha로, 서울시 면적의 41%에 해당한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피해가 컸다. 이번 산불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77.1%가 투표한 선거에서 득표율 48.6%로 당선됐다. 이재명 후보(47.8%)보다 0.8%포인트 앞섰는데 득표수로는 26만표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최소 표 차이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에서의 진영갈등은 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더 증폭됐다. 선거 기간 내내 ‘증오심’, ‘비호감 후보’, ‘상대후보만은 안 된다’ 등의 키워드가 하루도 빼지 않고 회자 되며 주요 매체의 제목으로 장식된 사실만으로도 반증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냉전 이후 30년 동안 유지돼온 국제질서가 요동쳤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 GDP가 1200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이 바라보아야 할 건 계산기가 아니라 전쟁 참상이다. 군사시설에 이어 민간인 주거지에도 무차별 포격이 가해졌다. 제2도시 하르키우의 아파트 밖에 시체가 널려 있고 거리는 불탔다.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러시아군 포격에 사망한 우크라이나 6세 소녀의 사진은 전 세계인을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 있는 어린 딸, 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관련한 ‘비리·추문’ 의혹이 불거지며 다수의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정치혐오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더 단단히 굳혀야 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의 경제·사회를 이끌어갈 후보를 선출해야 하기에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TV토론’을 전후로 주요 4개 정당의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곧 30~4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악몽은 여전히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백신접종을 적극 권유했다. 말이 권유지 사실상 의무였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백신접종을 확인해주는 백신패스가 없으면 이 사회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다.물론 정부의 백신정책을 비판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선제적인 코로나19 추적검사와 대규모 백신접종,
문화재청이 ‘문화재(文化財)’ 용어의 변경과 분류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문화재(文化財)’를 대신할 새로운 용어를 선택·결정한 후 그 아래 문화·자연·무형유산을 둘 방침이라고 한다. 문화재청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불교계와 학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공 스님이 지적했듯 면(장소)이 아닌 점 단위로 인식하게 하는 ‘문화재’ 용어로 인해 불교계는 ‘관람료’ 등의 문제로 시민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고, 그로 인해 많은 불이익을 당해왔다. 학계 역시 “문화재 분야의 세계적 추세와 문화재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문화재 관련 용어
30여년 동안 정토회를 이끌어 온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만일결사 회향을 앞두고 법보신문 등이 주관한 특별대담을 가졌다. 이 결사가 1993년 3월7일 시작했으니 올해 12월4일이면 1만 일에 이른다. 지난 여정의 회고를 통해 표출한 난망과 희망의 토로 울림이 크다.정토행자들은 매일 아침 1시간 정진, 하루 1000원 보시, 하루 1가지 선행을 해왔다. 한국 현대사에서 참선, 염불기도, 사경 등의 특별 분야 정진으로 만일결사를 회향한 경우는 있지만 하루 세 가지의 ‘의무’를 다하며 회향한 결사 소식은 듣지 못했다. ‘개인은 행복하고
1월21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 전국승려대회에서 사부대중은 부처님께 이렇게 고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불교와 전통문화의 영향력을 위축시키고자 노골적인 종교편향과 차별정책을 펼쳤고, 오늘날까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위법망구의 파사현정, 호법원력으로 분연히 일어나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전국승려대회라는 승가갈마를 열게 되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강렬하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그릇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표출돼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떠올릴 세속의 의지와는 결이 다르다. 경전 한
동국대 건학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미래불자 육성장학’ 불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2021년 11월 포항 원법사장학회, 12월 제주 관음사에 이어 최근 구례 화엄사가 동참했다. 3개월 사이 3개의 지역 유수 사찰이 참여했다는 건 장학불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건학위는 2021년 4월 발족했다. 최고위원회 위원장 돈관 스님은 당해 11월 “동국의 발전이 불교 발전이고, 불교 발전이 곧 동국의 발전”이라고 강조하며 “동국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혜와 자비를 갖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가 최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 일구기’라는 이색적인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위기, 코로나19 등과 맞물려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불교 관점에서 조명하고 8개 모범 사찰을 분석해 유형화한 결과를 제시했다. 200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지역공동체 사찰’ 청사진과 함께 이 시대 사부대중이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불교사회연구소가 정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이란 ‘스님·신도·전문가·지역주민·공공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해당 지역의 기후·풍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 ‘D-67’이다. 법보신문은 새해특집으로 사부대중이 기대하는 대통령과 각 대권 도전 후보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 철학과 불교 현안에 대한 인식 및 해결방안을 들어 보았다. ‘국민화합’을 도모하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사부대중은 바라고 있다. 후보 단일화, 정계개편 등 정당의 이해득실에 치우친 현 정치권의 ‘국민통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 조성,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와 이주민노동자의 인권보장 등 소수자의 권리와 행복이 존중되는 사회가 구축되기를 희망
‘조계종 출가자 10년 뒤 한 해 평균 50명’ ‘조계종 행자 30% 교육과정서 포기’ 전자는 11월 초 열린 정기 중앙종회에서 대두된 사안이고, 후자는 최근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조계종 기초교육의 변화와 행자의 퇴사 문제 검토’ 논문을 통해 짚어낸 현실이다. 조계종의 승가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이다.종단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출가자 급감에 따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대비책들을 내놓은 바 있다. 단기 출가학교·템플스테이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산사의 일상과 기본수행을 체험하며 출가를 선택할 경우 자신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명칭 변경 여부가 12월23일 결정난다. 9월15일~10월25일 진행된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청주직지박물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쇄박물관’ ‘직지박물관’ ‘직지인쇄박물관’ ‘청주직지인쇄박물관’ 등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해당 국가가 소유하고 있지 못함에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건 딱 하나다. 직지(直指)다. 이 책이 갖는 가치가 지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것이 1445년인데 이 직지는 78년 빠른 137
기독교 선교 음악인 캐럴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불교계의 강력한 항의에 사과했다. “불교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향후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사과의 방향과 대상이 틀렸고 진정성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김영삼·이명박 정권 때도 볼 수 없었던 ‘문체부 종교편향’을 자행하고도 뼈저린 반성은 고사하고 책임회피에만 초점을 둔 사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당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나들고 중증환자도 역대 최고치인 733명(2일
전두환씨가 11월23일 사망했다.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10·27법난에 대한 사과는 끝내 없었다. 같은 날, 5·18 당시 입은 총상으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왔던 이광영씨가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유서를 통해 “어머니께 죄송하고, 가족에게 미안하고, 친구와 사회에 미안하다”고 했다. 스님이었던 고인은 1980년 5월18일 부처님오신날 행사 준비 차 광주 증심사에 왔다고 한다. 다음 날인 19일 계엄군의 만행을 목도하고는 적십자 봉사단에 입단했다. 부상자 후송 등을 맡았는데 21일 차를 타고 이동하다 계엄군이 쏜 총에 허리를
조계종이 11월1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화합 대법회’를 봉행했다. 2017~2018년 총무원장 선거 전후, 도를 넘는 각종 비방과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종단의 혼란을 가중시켜 ‘해종행위자’로 낙인찍힌 스님들이 부처님과 사부대중 앞에서 참회하는 자리였다. 징계보다는 관용을 통해 참회 대중을 승가의 일원으로 품음으로써 화합승가의 면모를 다지겠다는 조계종의 의지가 돋보인다.조계종 승가의 화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선거다. 종무행정의 수반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 때면 유독 파열음이 크게 일곤 한다. 선거 과정에서 나
법무부가 최근 “유언의 자유를 확대하고, 상속문화도 새로운 가족제도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개정취지를 밝히며 현행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기로 하고 이를 입법예고했다. 이 법은 삼보정재를 좀 더 단단히 지켜낼 수 있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상속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이 있다. ‘개인이 평생 축적한 재산을 생전·사후에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가?’ 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증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생전에는 증여 폭이 넓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됐다. 조계종도 ‘법회 수용인원의 50% 참석 가능’ 등을 뼈대로 하는 ‘사찰 방역수칙’을 전국에 전달했다. 백신접종완료자만 참석하는 경우 499명까지도 가능해 정기법회를 비롯한 직장직능 특별법회까지도 열수 있게 됐다.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터널을 이제 빠져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위드 코로나’시대의 첫발을 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0년 1월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한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
‘12·12 쿠데타·6·29 선언’의 주역이자 ‘보통사람’을 내건 첫 직선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하 노태우)이 10월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유족 측은 이날 “아버지께서 평소에 남기신 말씀”이라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 내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저의 과오들’에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강제진압이 함축됐음은 알겠다. 그러나 직접 용서를 구할 기회가 생전에 충분했음에도 이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매도해 물의를 일으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엔 ‘영화 관람료’ 비유를 들며 억지를 부렸다. “영화관람료는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받아야 한다”며 “극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근처에 있다고 받으면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영화관과 명승도 구분 못하는 국회의원이란 말인가? 자신의 무지로 인해 상처 입은 교계에 사과·참회하기는커녕 “정청래 말이 맞다”는 일부 댓글에 기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정당성만 운운하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안을 한 국회의원의 물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