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선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해의 움직임과 더불어 살던 삶전기·화석 사용하면서 망가져태양광 충전기 워크숍 진행 후삶 속에 있던 에너지원 찾아내이원수 선생의 시 ‘햇볕’이다. 아이들 어릴 적 이 시에 곡이 붙은 동요를 참 많이도 함께 불렀다. 노랠 부르다가 햇볕의 존재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다. 햇볕이 나뭇잎을 봉오
올해 부쩍 부탄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부탄은 중국과 인도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산악국가로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사진 속 부탄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해맑아 바라보기만 해도 그들의 행복이 전염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부탄에 가고 싶다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뭔가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탄을 여행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단지 여행을 위해 먹고 자고 탈 것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하루65달러의 여행세를 걷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늦은 저녁에 띠링 띠링 소리가 나더니 김치냉장고가 작동을 멈춰버렸다. 따져보니 십년 조금 넘게 썼다. 마지막 신호음과 함께 전원이 나가고 안에 끼었던 성에가 다 녹아내렸다. 기온은 5월 예년 평균을 훨씬 웃돌며 일찍 더위가 찾아왔고 며칠 전 담근 김치는 두 통이나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상황이라 난감했다. 게다가 다음날은 일박이일 출장까지 잡혀 있어 수리를 부탁하기에도 일정이 맞질 않았다. 전자제품을 수리해서 최대한 오래 쓰겠다던 애당초 내 다짐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것저것 따지고 잴 형편이 안 되었다. 출장을 가는 차 안에
평균 수심 5미터, 면적 325 제곱킬로미터, 서울의 절반 크기에 가까운 거대한 호수가 사라졌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호수와 그 주변 생태계에는 생명들로 북적이던 풍경이 펼쳐졌고 지도에는 여전히 파란 물빛이 찰랑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몽골의 울란 호수 얘기다. 5년 만에 호수를 찾은 일행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호수가 있어야 할 곳이라 생각한 주변을 몇 바퀴째 헤매다 GPS로 위치를 확인한 후에야 호수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몽골은 지난 20년 동안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5년만에 사라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늘 다니던 길을 두고 그날따라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걷고 있었다. 흰색 개가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그 개에게 다가가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가 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둘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다가가자 경비 아저씨는 나를 개 주인이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 개는 목줄이나 이름표가 없었다. 털이 더럽진 않았으나 군데군데 빠져있었고 뒷다리엔 상처도 있었다. 한눈에도 개가 어딘가 아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많이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미세먼지가 뭐예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묻는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한때 우리나라 공기를 뒤덮어서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외출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다. 뿌옇던 예전 서울 하늘사진을 찾아 보여줬지만 아이는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저런 공기 속에서 살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내게, ‘할머니는 전에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얘기도 지어내시더니, 정말 이야기 박사예요.’ 라고 했다. 흐린 날을 빼고 하늘은 늘 파랗다. 사람들은 창을 맘껏 활짝 열고 지낸다. 밤이면 서울 하늘에도 별이 쏟아져 내
참으로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계절, 사월이다. 바닥에도 사월은 알록달록 어여쁘다. 사월 끝자락에 벚꽃은 초록에게 자리를 넘겨주느라 꽃비를 흩뿌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은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봐도, 봐도 감동이다. 그런데 이 화창한 봄날이 오는지 지난겨울은 갔는지조차 제대로 느끼지도, 느낄 겨를도 없었던 이들이 있다. 사드 배치로 찢기는 지역 민심원불교 제2성지 포함돼 반발로히니강 중재하신 부처님은사드에 어떤 말씀 들려주실까‘주권 침해’, ‘평화 위협’, ‘행동 중단’, ‘강력 규탄’, 글자 하나하나가 이토록이나 시릴 수 있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해마다 지구의 날이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행사가 열린다. 올해 지구의 날에는 이날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짐작해보고 싶다. 그때 그들은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지구 환경이 개선되어 건강한 지구가 되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해마다 지구의 날 행사는 치러지는데 과연 지구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을까?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과 달리 지구의 날은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날이다. 196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몇몇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었다. 단지 너무 익숙해져서 그만 잊고 지냈다. 숨 쉬지 않은 생명이란 게 가능키나 한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를 오염시키면서 그게 우리 숨통까지 죌 거란 생각은 차마 못했다. 어쩌면 그 생각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기술이 우릴 구해줄 거란 생각에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쉼 없이 들숨 날숨 하는 바로 그 공기를 함부로 더럽혔다. 그리고 그 과보를 이제 받고 있는 중이다.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요즘처럼 간절하게 느낀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보이
이 땅의 많은 숲들이 온통 헐벗었던 때가 있었다. 놀라운 건 그런 시절에도 사찰 숲은 울창하게 푸른 숲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민병갈 원장의 자서전을 읽다보면 1950년대 대한민국 산을 묘사한 장면이 나온다. 미군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우리 산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이 땅에 정착했고 귀화해서 평생을 한국인으로 살다 갔다. 그가 묘사한 50년대 이 땅의 산림은 전쟁의 화마가 할퀴고 간 데다 땔감, 식량 등을 구하느라 온통 민둥산이 돼버린 모습이었다. 그런데 유독 절이 있는 곳 주변의 숲은 아주 잘 보전되
1시간 전등 끄면 23억 절약기후변화는 전 인류의 문제소비 위한 소비로 환경오염냄비 속 개구리 같은 인류종교지도자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라이 라마 존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한다. 기후변화는 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 겨울 한파가 닥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개방하며 노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썼다.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은 잘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가장 가난한 이들부터 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그것이 과학적이든 윤리적이든 결국 풍족한
깊은 겨울을 털고 숲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즈음 나무줄기에 귀를 대면 물오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어느 분야에서 한껏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이를 두고 ‘물이 올랐다’고 비유한다. 그러니 ‘물오르다’는 나무에서 배운 표현이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나무는 동해를 염려해서 줄기 속 수액을 비운다. 날이 풀리는 기운이 감지될 무렵 나무는 겨우내 비워두었던 줄기로 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2월이 끝나갈 즈음 단풍나무 줄기에 부리로 상처를 내고 흘러나오는 수액을 먹던 박새를 만난 적이 있다. 흘러내린 물을 손가락