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맺어주고 있나요/ 전생 어느 낯선 모퉁이에서/ 우리 단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적 있나요/ 윤회의 뜨락 서성이다가/ 눈빛이라도 마주친 적 있나요/ 이슬과 햇살이 만나 꽃을 피우고/ 하늘과 땅 사이/ 두 줄기 강물 되어/ 흐르다가 멈추었나요/ 유성처럼 끝도 없이 떠돌다가/ 구름 딛고 떠내려왔나요/ 피안의 깊은 골짜기/ 억겁을 돌고 돌아/ 먹구름으로 맴돌다가/ 비바람 되어 내려왔나요/ 어느새 날이 저물었는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그대와 내가 꽃과 구름으로 만났다면/ 그대 아침에 이슬로 맺힐 수 있겠지요/ 이
한글판 ‘화엄경’(동국역경원, 서울, 1985)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몇 줄 위에모기 한 마리, 너 이 높은 곳을어케 올라왓뇨, 앉아 있었다주저주저하다가손끝으로 눌러 밀어버렸다언더라인이 된 붉은 순교자그로부터 몇 년 뒤이곳으로 이사와서책짐을 푸는데 다른 잡서(雜書)들 밑에납작하게 깔려 있는 화엄경,다시 그곳을 펴보았으나그곳, 참된 이치에 의지하지 않고 세상 구원하는 이를 본다면, 이 사람은 모양만 집착하여어리석은 의심 그물만 더하고 나고 죽는 감옥에얽매이리라이 밥통, 벌써수미산 상봉(上峰)을 날고 있는그 모기를 잡아오겠느냐황
‘사슴’에 수록된 백석 대표작신경림 등 후대 시인들 극찬여승은 누이와 어머니 모습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취나물)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금광)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은 나이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섶벌(일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산 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 절의 마당귀(마당 귀퉁이)에 여인의 머리오리(머리카락)가 눈물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강물 없는 강물’은 사바세계‘범람’은 불법이 확산된 모습석가모니도 떠내려가는 ‘뗏목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강물에 물결을 일으킴이다(佛祖出世 無風起浪)”고 하였다.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은 명료하게 말하면 고통 받는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제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그러나 선가의 조사스님은 거기에 자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을 담아서 표현했다.깨달음을 얻고 보니 “
현재(現在)는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나만 변해서과거(過去)가 되어 가네.시간이 귀하고 아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철이 든 사람이라고 한다. 인생은 시간 싸움이고 시간문제이다. 인생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시간인 생사(生死)를 뜻한다.시간은 마음이 만들어낸 관념인식 불가능한 억겁의 무량수시인은 26자로 압축해 읊어우리는 오직 현재만을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아침이 지나고 밤이 오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몰골이 변화하고 마음도 변화한다. 이것이 인생무상이다. 임제선사는 ‘임제록’에서 “지금 이 자리일 뿐 다른 시간이 없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어서 나오세요!화火-중中-생生-연蓮불꽃 속에서 연꽃이 피어난다법정 스님이 떠나는 날 대나무 평상 위에서 평상시 입던 승복을 입고, ‘비구 법정 본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였다.“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대중 외침으로 다비식 시작다비 거쳐 구도자 삶 완성큰스님의 장례식 다비식은 장엄하다. 사람은 죽으면 관(棺) 속에 들어간 후에 평가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구도자인 스님은 다비식에서 평소에 스님을 따르던 제자와 신도들이 밤사이 흐르는 눈물의 양이 스님의 법력이요 자애(慈愛)이다. 불꽃이 활활 타올라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중놈 소리 들을라면취모검 날 끝에서그 몇 번은 죽어야그 물론 손발톱 눈썹도짓물러 다 빠져야수행은 매일 되풀이 하는 훈련백천 번 죽었다가 살아나봐야대중을 향해 설법할 수 있어아들 김문수가 행정고시 3차 면접시험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깊은 회의와 불안 속에서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당했다. 탈모증상이 생기고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 오현 큰스님의 ‘취모검 날 끝에서’이란 시를 추천해 주었다.우리 부자는 수많은 밤을 자신과 싸워서 넘어지고 찢기고 문드러져서 아픔과 기쁨에서 더 이상 마음에 동요가 없는 경지가 되어야
행여 이 산중에당신이올까 해서석등(石燈)에 불 밝히어어둠을 쓸어내고막 돋은보름달 하나솔가지에 걸어 뒀소.보름달 뜬 밤중에 수도승이절 마당에 나와 서성이면서간절히 기다리는 모습 그려윤지원(1943~현재) 스님은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장명등’이 있다. 그의 대표시 ‘만월(滿月)’은 출가 수행자로서 깊은 산중에서 수행을 마치고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전해주기 위하여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법당 앞에 장명등(長明燈)까지 켜놓고 불자를 기다리는 시이다. 장명등은 사찰뿐만 아니라 묘역 앞에 세운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달 안개/ 물 소리대웅전(大雄殿)/ 큰 보살바람 소리/ 물 소리범영루(泛影樓)/ 뜬 구름흐느히/ 젖는데흰 달빛/ 자하문바람 소리/ 물 소리천편일률적 종결어미 탈피시 생명인 ‘말운’ 잘 살려깨달음·불은 충만한 경지정지용은 “북에는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목월이 있다”고 하였다. 두 시인이 가장 한민족의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가락으로 자연과 민족의 한과 정서를 노래하였다.한국의 전통적인 전통 시조가락의 음보(音步)가 3·3·4 또는 3·3·5의 음률이다. 따라서 한국어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은 세 음절로 되어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우리 인간은 별에서 왔다. 별에서 떨어져 나온 별똥별이 식어서 바위가 되고 흙이 되고 물이 되고 불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또 그것이 합쳐져서 미미한 생명체가 되고 진화 성장하여 인간이 되어 이 지구에서 머물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밤이 되면 별을 바라보며 전생의 동화 같은 윤회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이다. 시인이 미쳐서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 왕자처럼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튀는 공은 생존 의지 상징늘 서 있는 쓰러지지 않는불굴의 오뚝이 인생 노래피나는 훈련의 결실이 박지성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시켰다. 자신의 발과 공이 하나가 된 아공일체가 된 것이다. 수없는 반복 훈련을 통하여 땅에서 구르고 튀는 공의 이치를
나무들은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내 삶 자체가 생명의 축복고마움 모르는 범부들 질책선사 깨달음 노래와도 유사‘화엄경’에서 “기이하다. 기이하다. 생명체가 있는 일체 중생이 여래부처의 지혜 덕성을 모두 다 갖추고 있구나”라고 하였다. 사람은 그대로 부처의 성품인 불성을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났다. 본래가 금덩어리로 태어났다. 중생이 부처가 되는 수행은 은을 닦아서 금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대로 내 자신이 금덩어리 부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