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漢)에 떠 있는 별 하나쯤 가볍게 낚아 당겨(拏) 품을 만큼 높게 치솟은 뫼(山) ‘한라산(漢拏山)’. 산정에서 사면으로 흘러 내려간 기운들은 제주 들판에 368개의 오름을 솟게 했다. 곱게 빻은 쌀 수북이 쌓아놓은 듯해 미악산(米岳山)이라 했다는 ‘솔오름(쌀오름)’은 서귀포 남쪽 땅에 불쑥 드러나 있다. 그 오름에서 시작한 물길(동홍천)은 정모시를 지나 폭포수로 응집된 직후 곧장 바다로 떨어진다. 아시아 유일의 해안폭포인 ‘정방폭포’다.‘정방폭포의 못(수원)’이라는 의미를 함축한 정모시의 쉼터 곁에 정방사가 자리하고 있다.
붓다의 제자 가운데 마하깟사빠(Mahākassapa, 大迦葉) 존자와 아난다(Ānanda, 阿難) 존자는 성향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마하깟사빠가 보수적 성향을 지닌 엄격주의자였다면, 아난다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온건주의자였다. 붓다 재세 시에도 두 사람이 몇 차례 부딪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멸후에는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승가 내부의 갈등으로 비화되었던 것 같다.마하깟사빠를 비롯한 보수적인 비구들은 처음부터 여성의 출가를 반대했다. 그러나 아난다가 붓다에게 여성의 출가를 간청하여 승낙을 받았다. 아난다의 간청으로 마하빠자빠띠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지난 4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대통령이 이룩한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신부와 수녀를 관저에 초청해 기도를 하고 현직 가톨릭 주교를 로마 교왕청에 특사로 파견하는가 하면, 로마방문 시 미사 참석 장면을 생중계하고 교왕과의 만남을 알현(謁見)이라고 발표하는 등 개인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대통령이 국민화합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게 하였다. 결국 올해 5월22일 꽉 짜인 방미 일정에서 틈을 내 가톨릭교회 워싱턴 교구장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얼마 전 젊은 불자 한 분이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의 표현문제로 겪은 어려움을 상담한 적이 있다. 아파트 어린이집 어머니들의 모임이 있는데 구성원들 또한 다들 비슷한 연령대이고 서로 아이를 함께 돌봐주기도 하고 생활의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서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난감한 문제는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이 자신에게 칭찬이나 고마움을 표현할 때 “하나님, 이렇게 좋은 분을 저희에게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 아멘”이라며 여럿이
이번 연재는 특별한 전시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2019년 개관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에서 ‘현대불교미술전: 공(Śūnyat1)’이 열리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처형장이 있던 곳으로서 조선말 천주교 박해 때 100여명의 교인이 여기서 처형됐다. 1984년에 순교자 현양탑이 세워졌고, 최근 박물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조선말 천주교 관련 상설전 외에 다양한 특별전을 열어 열린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에는 종교를 넘어 현대불교미술에도 그 공간이 열렸다. 구례 화엄사에서는 1653년 제작된 높이 약
天上天下無如佛 十方世界亦無比천상천하무여불 시방세계역무비世間所有我盡見 一切無有如佛者세간소유아진견 일체무유여불자(하늘과 땅 사이에 부처님 같으신 분 없으시니 / 시방세계도 역시 비할 자가 없도다. / 내가 세간에 있는 것을 다 보았지만 / 모두가 부처님 같으신 분 없음이로다.) 위 주련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 ‘찬불게’라고 한다. 같은 내용으로 석재 서병오 선생이 쓴 대구 파계사, 문경 봉암사의 주련도 유명하다.게송의 출처는 ‘불본행집경’ 권8 수결정기품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
‘원각경’ 위덕자재보살장에 설해진 3종 수행법은 사마타와 삼마발제와 선나이다. 사마타(奢摩他, samatha)는 고요수행[止]이며 적정(寂靜) 수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마발제(三摩鉢提, samāpatti)는 등지(等至) 수행으로 번역되며 등지의 상태가 진전된 경지를 뜻한다. 선나(禪那, dhyāna)는 우리가 선(禪)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서 정(定)과 혜(慧)가 균등한 상태를 일컫는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는 선나 대신 음역에 보다 충실한 타연나(駝演[衍]那)를 사용한다.정(定)에 상응하는 것이 지(止)이
오늘날에는 유선전화가 없는 집도 많다. 또 유선전화가 옆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일상이다. 어떤 의미에서 유선전화는 기성세대 가구를 상징하는 표지 화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휴대폰 사용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거리에 공중전화가 넘쳐나고 있었다. 지금은 추억으로 사라진 공중전화 카드와 전화 부스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려청자에서 조선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분청사기가 존재한다면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의 이행과정에는 일명 삐삐로 불린 무선호출기가 있다. 삐삐는 봄바람의 벚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휘날리는 시대의 산물이
아나율(아루눗다)은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큰 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던 청년이었다. 부처님의 명성이 고향 카필라성까지 전해지자 석가족의 많은 명문가 청년들이 부처님의 뒤를 잇겠다는 열망으로 서로 출가를 논의하기도 했다. 아나율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밧디야, 아난다, 바구, 캄필라, 데와닷다, 우팔리와 함께 출가를 결심했다.‘금수저’로 태어나 항상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해 왔던 아나율에게 수행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탁발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던 그는 출가하기 전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원숭이가 많이 언급된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영악하고 간사한 특성 때문에 인간과 더 닮아있다. 인도에서 원숭이는 거리에서 자주 볼 정도로 흔하며 경전에도 자주 나타난다.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인도 원숭이(Macaca mulatta)이다. 히말라야 주변에 서식했기 때문에 ‘히말라야원숭이’, 얼굴과 어깨 주변에 붉은 털이 있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혈액형 결정인자인 Rh인자를 갖고 있어 ‘레서스(Rhesus)원숭이’라고도 불린다. 원숭이는 인간과 93%의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승이 대수에게 물었다. 실중(室中)의 등불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수가 말했다. 세 사람이 증명하면 거북이도 자라가 된다.대수는 대수법진(大隨法眞, 834~919)이다. 그리고 실중(室中)이란 스승이 주석하는 방으로 조실(祖室)이다. 여기에서 실중의 등불이란 부처님의 정법안장의 소식을 비유한다. 스승이 지니고 있는 정법안장의 핵심적인 이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승의 질문은 한편으로는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스승과 맞장을 뜨는 자세로 문답상량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승은 하필 실중의 등불에 대하여 질문을 하고
성자를 뜻하는 말로 ‘무니(muni)’란 단어가 있다. 무니는 ‘현명한 자, 성자, 현인, 침묵의 성자’ 등으로 뜻이 설명되고 있다. 그래서 석가모니(Sākiyamuni)란 ‘석가족 출신의 성자’란 의미가 된다. 구루(Guru)란 단어도 있는데, 이는 보통 ‘스승, 선생’ 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흔히 빤디뜨(Pandit)로 알려진 빤디따(Paṇḍita)의 경우는 ‘학식있는 자, 현인, 선생’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불교 전통에서만 국한한다면 붓다, 아라한, 보살 등은 모두 성자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