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달리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인고의 과정이다. 몇 번의 칠로도 하나의 대상을 표현할 수 있는 붓과 달리 펜은 0.05mm의 가늘고 섬세한 선을 수십만 번 이상 긋는 작업을 되풀이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대상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펜화 작업은 자신의 내면을 찾기 위해 스스로 궁지로 내모는 수행의 과정에 비견되기도 한다. 책은 김유식 작가가 전국의 전통사찰 53곳을 돌며 자신의 눈에 비쳐진 사찰의 풍경을 가는 펜으로 옮기고, 스님들을 만나 사찰 설화나 전각 및 문화재 속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취재해 엮은 것
익숙해질수록 깊은 맛을 알게 됨은 비단 몇몇 분야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클래식 음악이 그렇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지만 정작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교차한다. 유명한 곡들이라 해서 애써 들어보지만 따분하다 못해 고역이기 십상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유행가들과는 딴판이다. 클래식이 낯선 외국어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 굳이 클래식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말마따나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즐거움과
사찰 불화나 각종 문화재 속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 거북이, 사슴, 원숭이 등 실제 존재하는 동물들부터 용이나 봉황처럼 상상 속 동물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동물을 볼 수 있다.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이런 상상 속 동물들을 흔히 ‘환상동물’이라고 부른다.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환상동물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생명체도 있다. 동양판 천둥의 신 ‘토르’라고 할 수 있는 뇌공신, 거북 몸통에 스님 얼굴을 가진 화상어, 두 개의 사람 머리가 달린 환상의 새 공명조, 등에 기묘한 무늬가
처음 아이를 키울 때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사실대로 알려주기에는 꺼려지고,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자니 까다롭다. 책은 자연스러운 성교육 방법을 연구해 온 저자가 제시하는 성교육법이다. 저자는 “성교육은 다른 생명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영아기, 유아기, 학동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성장단계마다 꼭 필요한 성교육을 소개한다. 백경임 지음·김진이 그림/샘터/1만7000원.[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집들은 대부분은 목조건축물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선조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의 재앙으로부터 집과 삶을 지켜내려 애썼다. 책은 선조들이 화마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기록들을 찾아내 그 의미를 되짚은 이야기다. 매년 단오 때마다 구룡지에서 용왕제를 지냈던 통도사를 비롯해 남산제일봉의 화기를 억누르기 위해 해인사가 동원했던 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서경원 지음/담디/2만1600원.[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명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저자가 사주 명리학에 관해 설명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주 명리학은 내가 나의 쓰임새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한 도구다. 가족이라는 인연을 만나고, 직업이라는 의식처를 가지고 생장 소멸을 겪는 과정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진정한 사명을 찾아내는 것이다. 운명이 정해준 긍정 요소를 찾아내면 절망에 빠지거나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에 희망이 보인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노상진 지음/쌤엔파커스/1만8000원.[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책은 삼국통일 이후인 7세기, 신라 불교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 연구서다. 한국고대사 및 불교사 연구의 중견학자인 저자는 660년 백제 멸망, 668년 고구려 멸망, 676년 나당전쟁에서 신라의 승리로 이어지는 신라 사회와 불교계의 변화, 역사의 이면을 밝혀냈다. 저자는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전반의 신라 사회를 불교문화의 신라다운 색깔을 찾아가던 시기라고 정의하고 찬술문헌, 의례, 신앙대상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박광연 지음/혜안/2만6000원.[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월암당 정대 대종사는 일찍이 근대 선문의 고봉정상(高峰頂上)이었던 전강영신 선사의 문하에서 축발(祝髮)한 이래, 평생 이사무애(理事無礙)한 원융의 삶을 살아간 대종장(大宗匠)이었다.”(신흥사 회주 무산오현 스님)“총무원장으로 계실 때 혼란스럽던 종단을 안정시키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건립하면서 종단 발전의 초석을 다진 업적은 모든 종도들이 길이길이 감사해야 할 일이다.”(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정대 스님은 대한민국에, 불교계에 그리고 나에게도 영원히 살아계신 큰 어른이다.”(박지원 전 국정원장)월암당 정대 대종사는
만다라 아티스트이자 만다라심리연구소장인 저자가 창의적인 만다라 도안에 흥미로운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이 내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컬러링 심리치유서다. 만다라(Mandala)는 ‘마음의 중심’ ‘본질’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만다(Manda)’와 ‘완성하다’ ‘공간화한다’는 의미의 ‘라(la)’가 합쳐진 단어다. 따라서 ‘만다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표현한 그림, 도상, 공간 등을 의미한다. 만다라는 고대 인도의 영적 전통과 불교 의식을 위해 조성된 수행 도구 가운데 하나로, 밀교수행 전통을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이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생겨났고 발전하고 있는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인권과 사생활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지구환경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등 27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고, 인공지능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논의한다. 배성호·정한결 지음/철수와 영희/1만5000원.[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
탄허당 택성 대종사는 대강백이자 선사로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지식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불교뿐 아니라 유교와 도교 경전을 섭렵했고 방대한 화엄학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한 ‘신화엄경합론’을 발간해 ‘화엄경’의 대중화를 이끈 화엄학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랬던 스님의 일대기가 탄신 110주년, 열반 40주년을 맞아 소설로 재탄생했다. 저자는 한국 문단에서 대표적인 불교 소설가로 정평이 나있는 백금남 작가다. 그는 1985년 삼성문학상과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십우도’
인도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유물로써 존재한다. 붓다의 흔적만이 거대한 유적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붓다의 삶의 현장에서 충만한 깨우침보다 무상한 세월과 공간의 황량함에 직면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 세계 불자들은 인도로 향한다. 붓다의 숨결을 찾아 성지를 순례한다. 그곳에는 붓다의 가르침과 깨달음의 벼리들이 존재하리라는 확고한 믿음 혹은 간절함 때문이다. ‘삶이 고(苦)일 때 붓다, 직설과 미술’은 놀라운 책이다. 붓다의 삶과 수행의 여정을 눈으로 읽고, 촉감으로 느끼고, 뇌로 해석하고, 궁극적으로 마음에
불교는 부(富)와 담을 쌓은 종교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무소유(無所有)는 불교의 상징이 됐다. 부처님 가르침은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 도 하는데 사람의 수준과 처지에 따라 설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수행자에게는 수행자의 가르침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 부자에게는 부자에게 필요한 가르침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팔만사천법문인 이유다. 경전에는 부처님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았던 많은 장자(長者)들이 등장한다. 오늘로 치면 대기업 회장님쯤 되는 사람들이다. 부처님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과 차별되는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언어의 사용이다. 언어를 통해 진리를 사유하고 인식하고, 소통한다. 또한 언어를 통해 문명과 문화를 형성하고 발달시켰고, 이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활용해 그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어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와의 접촉을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언어는 대상을 지시하거나 상징할 뿐 대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밝은사람들연구소가 11월18일 개최한 학술연찬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엮은 것이다. 언어가 가지는
의사이자 학자인 저자가 하버드 대학, 옥스퍼드 포럼,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모은 책이다. 수백 시간의 강의 가운데 의식수준, 치유, 영적 수행 등 10가지 핵심 주제를 엄선해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 정리했다.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하고자 하는 초심자가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영적 개념들부터 더 높은 수준의 깨달음을 위해 필요한 자질까지를 담아, 책을 읽으면 누구든 저자의 가르침에 다가갈 수 있다. 데이비스 호킨스 지음/박찬준 옮김/판미동/1만9000원.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
때론 모든 것과 잠시 결별하고 물러서서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은거에 대한 열망이다. 책은 인간의 은거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탐색한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역사 등의 영역을 파헤쳐 고독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고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혼자일 때 뇌와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힌다. 또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은거는 어떤 의미였으며, 이 시대에 은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냇 세그니트 지음/김성환 옮김/한문화/2만5000원.[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불교방송 보도국장을 지낸 저자가 재직 시절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돌아보며 쓴 책이다. 아침 생방송을 함께한 정치인, 법조인, 지방자치단체장 등 인터뷰이들과의 각별한 인연, 마음에 남은 인터뷰, 스튜디오를 뜨겁게 달군 뉴스 등 대한민국 정치 이슈의 한가운데 있었던 순간들을 톱아본다. 정치구도의 변화에 따라 시련을 겪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도 전한다. 박경수 지음/읽고쓰기연구소/1만6800원.[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월간 불광 12월호의 주제는 ‘반야용선’이다. 반야용선은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천도재 의례에 사용되곤 한다. 지혜를 의미하는 ‘반야’와 ‘용’이 만나 아미타불이 있는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의식구로 정착됐다. 정토신앙의 의미와 불화 등에 나타난 반야용선을 소개한다. △사찰 속 용(김희진) △반야의 용선(구미래) △불화 속 반야용선(이승희) △신화·역사 속 배(유현주) △저승으로의 여행(이경덕) △탄생신화 속 용(조경철) 등이 담겼다. 1만2000원.[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
2003년 11월12일 저녁, 곡성 성륜사 조선당에 주석하던 청화 스님이 시자 중원을 조용히 불렀다. 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에게 의복을 좀 갖춰주소.” 몇 달 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어도 평생 지켜왔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일종식을 놓치지 않았던 스님이었다. 낮에도 평소처럼 상좌들과 차담을 나누는 등 스님은 특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님은 가쁜 숨 속에서 곧 세연이 다했음을 알고 있었다. 상좌들이 조선당에 몰려들었다. 상좌 도일 스님은 스승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스님, 가시렵니까?” “나,
푸른색은 변함없음, 혹은 절개를 상징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가장 사랑한다. 갖은 시련에도 변함없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것도 이처럼 변하지 않는 푸릇푸릇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 푸른 납자’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마장에도 결코 물러섬이 없는 수행자의 결기가 느껴진다. 불가에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품었던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면 마침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초심(初心)이라고 말한다. 처음 뜻을 품었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