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 현대문학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 이후 중국의 젊은 지식인들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의사 집안 출신의 십대 청년 두 사람은 가족과 생이별을 한 채 오직 바이올린 하나만 끌어안고 바깥세상의 바람이 한 번도 불어오지 않은 산간벽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물건이 대체 뭐냐?”의심에 가득 찬 마을 촌장에게서 바이올린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은 말합니다.“지금부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일체의 감성적인 음악이 금지된 현실에서 대체 ‘모차 머시기’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촌장의 준엄한 추궁이 이어졌고 서둘러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예,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하는
인간과 신이 한판 전투를 벌이다 『마하바라타』비야사 지음 / 민족사 여행 떠날 준비를 하면서 언제나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것은 가방 속에 어떤 책들을 넣어갈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인도여행에서도 그동안 사두었던 책을 수십 권 꺼내놓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선택한 책들 중 하나가 바로 『마하바라타』입니다. 인도의 대서사시요, 인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지요. 고전 작품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영혼의 양식’이니 ‘지성의 빛’이니 하면서 온갖 찬사를 쏟아 붓지만 사실 이런 책을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이 “사람들이 칭찬은 늘어놓으면서도 막상 읽지 않은 책이 바로 고전작품”이라고 쏘아댔겠습니까. 앞서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인도
부모의 임종을 겪어야 진정한 자식 1994년 12월의 한남동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였고 캐롤에 취한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때 나는 순천향병원의 한 입원병동에서 거리를 내다보며 그해의 연말연시를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위암으로 입원하셨던 것입니다. “병원에서 위암 같대…. 소견서 써줄 테니 큰 병원 가보래….”라며 가족들에게 당신 자신의 종합진단 결과를 들려주던 아버지를 앞에 두고 가족들은 어땠던가요? 아니, 나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말기암환자가 된다 해도 우리 아버지는 절대 그런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요, 설사 암에 걸린다 해도 우리 아버지는 기적을 불러일으킬 불사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앞으로 3개월”이라는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정말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깁니다.그렇다면 사람은?이름을 남긴다고요? 에이, 아닙니다. 그건 옛날식입니다. 지금은 재산을 남겨야 합니다. 두둑한 재산을 남겨놓고 죽어야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지 않는 것이 요즘입니다. 사방 어디를 가보아도 어르신들끼리 나누는 이런 생존전략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임자, 혹시라도 벌써 재산을 자식들한테 다 나눠준 거야? 절대 그러지 말어. 죽을 때까지 꼭 쥐고 있어. 그래야 사람 대접받거든.” 그런데 재산을 일찍이 나눠준 뒤에 자식들에게 푸대접을 받던 노인이 부처님에게 하소연한 이야기가 경전에 실려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일이 오늘의 문제만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은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부모에게서 한 몫을 챙겨내려 용을 씁니다. ‘재산 물려주시면 대신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마이크 마커시 지음 / 당대 “난 권투선수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워!”라는, 자아도취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두 주먹 말고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흑인 청년 캐시어스 클레이가 겁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을 때, 근엄하고 ‘젠틀’한 백인남성들이 지배하던 1960년대 초반의 미국사회는 난감해 했습니다. 하지만 백인들의 미국은 끄떡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봤자 그 자는 노예의 후손이요, 검둥이 복서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당시 권투는 가진 것이 몸뚱이 뿐인 젊은이들이 돈과 명성을 거머쥘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경기였습니다. 백인 도박사들은 가난한 흑인들을 링 위로 불러내서 처절한 싸움을 붙이고 자기들의 주머니를 불려갔습니다. 아무리
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싯다르타 태자가 탄생한 날이지요. 그 싯다르타 태자가 성을 나와 6년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연 날, 성도(成道)하신 음력 12월8일이야말로 진짜로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의외로 부처님 그 분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불자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니, 부처님의 일생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부처라는 이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제대로 모르면서 ‘부처님을 닮자’고 말한다거나 ‘부처님 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일대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책들은 제법 많습니다. 그 중에 스님들의 법문이나 탱화로만 만나던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경전 속에서
나도 부처가 될 수 있을까요?나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아니, 대체 부처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부처가 된다는 것? 이 말은 내가 지금 여성의 몸을 남성으로 바꾸어서 인도 땅으로 달려가서 머리를 박박 깎고 보리수 아래 앉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이것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환하게 알아서 예언하는 신통력을 얻는다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이루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다”라고요.바로 이 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불성이 있다는 말은 영원불변의 실체가 우리 안에 들어 있다는 착각을 갖
연말입니다.없는 사람에게는 모진 추위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고 합니다. 부유한 사람의 집은 난방이 잘 되어 있어 한여름 같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만나야지’라는 안부전화라도 한 통 받지 못하면 주머니가 빈 것보다 더 울적해집니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행복한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요즘처럼 극명하게 나뉘는 때가 또 있을까요? 나는 인생을 잘 살아왔나, 난 정말 지금 행복한가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때도 바로 요즈음입니다. 최근에 참 좋은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풍요로운 가난』이라고 하는, 90세를 훌쩍 넘긴 수녀님이 쓴 책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여섯 살 때 눈앞에서 아버지가 익사하는 모습을 목격하고서 일찍부터 세상에는 아픔이란
사랑이라는 오묘하고 달콤하고 냉혹하기까지 한 감정을 설명하고자 역사상 숱한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은 밤을 새우며 고민하였지만 여전히 사랑은 오리무중입니다. 결국 토파민이라는 화학물질로 사랑을 설명하게 된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만큼 쉽게 사랑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랑, 그 따위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장난일 뿐이니…. 오스트리아 출신의 실존주의 사상가이며 언론인인 앙드레 고르는 25세 때 꿈처럼 아름다운 영국 여자 도린을 우연히 만납니다. 자기 같은 가난뱅이 유대인 청년에게는 너무 아름답고 생기발랄하여 도저히 넘보지 못할 여인이라 느끼면서도 한 달이 지난 뒤 발레리나처럼 총총히 길을 걸어가는 도린을 다시 발견한 청년 고르는 용감하게 제안합니다
표지에 그려진 새카만 아프리카 소년의 그림은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피어난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이야기’라고 표지에 쓰여 있어서 나는 순수한 우정이야기를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덮은 지금, 느닷없이 세뇌(洗腦, brainwashing)라는 단어가 이리도 깊이 내게 파고들 줄은 몰랐습니다. 1800년대 말 아프리카 땅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들어간 영국이 1963년 케냐에서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그들이 케냐 사람들의 땅과 물과 가족과 정서와 정신을 어떻게 수탈하고 세탁하였는지를 이 소박한 청소년용 소설은 낱낱 고발하고 있습니다. 케냐의 가장 비옥한 땅을 영국인들이 빼앗아 백인고원(White Highlands)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나는 모든 농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 도서출판 이레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28살의 나이에 “의도적으로 인생을 살아보고,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하고,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하여”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2년 동안 그 어떤 외부적인 것에 간섭을 받거나 물들지 않고 가난과 고독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에게는 삶이 그토록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이 낡고 닳아빠진 것은 살피지 못한 채 누더기를 걸친 빈자(貧者)에게 연민의 자비를 베풉니다. 하지만 정말 위로와 구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생활비를 버느라고 자기의 모든 시간을 다 뺏기고 있는 바쁘고 여유 없는 사람들, 신에 관한 화제라면 자기들이 독점권을 가진 것처럼 말하며 다른 어떤 견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종교인들, 의사와
『삶을 가르치는 은자들』피터 프랜스 지음 / 생각의 나무 저자 피터 프랜스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를 벗어나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령에 대한 충고를 끊임없이, 그리고 열렬히 요구받아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은자들은 그들의 금욕적인 삶이나 영성으로만이 아니라 속세의 이치에 대한 통찰력으로도 위대한 명성을 쌓아왔다.(…) 은자들은 사람들 틈에 끼여 사는 우리를 위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의 순위를 재조정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독한 삶에서 얻은 과실까지 명백히 보여줄 수 있다.” 책에서는 동서고금의 여러 은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내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러시아 정교회의 스타레츠들이었습니다. 스타레츠는 영적인 아버지를 가리키는 러시아말인데 레오니드(1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