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이해가 깊을수록 근현대 한국불교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불교학자들조차도 대부분 비판 일변도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게 볼 이유는 충분하다.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친일행위를 비롯해 1950~60년대 독신승과 대처승의 극렬한 다툼과 법정소송, 불교종단의 군사정권 예속, 1990년대 말까지 계속됐던 스님들간 폭력사태, 자기중심의 기복화 된 불교신앙, 비구·비구니 차별과 문중 대립, 깨달음 지상주의와 교학 외면, 만연된 금권·흑색 선거, 불투명한 사찰 재정 등도 그렇다. 이런 문제들은 불교가 근현대기를 거치며 나
조계종이 최근 제8기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이번에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인 스님들이 국제교류위원에 처음 포함됐다는 점이다. 국내에 200여만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국제교류위원으로 선정된 서울 네팔 법당 주지 쿤상 스님과 아산 마하위하라센터 주지 담마끼띠 스님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스님들이다. 앞으로 국내에 활동하는 외국인 불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보다 긴밀히 이뤄질 수 있기에 새로운 차원의 한국불교 세계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한국불교계에서
지난 5월24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뜻깊은 학술상 수여식이 있었다. 서울 삼천사 주지이자 전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의 발의와 상금지원으로 한국불교학회가 제정한 제2회 성운학술상 시상식이었다. 이날 성운 스님이 인사말에서 밝혔듯 이 상은 불교신행과 실천에 대한 불교학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염불과 기도로 대표되는 타력신앙이 한국불교를 지탱해온 근간임에도 ‘불교는 자력종교’라는 틀에 갇혀 신행현장의 불교가 부정되는 모순을 학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성운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
지난 4~5월 전국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나부꼈다. 서울시 전역에도 5만여 가로연등이 내걸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음을 찬탄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빛의 장엄은 불자들에겐 볼거리를 넘어 환희로움이다.우리나라 연등의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삼국사기’에는 866년 경문왕이 ‘정월대보름, 황룡사에 거둥해 연등을 구경하고 백관들에게 잔치를 열어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 전통은 고려로 이어져 보름 연등회와 사월초파일 연등회, 팔관회로 성대하게 펼쳐졌다. 고
조계종 불자대상은 불교계 최고의 상 가운데 하나다. 이 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살아가려는 수많은 불자들 중 가장 모범적인 이에게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1만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불자대상을 시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올해 불자대상에는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이현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김병주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전원주 방송인이 선정됐다. 홍윤식 교수는 1970년 불교미술공모전 창설 주도를 시작으로 불교미술 및 불교민속 연구 업적, 불교의례의 국가
‘세계기록유산 우리문화의 자랑 직지’를 표방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최근 명칭 변경 등 중장기 발전계획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한다. 13만1288㎡에 지정한 직지문화특구에 흥덕사지를 중심으로 고인쇄박물관,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과 같은 시설이 들어서고 이를 아우르는 새로운 명칭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이번에도 흥덕사지의 새로운 복원은 고려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흥덕사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 활자본인 직지가 만들어진 역사적인 장소다. 통일신라시대 창건돼 고려말 화재로 폐사됐을 것으
우파 지식인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지’와 한글을 폄하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그는 ‘어거지 세계 최초 5G’라는 제목으로 5G개발을 ‘직지’ 및 한글 창제와 비교한 뒤 한국이 5G 세계 최초를 자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꼬았다. 그의 글 중 논란이 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직지심경의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지만 세계는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을 기억한다. 그것은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이 성경을 보통 사람들 손에 쥐어주는 정보의 대중화로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의
우연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연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인과 관계 없이 일어난 일을 지칭한다기보다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우리 인식 능력의 한계를 일컫는다. 예상했거나 헤아려 알 수 있다면 필연으로, 예기치 못했거나 가늠하기 어려우면 우연으로 돌리는 셈이다.우연은 문화재 발견과 관련해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1900년 돈황석굴에 살던 도사 왕원록이 담뱃대를 벽에 대고 털었는데 울림소리가 들려 헐어보니 5만여의 불경과 관련 유물로 가득한 장경동(藏經洞)이
최근 서울 봉은사에 남성불교합창단이 만들어졌다. 1년여 준비과정을 거치며 선발된 50여명의 단원들은 3월8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봉은사 남성합창단은 여성 중심 불교계 합창 현실에서 남성 불자들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합창단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까지도 남성들 독무대였다. 유럽 각국의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합창단에서 여성은 철저히 배제됐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브람스가 지휘한 함부르크 여성합창단이 출범하면서 여성합창단이 크게 늘었고, 20세기 이후에는 남성합창단을 압도할 정도로
1569년 음력 3월은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관직을 내려놓고 안동으로 내려간 해다. 고희를 바라보던 퇴계는 여러 차례 만류하던 선조의 허락을 받아 마침내 고향에 갈 수 있었다. 450년 전 경복궁을 나선 퇴계는 남한강을 타고 죽령을 넘어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렀다. 800리에 이르는 그 길에서 퇴계는 벗과 제자, 지방관들을 만났으며 서로 시문도 주고받았다.안동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의 마지막 귀향 일정에 맞춰 4월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350km을 걷는 행사를 마련했다. 여럿이
익숙한 것이 안정감을 주지만 오래되면 고루하고 편협해지기 십상이다. 간화선 주창자인 대혜 선사가 ‘서장’에서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고 강조한 것도 익숙함에 대한 경계다. 불교에서 제행무상을 강조하지만 변화를 자각하고 거기에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역사가 오랠수록 전통의 무게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렵다.불상이나 불화가 그렇다. 전문가들이야 시대에 따른 변화를 알아차리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보살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일반미술과 달리 불교미술의 변화 폭이 적은 것은 신앙
며칠 전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찾아뵀다. 음력으로 정월 막바지였기에 세배를 겸한 인사였다. 세뱃돈이라며 스님이 건넨 봉투에는 2달러 지폐 한 장과 부적이 담겨 있었다. 달러를 넣은 것은 화폐 가치보다 기념의 의미라고 했다. 달러보다 눈길이 더 간 것은 부적이었다.한때 정월이면 사찰마다 부적을 나눠줬었다. 시골마을이 슬레이트지붕과 네모반듯한 콘크리트로 획일화될 무렵 부적은 미신의 상징물로 간주돼갔다. 부적을 향한 지식인들의 비판이 자주 등장했고, 그들의 ‘일갈’이 반복될수록 부적은 음성화됐다. 부적을 전근대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